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커플
03
예능에 음악 방송에 행사까지. 정신 없이 불려다니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요즘은 정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렇게 지내는 건 데뷔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게 다 음원 순위가 높아진 덕분이지. 차트의 60위 언저리에서 맴돌던 내 노래는 언제 그렇게 오른 건지 30위권에 당당히 자리하고 있었다. 정말 민윤기 씨가 말한 대로 나는 '윈' 하고 있는 것 같아서 힘든 와중에도 절로 웃음이 났다. 바쁜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마냥 기분이 좋았다.
예능에서 인터뷰를 할 때면 첫 번째 묻는 내용은 신곡에 관한 이야기였고, 두 번째로 묻는 내용은 어김없이 민윤기 씨에 관한 질문이었다. 고민을 상담하는 예능에 게스트로 나가 질문에 답하는데, 어김 없이 이야기는 자연스레 민윤기 씨와의 연애 이야기로 흘러갔다.
"요즘 윤기 씨도 드라마 촬영하느라 바쁘고 메리 씨도 활동하느라 바쁜데, 두 분 데이트는 좀 하세요?"
"아… 아니요. 아무래도 바쁘다 보니까 연락도 잘 못 해요."
연락도 잘 못 해요, 가 아니라 연락 안 해요, 가 맞는 거긴 하지만. 실상은 서로 연락 한 통 안 하는데 뭐. 나도 바쁘고 그 사람도 바쁘고.
"요즘 윤기 씨 키스신이 엄청 화제던데! 메리 씨, 그거 봤어요?"
"네? 아, 네. 네에."
키스신? 처음 듣는 소리였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물어오는 질문에 얼떨결에 네, 하고 답했다.
"키스신이 얼마나 찐한지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올 생각을 안 하더라구요. 저도 봤는데, 어이구, 윤기 씨가 잘 해."
그 말에 촬영장에 있던 모두가 웃음을 흘렸다. 그런 사람들을 따라 나도 어색하게 하하, 하는 웃음을 지었다.
"메리 씨는 그 영상 봤어요?"
"아… 네. 봤어요."
"보니까 기분이 어때요? 좀 짓궂은 질문인가?"
"음, 저는 괜찮았어요."
"괜찮았어요? 이야."
"네. 어, 그냥 이건 내 남자의 비즈니스니까 쿨하게 받아들이자, 이런 느낌?"
내 남자의 비즈니스란 말은 하지 말걸 그랬나. 내 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의 분위기가 한층 술렁였다. 내 남자래, 내 남자! 그런 말에 진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귀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뭐, 틀린 말은 아니잖아. 지금은 공식적으로 내 남자로 알려져있긴 하니까.
즐겁게 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가기 위해 차를 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을 잡았다. 아까 촬영 중에 얘기했던 키스신이 너무나도 궁금해서였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들어가자마자 메인에 떡하니 보이는 동영상에 이거다, 하는 마음으로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동영상이 재생되고 영상 속에는 아주 예쁜 여배우와 여배우 못지 않게 뽀얗고 고운 민윤기 씨가 키스를 할 듯 말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와…."
미묘한 분위기가 얼마 가지 않았고 곧바로 둘이 키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와, 하는 말을 뱉었다. 이건 사탕 키스를 뛰어넘는 수준이잖아…! 꽤나 격정적인 키스신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3분 남짓되는 동영상이 끝나가는데도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침을 꼴깍 삼키고 끝나가는 동영상을 바라보는데 때 마침 휴대폰에서 짧은 진동이 울리며 동영상 위로 알람이 떴다.
「야 애기」
아. 놀래라! 하마터면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 했다. 겨우 다시 고쳐잡곤 민윤기 씨가 보낸 메세지를 읽었다. 이 사람은 이게 무슨 내 이름인줄 아나봐. 매번 이렇게 부르네.
「넹」
「오늘 밤에 뭐 하냐」
「잘걸요?」
「맥주 콜?」
순간적으로 민윤기 씨의 문자에 웃음이 터졌다. 맥주 콜? 이라고 묻는 그의 질문이 왜 이렇게 비즈니스적인지. 무슨 절친 사이 같은데. 갑자기 무슨 맥주요? 하고 짧게 묻는 내 질문에 마시고 싶어서, 공개 커플이 너무 데이트를 안 해도 이상해 하고 답을 해오는 그다.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서 고개를 끄덕이곤 답을 쓰려다가, 앞에서 운전 하는 매니저 오빠의 눈치를 살짝 보곤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렀다.
「마음은 완전 콜인데 맥주 먹는다 그럼 매니저 오빠한테 엄청 깨질 거 같아요」
「그런 건 걱정 말고 마실래 말래?」
「마실래요!!」
메세지를 보내기가 무섭게 금방 답장이 왔다.
「오냐 9시에 데리러 갈게」
그 문자에 웃으며 「넹」 하고 짧은 대답과 함께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모티콘 속에는 분홍색 캐릭터가 엉덩이를 쭉 빼고 실룩거리며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름대로 귀여운 이모티콘을 보낸 건데 1은 금방 사라졌지만 민윤기 씨는 답장이 없다. 그렇게 민윤기 씨는 내 문자를 읽고 씹었다고 한다. 치.
밤이 되었고 민윤기 씨는 데리러 오겠다고 말한 9시에 딱 맞춰서 숙소 앞으로 왔다. 나는 혹시 몰라서 마스크에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나갔는데 밑에서 마주한 민윤기 씨는 꽤나 가벼운 복장이다. 늘 차려입은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후줄근한 모습을 보니 이것 또한 나름대로 색다른 느낌이었다.
"안 가려요?"
"어차피 공개연애인데, 뭐."
하긴. 가릴 게 뭐 있다고. 맞는 말이라서 푹 눌러쓴 모자를 벗으며 물었다.
"설마 여기까지 걸어왔어요?"
"미쳤어? 오피스텔에서 여기까지 얼마나 먼데."
"아니, 그래도, 그냥 혼자 여기 있으시길래…."
"매니저가 데려다 주고 갔어."
"민윤기 씨 차는요?"
"수리 중이라."
그 말에 아아, 하는 소리를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 씨의 한 손에는 맥주가 담긴 검은 봉지가 있었고 다른 손에는 예상치 못한 치킨이 들려있었다.
"와, 치맥이에요?"
신나서 웃으며 묻는 내 물음에 민윤기 씨가 바람 빠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댄다."
"어디 가서 먹어요?"
"저쪽."
민윤기 씨가 바라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공원이 보인다. 그렇게 늦은 밤이 아니라 그런지 야외 분수가 계속해서 하늘을 향해 물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평일 밤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공원 안으로 걸어온 우리 둘은 최대한 사람이 없는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맥주 캔을 잡고 캔 뚜껑을 열자 청량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 모급 입에 가져다 대고 꼴깍, 마시자 크으, 하는 아저씨 같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런 소리에 민윤기 씨는 날 바라보곤 피식 웃더니 자기도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눈 앞에 펼쳐진 치킨이 너무나 맛있어보여서 절로 움직이려는 손을 꾹 누르곤 바라만 보고 있자, 민윤기 씨가 그런 날 발견하고는 웃으면서 "그냥 먹어라." 하고 말을 해온다.
"먹으면 나중에 후회할 거 같은데…."
내 말에 민윤기 씨가 어깨를 으쓱했다. 손에 든 맥주 캔을 들어 다시 맥주를 한 모금 마신 그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 빠졌네."
"저요?"
"어. 안 그래도 말랐던 게 지금은 완전 해골이다."
왠지 밉게 말하는 그의 말투에 그러려니 하며 그를 향해 삐죽이다가도 살 빠졌단 말에 기분이 좋다. "아. 그럼 살이 빠졌으니 빠진 만큼 보충을 해보실까!" 하며 치킨을 한 조각 잡자 민윤기 씨가 기가 찬다는 듯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벌레 소리가 윙윙 울리는 게 기분이 좋다. 생각보다 덥지 않았고 딱 서늘하게 좋은 날씨였다. 볼에 닭을 빵빵하게 채우곤 우물거리며 민윤기 씨를 향해 물었다.
"몇 일 만에 보네요, 우리."
"그러게."
"누가 비즈니스 관계 아니랄까봐 서로 뭐 하고 지내는 지도 몰랐어. 그쵸."
그리고 그 때, 갑자기 민윤기 씨가 덜컥 손을 뻗어 내 볼에 가져왔다. 순간 우물거리는 것을 멈추고 굳어서 가만히 있는 내 볼에 민윤기 씨의 손이 닿았고, 민윤기 씨는 다정한 손길로 내 볼에 묻은 튀김 조각을 털어주었다.
"제, 제가 털어도 되는데…."
내 말에 민윤기 씨는 특유의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 사진 찍고 있어. 연인 치곤 우리 너무 안 다정하잖아."
"아…."
그렇긴 하다. 고개를 끄덕이곤 먹던 치킨을 내려놓았다. 보여주기 식의 스킨쉽이라는 걸 아는데 왠지 모르게 심쿵 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밤이라 좀 센치해져서 그런가? 큼큼, 목을 가다듬곤 민윤기 씨에게 물었다.
"드라마 촬영 많이 바빠요?"
"어."
대답이 참 짧다. 좀 길게 해주면 덧나나, 어디.
"그래도 좋겠어요."
"뭐가?"
"그렇게 예쁜 분이랑 키스신도 찍잖아요."
내 말에 분수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려 날 바라본 민윤기 씨가 물어왔다.
"봤냐?"
"그럼요. 포털 사이트 메인에 떡하니 걸려있는 걸요. 사실 예능 촬영하는데 민윤기 씨 키스신에 관한 질문을 하셔서 그 때 알았어요."
"어떤 질문?"
"남자친구 키스신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냐, 뭐 그런 거요."
"그래서 뭐랬는데."
"쿨한 척 했어요. 저는 그런 거 다 이해한다구. 내 남자의 비즈니스 정도야, 뭐."
대답이 끝나고 옆에 두었던 맥주를 잡아 한 모금 꼴깍였다. 탄산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 따끔따끔 하면서도 기분 좋아서 절로 크으, 하는 소리가 또 새어나왔다. 민윤기 씨가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분수대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쬐깐한 게 그런 거나 보고 말이야."
그 말에 기가 찬 내가 답했다.
"저 안 쬐깐한데요?"
"아, 그래?"
"그 미지근한 반응은 뭐예요? 제가 애도 아니고."
"애 맞잖아."
"민윤기 씨는 애랑 술도 마시나 봐요? 이 야심한 시간에?"
따박따박 대드는 내 모습에 민윤기 씨가 다시 날 바라보곤 기가 찬다는 듯 웃다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빈 캔을 내려놓았다. 옆에 있는 새 맥주를 하나 더 까서 한 모금 꼴깍 삼킨 그가 분수를 바라보았다. 분수대에는 때마침 색색의 조명과 함께 물이 하늘을 향해 치솟고 있는 중이였다. 꽤나 예쁜 모습에 나도 그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가사가 없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움직이는 분수에 넋을 놓고 바라볼 때 즈음, 갑작스레 민윤기 씨가 "야."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네?" 하는 대답과 함께 그가 앉은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아주 갑작스럽게도 그가 제 얼굴을 내게 가까이 가져왔다.
몇 센티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에 위치한 그의 얼굴에 치킨을 우물거리던 나는 겨우 꼴깍 삼키곤 나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민윤기 씨의 피부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졸려 보이는 눈이었는데 밤이라 그런가, 저 분수의 불빛이 반사되서 그런가 참 반짝이는 것 같기도 했다. 별에 별 생각이 다 드는 와중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 있으니 민윤기 씨가 피식 웃으며 여전히 가까운 상태에서 말했다.
"이거 봐라."
"……."
"누가 가까이 가기만 해도 파르르 떨고 말이야."
"……."
"너 키스도 못 해봤지?"
"………."
"이러니 애가 아니고 뭐야."
순간 피식 웃는 모습에 사로잡힌 것처럼 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을 바라본 민윤기 씨가 제 이마로 내 이마를 콩 부딪히고 나서야 내게서 떨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에서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신 그가 분수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사진 다 찍혔네."
"……."
"내일도 너랑 나 때문에 시끄럽겠다."
와 많은 분들이 읽어주셔서 정말 좋아요! 헤헤헤
암호닉도 늘었어요! 이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암호닉은 당분간 계속 신청 받으려구요 언제든 저는 열려있어요 네 그렇구 말구요 (단호)
포인트를 벌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포인트는 이제부터 0p로 할 생각이에요!
누구든 자유롭게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
쓰면서 느낀 건데 윤기는 아무래도 고수의 느낌이 물씬...? 여자가 어떡하면 설레는지 다 알고 말이야 (절레절레)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이시테루
<민윤기 씨의 애기들>
김러브 밍기적 배고프다 처갓집양념
단미 0213 메멘토 침침니 슙기력 유무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