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리 관계를 현실적으로 바라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관계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관계였다. 이 관계를 나는 지금 발전시키고 싶은거고. 그런데 이게 발전될수 있다 하더라도 발전되는게 맞는걸까.
그동안 내 마음만 생각했지 주변인까지 생각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우리 둘 관계가 발전된다 하더라도 이건 비정상적인 관계가 될것이다.
마음만 복잡해지고 해결책이 나지 않아 결국 김남준한테 연락했다.
며칠뒤 우리는 자주 가는 곱창집에서 만났다. 김남준은 요즘 일때문에 바쁜지 피부가 푸석해져있었다. 그런 그가 나를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 찾아와주니 정말 고마웠다.
주문을 하고 술을 시킨 뒤 나는 하나부터 열까지 나랑 윤기 씨가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김남준은 묵묵히 내 이야기 들으면서 술잔을 한 입에 털어 넣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고 우리 둘 사이는 침묵으로 잠겨 있었다. 아무 말없이 생각에 잠긴 남준이를 보면서 나는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몇 분이 지났을까 가만히 있던 김남준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너는 지금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 사람이 너희 반 학생 아버지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을 때 아예 관심 없는 거 같지는 않거든. 관심 없었으면 왜 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냥 바쁘다고 하고 학생 편으로 사례했겠지"
"근데 너 만약 서로가 관심 있고 이게 호감으로 발전해서 결국 연락하다가 사귀게 됐어. 그럼 그 학생은? "
"학생은... 뭐 그냥 안 밝히고 연애하지 않을까?"
"왜? 왜 안 밝히는데"
"그냥 안 밝힐 거 같아 만약 깨지면 어떡해.
"벌써부터 깨질 걱정하고 있네"
"그리고 여주야 만약에 그 사람이랑 잘 맞아서 오래 사귀게 되고 결국 결혼까지 한다 쳐. 그럼 아이는?"
"같이 키우겠지?"
"남의 자식 키우는 거 쉬운 일 아니다"
"그런가..."
"내 자식도 열에 아홉 번은 밉다가 한번 이뻐서 그거 때문에 키우는 거라는데 남의 자식은 어떻겠어 네가 배 아파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아리 귀여운데"
"속없는 소리 하지 마 그리고 남자 나이 많을 거 아냐 적어도 30후반은 되는 거 아냐 "
"38살"
"와 너랑 11살 차이 나네 야 네가 30살 때 이 사람 40이야 너 진짜 지금 장난치냐"
"아냐 그래도 띠동갑도 아닌데..."
"이거 이거 완전히 푹 빠져버렸구먼 야 차라리 내가 다른 남자 소개해줄까 김태형 어때?"
"걔는 나랑도 동기잖아 왜 자꾸 김태형 이야기를 꺼내"
"김태형 너랑 잘 어울리니까 꺼내는 거지 아님 나 아는 형 그 형은 의사야 나이도 너랑 두 살밖에 차이 안 나"
"아냐 됐어..."
"아 진짜 너 계속 이럴래? 그리고 네가 매달릴게 아니라 그 사람이 매달려야 돼. 네가 뭐가 아쉬워서 그러냐... 나이도 젊어 심지어 너는 초혼이야 그 사람은 이미 한번 갔다 온 데다가 아이도 있잖아 거기다가 요즘 세상에 선생님이란 직업 일등 신랑감 신붓감인 거 모르냐"
"그래도 변호사는 다르지"
"너 정도면 너 또래인 변호사 만날 수 있어 내가 자리 마련해줄게 내 주위에 변호사 많아"
"아오 그런 거 아니라고"
괜히 고민 털어놓으려고 했다가 욕만 더 먹고 있다. 짜증 나서 술잔만 계속 비웠다.
그런 나를 가만히 보다가 김남준이 애원하면서 말했다.
"그니까 그 사람은 아니라고 여주야 제발 아니라고"
"아 그냥 사귀다가 마음 맞으면 결혼하는 거고 안 맞으면 안 하는 거지 아니 뭐 벌써 결혼까지 생각하고 말하냐"
"혹시나 해서 그런 거다 사귀는데 들키면 학부모님들 선생님들한테 들키면 어떡하려고"
"..."
"너 진짜 잘 생각해야 돼. 나이 차이 많이 나는 건 세대가 이미 한 바퀴 돈 거야 그 사람 20살 때 너 고작 초딩이었다고"
"..."
"이제야 현실감 오냐... 그리고 만약에 그 학생 고등학교 들어가 봐 아니 당장 중학교만 들어가도 걔 그때 사춘기일 텐데 너랑 분명 트러블 생길 일도 있을 텐데 네가 낳은 자식 아닌 애랑 싸우는 거 너희 부모님 좋아하시겠냐"
"..."
"현실적으로 바라보자 여주야 사랑에 눈멀지 말고"
김남준 말 틀린 거 하나 없어서 괜히 더 서러워졌다. 마치 확인사살 받는 기분이었다.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려는 거 억지로 참고 있던 중 김남준이 먼저 일어났다.
"내가 좋은 남자애 한 명 소개해줄게 진짜 괜찮은 놈. 내가 너 시집 함부로 안 보내. 좋은 애로 소개해줄 테니까 그냥 마음 접어라."
그러고는 김남준은 계산을 하고 먼저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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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멍하니 김남준이 한 말을 곱씹으면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던 중 여자애 두 명이 다가왔다. 유리랑 은주였다.
"선생님임"
애써 웃으면서 아이들을 쳐다보았다.
"유리랑 은주 무슨 일이에요?"
"선생님 어디 아파요?"
"아니요 선생님 건강한데"
"선생님 제가 은주랑 같이 어제 이거 뽑기 해서 두 개 뽑았는데 선생님 이거 두 개다 가져요"
"보니까 작은 공룡 인형 열쇠고리였다. 수줍게 내미는 두 아이들이 모습이 너무 이뻐 웃음이 나왔다."
"선생님이 이거 가져도 되는 거야?"
"네 선생님 이거 가져요 누가 선물 받으면 기분 좋아진다고 했어요 선생님도 받고 기분 좋으라고.."
"수줍게 말하는 은주를 보면서 나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은주야 우리야 고마워요 선생님이 은주랑 유리 때문에 힘이 나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인형 하나는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나는 usb에 걸어두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 역시 별 일없어 일찍 퇴근하려고 교실 문을 걸어 잠그는 중 교실 밖에 아리가 서있었다.
괜히 그동안 있었던 일이 생각나 마음이 다시 복잡해지려는 걸 붙잡고 아리한테 무슨 일 있냐고 물어봤다.
"그.. 선생님"
"집에 데려다주시면 안 돼요?"
저번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는지 그 이후에 아라는 혼자 가기 무서워했다.
순간 윤기 씨랑 식사하던 중 부탁하던 게 생각났다. 아리 죄송하지만 당분간 집에 데려다주실 수 있냐고 그냥 선생님 퇴근 시간에만 맞춰서 데려다주시면 된다고.
김남준 만난 것 때문에 이 부탁 역시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다.
"응 알았어 아리야 선생님이 데려다줄게"
집 가는 길에 서로 아무 말 없이 걸어갔다. 아리가 내 눈치 보는 게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고 걸어가는 데만 집중했다. 이런 거 보면 나는 참 나쁜 선생님이다.
아리네 집 앞에 다다르고 아리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는 도중 누가 내 어깨를 두드렸다
고개를 돌아보니 윤기 씨였다.
아리도 아빠를 보고 금세 웃으면서 안겼다.
"오늘 데려다주신 거예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인사하는 그에게 나 역시 꾸벅 인사하고 현관 안으로 들어가는 아리랑 아리 아빠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번외)
"아빠. 아빠 귀가 빨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던 도중 품에 안긴 아리가 내 귀를 만지며 말했다.
"아빠 선생님 이쁘다 그치?"
응 그러게.. 예쁘시네...
안녕하세요 대디입니다. 네 제가 오늘은 좀 빨리 왔죠 오늘 삘받은 김에 비축분을 만들어놔서 아마 당분간 자주 올듯합니다!
사실 이 글은 저는 처음에 단순하게 생각하고 글쓴거에요. 그냥 싱글대디에 변호사 민윤기 뭔가 동화속의 왕자님 같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하잖아요
저는 그래서 처음에는 20대 선생님과 30대 이혼남의 연애를 심각한 소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상황을 현실적으로 바라봐야겠다는 것을 느꼈어요. 과연 이게 우리나라 현실에선 어떨지 여기까지 생각이 되자 자꾸 소재거리가 생각도 나고.
그래서 아마 1화하고 글의 분위기가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최대한 맞추는 대로 맞췄지만 그래도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 사담이 길어졌네요. 항상 읽어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 사랑스러운 암호닉 분들
요랑이님, 0622님, 0309님, 1017님, 소청님, 공주니93님, 몽마르뜨님, chouchou님, 하얀레몬님, 두준님, 검은여우님, 윤기쨔응님, 복동님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암호닉은 언제든지 받아요 신청하시고 싶을때 언제든지 신청하셔도 됩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암호닉을 마감할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미리 사전에 공지하도록 할께요 아마 이런일은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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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