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여주야? 동영이가 못생겼댔는데 완전 귀여운데?"
그 때부터였지 내 콩깍지가.
쨌든, 내가 재현오빠를 친 오빠처럼 생각하고 따라다녔음. 김동영 보다 더 오빠로 생각하고 따라다녀서 재현오빠 부모님도 우리 엄마아빠도 다 내가 재현오빠 동생같다고 했었고 재현오빠도 귀엽다 귀엽다 하면서 손 꼭 잡고 데리고 다녔음.
"땅콩 샌드위치 어때?"
"김동영 너는 진짜 쓰레기다 네 동생 땅콩 알러지 있는거 알면서 그지랄?"
"그래- 너 여주한테 왜 그래. 그럼 여주가 땅콩 식빵은 어때?'
"재현오빠 마저... 실망이다 진짜"
자주 우리집에서 자고 가서 같이 마트장도 자주 보러다녔음.
"조금 더 붙어봐!!!! 둘이 왜 이렇게 떨어져있어? 김동영 여주한테 어깨동무도 좀 해보라니까?'
엄마아빠가 바빠서 내 중학교 졸업식도 못왔을 때, 김동영이 정재현까지 끌고 오전에 잠깐 옆학교였던 우리 학교 들러서 내 졸업식도 왔었음.
"야 이게 최선이다 김여주랑은 이 거리가 딱이야. 정재현 그러고 있지 말고 너도 와서 같이 찍어"
"찍어줄 사람이 없잖아. 내가 찍을게"
굳이 괜찮다는 재현오빠랑 어떻게든 한 컷 찍고 싶으니까 옆에 지나가던 사람 붙잡고 제발 한번만 찍어달라고 애원해서 나랑 재현오빠랑 김동영이랑 셋이서 졸업사진도 같이 찍었음. 이게 내 부적이자 보물이었음. 내가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재현오빠랑 김동영이 고등학교를 졸업했음. 물론 그때도 졸업사진을 같이 찍었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날.
드디어 나는 망설였던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음.
이제 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이다 이거야. 재현오빠가 나 졸업하기까지 군대도 다녀왔고 주변에 여자친구 없다는 소식도 들었고 이제 본격적으로 오빠가 대학생활을 시작하면 안 그래도 인기 많은데 예쁜 여자들한테 고백도 많이 받을 것 같으니까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한 거지.
기회는 이때뿐이라고 생각했음. 졸업하는 날 눈도 펑펑 쏟아지고 차이더라도 나는 이제 대학교 다니면서 자취할거니까 우리 집에 놀러오더라도 마주칠 일 없을테니까.
"졸업 축하해. 여주야"
변함 없이 잘생겼었음. 군대 다녀오면서 머리 박박 깎았던 때와는 다르게 내 졸업식이라고 정장까지 딱 갖춰 입고 와서는 꽃다발을 건내주는 그 모습이. 진짜 너무 잘생겨서 주변에서 웅성웅성 거리며 쳐다볼 정도였으니까. 꽃다발이라고는 없이 어쩌라고 라는 식으로 쳐다보는 김동영과 달랐지.
"축하해줘서 고마워! 그... 오빠 있잖아"
"응"
김동영이 둘러매고 있던 목도리를 벗겨서 내 목에 둘러주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재현오빠에게 눈 딱감고 소리 질렀음.
"나 오빠 좋아해!!!"
정- 적
진짜 너무 큰 소리에 순간적으로 주변에 정적이 흘렀음. 김동영도 정재현도 당황스러움으로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목도리로 얼굴을 감췄음.
그 순간 "푸..하! 하하하!!!!!아하핰!!!!!" 김동영이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음.
"김여주 . 진짜 존나 웃기네 아하하!!!! 정재현 김여주가 너 좋아한다는데?!!!"
김동영의 웃음소리에도 재현오빠가 목도리를 마저 둘러주더니 내 머리를 살포시 눌렀음.
"여주야. 나 같은 사람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나는 여주가 동영이 동생이기도 하고 너무 친해서 이 관계를 잃고 싶진 않아.
게다가 이제 20살인데 대학교 들어가면 오빠보다 더 좋은 사람 많을텐데 20살 나이에 맞는 동기들도 만나보고 더 많은 사람들 만나보고 좋아했으면 좋겠어.
절대 여주가 너가 싫어서 그런게 아니고 너무 소중한 동생이라서 더 좋은 사람 많이 만나봤으면 좋겠어서 그래.
나 좋아해줘서 정말 고마워 여주야"
난 차여도 괜찮을 것 같았음. 중학교 시절부터 꿈꿔왔던 고백이었고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건 아니었음. 진짜 수백번 연습하고 수백번 차일 수 있다 생각하며 감정 컨트롤 잘 하려고 노력했는데 실제로 오빠한테 듣는 말이 이렇게 아플 줄 몰랐지 진짜 눈물만 뚝뚝 흘리면서 꽃다발 들고 그렇게 학교를 뛰쳐 나왔음.
괜찮냐고 묻지마라 안 괜찮았으니까
집에 와서 미친듯이 울었음. 날 동생으로만 보고 있던거 아는데 막상 좋아하는 사람한테 들으니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김여주 괜찮냐? 어?? 정재현이 너 걱정하는데"
"꺼져!!!!!!!!!!!!!!!!!!"
문 앞에서 괜찮냐고 무미건조하게 물어보는 김동영을 끝으로 내가 고백했던 그 졸업식날은 악몽이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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