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 내게 대형견이 생겼다
w.1억
어제 이 남자와 같이 밤을 보내고나서 자연스럽게 잠에 들었다.
우리가 언제 잤더라.. 새벽 한 네시쯤? 눈을 떠보니 벌써 시간은 점심이 다 되어갔다.
아, 늦잠잤네.. 속으로 생각하며 옆을 보면 안보현이 자고있는데 그게 또 잘생겨서 웃음이 잠깐 나왔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네가 없어도 괜찮아. 기다릴게.'
어제 새벽에 잠들기 전에 내게 말한게 떠올랐다.
언제 봤다고.. 나 좋아한지 얼마나 됐다고 무작정 기다린다고하는 안보현이 이해가 안 갔다.
내가 그렇게도 좋나..
"……."
짜증나게 잘생겼네.
이렇게 잘난 사람이 뭐가 모자라서 계속 나한테 좋다고 하는 걸까.
의심이 가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일단 일어나야겠단 생각에 조심히 앉아서 바닥에 아무렇게나 있는 속옷들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을 입으려고 했을까..
"밥 먹고 가."
안보현이 내 손목을 잡고선 말했고, 나는 뒤돌아 안보현을 보았다.
아직 눈도 안 뜨고선 저런 말을 하는 게 웃겨서 픽- 웃어버렸다.
"가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부스럭 부스럭.. 옷 입는 소리 같아서."
"졸리면 더 자요."
그의 머리를 쓰다듬고선 옷을 다 입으니, 그제서야 그도 정신을 차리는 듯 했다.
"……."
"엄청 졸린가보다."
"눈뜨면 어떻게 할지 몰라서."
"에?"
"……."
"아, 뭐예요 ㅋㅋㅋ 다 입었어요."
"ㅎㅎ."
진짜 무슨 사람이 저렇게 능글맞냐.. 괜히 어제 밤이 떠올라서 또 얼굴이 붉어졌다.
크흠- 목을 가다듬고선 안보현을 보면, 앉아서 옷을 입는 걸 보고 바로 고갤 돌렸다.
밤에 보는 몸이랑 대낮에 보는 몸이 이렇게 다른가.. 완전 색다르네.
"밥은?"
"밥?"
"밥 먹고 갈래?"
"…어.. 좋아요."
"그럼 여기서 누워서 좀 쉬고있어."
"…그럼 좀 씻어도 돼요?"
"응. 씻어."
"넵.."
"ㅎㅎ"
무슨 사람이 저렇게 설레게 웃냐.. 미쳤나 진짜? 한 번 잤다고 이렇게 더 설렐 일인가.
송강이랑 사귈 때도 이렇게 설렌적이 없는데. 오늘 왜 이러지?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침대 위에는 드라이기가 있었다. 진짜 이 남자.. 센스까지 좋아.
송강이랑 있을 때는 내가 먼저 물어봐야지만 찾아줬는데. 자꾸 비교를 하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머리까지 말리고 나오면, 머리를 다 말리지 못한 안보현이 마침 부르려고 했다며 웃어주는데 코피가 날 것 같았다.
"요리도 해요?"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요리."
"…와."
남자가 차려준 밥 처음 먹어봐. 맨날 배달 음식이나 먹어봤지..
"사진 찍어도 돼요??"
"응? 응."
"와 대박.."
신기해서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로 막 사진부터 찍었다. 그리고나서 잘먹겠습니다! 외치면 그는 '넵. 맛있게 드세요'하고 또 스윗하게 웃어준다.
와 세상에.. 심지어 진짜 맛있어. 된장찌개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나?? 내가 막 난리를 치니까 웃긴지 계속 웃는데.. 아니 난 진심으로 맛있어서 자연스레 리액션이 나오는 거라니까?
밥을 먹으면서 생각이 든 게 우리의 사이였다. 왜 아무말도 안 꺼내지. 사실은 안 꺼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이렇게 잠까지 자놓고 우리가 어떤 사이다라는 걸 알려주기가 좀 힘들었기 때문이다.
"왜 안 물어봐요?"
"뭘?"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내 물음에 안보현은 잠시 표정이 굳었다가도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다 내게 조용히 말했다.
"막말로 난 네가 당장 날 잊고 그냥 살아가도 괜찮아. 그러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
"……."
"나 만나달라고 조르는 거 아니야. 네가 잠깐이라도 나한테 마음을 줬다는 거에 고마울뿐이야 난."
"…허."
"이해해. 네가 하는 행동들 다."
내가 뭘 해도 다 이해를 한단다. 어떻게 사람이 그러지?
"왜 이해해요?"
"……."
"우리 안 지 얼마 안 됐잖아. 내가 쓰레기인지 아닌지 모르면서 왜 믿고, 이해해요?"
"난 그래."
"……."
"어떤 사람이 좋아지면, 뭘해도 예뻐보이고 이해 가던데."
"…진짜 이상한 사람같아."
"어제는 무슨 개라며?"
"누가 개라고 했어요? 대형견이라고 했지."
"작으면 강아지고 크면 개지."
"허 ㅋㅋㅋ."
"그러니까."
"……."
"날 물건처럼 써도 돼. 너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그래도 돼. 특히 나한테는."
"……."
"네가 못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은 하지 말고.. 날 써먹어. 난 다 괜찮아. 정말.. 개처럼 네가 좋아해주면 좋아하고, 사라지면 시무룩하다가도.. 다시 나타나면 슬펐던 거 다 잊고 다시 좋아할게."
"개처럼..이라고 하지 마요. 욕하는 것 같잖아요.."
"ㅋㅋㅋ."
살다 살다.. 이런 사람은 또 처음본다.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 사람을 의심하는 게 싫어졌다. 사람에게 의심이 많은 내가.. 본지 얼마 안 된 사람을 믿게 되었다. 나도 신기하다. 내가 누군가를 짧은 시간 안에 믿게 된 게.
"잤는데 사귀는 건 아니라고?"
"음.. 아직..?"
"미쳤냐? 너 그 남자 갖고 놀아?"
"아니거든.. 뭘 갖고 놀아."
"자고나서 밥까지 얻어먹었으면 사귀는 거지! 그게 사귀는 게 아니면 뭐야? 다른 사람들이 보면 너 완전 어장녀같아."
"…야 무슨 어장녀야ㅡㅡ ... 이해한다고 했어.."
"이해한다고 그걸 또 덥썩 음~ 이해한다니까~ 마음대로 해야지~ 했냐?? 그 사람 안 불쌍하냐?"
"……."
"그 사람이 말은 그렇게 해도 완전 희망고문이잖아. 그냥 딱 네 마음이 정해지면 그때 자던가..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너 가고 울었다. 그래도 사람인데 상처 안 받겠냐.. 좋아하는 여자가 전남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근데 심지어 자기랑 잤어?? 근데도 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어우 멘탈 나가."
"……."
"강 오빠 빨리 정리하고 그 사람 해결해. 이게 뭐하는 거야."
친구 얘기를 들어보니 괜히 그 사람한테 더 미안해졌다.
나를 기다려주겠다는 말에 아, 이 사람이 나를 이해해주는구나.. 그럼 천천히 해결되면 만나야되나? 생각했던 내가 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엔 계속 생각을 했다. 헤어진지 일주일도 안 된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될까.
[언니 나 교복 치마 좀 갖다줘라. 찢어졌어 ㅡㅡ]
은결이의 부탁에 학교에 왔더니. 마침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고있는 안보현이 보였다.
은결이한테 치마 갖다줘야 되는데... 안보현이 계속 보고싶어서 멀리 앉아서 안보현을 보다가 참지못하고 문자를 보내버렸다.
- 멀리서 봐도 잘생기셨네요.
"……"
뭐야 바로 저렇게 핸드폰을 확인할 줄은 몰랐지. 문자를 확인한 안보현이 주위를 둘러보길래 놀래서 급히 다시 보냈다.
- 수업중에 핸드폰을 보면 어떡해요.
핸드폰을 다시 확인한 안보현이 멀리있던 나를 발견하더니 웃었다. 어우.. 저 사람이 미쳤나. 스윗하게도 웃네.
웃으며 답장을 보내는 듯 핸드폰을 보는 안보현의 모습을 보니 나도 웃음이 나왔다.
[괜찮아. 더워서 애들 좀 쉬라고 했어.]
[그리고 네 문자라면 회의 시간에도 답장 보낼 수 있는데.]
미쳤어 진짜.
[학교엔 무슨 일이야? 나 보러 온 건 아닐테고.]
- 은결이 치마 찢어졌다고 해서 갖다주려고 왔어요 ㅎㅎ.
- 내가 말했나? 학교에 있으니까 완전 섹시하다고.
[ㅋㅋㅋㅋㅋ]
- (이모티콘) 은결이 치마 갖다주고 바로 갈 거예요. 안녕.
은결이 반 앞 복도에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업이 끝난 은결이가 체육복을 입은 채로 내게 다가와 치마를 받았다.
"뭐했는데 치마가 찢어져?"
"몰라. 너무 줄였나봐."
"어휴.. 학생 때는 긴 게 어울려."
"알겠거든.. 꼰대같아.."
"뭐?"
"아냐."
"나 오늘 저녁에 마감까지 하고 오니까. 알아서 밥 먹어."
"…어."
"집에 늦게 가지 말고. 콱씨.."
"알았다고."
"점심시간이야?"
"어."
친구들 앞이라 창피한가.. 막 짜증내면서 가길래 고개를 저으며 1층으로 내려왔다. 아, 학교 오니까 나도 학생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서 놀라서 보니, 안보현이 숨을 헐떡이며 나를 보고있었다.
"…에?"
"점심시간인데 밥 먹고 가. 오늘 맛있는 거 나오는데."
"에?.. 제가 어떻게.."
"상관 없어."
"…에이. 그래도 좀.."
"그럼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봐."
"응?"
갑자기 또 어딘가로 뛰어가는 안보현에 나는 멀뚱히 서서 안보현을 기다렸다.
그러더니 또 빠르게 내게 다가와서는
"가자."
하고 학교에서 나와버리는데.
"엥? 어딜 가요!"
"타."
학교 뒷편 주차장으로 와서는 차에 타라는 말에 일단 타기는 타는데..
"어디 가는데요."
"밥 먹으러."
"아니.. 이렇게 막 근무중인데 나가서 먹고 그래도 돼요?"
"가끔 그래."
"근데 나랑 막 먹어도 되냐고요. 애들이 보면 어떡하려고."
"아침 안 먹고 온 애들이 수두룩해. 점심시간만 되면 다들 급식실로 뛰어가기 바쁜 애들이라 이쪽에 애들 하나도 없잖아."
"…아."
"뭐야."
"네?"
"오늘 왜 이렇게 예뻐?"
오늘 왜 이렇게 예쁘냐며 날 힐끔 보고선 웃는데. 얼굴이 다 붉어졌다.
가는 방향이 우리집으로 가는 방향인 것 같아서 뭔가 싶었는데.
집 주변에 있는 맛집 앞에서 차를 세우더니.. 포장을 해갖고 와서는 내게 건네준다.
"뭐예요..?"
"집 가서 먹어."
"…에?"
"혼자 가는 거 마음이 좀 그래서. 데려다주고 싶었어."
"……."
"잠깐이라도 얼굴 보고싶어서 데려다주는 걸로 핑계 대는 거지 뭐.."
"……."
이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갑자기 뜬금없이 학교 오면 어떡해. 나 아까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왜요?"
"고갤 돌렸는데 네가 멀리 앉아서 날 보고 웃는데. 수업중인 거 까먹고 막 뛰어갈 뻔했잖아."
사람을 미치게한다.
계속 생각나게 하고.. 내가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게 미안해지게 만든다.
"혼자 밥 먹어?"
"…네. 고마워요. 안 사줘도 되는데.. 집 밥 먹어도 되는데...."
"집 가서 재밌는 거 틀어놓고 먹어. 혼자 먹으면 엄청 심심한데."
"…고마워요. 진짜.."
"조심히 들어가."
"…그.."
"응?"
"…아니다. 다음에 또 봐요. 오늘 정말 고마워요."
정말 미쳐서.
안보현 볼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이 감정은 나도 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거잖아.
내 마음이 점점 이 남자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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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뇽!
보현씌 꺼 단편으로 하려고 했었는데!
스토리를 생각해보니까
한 3회 안으로 끝날 것 같소!!
일단! 내일 보작오 ~! 뿌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