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윤종신 - 말꼬리 (Feat. 정준일 Of Mate)
Ⅱ |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활짝 걷어진 커튼 사이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왔다. 조금은 흐린 하늘 구름 사이로 새어나오는 햇빛이 어제와 같이 거실 곳곳을 비췄다. 그런 빛의 따스함은 닿지 않는 듯 차갑기만 한 거실 한 쪽에 놓인 소파에서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누워있던 우현이 몸을 뒤척였다. 등받이 쪽으로 향해 누워 있다가 몸을 반대쪽으로 돌린 우현은 저를 비추는 빛에 살짝 움찔거리고는 슬며시 눈을 떴다. 갑자기 시야에 빛이 들어와 잘 잡히지 않는 초점에 몇 번 눈을 깜박인 우현이 이내 제가 어제처럼 소파에 누워 잤다는 것을 깨닫고는 몸을 일으켰다. 이틀 연속 불편한 옷을 입은 채로 불편한 자세로 잠을 잤더니 뻐근한 어깨와 목을 주먹으로 톡톡 몇 번 두들기며 한숨을 쉬었다. 아침 10시를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바라보던 우현이 왠지 모르게 무겁기만 한 두 눈을 꾸꾸 누르며 제 앞에 있는 테이블로 눈길을 돌렸다.
"아……."
아무도 닦아주는 사람이 없어 먼지가 쌓인 것을 빼고는 깨끗하기만 했던 테이블이 온갖 물건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어제 성규의 편지를 보고 울다 욱하는 마음에 상자 안의 물건들을 모두 던져 버렸던 게 기억났다. 그리고 다시 울다 지쳐 잠이 들어버렸던가. 성규의 물건들과 함께 바닥에 뒹굴고 있는 앨범과 편지를 보다 눈을 돌린 우현이 애써 이곳저곳 널브러진 물건들을 외면하고는 방안으로 들어가 갈아입을 옷가지를 가지고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제야 제 몸을 감싸고 있던 갑갑한 정장을 벗어던진 우현이 샤워기 앞에서 물줄기를 맞았다. 화장실로 들어오며 전원을 킨 보일러 덕문에 따뜻한 물이 우현의 몸을 적셨다. 하지만 이내 제 주위로 피어오르는 수증기에 갑갑해진 우현이 찬물이 나오도록 수도꼭지를 돌렸다. 시리도록 차가운 물이 제 몸을 적시자 그제야 갑갑한 마음이 조금 풀리는 듯 한 느낌이 든 우현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남우현! 내가 찬물로 목욕하지 말라고 했지! 감기 걸린다고!'
갑자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잠시 감았던 눈을 뜬 우현이 천천히 화장실 문 쪽을 바라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괜히 드는 이상한 느낌에 샤워기를 끈 우현이 천천히 다시 따뜻한 물 쪽으로 돌려 물을 틀었다. 금세 차가워진 제 몸을 적시는 따뜻한 물을 맞으며 여전히 아무도 없는 화장실 문 쪽을 바라봤다.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리며 나온 우현이 조금 전보다 훨씬 어두워진 듯 한 거실을 보고는 베란다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오래 화장실에 있었나. 고개를 갸우뚱한 우현이 거실 불을 키려 전등 스위치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툭-
스위치 앞에 다 달아 무언가 제 발에 차이는 느낌에 불을 키고는 고개를 숙여 물건을 주우려 팔을 뻗은 우현이 제 눈앞에 보이는 물건에 동작을 멈췄다. 하늘색의 연필꽂이. 말하지 않아도 주인이 누구인지 뻔히 보이는 물건을 천천히 주워든 우현이 그제야 일부러 시선을 두지 않았던, 이곳저곳 널브러진 성규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성규가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던 하늘색의 필통도, 책상 위에 놓아두던 하늘색의 펜과 연필들도, 가끔 피곤하다며 제 차에서 덮고 자던 담요도, 모두, 우현의 거실을 덮고 있었다.
'하늘색은 소중하다구! 좀 조심히 다뤄봐, 우현아. 응?'
"씨발……."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손으로 감싼 우현이 여전히 어지럽혀져있는 거실을 바라봤다. 하늘색 연필꽂이가 들려있는 손에 힘을 준 우현이 차근차근 제 앞에 놓여있는 물건부터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겨우 모든 물건을 정리해 구석에 쳐 박혀있던 상자에 다시 넣은 우현이 상자를 들어 제 방으로 들어왔다. 커튼까지 굳게 쳐있어 거실보다 더 어두운 방에 스위치를 눌러 형광들을 킨 우현이 자신의 책상 밑에 상자를 내려놓았다. 먹먹해지는 가슴을 두어 번 툭툭 두드린 우현은 애잔한 눈빛으로 상자를 바라보았다. 다시 눈물이 차오를 것 같은 느낌에 재빨리 눈길을 거두고 쭈그려 앉았던 자세에서 일어난 우현이 한숨을 쉬고는 책상위로 시선을 돌렸다. 제 기억속의 성규의 책상과는 다르게 형형색색의 펜들이 놓여있는 제 책상에 괜히 피식, 웃은 우현의 눈에 한쪽구석에 자리 잡은 사진이 들어왔다. 성규와 제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유난히도 사진 찍는 것을 부끄러워했던 성규가 사귄지 1년이 되는 날은 유난히 들떠하며 어딜 가던 셀카를 찍어댔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인화해 액자에 넣어 놨었는데.
"…하여튼. 김성규, 순 제멋대로라니까."
옛날도, 지금도. 뒷말을 삼킨 우현이 책상 위에 놓여있던 액자를 집어 들었다.
"성, 규야,"
네가 내 옆에서 떠난 지 5일째가 되는 날이야. 지금 네가 있는 곳은 어때? 하늘에 있으니까, 주변이 다 하늘색이라, 행복하니?
"성규야,"
오늘 네 물건을 정리했어. 어제 성질부린 건 미안. 근데, 저걸 네 부탁대로 버릴 수 있을까, 내가? 오늘도 몇 번이고 네 목소리가 들려와서 죽는 줄 알았는데.
"…사랑해."
너도, 아직은, 그렇지? 입술을 꾹 깨문 우현이 흐려지는 시야에 눈을 감았다. 밖에서 내리던 빗방울이 굵어졌다. |
안녕? 오랜만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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