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DEN 10
W. 오알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일단 나는 자고있던 침대 위가 아닌 웬 음침한 방 안 벽에 기대 앉아있었고, 말끔했던 팔다리는 온갖 쓸린 상처와 생채기로 가득했고 멍이 든 부분도 간혹 보였다. 목이 마르고 몸 여기저기의 상처가 쿡쿡 쑤셔왔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주변에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습기가 많지만 차가운 공기, 불쾌하고 축축한 냄새도 느껴졌다.
도대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장소에 대한 감조차 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천장에서 불을 깜박거리고 있는 낡은 형광등을 올려다보았다가, 창문 하나 없이 하얀색 벽으로 둘러싸인 방을 두리번거렸다.
이내 구석의 문을 발견한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그 곳으로 다가갔다. 예상대로 문은 잠겨 있었다. 나는 꽤 단단한 문고리를 힘껏 잡아당겨보았다. 꼼짝도 않는 문고리를 덜컥거리면서 계속해서 살려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문은 열릴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고, 심지어 작은 인기척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이 좁은 방에 명백하게 갇힌 것이었다.
갑자기 온 몸을 덮쳐오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몸이 덜덜 떨리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런 때일수록 침착하자는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잠겨있는 문을 향해 몸을 힘껏 부딪히고 손으로 시끄럽게 두드렸다. 발로 힘껏 차보기도 했다.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문고리를 흔들어댔다.
얼마 후, 나는 결국 제 풀에 지쳐 문 앞에 주저앉았다.
천천히 몸을 적셔오는 한기를 느끼며 '나는 왜 잘 때 창문을 잠그지 않았는지'에 대한 후회를 곱씹었다.
그때 방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들렸다.
구두굽으로 바닥을 무겁게 짓누르는 익숙한 발걸음 소리였다. 열쇠로 문을 따는 듯, 문 밖에서 열쇠가 짤랑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천천히 열렸고 나는 굳이 그가 누군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방에 침입해 내 입을 수면마취제를 적신 거즈로 틀어막아 기절시키고 아무도 찾아오지 못할 만한 방에 가둬놓았을 사람은 단 한 사람, 한 씨 뿐이었다.
한 씨는 나를 향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문이 그의 등 뒤로 쿵하고 닫히고 그는 주머니에 열쇠꾸러미를 집어넣었다. 그는 여전히 미소를 입가에 띄운 채, 주저앉아있는 나에게로 상체를 숙였다.
" 또 보네. "
그는 무릎을 굽히고 완전히 나와 눈을 맞췄다. 그 특유의 음흉하고 의심스러운 눈빛. 그는 내가 절벽 끝까지 몰려 위태하게 서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날 의심하고 있었다. 나는 그 눈빛에 소름이 끼쳐 한 순간도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그런 나를 보며 낮게 낄낄거렸다.
" 넌 항상 누가 업어가도 모를만큼 깊게 잠들었었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지. 나 참, 거둬줘서 감사하다고 절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중 스파이짓으로 날 감쪽같이 속이니까 잠이 그렇게도 잘 오던? "
한 씨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내게 헛웃음을 지었다.
" 대답해. 이제는 대답도 안 할 만큼 내가 우스워보여? "
그 말에 나는 잠자코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무런 감정도 스쳐지나가지 않는 고요한 내 표정에 그가 갑자기 화가 치민듯이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대답하라고. "
그가 경고라도 하듯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내게 다가왔다.
순간 뺨이 화끈해졌다. 얼얼한 고통이 한 차례 내 얼굴을 쓸고 지나갔다. 눈을 깜박거려보니 내 목은 완전히 옆으로 돌아가 있었고, 그가 씩씩거리며 자세를 바로잡고 있었다.
그는 균형을 잃을 정도로 내 뺨을 세게 때린 것이었다. 나는 점점 따가워져오는 얼굴을 한 손으로 감싸쥐면서 기울어진 고개를 바로 했다. 뺨은 점점 더 뜨겁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통증이 빨리 멎어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화를 내거나 일어서서 따질 기력조차 없었다. 그에 대해서 더 이상 실망할 거리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래도 지금껏 선은 지켜오던 그였는데, 점점 드러나는 그의 본모습은 알면 알수록 낯설었다. 내가 한때 그의 밑에서 개인비서라는 가까운 사이로 일했었다는 게 믿기 싫을만큼.
그는 한참동안이나 나를 노려보다가, 주머니를 뒤적여 빠른 손놀림으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내 뿌연 담배연기가 공중으로 흩어졌다.
가까스로 분노를 가라앉힌 그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허리에 손을 짚고 비딱하게 섰다.
" 그래, 연기가 아주 수준급이었지. 네가 방에서 나갈 때까지는 완전히 너를 믿고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아이처럼 보였고, 나에게 충실할 것 같았어. 그런데 네가 방 밖으로 나가자마자, 문이 닫히기 직전에 네가 주저앉는 게 보이더라. 그리고 괜찮냐며 묻던 남자 목소리도 들렸지. 이상하리만큼 상당히 친밀해보이는 너와 그 남자의 관계. 어딘가 확실히 미심쩍었어. 그 뒤로 냉철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이상한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더라고. 그리고 알았지, 네가 그 남자에게 쪽지를 건네주었다는 걸. 그리고 너는 이미 그들과 같은 편이었다는 것도. "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거칠게 마른 세수를 하더니 깊은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 ..내가 널 히든카드로 사용해줬잖아. 별 볼 일 없는 너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줬잖아. 비밀번호 힌트 풀면서 마치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았지? 그 정도면 된 거 아니냐. 나 아니었으면 아직도 길거리를 떠돌아다니고 있었을 고아 주제에. "
그가 이를 꽉 문 채 하는 매서운 말들이 가슴을 날카롭게 찌르는 것 같았다. 그는 내가 어린 시절을 생각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불행하게 여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절망적이던 그 시절. 그래서 부러 '고아'라는 단어를 강조해서 발음한다. 그는 과거의 나를 더욱 더 잔인하게 짓밟는다.
한 씨는 나를 지나치게 잘 알고 있다.
알싸한 담배향이 가득 들어찬 방 안 공기는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점점 더 아래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가 내 바로 앞에서 내뿜어대는 담배연기에 정신을 차릴 수도 없을 뿐더러 숨도 쉬기 힘들어졌다.
한 씨는 그런 나를 보고 씩 웃으면서 담뱃불을 발로 비벼 껐다.
그는 큼, 하고 목을 가다듬었지만 약간 갈라지는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 근데 그거 알고있냐. 지금 네가 사라진 지금, 그 자식들은 신경도 안 쓸 걸. 어차피 비밀번호는 알아냈으니 나만 찾으면 이번 사건 끝나고. 너는 이제 필요한 정보도 다 얻어냈으니 볼 일 다 끝났고. "
한 씨가 나를 가리켰다.
" 버려진 거야. 이미 잊혀진 거고. "
그가 하는 말들은 하나같이 다 듣기 싫었지만 방금 한 말은 그 중에서 가장 참기 힘들었다. 뺨을 맞고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어린 시절을 들먹이며 잔인하게 굴어도 어떻게든 버텨냈었는데, 이번에는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맺히는 게 느껴졌다. 입술을 있는 힘껏 깨물고 눈물을 참으려고 애썼다.
눈치채지 못하게 뒤에서 묵묵히 챙겨주던 그들과 과분하게 느껴질만큼 좋았던 그 곳에서의 생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금방이라도 떠오를 것 같은 익숙한 집 안 구조와 곳곳에 배긴 친숙한 냄새들. 절대 깨어지지 않을 것 같은 믿음으로 단단해보이던 그 시간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나와 완전히 멀어져버린, 하지만 언젠가는 곁을 떠났어야 할 사람들.
" 혹시나 놈들이 널 찾으러 올 거라는 생각은 마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사 찾으러 온다고 해도 여기는 상상도 못할 장소거든. 몰랐겠지만 여기, 금고가 있는 건물 지하 벙커야. 이 장소는 아는 사람이 나밖에 없을 걸. "
그는 방 안을 둘러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건물에서 비서 일을 오랫동안 하며 건물 구조는 눈 감고도 돌아다닐 수 있을만큼 달달 외웠다고 생각했는데,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제 상황은 점점 더 절망적으로 치닫고 있었다. 보나마나 어마어마하게 넓을 지하 벙커의 구석진 작은 방에 갇힌 나를 누가 무슨 수로 찾아내겠는가. 이보다 더한 위기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더 극한의 위기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한 씨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면서 천천히 문 쪽으로 몸을 틀어 걸어갔다.
" 놈들이 오기 전에 금고를 가지러 올라갈거다. 금고 안에 들어있는 그쪽 조직 기밀문서는 들고 튀어야겠지. 그리고 너는.. "
한 씨가 말을 멈추고 기분 나쁜 웃음을 지었다.
" 이중 스파이짓한 대가를 치러야지. "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한 씨는 야속하게도 문 잠그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꼼꼼하게 열쇠로 문단속을 한 뒤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그가 떠난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하도 세게 깨물어 비릿한 피 맛이 도는 입술을 손등으로 닦아냈다.
나는 벽에 다시 몸을 기댔다. 계속해서 으슬으슬 몸이 떨려왔지만 나는 개의치않았다. 이제는 한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힘없이 가만히 앉아서 할 것이라고는 그저 앞으로 있을 끔찍한 일을 상상하는 것뿐이었다.
이중 스파이짓을 한 대가라니, 지금까지의 한 씨의 행동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결코 가벼운 형벌은 아닐 것이다.
대답을 않고 잠자코 그를 올려다봤다는 이유만으로 뺨을 후려쳤던 그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검은 마스크를 낀 채 금고를 가지러 이 곳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어떻게 되어있을까. 금고는 있던 자리에서 감쪽같이 없어져있고, 나는 그들의 바로 밑 지하에서 험한 꼴을 당해 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맞는 건 아닐까. 그런 나를 발견해줄 사람도 없는데 나는 그럼 어떻게 될까.
온갖 무서운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이런 비참하고 더 이상 불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죽음이 무섭긴 한가보구나. 나는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애써 웃었다.
잡혀오기 전에 윤기 얼굴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었다면, 그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그들이 정말로 나를 사건의 단서쯤으로 여겼었더라도, 나를 잊는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 그때의 나는 정말 행복했었으니까. 그렇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 꿈같은 생활은 처음이었으니까. 혹시나 거짓이었대도 그들은 내게 더없이 진심으로 대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 것을 누릴 수 있었으니까.
괜찮다, 그거면 됐다.
잊혀진대도, 버려진대도 상관없다.
비록 너무 짧았지만 나한테는 과분할 만큼 넘치고 넘쳤었기 때문에.
정신이 점점 아득해져왔다. 나는 눈 앞에서 흐려져가는 텅 빈 천장을 보면서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 숨의 끝에는, 의아하게도 소리가 있었다.
탕-.
몇 번을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소리가 있다. 귀가 곧바로 먹먹해지면서 머리가 어찔해지는 날카로운 마찰음. 이제는 담배연기보다 더욱 고약한 화약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는 아득해지는 정신의 끝자락을 바로잡고 눈을 떴다. 가장 처음으로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차는 것은 떨어져나간 문고리였다. 그렇게 덜컹거려도 열리지않던 문고리가 내 앞에 떨어져 있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났는지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다시 한 번 그것을 똑바로 보았다.
총알이 박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문고리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문 쪽을 확인했다. 천천히 열리는 문 틈 사이로, 한 씨의 등 뒤에 총구를 갖다대고 있는 윤기가 보인다. 그의 뒤로 검은 마스크를 낀 익숙한 얼굴들이 들어오고 모두들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 한 씨 좀 맡아봐. "
윤기의 말에 정국과 태형이 한 씨의 양팔을 잡고 그에게 총구를 겨눈다.
윤기가 얼굴을 살짝 찡그린 채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내게 걸어왔다.
" 한참 찾았잖아. "
" ..... "
"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 다쳐도 내가 다쳐야지, 왜 네가 다쳐. "
꽤 놀란 듯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상처를 살피는 윤기였다. 왜인지 새롭게 느껴지는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기도 했다. 윤기가 시선을 옮겨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 ..뭐야, 여긴 또 왜 이렇게 부었어? "
자못 심각하게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조심스럽게 뺨을 어루만지는 윤기가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살짝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진짜가 맞긴 한 건지, 그의 단단한 어깨가 손 끝에 닿았다 떨어졌다.
윤기는 그런 나를 한참 쳐다보다가 내 어깨에 팔을 둘러 살짝 안았다. 혹시나 꽉 껴안으면 내 상처가 눌려 아파할까 봐 가볍게 나를 품에 들였다. 그 순간 누군가에 완전히 의지해서 안겨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안심이 되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정감이 밀려왔고 나는 그 속에 푹 잠겨들었다.
" 그래도 다행이다, 여기 있어줘서. 걱정 많이 했는데. "
"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
윤기가 대답하려고 입을 떼는 순간 한 씨 옆에서 태형이 먼저 선수를 쳤다.
" 내가 뭐랬어, 우리 최정예팀이랬잖아. 여기 찾는거야 거뜬하지. "
급격히 표정이 굳어가는 한 씨를 아는지 모르는지, 태형이 특유의 개구진 웃음을 지으면서 주먹을 들어보였다. 나 또한 주먹을 들어보이면서 마주보며 웃었다.
나는 잊혀지지 않았구나. 버려지지 않았구나.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아, 진짜 말도 안 나올 만큼 행복하다.
호석과 석진이 힘을 합쳐 금고를 들어올렸다. 무게가 상당한 듯 꽤 힘겨워보이는 모습이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야 금고가 완전하게 들어올려졌다.
틈 사이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금고가 마침내 틈 밖으로 나오는 순간이었다.
" H, I, D.. "
" 철자 안 불러줘도 돼, 나도 알고 있어. "
남준이 금고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옆에서 철자를 불러주던 정국이 성가신지 조그맣게 투덜거렸다. 정국이 머쓱하게 웃으며 금고를 향해 고개를 길게 뺐다. 모두들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나 또한 사장실의 회전의자에 앉아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준은 긴 손가락으로 비밀번호칸의 버튼을 차례로 꾹꾹 눌렀다. 이어지던 여섯 개의 전자음.
남준이 비밀번호 HIDDEN을 모두 누른 후 뒤를 돌아봤다.
" 뭐야, 안 열리는데? "
비밀번호칸만 뚫어져라 쳐다보던 그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그대로 얼어붙었다. 당최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전혀 모르겠다는 얼굴들이었다. 나는 어휴, 하고 웃으면서 회전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비밀번호칸에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 비밀번호 누른 다음에 이 버튼 세 번 눌러야 열린댔어요. "
버튼은 오랜 시간 눌러지지 않아서 조금 뻑뻑했다. 나는 힘주어 버튼을 눌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금고에서 날카로운 전자음소리가 났다. 조심스럽게 금고 손잡이를 돌리자 굳게 닫혀있던 금고의 문이 열렸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면서 하이파이브를 했다. 나는 금고 안에 손을 넣어 서류를 꺼냈다. 두꺼운 종이묶음이 들려나왔다.
윤기가 서류를 건네받아 종이들을 넘겨보면서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 맞아, 우리 쪽 기밀문서. 원본인 것도 확실하고. "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생각해보니 조금 어이가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저 서류들이 뭐라고 그동안 그렇게 야단이었는지. 저것 때문에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당장 찢어놓아도 시원찮을 것 같았다.
" 그쪽 보스한테 다시는 누가 빼돌리지 못하게 제발 좀 꽁꽁 숨겨두라고 하세요. "
내가 불퉁한 표정으로 말하자 윤기가 알겠다며 소리없이 웃었다.
딱 일주일만의 일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기간 맞춰 한 씨 건을 마무리하고 온 우리 앞에는 보스의 방으로 들어가는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한 씨 사건만 해결하면 앞으로의 일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것이고, 나에 대한 대우도 달라질 것이라는 보스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이제 그의 방으로 들어갈 때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사건 해결이라는 좋은 소식을 들고 감은 물론이고, 내 등 뒤에는 이제 믿어 의심치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래서 두렵지 않았다.
역시나 또 오랜만입니다ㅠㅠㅠ평일엔 아무리 짬을 내도 잘 못 오게 되네요
여러분.. 아쉽게도 다음 편이 마지막 화가 될 것 같아요 으아ㅏ아앙ㅇ
대신 다음 편은 빠르게 들고 오도록 할게요ㅠ^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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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지금까지 이해 안 되셨던 부분 있으시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ㅎㅎㅎ
그럼 11화에서 봅시다! 아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