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는 문에 별안간 손을 구겨 넣어 기사님께 한소리를 듣고 말았다.
"아니 학생!! 여태까지 뭐하고 이제 가느라 난리법석이여! 다치려고 작정했어?!"
"아이고오 죄송합니다아..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흐흐"
양 볼은 열기로 발갛게 달아올라, 숨을 힘겹게 몰아쉬는 와중에도 유권은 꾸벅 인사하기를 잊지 않았다.
두 눈꼬리가 휘어지며 환히 웃는 유권 앞에서 기사님도 허허 웃을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기사님!! 조심히 가세요!!"
버스에서 튕겨져 나와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추스렸다.
아침부터 모양이 망가질 순 없지.
저 멀리 학생부장이 보이지만 유권은 뛰기는 커녕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를 띄웠다.
"너 이놈의 자식, 뭐 당당하다고 실실 웃으면서 와? 서두르는 척이라도 해야될 거 아냐!"
"아이이, 아직 그렇게 많이 늦지도 않았잖아요 선생님- 괜히 또 그러신다. 흐흐"
"허, 이 능글맞은 놈. 어이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 빨리 들어가기나 해 이놈아."
" 넵! 감사합니다아-"
저 놈은 어디 가서도 굶진 않겠어,
혼잣말도 잠시, 금새 또 뛰어오는 학생에게 윽박지르는 학생부장을 뒤로 하고 유권은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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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의 아침은 평소와 사뭇 달랐다.
잔뜩 눈치를 보며 뒷문을 여는 유권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없었다.
모두 끼리끼리 소란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기에
유권은 무사히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후우, 겨우 도착.
그 순간, 유권의 어깨가 툭, 흔들렸다.
"깜짝이야, 왜?"
"왜 늦었냐?"
"완전범죄인줄 알았는데, 고새 또 봤구만?"
하하, 완전범죄는 무슨 새끼야.
바로 뒷자린데 당연히 보이지.
장난끼가 가득한 경의 눈매가 와륵- 쏟아내며 웃었다.
"근데 교실 분위기 왜이래. 담임은?"
"몰라. 아직 안왔음. 근데 너 꼴이 그게 뭐냐."
나름 급하게 무마한다고 했는데, 아니었나-
허둥지둥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머리를 매만지는 유권의 뒤에서 경도 올라간 셔츠의 깃 한쪽을 펴주었다.
'드르륵-'
일순간 교실엔 정적이 흘렀다.
방금전까지도 개판 5분전인 공간이었다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반장, 인사 안하고 뭐하냐-"
"아, 차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길게 늘어지는 말꼬리 너머로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
"야, 저거 전학생이야?"
역시 박경이다. 유난히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출하는 모습에 유권은 피식, 웃기만 할 뿐이었다.
"야.. 뭔 사내새끼가 저렇게 생겼냐."
별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았지만, 유권의 생각도 역시 그랬다.
까무잡잡한 남고생들 사이 유난히 하얀 피부의 전학생은 왠지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아, 전학생이 왔다. 이름은 우지호, 맞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어딘가 새침한 소녀같았다.
사내새끼가 뭐 저러냐.. 유권은 순간 멍해졌다.
괜히 머쓱해져 주변을 둘러보니 상황이 별반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다들, 이 전학생을 지나칠만큼 눈에 담아두고 있었다.
"지호는 얼마전에 일본에서 귀국했다. 초등학교때부터 살다가 온거니까, 학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간단하게 자기 소개라도 할래?"
곳곳에서 수근대는 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하자, 전학생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꼭, 자기 입술색같네.
유권은 전학생을 흘낏 바라보고 언제 그랬냐는 듯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지호야."
"우와아아아!!"
남고생들의 혈기와 호기심이란 가히 상상 이상이다. 폭발적인 반응에 흠칫 놀란 전학생은 금새 다시 움츠러들었다.
"이것들이 미쳤나, 왜이래. 니들끼리 있다보니까 사람이 고팠냐? 지호, 넌- 그래, 저기 맨 뒤에 경이 옆에 앉고. 정신차리고 수업 준비해 시끼들아."
땡잡았다.
유권은 입가에 만연한 웃음을 띠우고 속삭이는 박경의 얼굴을 밀어냈다.
저렇게 싸납게 생긴 애가 뭐가 땡이라는 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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