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민은 예뻤다
여덟 번째 이야기
w. 마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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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기다려봐. 애들한테 얘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아... 혼자 사는 거 아니지?"
"하... 밖에서 잠깐만 기다려"
박지민의 손에 이끌려 택시를 타고 어느 정도 갔을까, 익숙한 높은 건물이 보였다. 우리 집도 크지만 이런 아파트는 익숙치 않기에 봐도봐도 신기했다. 화려한 아파트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현관 앞에 도착하자 박지민은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괜히 왔나. 생각해보니 박지민 혼자 사는 집이 아니라 전정국도 같이 살고 그... 이상한 다른 남자도 같이 살았었는데 내가 너무 섣부르게 판단한 건 아닐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현관문이 벌컥 열리고 박지민이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많이 기다렸어? 미안... 전정국 좀 설득시키느라"
"아... 역시 불편하겠지... 언니 나 그냥 갈ㄱ"
"갈 곳도 없는데 여자애가 혼자 어딜 가. 들어와"
박지민이 내 팔을 잡고 다짜고짜 집 안으로 끌어당겼다. 이 언니는 예전부터 느낀 건데 참 힘이 세단 말이지. 박지민의 손에 이끌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쇼파에 앉아 조금 심각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전정국과 나와 방금 자다 일어난 듯한 김태형이 하품을 하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박지민에게 이 집에 오게 해달라고 부탁한 내 자신을 자책하며 주춤주춤 안쪽으로 들어갔다. 박지민은 우물쭈물하는 내가 답답했는지 나를 끌고 성큼성큼 전정국과 김태형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나와 마주친 전정국의 표정이 점점 더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박지민도 전정국의 안좋은 표정을 눈치 챘는지 눈빛으로 전정국에게 눈치를 주는 것이 보였다.
"박지민 미쳤어?"
"야...! 전정국 어쩔 수 없잖아"
"...쟤를 여기 왜 데리고 오냐고!"
"내가 일 크게 벌리지 말라고 했ㅈ"
"전정국. 조용히 해"
"....하"
"탄소 민망해 하잖아"
"아무튼 난 절대 안돼"
박지민과 전정국의 언성이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나는 그 사이에서 눈치만 볼 뿐이었다. 역시 괜한 부탁이었나. 눈동자만 이리저리 굴리고 있을 때 갑자기 김태형이 내 팔을 잡고 자신의 옆에 앉혔다. 김태형의 행동에 박지민과 전정국의 큰소리가 멈추고 김태형 옆에 앉은 나를 바라봤다. 김태형은 턱을 괸 채 내 어깨에 자신의 팔을 둘렀고 그것을 본 박지민은 기겁하며 김태형의 팔을 떼어냈다.
"김태형 미쳤어? 어딜 만져!"
"경찰서 갈 일 있냐? 미자는 안 건들여"
"탄소야 얼른 나와! 김태형 옆에 가지마"
"야 박지민, 전정국"
"뭐 탄소한테 치근덕거리지 말고 비키시ㅈ..."
"얘 눈치보는 거 안보이냐?"
"...."
"여자 세워두고 눈치 주는 거 아니다"
"...."
"사정이라도 들어봐야지, 안그래 탄소?"
김태형은 능글맞게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김태형의 말을 들은 박지민과 전정국은 내게 미안해졌는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눈을 굴리며 내 눈치만 볼 뿐이었다. 박지민은 나에게 미안하다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고 전정국은 바닥만 쳐다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나를 쳐다보는 김태형의 표정이 무언가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기분 탓인가. 왠지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에 기분이 나빠졌다. 정적이 흐르고 아무도 말을 하지 않자 박지민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그 정적을 깼다.
"탄소야 우리도 사정을 조금은 알아야 하니깐 조금이라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아... 응"
"너무 부담 갖진 말구"
"그게... 사실 아빠랑 무슨 일이 있어서"
"싸웠어?"
"...."
"...말하기 힘든 거구나"
"미안"
"아버지랑 무슨 일이 생긴 거면 잘 풀면 되지 않을까? 가족이잖아. 딸이니깐 아버지도 걱정하실 거야"
"....그게"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자 김태형이 무언가 생각난 듯 혼자 피식거리며 웃고 있었다. 박지민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는 나를 보며 한숨을 푹 쉬었고 나는 그런 박지민에게 미안해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다시 정적이 찾아오고 시계소리만 째깍째깍 울려댈 때, 피식거리던 김태형이 입을 열었다. 김태형은 모든 걸 알고있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런 말도 못하는 거 보니 가정사가 복잡한가?"
"...."
"예를 들면..."
"...."
"아빠가 새아빠라던가...?"
김태형은 여전히 한 쪽 입꼬리를 올린 채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김태형의 정체가 무엇일까. 도대체 누구길래 나와 김석진의 사이에 대해 알고있는 것일까. 김태형의 물음에 내 두 눈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두 눈이 흔들리는 걸 박지민이 눈치를 챘는지 박지민은 내 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곤란한 사정이면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곤조곤 말했다. 박지민 특유의 부드럽고 중성적인 목소리가 내 귀를 속삭이자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내 눈에서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본 것인지 박지민이 울지 말라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안절부절해하는 모습이 강아지 같이 보였다. 나와 박지민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김태형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디서 지내게? 여기 남는 방 없어. 거실에서 잘 순 없잖아"
"아... 저는 지민언니 방에서 같이 지내면 되지 않을까요..?"
내 말을 들은 김태형이 배를 잡고 크게 웃기 시작했다. 나는 끅끅거리는 김태형을 보며 의의해했고 박지민은 옆에서 얼굴이 귀까지 빨개진 채 나를 멍하니 쳐다봤다. 도대체 왜그러지? 나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이리저리 눈치를 살폈다. 전정국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절대 안된다고 소리쳤고 김태형은 배를 부여잡고 웃으면서 같은 여잔데 뭐 어떠냐며 낄낄거렸다. 얼굴이 시뻘게진 박지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다.
"ㄱ,김태형! 차라리 너가 나랑 방 같이 써! 탄소는 내 방 쓰고"
"싫은데? 박지민, 네가 이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알지만~ 이 엉아는 친구는 안건드려서~"
"...야"
"탄소야 그러면 나랑 같이 방 쓸까? 처음도 아니잖아. 오빠 방 깔끔하고 괜찮았지? 침대도 푹신하고"
"김태형!! 안돼안돼. 김탄소 일로와. 쟤 위험해"
박지민은 김태형의 끅끅거리는 웃음소리를 뒤로 한 채 내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박지민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짙은 장미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박지민은 나를 끌고 침대에 앉히고 그 앞에 의자를 끌고 와 내 앞에 앉았다. 뭔가 일이 꼬인듯 마른 세수를 하더니 내 손을 부드럽게 감싸고 내 눈을 쳐다봤다. 내 눈을 쳐다보는 박지민의 눈은 다시 봐도 뭔가 묘했다. 쌍커풀이 없지만 눈이 길고 컸고 눈꼬리가 올라간 것 같으면서도 살짝 눈매가 쳐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조금 밝은 갈색의 눈동자가 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탄소야, 말하기 곤란하겠지만 조금만 사정을 말해주면 안될까? 그래도 조금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
"....많이 힘들어?"
"....아까 그 김태형이란 사람 말이 맞아"
"...."
"가족이라곤 우리 아빠밖에 없는데 사실 친아빠는 아니고 갈 곳 없는 나를 데려다가 지금까지 키워줬어"
"....그렇구나"
"말이 아빠지 나한테는 구원자나 마찬가지야"
"...."
"아빠랑 나 사이에 어떤 일이 생겨서 내가 집을 나온 거야. 근데"
"...응"
"나는 우리 아빠 못버려"
"...."
"다시 돌아갈 거야. 그니깐 그 잠깐동안만 여기서 지내게 해줘. 곤란한 부탁해서 미안해"
"....다시 돌아간다면 다행이고"
"...."
"그런데 여기에 지내는 대신 부탁할 게 있어"
"...뭔데?"
"밤 12시 이후에 절대 내 방에서 나오지마. 화장실은 내 방에 하나 더 있으니깐 그거 쓰고"
"...."
"그리고 나 아니면 방문 열어주지 말고 꼭 잠그고 있어. 특히 김태형은 더더욱이 마주치지마. 어차피 걔는 집에 잘 안들어와서 많이 마주칠 일은 없을 거야"
"특별한 이유라도..."
"마지막으로"
"...."
"내가 몇시에 들어오든, 어떤 꼴을 하고 있든지 아무 것도 묻지마. 특히 저번에 나한테 물었던 것들도 더이상 묻지 말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박지민의 정체도 그렇고 이 집에 있는 모든 인물들의 정체가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박지민에게선 짙은 장미향이 났고 알 수 없는 묘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박지민은 옷장에서 옷가지들을 꺼내 내게 갈아입으라고 건넸고 나는 장미향이 짙게 베어있는 옷을 받아들었다. 박지민이 방을 나가고 나 혼자 방에 홀로 남아있었을 때 책상 위로 액자로 보이는 것이 엎어져 있었다. 그 엎어진 액자의 정체가 궁금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쓸데 없는 호기심을 접어두기로 했다. 장미향이 나는 옷을 다 갈아입고 침대에 풀썩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집에 갈 때마다 나를 반겨주던 김석진이 떠올라 눈물이 차올랐다. 김석진이 보고싶다. 김석진의 냄새가 그립다. 어쩌다가 우리는 이렇게 된 것일까. 우리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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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찾으라고!!! 탄소가.. 탄소가 없어졌다고... 근처에 숙박시설은 싹다 뒤져봐 탄소 못찾으면 너네도 다 죽는 수가 있어"
서재에 홀로 앉아있던 석진은 애꿎은 전화기를 던지며 머리를 쥐어 뜯었고 화가 덜 풀렸는지 책상에 있던 물건들을 쓸어던졌다. 석진은 자신과 탄소의 사진이 들어있는 깨진 액자를 들고 자신의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내려갔다. 다 깨진 유리가 석진의 손을 찔러 피가 송골송골 맺혔지만 석진은 개의치 않았다. 석진은 사진을 멍하니 쳐다봤다. 사진 속에 있는 앳된 탄소가 석진의 품에서 웃고 있었다. 사진을 보는 석진의 눈이 점점 붉어졌다. 물기가 가득한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액자를 끌어안고 있던 석진은 액자를 다시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뒤 불을 키려는 듯 스위치를 눌렀다.
"탄소야... 보고싶어"
환한 빛이 들어온 지하실의 벽면에는 사방이 사진처럼 보이는 것들로 꽉 채워져 있었다. 사진 속에는 조금 성숙해 보이는 탄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석진은 벽으로 다가가 검정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는 탄소 아니, 탄소와 꼭 빼닮은 여자의 사진을 손으로 조심스럽게 쓸었다. 소중한 것을 다루듯이 사진을 들고 쳐다보던 석진의 표정이 점점 차갑게 굳어졌다. 물기가 가득하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사진 위로 떨어지고 석진은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기 시작했다.
"나 또 버려졌어. 네가 날 버렸던 것처럼. 근데 이번에는 가만히 버려지지만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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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마몽입니다 :)
오랜만이죠?
오늘도 어울리는 음악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제 슬슬 감춰둔 것들이 풀릴 때가 왔네요 ㅎㅎ
이쁜이들 |
ㄱ,ㄲ 가시고시야 감귤 강변호사 강여우 가위바위보 개구락지 고룡 골드빈 공대녀 공배기 공육이오 군밤양갱 그뉵쿠키 금붕 그늘 꽃밥 꽃소녀 꽃오징어 꾸꾹이 꾸쮸뿌쮸 꾹꾹이 꿀돼 꿍꾸 끼갱 끼룩
ㄴ
나너조아 나무다리 나의별 나인 너가더 노란발가락 냉채족발 냥코 뉸뉴냔냐냔
ㄷ,ㄸ
다름 다홍 댐므 덩율곰 도비 동상이몽 됼됼 두둠칫 두유 둥둥이 둥이마망 디셈버 딩동 또또 똑띠 뜌뜝 ㄹ 라온하제
ㅁ
망개 망개구름 망개똥 망개모찌 매직레인 맴매때찌 모찌한지민 몽자몽 무채색 미쓰라잇 미역 민슉아슈가 민윤기 민트 밍뿌
ㅂ, ㅃ
박여사 박예 밥한끼해요 방소 방형네셋째아들정호석 봄이든 붕붕카 뷔밀병기 뷔켜 빅베이비 빈빈 빠다뿡가리 빠밤 뾰로롱 뿌링클뿌링클맛있게 뿌염 쁄 삐삐까
ㅅ, ㅆ
상상 삼다수 설렘사 소녀 슈팅가드 슙아 스노우볼 스삼
ㅇ
아꾹 야쓰야쓰 여기봐남준아 연두 예꾹 예화 올옵 와와 왕부채 연이 여름겨울 여하 요랑이 용달샘 우리사랑방탄 우연과인연사이 우와탄 웃음망개짐니 위드유 윈디데이 유니 유자차 유자청 윤기나서민윤기 윤민기 율예 은봄 이상해씨 이여주 입틀막 일반여자 워더
ㅈ, ㅉ
자몽석류 자몽선키스트 자몽쥬스 전정국오빠 정개 정꾸야 정전국 조은나래 주222 줍줍 짜근
ㅊ
창가의토토 천하태태평 청보리청 청퍼더 초코사탕 추억 치아 치즈볼 치킨 침침 침침신남 체리마루
ㅋ
크슷
ㅌ
텅스텐 토마토마 태랑이
ㅍ
파란 파이팅 팔이 팥빵 페페 펭귄 퐁퐁 푸른달 피닝 핑몬핑몬핑몬업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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