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라는 나라에서 딸로 태어난 나는 후계를 이어야만 한다는 이유로 사내인 척 살아야했다. 그럼에도 상관없었다. 내가 진짜 남자가 아니어도, 여자인 것을 숨겨야 하는 것도. 그러나 그대를 만나고 내가 남자가 아닌게, 하다못해 같은 여인으로서 친구가 될 수 없다는게 슬펐다. 내가 남자였다면 그대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을텐데. 내가 여자로서 살 수 있었다면 그대와 친구가 되었을텐데. "오늘도 여기에 계십니까? 나리." "아아..좋은 밤이지 않느냐."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늘 기방에 찾아와 그대와 시간을 보내는게 내 삶의 낙이었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버님의 명으로 분가의 여인과 결혼하고, 사대부로서 기방에 자주 드나드는건 보기 좋은 일이 아니라며 가지 못하게 된지 1년여 정도가 지났을 때 그대를 다시 만났다. 그것도 원치 않는 만남을. "여인들끼리 사랑이라니요! 이는 유교적 사상에 어긋나옵나이다!" "그 여인들을 당장 죽여야 합니다!" 그대의 옆에 있는 여인이 내가 아니라는게, 내가 아닌 그녀를 애틋하게 쳐다보는 그 모습을 참지 못했다. 그래서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않았다. 처형장에 끌려가면서도 내게 부디 그 여인만큼은 살려달라 간청하는 목소리를 무시했다. "죄인 황미영 권유리는 종묘사직을 어지럽게 하였고, 유교적 사상을 무시하였음으로 사약을 받들라!"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약을 먹은 그녀들은 그대로 죽었고, 그 시신이 치워지고 대신들이 혀를 차며 그녀들을 욕보여도 움직일 수 없었다. 모든게 다 내 잘못이었으니까. 내가 용기 내지 못했기에 그녀가 죽은거다. 내가 심술을 부리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살 수 있었을테니까. 버려진 그녀들의 시신을 수습해 땅에 묻은 나는 그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겨우 사과의 말을 내뱉은 나는 그대로 도망쳤고, 죽는 날까지 그 곳을 찾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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