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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러니깐 내가 요즘 작업 거는 남자애인데 시골에서 와서 그런지 되게 순수하다. 조금 싸가지 없는 거 빼고는 괜찮은 것 같다. 이름 한 번 알아내는 것도 일주일이 걸렸다. 무슨 애가 고집이 그렇게 센지 절대 안 알려주겠다며 가방을 휘두르는 바람에 코피가 났는데, 코피가 나니깐 그제서야 알려줬다. 이름 알아냈으니깐 뭐, 됐다.
"정국아, 이번 음악 수행평가 할 사람 없,"
"정국아, 아직 음악 같이 할 사람 안 정했지? 나랑 하자!"
"아니야, 정국아 나랑 하자!"
아 정말 잘생겨서 그런지 인기가 더럽게 많다. 가끔 짜증날 정도로 여자애들이 몰려오는데 나는 저런 애들처럼 막 빽이 좋고 그런 애가 아니기 때문에 저렇게 화장으로 떡칠한 얼굴을 들이밀며 다가오면 나는 항상 뒤로 빠져 있거나 교실 밖으로 나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교실을 나왔다. 전정국 안 돼면 누구랑 하지. 우리 반에 악기 잘 다루는 애가 있나. 나는 뭐 완벼하니깐 상관없지만. 교실 문 옆에 서서 혼자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문이 열리더니 땀에 젖어선 전정국이 머리를 털며 나오는데 전에 전정국한테 가방으로 쳐 맞았던 날이 기억났다. 쉽게 말해서 존나 잘생겼다, 이 말이다.
"아, 더워."
지금 전정국이 체육복이 아닌 교복을 입은 거에 감사하다. 아직 하복을 안 샀는지 다른 애들 다 하복 입고 다니는데 동복 입고 있는 전정국도 좋고 땀냄새 나는 전정국도 좋고. 아니, 이렇게 보니깐 무슨 변태 같은데 절대 아니다! 라고 반박은 못 하겠다.
"정국아."
"왜."
"너 진짜 섹시하다."
".. 참나."
오늘 내가 누울 곳은 여기 인 것 같다.
***
"너 악기 다룰 줄은 알아?"
이 새끼 아까부터 자꾸 나 무시하는 것 같아서 기분 조금, 아니, 많이 나쁜데 잘생겼으니깐 참는다.
"그러는 너는?"
"나 피아노 칠 줄 알아."
".. 너 시골에서 왔잖아. 거기에 피아노도 있어?"
"맞을래?"
"농담이지, 농담!"
사실 농담 아닌데 표정이 너무 살벌해서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학교 끝나고 단 둘이라니 이거 완전, 야시꾸리한데?
"곡은?"
"악!"
"조심."
아, 놀래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데 고개 들어서 놀랬네. 안 돼겠어. 이러다 내가 전정국을 덮치겠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뺨까지 한대 때려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
"우리 아직 시간 많이 남았으니깐 주말에 만나서 정하자, 주말에!"
"그래."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와 전정국이 나오는 걸 확인하고 문을 잠궜다. 의리 없이 먼저 가버리는 전정국을 잔뜩 씹으며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뭔 바람이 저리 세게 부는지 창문 흔들리는 소리에 놀래서 엎어졌다. 절대로 막 무서운 척 하는게 아니라 겁이 많아서 그런다. 무서울 땐 뛰는게 제격이지!
"으아아아아아! 정국아!"
나도 저기서 왜 전정국 이름이 튀어나왔는지 모른다. 요즘 하도 전정국 이름을 불러서 그런가. 원래 저 자리에 전정국 이름이 아닌 엄마가 들어가야 하는데.
몰라, 무서워 씨발!
"정, 정국아! 전정국! 으아악! 무서워 씨발! 정국, 악!"
아 씨, 무서워 죽겠는데 뭐야!
"왜 불러."
먼저 간 줄 알았는데, 안 가고 교문 앞에서 기다렸나 보다.
***
"너 왜 자꾸 나 따라와?"
"데려다 주는 거야."
"집 바로 앞이라니깐?"
"어두워서 안 돼."
이 새끼 시골에서 왔다는 거 개뻥이다, 분명. 그렇지 않고서야 서울 여자 심장을 저렇게 뚜드려 팰 수 있을리가 없잖아. 아님, 연애 공부라도 하나. 전학 온 첫 날엔 귀요미인 줄 알았던 놈이 며칠 지나니깐 이렇게 상남자가 되다니. 미친게 분명해. 사람이 아니야. 분명 사람을 홀리는 여우가 분명하다.
"근데 너 첫날이랑 태도가 너무 다른데?"
"뭐가?"
"첫날에 나 완전 벌레 취급하더니 지금은 나랑 맨날 붙어 다니잖아."
"그야, 처음엔 적응하느라 그랬지."
"다른 여자얘들이랑 말 한마디도 안 했잖아, 너."
"당연하잖아."
"뭐가 당연해?"
"부부잖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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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소년 |
후 하 안녕하세요 너무 늦었죠? 덕질하느라 바빴어요. 기다리신 분들 너무 죄송해요ㅠㅁㅠ 그보다 정국이 너무 귀엽죠? 제 남자친구라 그래요^^! 전 이만 사라질게요. 안녕! |
♥암호닉♥ |
하리보/뉸뉴냔냐냔☆/전아장/아카정국/고구마맛탕/파란당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