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일반외과) 수술장이요!!!!"
"Ped (소아과) 먼저요!!!"
수술실 스테이션 앞에서 숨이 턱까지 차올라 가슴을 부여잡고 나와 Ped 레지던트가 소리쳤다.
"네, 응급실에서 올라오셨,"
"네, 8살 박소연이요. GS로 잡아주,"
"아니요! Ped로 잡아주세요!"
"네? Ped에서도 8살 박소연이요?"
수술실 스테이션에 앉아있던 간호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게 무슨 난리인가 싶겠지.
"저, 진짜 제가 잡아야 되거든요."
"저는 진짜 안 잡아도 되는 줄 아세요?"
"김준, 아니 그 쪽 치프쌤은..저희 치프 봤잖아요. 성깔.."
"저희 치프도 만만치 않아요, Ped로 주세요. 꼭!"
미쳐버리겠네 정말.
"제가 먼저 말했잖아요. 그러니까 GS로 잡아주세요!!"
"어..GS쌤이 먼저 말했긴 한데..Ped 쌤은 괜찮으세요?"
"쌤, 알잖아요. 우리 치프 성격.."
급기야 간호사에게 매달리듯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Ped 레지던트는 골때린다는 듯 머리를 짚었다. 내가 먼저 말했으니 수술장은 내꺼지 당근. 우리 둘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스테이션 바로 앞의 엘레베이터가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어, 박찬열!"
"소연이 GS에서 데리고 왔어요-.GS요. Ped 아니구요."
"와씨, 박찬열.."
넌 정말 최고야, 라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스테이션에 쓰러지듯 기대었다. 진짜 자칫했으면 우리 성격 좋은 치프쌤 심기를 또 건드릴 뻔했다. 바로 아이를 데리고 내려온 박찬열의 신속함에 나는 속으로 몇 번이고 감탄을 했다.
내가 감격에 젖어 가슴이 찡해짐을 느끼고 있을 때, Ped 레지던트는 골아프다는 듯 휴대폰을 확인하곤 스윽 엘레베이터에 올랐다. 저 레지던트도 오늘 김준면에게 먼지나도록 털리겠지.
"치프쌤 내려온다. 눈가에 눈물 닦아. 프리는 내가 할게."
나도 모르게 감격의 눈물이 차올랐나보다. 박찬열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쌤을 기다렸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Ped 레지던트를 싣고 올라간 엘레베이터는 다시 내려와 우리 치프쌤을 수술장에 내려주었다.
"선생님, 5번 수술장으로 잡아놨어요. 프리오프는 찬열이가 한다고.."
"그래, 어시는 네가 들어와서 해."
넵. 온도가 낮아 닭살이 스륵 돋는 수술실 복도를 치프쌤 뒤를 졸졸 좇아 걸었다. 드디어 내가 힘들게 섭렵한 5번 수술장 앞에 도착했고 쌤은 특유의 느릿한 동작으로 발 밑의 스위치를 밟았다. 조용히 열린 문을 따라 들어갔더니 박찬열은 열심히 프리오프 마무리를 짓고 있었다. 나는 저렇게 빨리 준비 못하겠던데, 속으로 또 한번 감탄을 하며 치프쌤 옆에서 손을 닦았다.
"박찬열, 준비 다 하고 세컨드 어시 해."
네, 짧게 대답한 박찬열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고 서브 자리에 도착함과 동시에 치프쌤 얼굴에 안경이 내려앉았다.
사실상 외과에서는 간단한 수술이라 중간중간 우리에게 설명도 해주어가며 수술은 여유롭게 진행되어갔다. 박찬열은 서브 자리에서도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가며 질문까지 해댔다. 박찬열은 성격이 유쾌한 편이라 이런 분위기를 잘 타서 입을 놀리곤 했는데, 오늘이 딱 그 날이었다. 박찬열이 입을 놀리는 날.
"선생님, 아까 사진에서는 안 보였는데. 여기도 블리딩(출혈)이에요?"
"사진으로는 백퍼센트 안 보이지, 직접 열어야..거기 잡아봐."
"네, 잡았어요. 그럼 사진으로 보이는 블리딩 부분에서 얼마 정도 플러스해야해요?"
"나는 3cm 정도. 박찬열 거기 잡고, 봉합 누가 할래?"
박찬열의 입놀림 덕에 지루하지 않게 지나간 짧은 수술은 끝이 났고 끝을 알리는 치프쌤의 질문이 나지막히 울렸다. 나는 눈을 데굴 굴렸고 내가 눈굴리는 소리를 들은건지, 치프쌤은.
"네가 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확히.
"저, 저요?"
"그래. 여자애니까 신경써서 해."
아씨, 애기 봉합해 본 적 없는데. 말도 못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박찬열이 도와주겠다는 듯 반짝반짝한 눈빛을 보냈다.
"찬열이, 거기 잡았던 거 풀고.."
"네."
"볼에 밴드는 Ped 레지한테 얻었나?"
네? 박찬열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치프쌤을 쳐다봤다. 치프쌤은 그런 박찬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모든 마무리를 끝낸 뒤 포로 아이 수술 부위만 동그랗게 남겨두고 덮었다. 수술장에서 원래 다른 이야기는 1도 하지 않는 치프쌤이었어서, 박찬열은 그런 질문을 받았다는 사실에 적지않게 당황한 듯 싶었다.
"어디서 많이 본 밴드라, Ped에서 얻었나 해서."
"아, 그건 아니고.."
"그래. 마무리하고 가."
그 분홍색 뽀로로 밴드의 주인인 나는 수술장이 순식간에 가시방석으로 변했다. 저 밴드 내 꺼인거 알고 있었나? 보여준 적 없는 것 같은데. 혹시 저걸로 토라지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쌤 표정을 살피려 고개를 들었지만 병원 안에서의 내 남자친구는 누구보다도 표정관리를 잘 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곧 부질없음을 깨달았다. 박찬열은 여전히 어버버거리며 대답을 못하고 나만 쳐다보고 있었고 치프쌤은 느릿하게 장갑을 벗으며 수술장을 나갔다. 아니, 저걸 왜 여기서 물어본 건지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일단 난 내 앞에 직면한 봉합을 해치워야 했기에 새 장갑을 끼고 봉합바늘을 캘리로 집었다.
ㅡ
당직인 도경수에게 인사를 하고, 피곤해 죽겠다는 박찬열과도 인사를 한 뒤 나는 지하주차장으로 뛰어내려갔다. 오늘은 수술장 잡느라 고생한 나를 칭찬해달라고 할 심보였다.
"쌤!"
쉿,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옅에 웃은 쌤이 달려오는 나를 위해 두 팔을 쫙 벌렸다. 수술장 칭찬도 받아야하고, 오늘 봉합하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려 했는데 쌤 품에 폭 안겼을 때부터 얼굴을 부비대느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수고했어, Ped 어떻게 이기고 수술장 잡았어?"
품에서 내 얼굴을 살짝 떼어낸 쌤은 두 손으로 볼을 감싸잡고 궁금했다는 듯 물었다. 그 말에 나는 한껏 원망스러운 말투로 웅얼대며 말했다.
"이기긴 뭘 이겨요, 왜 쌤은 매일 우리 오빠랑 싸워가지구.."
"왜, 걔네 레지가 뭐라 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아까 이렇게 말해주면 좀 좋아.."
내가 아까 얼마나 칭찬받고 싶었는데. 사실 박찬열이 결정적 성공의 열쇠였긴 했지만, 아까는 본체만체 하며 수술장으로 훽 가버리더니. 뒤늦게와서 다정하게 묻는다. Ped레지랑 진짜 침튀기면서 싸웠단말이에요. 투덜투덜대는 나를 조수석에 앉히고 문을 닫아준 쌤은 운전석에 앉아서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이런 말을 하면 치프쌤은 항상 웃기만했다.
"어제 잠은 좀 잤어? 밥 먹고 들어갈래, 아니면 가서 쉴래?"
"밥.."
"뭐 먹고 싶어?"
"으음, 나..달달한 거."
내 말에 밥이 달달한 게 어딨어, 하면서 웃은 쌤은,
"초콜렛 먹으면 되겠네."
"네?"
"아까 김민석이 준 거 있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근데 그거 가운 주머니에 놓고 왔,"
"먹지마. 갖다 버려."
"아니, 먹으라면서.."
아까는 그렇게 못본 척 하더니. 진짜 쌤은 뒷통수에 눈이 달렸나. 그 새 선배가 주머니에 초콜렛을 넣어준 것을 알았나보다. 갖다버리라는 말에 괜히 기분이 좋아져 슬핏 웃었다. 진짜 내일이 되면 갖다 버릴 생각이었다. 내 입안에.
"쌤, 나 수쳐(봉합)하는 것 좀 도와줘요. 나는 마무리가 그렇게 깔끔하게 안돼요."
"마무리?"
"마지막 매듭이, 깔끔할 필요가 없긴 한데.."
"필요가 없는 게 어디있어."
치프쌤 입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단호한 말투에 내가 아..하며 입을 꾹 다물었다. 조용한 나를 한번 흘끗 쳐다본 쌤은 그제야 상황을 인지했는지 가지런히 모아진 내 손을 끌어당겨 손에 쥐었다.
"이따 알려줄게."
운전이나 해요, 슬쩍 툴툴거리며 잡힌 손을 꼼지락댔다. 이 손이랑 내 손이랑 바꿨으면 좋겠다. 아, 그러면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지려나. 망할 저주받은 손.
근처 식당에서 내가 좋아하던 찜닭을 배불리 먹고 달달한 게 당긴다던 나의 말에 카페에서 초코케익까지 헤치운 뒤 다시 차에 올랐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슥슥 만지니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이 기분이면 이틀 연속 당직도 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아, 경수.
"쌤, 근데 경수 진짜 당직 일주일 내내 해요?"
"왜, 걱정돼?"
"당연하죠. 7년을 붙어다닌 동긴데."
내 말에 쌤은 또 그저 슬쩍 웃을 뿐 그렇다할 대답은 하지 않았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병원 일을 꼬치꼬치 캐물으면 능구렁이처럼 슬렁슬렁 넘어가며 대답을 피하곤 했기에 나도 쌤의 속내를 제대로 알 수 없었다. 일주일 밤 새면 진짜 도경수 쓰러질 것 같은데..
"가서 쉴래?"
정적을 깨는 선생님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우리 오빠..집에 없는데."
오늘 당직이라서..손을 꼼지락거리는 내 말에 쌤은 또 소리없이 웃었다.
"안 피곤해? 나이가 힘이야, 아주."
"아니, 그냥..오빠가 어제 쿠기 구워놨는데 맛있어서.."
되도 않는 핑계를 댔지만, 쌤은 웃으며 우리 집으로 차를 돌렸다. 그러고보니, 내가 선생님 집에 간 적은 많았지만 선생님이 우리 집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실상 선생님 집은 항상 아무도 없지만 우리 집은 김준면이라는 엄청난 방해물이 있었기 때문에.
"네 방이 여기야?"
그럴 줄 알았다. 선생님은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김준면의 방을 보곤 내 방이냐고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김준면의 방은 정말 소녀방처럼 요새 유행하는 라이언 인형이 침대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고,
"이런 거 좋아하는 줄 알았으면 많이 사줄 걸 그랬네."
책장 위에 가지런히 자리잡고 있는 인형들을 보며 선생님은 사랑스럽다는 듯 말했다.
"거기 김준면 방이에요."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쌤은 손에 들었던 인형을 침대에 톡 내던지며 더러운 곳에 들어갔던 것 마냥 후다닥 방을 빠져 나왔다. 내 방은 여기, 내가 손가락으로 가르킨 곳을 빼꼼 들여다 본 쌤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네 방은 남자 방 같다고 말하고 싶었겠지. 태생부터 소아과 의사였던 김준면은 자기 본성에 맞게 스트레스를 인형뽑기로 풀곤 했다. 학부때 배운 그 섬세한 손놀림으로 병원 앞 인형뽑기기계 안의 인형은 90퍼센트 김준면의 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서 뽑은 인형의 50퍼센트는 김준면의 '내 새끼들'에게 나눠주고 40퍼센트는 소아과 의국에 쪼르륵 전시해놓고, 남은 10퍼센트만 방에 가져다놓은게 저정도다.
몇 번을 김준면 방이랑 내 방을 번갈아서 두리번 거리던 쌤은,
"깔끔하고 좋네."
라며 감상평을 마쳤다. 그 사이 김준면이 어제 만들어놓은 쿠키 몇개의 포장을 풀어서 식탁에 가져다 놓으니 뽀뽀-하고 볼을 내민다. 아직은 좀 간질간질한 일이지만 작게 웃으며 볼에 쪽 소리 나게 입을 맞췄더니 이번엔 입술을 내밀길래 다시 웃으며 입을 맞춰주었다. 그제야 아, 맛잇겠다 하고 쿠키 하나를 드는 폼이 영락없는 장난기 많은 남자친구의 모습이라 생각하며 나도 쿠키를 들었다.
"김준면이 한 거야?"
"네. 알잖아요, 나 요리 못하는거."
"괜찮아. 난 맛있게 먹을 수 있어."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짓는 쌤을 보고 평생 내 요리를 입에 대지도 못하게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렇게 김준면이 어제 저녁 제 새끼들 줄거라며 열심히 만들고 남은 쿠키는 우리 손에 전부 비워졌다. 당 충전 제대로 했다며 배를 통통 두드리며 쇼파에 엎드리니 쌤은 조용히 거실에 널부러져 있는 봉합 세트를 보며 천천히 실을 손에 잡았다. 그걸 본 내가 쪼르르 달려와 쌤 옆에 앉으니 또 보고 슬쩍 웃는다.
"너, 병원에서 틀리면 혼날까봐 미리 배우는거지."
"당연하죠. 쌤 혼낼 때 너무 무서워.."
"잘하면 되지, 그럼."
또, 단호한 말에 입을 삐죽였더니 손가락으로 입술을 톡톡 친다. 입 튀어나온다. 집어넣어. 다정한 말투에 또 맘이 사르륵 녹았다.
"처음은 잘 했네. 마무리만 힘들다는 거지?"
"네, 여기 완전 삐죽삐죽. 쌤은 이거 짧게 잘 하잖아요. 나도 그렇게 하고싶은데.."
"그러면 어제 수술장에서 바로 물어보지, 응?"
웃기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장난스레 묻는 말에 괜히 못 들은 척을 했다. 물어보면 또 얼마나 불같이 화냈으려고. 인턴도 아니고 레지던트씩이나 되어서 수쳐 마무리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불같이 성을 내겠지.
"쌤, 여기로."
본격적으로 바늘을 드는 쌤을 보고 내 뒷쪽을 톡톡 쳤더니 무슨 말이냐는 듯 눈만 꿈뻑인다.
"여기로 와서 해줘요, 쌤은 드라마도 안보나봐.."
"응?"
"있잖아요, 뒤에서..이렇게, 이런거.."
진짜! 드라마처럼 뒤에서 백허그 하듯이 막 그렇게! 막 ! 그런거! 그렇게 알려주는 거! 라고 소리치지도 못하고 소심하게 팔만 살짝 벌려 흉내내었더니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좀 더 내 옆으로 붙어 팔을 스윽 두른다. 아니! 하고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그냥 선생님 무릎에 폭 앉아 버렸다.
"안 무겁죠?"
헤헤. 쌤 품 안에 안겨서 특유의 쌤 냄새를 맡으며 그제야 눈을 반짝였다. 됐어요. 이제 알려주세요! 하는 내 말에 쌤은 못말린다는 듯 또 웃었다. 그제야 정말로 쌤은 바늘을 들고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봐, 어느 쪽이 움직여야 한다고 했어?"
"오른쪽이요!"
"그렇지. 그러면 왼손은 오른손이 움직여서 실을 주는 걸, 받아서.."
선생님 손 진-짜 예쁘다. 감탄하며 쌤의 시범을 보는데 사실 눈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수쳐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손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실자국도 구경하고, 캘리를 잡느라 굳은 살이 배긴 오른손도 구경하고.
"마지막에 마무리, 잘 봐. 딴 짓 하지말고."
그러다 들켰다. 내가 선생님 손만 구경하고 있는 걸 알았는지 내가 모른다고 했던 마무리 부분에서 쌤은 내 손을 톡톡 치며 집중을 유도했고 나는 다시 정신을 바짝 차렸다.
"네가 실이 길게 빠지는 건 왼손으로 팽팽하게 안 당겨서 그래. 이쪽을 당겨서 팽팽하게 만들면..됐지, 여기서 컷하면 되는거야."
"오.."
"이해 돼?"
"네!"
"손."
그 말에 손을 쫙 폈더니 내 손에 직접 실을 걸어준다. 다정하기도 해라, 우리 변치프님.
"할 수 있겠지? 3cm 수쳐하고 마무리 지어봐."
쌤이 정확하게 걸어준 실 덕에 첫 시작은 아주 순조로웠다. 옳지, 하는 목소리와 움직이는 내 양손 옆에 자리잡은 선생님의 손 덕인지 두번째는 더, 세번째 땀은 더 잘 해내었다. 이제 마무리만 남았는데..
"이거..."
"응, 더 팽팽하게 해야지."
"이게, 왼손이.."
왼 손이 꼬여버렸다. 순간 어느 손을 움직여야하는지 감을 잃어서 당황한 손가락들이 방향없이 움직였다.
"엄지를 당겨야지."
"..엄지요?"
멍청이 같이 엄지요? 하며 오른손 엄지를 밀어넣는 바람에,
"아,"
힘만 무식하게 쎈 내 손가락은 바늘로 모형 피부를 뚫고 반대쪽에서 내 손을 바르게 잡아주던 선생님의 손가락을 찔러버렸다. 아, 하며 짧은 단발음을 낸 선생님은 내가 당황할까봐서였는지 피가 주르륵 흐르는 손가락에도 손을 빼지 않았다.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색이 되어서 잡고 있던 바늘이고 뭐고 전부 놓아버리고 선생님의 손가락을 잡아 올렸다.
"쌤!!"
"외과의사가 수쳐하다가 니들 이렇게 막 내팽겨쳐도 돼?"
"아니, 쌤! 피나요!"
그 와중에도 장난스런 말투로 농담이나 던지고 있는다. 급하게 옆에 있던 가방을 뒤져서 밴드를 꺼내 빠른 손놀림으로 피가 흐르는 손가락에 슥슥 붙였다. 아, 속상해..
"노란색 좋아해?"
"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에요, 안 아파요? 괜찮아요?"
호들갑떠는 나와는 달리 쌤은 내가 밴드를 붙여주면 붙여주는 대로 내 손놀림만 쳐다보고 있었다. 쏟아지는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이 와중에 노란색 이야기는 왜 나와, 지금 밴드가 노란색이라서 맘에 안든다 이건가?
"..왜요, 노란색 싫어요? 다른 거 줘요?"
"분홍색 붙여줘."
아니, 애처럼 왜이런대 정말. 평소에 안 그러던 양반이. 말대꾸 할 정신도 없어 다시금 가방을 뒤져 밴드통을 손바닥에 털었지만 분홍색은 없고 노란색 뽀로로 밴드만 손바닥에 쏟아져나왔다.
"분홍색 다 썼나봐요, 그냥 그거 붙.."
무의식적으로 말을 뱉다가, 아. 망했다.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침과 동시에 그대로 얼어버렸다. 아까 수술장에서 박찬열 볼에 붙은 반창고를 보고 누구 것이냐고 물었던 건 그 주인이 나라는 것을 짐작했기에 그런 말을 내뱉었던 것임이 틀림없었다.
"..."
"노란색이 좋다고 해."
"..."
"분홍색 싫어한다고, 노란색이 훨씬 좋다고 말해."
아, 그냥 선생님이 좋아요. 노란색이고 분홍색이고 다 필요없고 선생님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귀여움에 정말 사무쳐서 죽어버리고 싶은 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언하건데, 우리 병원에서 제일 귀여운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그건 바로 변백현일것이다. 그렇게 나는 생각했다.
"아, 쌤..진짜.."
너무, 너무 귀여워요. 그 순간 내가 왜 선생님 어깨에 파묻혀서 고개를 들지 못했는지 선생님은 죽을 때까지 모를거다.
ㅡ
암호닉은..안 받아요..왜냐하면..제가 정리하기 너무 힘들기 때문....ㅠ_ㅜ..그런데 암호닉 왜 신청하는거예요? 그냥 올때마다 자기 닉네임 말해도 저 기억해요! 똑순이라서!^^ 는 사실 뻥이고..근데 진짜 막 아 이 닉네임 기억난다! 이게 아니라 많이 오시면 눈에 익어서 항상 오시던 분인거 알아용ㅎㅎ
그리고 뭐 간호학과 1학년이라고 했던 독자에요~ 이래도 아!하고 기억함!
간호학과 가고싶다했던 사람이에요~하면 그런사람이 한 4분 정도 있어서 그 중 하나겠구나! 하고 알아채요! 와우 똑순이..
의백 초창기부터 함께 한 사람들은 당연 당연ㅠㅠ 알구요.! 근데 그 분들 거의 다 사라지심..ㅠㅠ우엥 보고 있다면 생존신고 부탁해요ㅠㅠ님들도 이거 정으로 보고 있는 거잖아요! !
흐흐 자주만나서 반갑습니당 곧 찌지리 레지던트 백현이도 데리고 올게요^~^ 아..콘서트 가고 싶어라..ㅋ....... 삼년 글썼는데 보내주세요..ㅋ....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