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20분 4교시가 끝나고 학생들이하나둘 짐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은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이에요 밖에서 놀지 말고 꼭 집에 들어가도록 하세요 알았죠?"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는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하면서 참석하는 학부모 중 아리 아버님께서도 오신다는 게 기억이 났다. 괜스레 더 긴장돼 단정히 정리된 옷깃을 한번 더 매만졌다.
어느덧 강당에서 하는 행사가 끝나고우리 반 학생들 부모님들께서 오셨다. 학생들 어머니 사이에 남성 한 분이들어왔다. 아리와는 다르게 눈매가 날카로우신 분이지만 누가 봐도 아리 아버지셨다. 학부모님께서 자리에 앉으시고 나는 간단하게 내 소개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여주입니다. 이번 4학년 2반 담임선생님을 맡게 되었습니다. 우선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소개를 간단히 마치고 학부모님들께서는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기 시작했다
휴대폰은 걷나요. 아이들 학교 공부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기말고사만 남아있는데 시험 하나로 괜찮을까요. 단원평가는 보는지. 등등....
온갖 성적과 학생 생활에 관해 일일이 대답하느라 머리가 어지러웠다 간신히 정신 차리면서 학부모님들을 둘러보다 아리 아버지를 힐끗 쳐다봤다.
처음 무표정 그대로 지금 질문을 하고 있는 학부모를 쳐다봤다 그 미소 하나 없는 모습에 괜히 기가 빨릴 거 같아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마칠 시간이 다가올 때쯤, 어머니 한 분이 손을 들었다.
"요즘 또래 아이들이 친구 잘못 만나서 잘못된 길로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부모가 한 명인 애들 만나서 탈선도 하고 그러는데 이점에 대해서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예방하실 건가요?"
이 말은 말하자면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하고 선 긋게 해달라는 소리다. 나는 깜짝 놀라 괜스레 아리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남자는 나를 힐긋 보더니 그 학부모에게 시선을 돌렸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어머님 한 부모 가정의 자녀라 해서 아이들이 탈선하는 건 아닙니다. 탈선하는 아이가 생기기 전에 예방을 먼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젊으셔서 잘 모르시는 거 같은데 요즘 편모 편부 가정의 애들이 얼마나 많이 엇나가는지 아세요? 전 제 아이가 그런 길로 안 빠져들게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그 아이들하고 애초부터 담쌓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시고 계시네요."
갑자기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근원지는 아리 아버지였다 모든 학부모의 시선이 아리 아버지에게 향하였다
"그게 무슨.."
"그럼 부모가 모두 있는 아이는 탈선안 하나요? 비율로 따지면 한 부모 가정의 자녀가 높을 순 있겠죠. 탈선하는 아이 중 부모님 두 분 다 계신 아이가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니 제 말은..."
"예방한답시고 함부로 일반화 시키지 마세요"
그의 마지막 한마디에 교실은 쥐 죽은듯 조용해졌다. 모드들 저마다 이 둘의 눈치를 보기 바빴다. 결국 그 학부모님은 입을 다물었고 나는 이 상황을 정리하고자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학부모님들이 교실을 나가고 마지막에 아라 아버님만이 남아있었다. 그는 교실 맨 뒤 게시판 앞에 서있었다. 아마 아라가 그린 그림을 찾고 있는 듯하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아라 아버지 맞나요?"
내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혹시 아라 그림 찾고 계신 건가요?"
"네 방금 찾았어요"
그는 대답을 마치고 계속 왼쪽 끝에 걸린 그림만 바라보고 있었다. 바라보고 있으면서 아까 전과는 달리 그의 입에는 살며시 미소가 걸리고 있었다.
검은색 정장이 잘 어울리는 하얀 그의 얼굴에 마르면서도 다부진 어깨, 그리고 차가움 속에 숨겨져 있는 따뜻한 미소가 담긴 얼굴을 난 그냥 넋 놓고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아차 내가 너무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아 저 그게... "
"무슨 할 말이라도 있으신지요?"
"아까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사실 할 말도 없었는지라 대충 둘러댔다. 괜한 말을 한거 같아 후회됐다.
"아니에요 저야 제 생각을 말한 거 분인데요"
"아.. 네"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할게요"
아라 아버님은 내게 인사를 한 뒤 교실에 빠져나갔다. 그가 나가고 나서 나는 한동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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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려는데 갑자기 김남준한테 연락이 왔다. 대뜸 술 마시자는 그의 연락에 나는 지금 술집에서 남준이 푸념만 들어주고 있다.
들어보니 한 학부모한테 아이가 다른 학생을 때렸다고 연락을 했더니 하는 말이 자기 애는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거다.
"야 너는 그런 일 없냐"
"무슨 일?"
"아니 우리 애가 왜 걔를 때리냐고 그러면서 오히려 엄마 없는 애가 먼저 때려야 정상인 거 아니냐는 거야"
"지금 맞은 애가 아버지 한 분만 계시는 거야?"
"엉 그게 어쩌다 학부모 사이에 알려진 건지 그래서 내가 저는 지금 본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고 하니까 이거 편애하시는 거 아니냐고 이게 무슨 편애냐"
그 말을 마치고 남준이는 소주를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 술을내 잔이랑 자기 잔에 채워 넣고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냥 아이 손버릇이 나쁜 거같으니까 집에서 지도 부탁드릴게요이 말 한마디 했거든 그랬더니 왜 걔때린 거 가지고 손버릇이 나쁘네 마네 그런다 오히려 걔가 잘못했으니까 때린 거 아니냐고"
"아까는 안 때렸다며"
"그니까 우리애가 때렸든 안때렸든 무조건 그 아이가 잘못한 거래내가 어이없어서"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어"
"뭘 어째 내가 어이없어서 할 말이 안 나오니까 그럼 바쁘다면서 끊더라 왕 씨"
이 말을 마치고 남준이는 한번 더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술병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의 이야기 역시 하나하나 늘어간다.
"야 넌 요즘 무슨 일 없냐"
하소연할게 다 끝났나 보다. 이제야내 안부를 물어본다.
"그냥 새 학기라서 좀 바쁜 거 빼고는 없어"
"좋아하는 사람도? 연애 안 하냐"
"... 없어"
"대답 바로 안 나온 거 보니까 뭔가 있는데"
아니 진짜 좋아하는 사람 없다니까 그냥 갑자기 아리 아버지 생각난 거 빼고...
"아냐 없어"
"그럼 소개해줄까?"
"누구?"
"우리 학교 동료 선생님"
"아냐 됐어"
"그럼 말만 해 내가 아무나 소개해줄게"
"변호사 소개해줘"
"뭐? 변호사?"
남준이의 되물음에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변호사라니... 갑자기 아리 아버님이 생각이 나서 한말이기에 괜히 느낌이 이상했다.
김남준은 이후에도 연거푸 술을 몇 번 마시더니 결국 취해버렸다. 아니 고민 상담하는 건 좋은데 그렇다고 취해버리냐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
짜증 나서 김남준 지갑 안에서 카드 꺼내서 술값 계산한 뒤에 대충 들쳐없고 밖으로 나갔다. 나 고생시킨 값인 줄 알아.
그리고는 택시를 잡아서 대충 안에 남준이를 넣은 뒤 주소를 불러주었다.기사 아저씨는 귀찮은 기색을 보였지만 나는 죄송합니다 한마디 하고 차 문을 닫았다.
남준이를 태워 보내고 나도 집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앉아있었다. 자꾸만 아리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차가움 속의 따뜻함. 그를 보고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아리 그림을 보고 웃는 그의 모습을 한번 더 보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대디입니다.
아마 오늘이 제 첫 소개가 될 듯 하네요 지난번에 0편 올렸으면서.....ㅎㅎㅎ
독방의 한 탄소의 소재 제안을 쓰게 된 글이에요 원래 남주를 남준이로 생각하고 있는데 윤기 역시 잘 어울리네요
윤기 이즈 뭔들...ㅎㅎ
암튼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0화부터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감사해요~!
요랑이, 0622 님 감사합니다
그럼 즐거운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