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남자들이 수상하다
作 해봄
2 장 : 어디에서 왔는지
쪼르륵- 컵에 꽂아둔 빨대를 타고 온 아이스티가 입안에 가득 찼다. 여기에 온 지 얼마나 됐더라. 이 진부한 레퍼토리를 내가 언제까지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거지? 오래간만에 전화가 와서는 맛있는 걸 사주겠다며 만나자 하기에 혹해서 나왔더니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소연하듯 털어놓는 친구의 이야기만 몇 시간째 듣고 앉아 있다. 앞에서 신나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친구를 두고 다른 생각에 잠긴 나는 지루 하디 지루한 이야기에 빨대를 잘근잘근 씹어댔다.
이 진부하고도 뻔한 레퍼토리. 너무하네 어쩌네 하면서 저렇게 싸우다가 나중에 또 화해할게 뻔했다. 으응 그래그래. 대충 고개만 끄덕여주면 거기에 또 좋다고 아까 했던 이야기들을 또다시 꺼내드니 몸이며 뭐며 늘어지는 게 당연했다.
어느새 밑바닥을 드러낸 아이스티에 뚜껑을 열어낸 나는 그 안에 담긴 얼음을 입안에 털어 넣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집에 언제 갈 수 있다고요? 눈치가 없는 건지 알면서도 모른척하는 건지 왠지 끝날 것 같지지 않은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친구 때문에 속이 탈 지경이었다. 아 난 너무 잘 속아서 탈이라니까, 만나자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너도 남자친구 사귀어보면 알겠지만 처음 연애할 때 빼고는 설렘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 볼 수가 없다니까?"
"으응"
"사람들이 권태기네 뭐네 하면서 다툴 땐 나도 몰랐지, 근데 난 지금이 권태기인 거 같아"
"으응 그래그래"
"기념일이라고 돈 왕창 썼더니 이게 뭐야."
"걔가 잘못했네"
"왠지 너 대충 듣고 있는 기분이다? 내 이야기 진지하게 듣고 있는 거 맞아?"
이 이야기도 몇 번째 들어주고 있는 건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는 못할망정 잘 듣고 있는 거 맞냐고? 참나, 네가 여기 와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내 기분 좀 느껴봐라 반복에 반복에 이러다가 무한 재생까지 하시겠어요~ 머리끝까지 차오른 인내심에 아이스 티컵을 테이블 위에 탁하고 내려놓자 놀란 친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바라보았다.
"너 어디 가?"
"집에 간다. 집에."
"뭐?"
"기념일 이야기 지금까지 한 열 번은 했을 거고, 권태기? 그것도 한 다섯 번 들었나?"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도중에 가버리는 게 어딨냐?"
"돈 때문에 그런 거면 여기다가 내려놓고 갈게. 혹시 스트레스받으면 어디가서 또 괜한 친구 잡지 말고 이걸로 먹고 싶은 거나 많이 사 먹고."
오래간만에 친구 만난다고 돈 좀 뽑아왔더니 결국 이런 곳에다가 쓰는구나.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만원 몇 장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테이블 위에서 흔들거렸다. 이래서 연락 한번 없던 애들 함부로 받아주면 안 된다니까.
"아참."
"…"
"나도 남자친구 사귀어 봤거든? 누가 보면~ 연애 한 번도 못 해본 줄 알겠네~"
다시 한번 타들어가는 속에 테이블에 내려놓았던 컵을 집어 입안에 얼음을 털어놓고 카페를 빠져나온 나는 뜨겁게 쏟아지는 광선에 팍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에라, 연애는 무슨 말은 저렇게 해도 썸만 타다 끝난 게 다다.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이다! 솔로 만세!
매일 후줄근한 옷만 입다가 만나자는 친구의 말에 예쁘게 치장하고 힐까지 신고 왔더니 걸음걸이며 뭐며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바라고 나온 건 이게 아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힐 두짝을 벗어 손가락에 걸치듯 들어 올린 나는 맨발로 길거리를 거닐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쳐다보면 뭐 어쩔 건데 내 발 아프지 너네 발 아프냐! 달궈진 아스팔트 바닥이 뜨겁긴 했지만 발 아픈 것보단 훨씬 나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편하게 입고 나올걸, 하긴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 어떻게 내 주변엔 제대로 된 친구가 없냐. 한탄 아닌 한탄을 내뱉으며 거리를 걷던 나는 못 보고 밟아버린 돌멩이에 발바닥을 짚으며 길 가장자리에 주저앉았다. 하하하 오늘 일진 정말 뭐 같네. 순식간에 더러워진 발을 부여잡으며 한숨을 푹 내 쉰 나는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잠시 눈을 감았다. 아아아 집까지 또 언제 가냐고.
"어? 탄소야(아)!"
익숙한 목소리에 감았던 눈을 뜨자 내게 손을 흔들어 보이는 박지민의 모습이 보였다. 귀찮은 것들은 가라… 혼자 있고 싶었던 나로서는 당장이라도 내쫓고 싶은 심정이 컸지만 너무 반갑게 인사해오는 터라 힘겹게 손을 들어(별로 힘들지 않았음) 지민이에게 똑같이 손을 흔들어냈다.
"여기서 뭐하고 있었으메?"
"응 아주 큰 일 치루고 있었지"
"뭔 일 있었으메? 발이…"
"아 이거 신고 오다가 발 아파서 맨발로 걸어온 것뿐이야"
"헥? 여기 여성동무들은 다 이런 가죽 신발을 신고 다니나 봄메!"
"왜? 너가 살던 고향엔 이런거 없었어?"
"없었으메 이거이… 무기 아니메?"
"어떻게 보면 무기지. 이 끝으로 콱! 찍으면 엄청 아프다?"
"헤엑…"
힐을 향한 박지민의 두 눈 속엔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귀여운 자식, 저렇게 행동하는데 내가 어떻게 의심을 안 할 수가 있겠냐고 온몸에서 '나 북한 사람입니다!'라고 외치고 다니는데. 마침 기분도 안 좋겠다. 박지민이나 확 놀려먹어볼까? 왠지 저런 반응 보니까 더 놀려주고 싶은데?
"지민아"
"응?"
"우리 친구지?"
"당연한 거 아니메?"
"그럼 친구끼리 놀러나다닐까?"
"집 가던 거 아니었으메? 발도 이렇고…"
"아이 참, 이럴 땐 그냥 알겠습니다~ 하는 거야."
"헤… 알았으메!"
첫번째, 힐 구두보다 더 큰 컬처 쇼크 느끼게 해주기. 무엇보다 이런 것들에 익숙하지 않다는 건 아직 못 보고 못 느껴본 것들이 많다는 이야기. 더 많은 걸 보다 보면 엄청난 컬처 쇼크에 빠지게 되겠지? 시커먼 내 속도 모르고 신난 아이처럼 두 눈을 반짝이는 박지민을 보니 입꼬리가 스멀스멀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겨두렴~^^ 앞으로 넌 나의 가장 재밌는 장난감이 될 테니까!
없는 돈까지 탈탈 털어가며 지민이를 데리고 간 곳은 중국집. 누가 그랬는데 북한에는 짜장면이나 탕수육 같은 것들이 없다고 (어느새 박지민을 간첩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래 남한에 왔으면 이런 거 다 느껴보고 가야지. 예상한 대로 짜장면과 탕수육이 나오자 입을 떡 벌린 체 굳어버린 박지민을 보니 또다시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가 던진 미끼들을 덥석덥석 잘도 무는구나!
"이런 거 많이 안 먹어 봤나 보네?"
"내가 살던 고향엔 이런 게 없었으메!"
"도대체 어.디에서 왔길래 이런것도 못먹어봐??"
"…"
"으응~? 아냐아냐 먹어 많이 먹어~"
동공 지진을 일으키는 박지민의 행동에 컵에 물까지 따라 건넨 나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너무 떠보면 박지민이 위협감 느끼고 피할 수도 있으니까 적당한 선에서만 놀려야지ㅎ (어느새 재미를 느끼고 있다.)
깨끗하다 못해 말끔해진 접시. 남은 건더기 하나 없이 싹 다 해치운 박지민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배를 두들겼다. 맛있게 잘 먹었어?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박지민이 환히 웃어 보였다. 다음은 또 어디로 데려갈까나~? 아 밥을 먹었으니까 이제 후식을 구경시켜줘야겠지? 잘 보아라 친구. 남한의 후식은 이 정도다!
두번째, 북한에선 볼 수 없는 서비스 느끼게 해주기.
지민이의 엄청난 문화충격을 위해 빙수집으로 데려간 나는 (북한에도 빙수는 있다.) 젊음의 기운으로 넘쳐나는 가게 안을 둘러보다가 빈자리에 착석했다. 날이 더워져서 그런지 가게 안은 사람으로 무척이나 바글거렸다. 빙수 나오려면 시간 꽤 걸리겠네.
"주문 하시겠어요?"
주문벨에 충격, 그 소리에 달려온 아르바이트생에 충격. 온갖 것들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듯한 박지민의 표정이 꽤나 봐줄만했다. 이건 아직 아무것도 아니지 이따가 빙수 나오면 더 크게 놀랄 거란다. 친구들과 왔을 때 자주 시킨 빙수를 주문한 후 몇 분이 지나고 나서야 나온 빙수는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쁜 모양을 뽐내고 있었다.
"이거 참말로 먹어도 되는거 맞으메?"
"여기선 이런거 많이 먹는데"
"우린 돈 많은 사람 아니면 못먹디…"
"도대체 어디서 온거야 너?"
"그건 아까부터 왜 자꾸 묻는기야…"
"아냐~ 먹어~"
이번 건 나 좀 당황할 뻔. 표정을 굳히고 저렇게 대답하는데 순간 무서웠다. 내가 너무 직접적으로 물었나? 빙수까지 해치운 박지민이 다시 웃어 보이긴 했지만 한 번만 더 했다간 왠지 화낼 것 같은 기분. 계산 후 다시 거리로 빠져나오니 아까의 뜨거운 광선은 어디 가고 조금은 사그라든 햇빛이 거리를 쪼이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이번까지만 놀리고 집에나 가야겠다. 마지막 코스는 어디 가 좋을까… 어디로 데리고 갈까 곰곰이 생각하며 거리를 걷던 나는 반짝이는 네온사인 앞에서 멈춰 섰다.
세번째, 취중진담 노리기.
배가 부르다며 투덜거리는 박지민의 팔을 끌고 억지로 자리에 착석시킨 나는 온갖 술이며 술들은 잔뜩 시켜놓고 박지민에게 마구 퍼주기 시작했다. 잔이 비면 따르고 따르고 또 따르고. (속이 시커멓다 못해 썩었다. 썩었어.)
"탄소야아 나 진짜 그만 마시고 싶지비이…"
그러다 보니 어느새 병은 쌓이고 또 쌓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나의 행동에 그만 마시고 싶다며 중얼거리는 박지민은 거의 울 지경이었다. 흫 네가 취해야 내가 증거를 얻을 수가 있단 말이지. 으으 쓰다 써, 안주를 입안에 넣고 씹어대던 나는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박지민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에 빈잔을 쥐여주었다. (이건 거의 뭐 고문 수준.)
"탄소야아…"
"에이~ 마지막 따아악! 한 잔만"
"윤기동지이 기다릴텐데에…"
"지인짜로 이거 한번만 마시고 응?응?"
"그만마시는게 좋을 것같지비. 탄소 너 지금 좀 이상하메…"
"뭐가 응~?"
"얼굴이 홍당무같은것이 꼭 술에 취한 사람 같디…"
"어어 그럴리가 없는데에"
"아니메 참말이메 얼굴에서 열도 남메"
나의 양쪽 볼에 손을 가져다 대는 박지민의 행동에 술기운으로 후끈해진 온몸에서 더 열이 오르는 기분이었다. 헣 뭐야 나 진짜 취했나. 약간 알딸딸한 것 같기도 하고. (박지민이 말해주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음) 술기운에 풀어진 눈을 한 나와는 달리 꽤나 멀쩡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박지민의 모습에 패배를 인정한 나는 여기서 박지민 놀리기는 관두기로 했다. 이번 건 내가 졌다. 졌어. 저 녀석 생각보다 술이 너무 센 녀석이었어… 이제 그만 갑세. 더 먹었다간 정말로 쓰러질 것 같기에 서로를 들춰매고 비틀거리며 주점을 빠져나온 우리들은 어두컴컴해진 거리를 거닐기 시작했다. 다음부턴 이 방법 절대 안 써야겠다. 아니 쓰더라도 난 술은 절~대 마시지 말아야겠다.
옆집 남자들이 수상하다
짐나~ 짐나~ 내가 노래 불러 줄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박지민이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응원가니 뭐니 하면서 나름대로 박지민을 위한 곡을 선정하여 노래를 부르자 부끄러운 듯 고개를 눌러 숙인 박지민이 자꾸만 흘러내리는 나를 다시 고쳐맸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가안다~"
"탄소야(아) 시간이 늦었쓰메. 조용히 하는게 좋을것같디…"
"어허! 어디!"
"…"
"이럴땐 고맙습니다하고 들어주는거야 알간?"
어쭈 이게 하라는 대답은 안 하고 웃고만 있네, 왠지 나를 비웃는 것만 같은 미소에 (피해 망상증인가?) 헤드락을 걸듯 목을 잡아당기자 아픈 듯 팔을 두드리던 박지민이 나의 팔 사이에서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어디 한번 빠져나가보시지! 내가 이래봐도 힘은 좋다 이거야. 빠져나가려 빙글빙글 도는 박지민의 모습이 왜인지 엄청나게 웃기게 느껴지자 못 빠져나가게 눌러대던 팔 힘이 서서히 풀려나는 것만 같았다.
물론 박지민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나를 살짝 밀쳐내어 빠져나오긴 했지만 그 살짝이 술 취한 나에겐 어찌나 세게 느껴지던지. 익숙하지 않은 힐도 힐이지만 술기운 때문에 중심을 잃은 나는 비틀대며 한 곳으로 몸이 기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어!"
놀란건 나뿐만이 아닌 박지민도 마찬가지였다. 하, 세상아 안녕. (넘어진다고 죽진 않는다는 거 나도 안다.) 시멘트 바닥과 맞 부딪히는 고통을 예상하며 눈을 질끔 감은 나는 시멘트 바닥이 아닌 무언가에 부딪히는 느낌에 재빨리 두 눈을 떠 보였다.
"헤에에?"
"…"
왓더 이건 무슨. 시멘트 바닥도 아니고 그렇다고 박지민도 아닌 민윤기가 여기에 왜 서있담? 아 여기 집 앞이구나… 벌써 도착… 아니 이게 아니라. 몽롱하던 정신이 갑자기 멀쩡해지는 기분에 재빨리 그에게서 몸을 떼어낸 나는 왠지 무서운 그의 눈빛에 슬금슬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 형님 어찌 나와 계십네까?"
"음…지민아? 우리 내일 보는게 좋을 것같아."
"응?"
"하하하, 내일 보자. 안녕히 계세…"
"어딜 내빼"
이런 개새… 당연히 민윤기가 쉽게 보내줄 리가 없었다. 하 망했다. 진짜 진짜 엮이기 싫은 게 민윤기인데… (왠지 그가 내 일을 망칠 것만 같았다. 민윤기라면 내가 뭔 짓을 하고 있는지 금방 꿰뚫을 것만 같은 기분?) 슬금슬금 옮기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원위치로 돌아온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해댔지만 민윤기에게 변명이 먹혀들어갈 리가 없었다.
"형니임 너무 혼내지 마시어요. 제가 데리고 간겁네다."
"왜."
"고거이… 거리에서 만났는디 기분이 울쩍해보여서이…"
"할 일만 하고 돌아오라고 했을텐데"
"…죄송합네다."
"보는 눈 많아지면 그땐 어떻게 책임질거지?"
"다음부턴 조심하겠습네다…"
헤엑… 우리 지민이 표정 안 좋아진 것 좀 보소 (왠지 맴찢. 언제부터 우리 지민이었다고.) 거짓말로 나를 감싸주다 오히려 혼 나버린 박지민을 바라보던 나는 시무룩해진 그의 표정에 왠지 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이러려고 박지민 데리고 장난친 건 아니었는데.
들어가 있어. 민윤기의 말에 내게 눈인사를 건넨 박지민의 표정은 여전히 시무룩해 보였다. 그냥 가야 한다고 할 때 보내줄걸 그랬나. 그냥 내가 잡아놨다고 사실대로 말하지… 쓸데없이 착해서는. (어느새 죄책감 느끼고 있음…)
"넌 여기 있어라."
헐 나 가려고 그러는 거 어떻게 알았담. 슬금슬금 발을 움직이던 나의 팔목을 붙잡은 민윤기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눈치 백단이다. 귀신이 따로 없네. 괜히 민윤기한테 깝죽거렸다간 나만 바보 되겠군ㅎ
"저기요 저 지금 되게되게 피곤한데…"
음 저 표정은 마치 '어쩌라는 거지?'라는 뜻을 담고 있을 것 같은 표정이군. 하아 제가 잘못했어요 저 좀 보내주세요. 왜 나를 이렇게 붙잡아 두는 건 진 모르겠지만 제가 죽을죄 지은 것 같아요. 지민이는 보내주면서 왜 난 안 보내 주는 겁니까… 민윤기와 나만이 서 있는 이곳에 흐르는 어색하고도 불편한 (나만 어색하고 불편한) 적막은 내가 할 말이 있냐고 묻기 전까진 끊이지 않았다. 내가 이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면 그는 여전히 매서운 눈으로 날 여기저기 뜯어보고 있었겠지.
"하,할말 있어요?"
"왜 쫓아다니냐?"
"에?"
"너 지금 쟤 쫓아 다니는 거잖아"
"뭔 소리에요"
"쟤 앞에 다신 얼씬 거리지마라."
"에?"
"너가 뭔 짓 하려는지 다 아니까 수작 부리지 말라고."
"그게 무슨…"
"우린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너가 끼어들면 곤란하잖아."
헐 뭐야 내가 박지민 떠보려는 거 들킨 건가? 만약 진짜 그런 뜻을 가지고 한 말이라면 저건 진짜 사람이 아니라 귀신일지도 모른다. 놀라움에 그 잘하던 표정관리까지 되질 않으니 민윤기는 더욱더 날 의심하겠지? 내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는 박지민을 의심하는 것처럼 민윤기의 눈에도 내가 박지민처럼 어딘가 허술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만약 그 약점이 잡히게 된다면 7억이고 뭐고… 아 안돼 안돼 이 어떻게 해서든 자연스럽게 행동해야 돼. 미묘하게 굳어진 입꼬리를 다시 올리고 경직된 몸을 풀어낸 나는 아무 말도 안 들었다는 듯 행동하기 시작했다.
"전 진짜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는데요?"
"이게 어디서 변명질이야."
"이만 가볼게요 아까 말했듯이 전 너무너무 피곤해서요~"
"야 어디 가 딱 서라."
"안녕히 계세요!"
야! 어디 가! 나를 향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도 뛰어들어온 나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내뱉으며 문까지 꼭꼭 걸어 잠갔다. 으아악 죽는 줄 알았네, 민윤기 때문에 이미 술은 깬지 오래요. 덕분에 열심히 뛰어오긴 했지만 괜히 힐을 신은 발이 욱신대는 게 아파왔다.
말투 때문에 간첩이 아닐 것 같이 보이면서도 제일 수상해 보이는 민윤기. 어쩌면 앞으로 그는 내게 박지민을 지켜보는 데에 가장 큰 걸림돌이며 장애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난 이때까진 몰랐다. 아니, 불안한 예감을 느꼈어도 그냥 넘어갔다. 하지만 혼자 생각했던 것들이 실현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나에게 장애물이 생긴 건 이때부터였다.
그 시각 옆집은? |
"야 박지민"
"에?"
"아니 뭐 궁금해서 묻는건 아니고, 오늘 둘이 뭐 했냐?"
"??" (묻는 의도를 모르겠음)
"아니다. 잠이나 자라."
(왜 저러시지…) |
옆집 남자가 수상하다 |
저 진짜 1편 댓글보고 깜짝 놀랐어요.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ㅠㅠㅠ 제 글이 뭐라고 이렇게 댓글까지 달아주시고. 윤기랑 지민이도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유ㅠㅠ 암호닉 신청 계속 받을게요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아 독방에서 글 추천해 주신분 누군진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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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호 닉
ㄱ : 까꿍이 꽁꽁 꽃진 꿀침빵 뀨기
ㄴ : 나의별
ㄷ : 다름 됼됼
ㄹ : 룬
ㅁ : 모찌한찌민
ㅂ : 박지민다리털 반달 밤이죠아 복숭아꽃 봄이든 빗 백설탕 빡찌 빰빠
ㅅ : 서영 숩숩이 슙스 슈가소리 샛별
ㅇ : 에너지바 연이 열우봉 우와탄 윤기윤기 은봄
ㅈ : 정국모의고사 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 짐니야 짐니예뻐
ㅊ : 차차차
ㅍ : 푸름
ㅎ : 하얀레몬, 현, 흰찹쌀
6 : 616
C: chouchou
R : Remiel
감사합네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