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커플
11
"윤기 형!"
"어?"
"이거 봤어요? 이거!"
함께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후배 민재의 다급한 목소리에 윤기가 의아한 표정으로 민재를 바라보았다. 그런 윤기를 향해 얼른 달려온 민재가 윤기의 얼굴 앞으로 제가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다. 갑작스럽게 제 얼굴 앞으로 들이밀어진 밝은 화면에 윤기가 살짝 인상을 쓰며 민재의 휴대폰을 받아들었다. 화면 속의 뉴스 기사를 천천히 읽어내리던 윤기의 표정이 조금씩 풀리고, 옆에서 그런 윤기를 바라보던 민재가 씩 웃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직 형 못 봤을 거 같아서 가지고 왔는데, 역시."
"…이거, 언제 난 거야."
"조금 전에요. 형 아까 하연 누나랑 찍고 있을 때 기사 떴어요."
대답 없이 그저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윤기를 잠깐 바라보던 민재가 윤기의 어깨를 가볍게 톡 두드렸다. 그제서야 시선을 돌려 저를 바라보는 윤기를 향해 씩 웃은 민재가 가보란 의미로 문쪽을 향해 고개를 까닥였다. 그런 민재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흘린 윤기가 민재에게 휴대폰을 돌려주며 몸을 일으켰다. 민재가 했던 것처럼 민재의 어깨를 가볍게 툭 두드린 윤기가 제 겉옷을 챙겨들고 재빨리 촬영장을 벗어났다.
민재가 어깨를 으쓱하며 윤기가 나간 출입문을 바라보았다. 민재가 쥐고 있는 휴대폰의 화면 속에는 뉴스 기사가 띄워져 있었다.
['성매매' 누명 신인 가수 '메리', 누명 벗었다.]
['성매매 논란' 가수 J, 성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경찰청은 3일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 간부들의 성매매 사건과 관련된 유흥주점 및 모텔 등을 압수수색 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 경찰서에서는 "업소 조사가 끝나는 대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소환하여 조사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간부들과 함께 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J씨(25)도 소환하여 조사…]
길게만 느껴졌던 우기가 드디어 끝났다. 비갠 뒤 맑음이라는 말과 같이, 루머 때문에 겪게 된 때아닌 우기는 모두 지나가고 내게도 맑은 날이 찾아오고 있었다. 패턴이 완전히 바뀌어 버린 탓에 늦게 일어난 나는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야 샤워를 마치고 거실로 나왔다. 머리를 말릴 힘이 없어서 대충 머리를 수건으로 올린 채로 습관처럼 티비를 켰다. 어느 채널이 재미있을까 싶어서 딱히 초점 없이 티비를 바라보며 채널을 돌리던 나는 우연히 돌리던 뉴스에 시선이 멈췄다.
"다음 소식입니다. 솔로 여가수 J양이 성매매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었습니다. 가수 J양은 △기업의 간부들에게 돈을 받고 성매매를 한 것으로 알려…."
익숙한 내용. 여가수 A가 아닌 구체적인 가수의 이름. 드디어 밝혀진 내 루머의 진실.
티비 화면을 바라보던 내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구체적인 보도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눈과 귀에 담던 나는 보도가 끝나자마자 얼른 침실 안으로 달려가 서랍을 뒤졌다. 그리곤 꺼두었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다급한 손길로 전원 버튼을 꾹 누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잠들어있었던 휴대폰이 켜지고, 그간 밀려있던 수많은 메세지와 부재중 전화들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런 전화들을 제쳐두고 가장 먼저 찾은 번호는 매니저 오빠의 번호였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지 않아서 매니저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메리야? 타이밍 딱 맞게 폰 켰네. 뉴스 봤어?
"조금 전에 봤어요. 진짜에요?"
-응! 진짜지, 그럼! 너 누명 벗었어!
"하…."
오빠의 말에 너무 놀라서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았다. 뭐라고 말을 이어가는 매니저 오빠에게 짧게 답을 한 뒤 전화가 끊겼다. 여전히 끊긴 전화를 귀에 댄 채로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에 멍하니 벽만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하자 타이밍 좋게도 딱 민윤기 씨의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민윤기 씨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들려왔다.
-휴대폰 켰네.
"네, 방금…."
-목소리가 왜 그래.
"민윤기 씨…"
떨리는 내 목소리에 민윤기 씨는 어, 하고 짧게 답했다.
"기사 봤어요?"
-응. 좀 전에.
"저 아니래요. 저 아니라고 드디어 밝혀졌어요. 저 아니에요, 정말로!"
내 목소리에 민윤기 씨가 나즈막히 웃는 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전해져 왔다.
"저, 진짜, 저어…."
벅차기도 하고, 말문이 막히기도 하고.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머뭇거리는 내게 민윤기 씨가 나긋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뭐야, 또 울어?
그 말에, 민윤기 씨에겐 보일 리가 없겠지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 안 울어요… 정말이에요."
조금 전까진 눈물이 날 것 같지 않았는데, 안 운다고 말하자 마자 왠지 모를 후련함과 벅찬 기분에 눈물이 살짝 고이기 시작했다.
-우는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그 때 들려오는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 놀라서 현관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맑은 기계음 소리와 함께 현관문의 잠금이 풀렸다. 서서히 현관문이 열리고 보이는 얼굴은 민윤기 씨였다.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문을 열고 들어온 민윤기 씨는 나와 눈이 마주쳤고,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안 울긴."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놀란 내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으니, 민윤기 씨는 잡고 있던 전화를 끊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왔다. 여전히 멍한 내 앞으로 다가온 민윤기 씨는 답지 않게 다정한 표정으로 내 앞에 섰다. 흐를 듯 말 듯한 눈물이 고인 눈가를 엄지로 살짝 훔쳐준 그가 말했다.
"울보 아냐, 이거."
"……."
"휴대폰 꺼져있을 줄 알고 여기로 왔는데."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꽤나 다정하게 날 내려다보며 눈가를 문질러 주었다. 울컥하는 기분이 들어서 입을 꾹 다무는데, 민윤기 씨는 눈가를 어르던 손을 떼곤 내 머리에 싸여진 수건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머리에 감긴 수건을 풀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고, 민윤기 씨는 수건을 가볍게 쥐어 양손으로 내 머리를 아프지 않게 대충 털어주며 말했다.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머리나 말려."
수건으로 내 머리를 부비적거리는 민윤기 씨의 손 때문에 시야가 모두 가려졌다. 오직 느껴지는 건 민윤기 씨의 무심한듯 다정한 목소리와 다정한 손길이었다.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곤 그대로 팔을 뻗어 민윤기 씨의 허리를 와락 안았다. 그러자 민윤기 씨가 내 머리를 털던 손을 멈칫하는 것이 느껴졌다. 한 발짝 더 용기를 내서, 그런 민윤기 씨의 품에 고개를 푹 파묻었다. 내 심장소리인지, 혹은 민윤기 씨의 심장 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쿵쿵 귀에 들려왔다.
잠깐 멈칫했던 민윤기 씨는 이내 바람 빠진 웃음 소리를 흘리며 계속해서 내 머리를 말려주었다.
"…감기 걸린다, 너."
"…괜찮아요."
웅얼거리는 내 목소리가 민윤기 씨와 내 사이에 울렸다. 여전히 다정하게 내 머리를 털어주는 민윤기 씨의 손길보다 더 설레는 건, 저를 꼭 안고 있는 나를 밀어내지 않는 민윤기 씨였다.
저녁으로 뭔가 먹으러 나가자는 민윤기 씨의 말에 고개를 젓곤 집에서 먹어요! 하고 민윤기 씨를 식탁 앞에 앉혔다. 모처럼 실력을 발휘하여 요리를 이것저것 했고, 민윤기 씨는 식탁에 앉아서 가만히 내가 움직이는 것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런 민윤기 씨의 눈길이 왠지 모르게 콩닥거려서 요리조리 잘 피해가며 요리를 완성한 나는 식탁 위에 완성된 음식을 올려놓았다. 그리곤 숨겨놓았던 와인과 와인잔 두 개를 꺼내 식탁 위에 탁. 내 행동에 민윤기 씨는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이런 날 술이 빠지면 안 되잖아요!"
"까져가지곤."
"사실 치맥 하자고 할까 싶었는데 오늘은 맥주 기분이 아니에요. 사실은 딱 소주 기분인데, 소주를 사러 나가긴 좀 그러니까 아쉬운대로 이거!"
내 말에 민윤기 씨가 기가 찬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와인잔을 흔들자 민윤기 씨가 와인을 내 잔에 적절히 채워주었다. 나도 민윤기 씨의 잔에 와인을 반쯤 부어주곤 둘이 짠, 하고 잔을 부딪혔다. 천천히 와인을 한 모금 삼키는 그와는 다르게 나는 그대로 잔에 있는 술을 쭉 원샷. 내 행동에 민윤기 씨가 날 바라보다가 기가 찬다는 듯 말했다.
"술고래 납셨네."
그런 그의 말에 대답 대신 헤헤, 웃음만 흘리는 나. 안주 먹고, 짠 하고를 반복하며 약간 취기가 오를 때 즈음, 잔이 비기만 하면 민윤기 씨는 내 잔을 꼬박꼬박 채워주었다. 재미있다는 듯 날 바라보던 민윤기 씨가 물었다.
"너 그러다 또 취하려고?"
"아이, 저 잘 안 취해요."
"거울이나 보고 말해. 볼이 불타는 고구마 같은데."
"씨이…. 아, 맞다. 근데 민윤기 씨."
"왜."
"오늘도 스케줄 없어요? 여기 이렇게 있어도 돼요?"
"빨리도 묻는다. 낮에 촬영 다 하고 왔어."
"그래요?"
"한 씬 남긴 했는데 그거야, 뭐. 민재가 알아서 잘 뒤처리 했겠지."
무심하게 말하는 그의 말에서 '민재' 라는 이름을 들은 내가 '민재?' 하고 되묻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김민재요?"
"어."
"그, 얼마 전에, 도깨비에서 왕 역으로 나왔던 그 김민재!?"
"…그 반응은 뭐냐?"
내 반응에 민윤기 씨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그런 그에게 나는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뭐긴요, 덕후의 반응?"
"뭔 반응?"
"저 김민재 그분 진짜 좋아하거든요."
내 말에 민윤기 씨가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둘이 친해요?"
"어."
"그럼, 민윤기 씨는 막 김민재 그 분 번호도 있고 그렇겠네요? 와, 그 영화에 같이 나오는 거였구나. 나랑은 왜 겹치는 씬이 없었지."
쫑알대는 내 모습에 민윤기 씨의 눈썹이 살짝 더 찡그려졌다. 한층 더 찡그린 표정으로 민윤기 씨가 말했다.
"오늘 본 모습 중에 제일 신났다?"
"좋아하는 연예인 얘기 나오면 누구든 다 그런 거잖아요."
"김민재가 그렇게 좋아?"
"그럼요. 음, 사랑한다, 사귀고 싶다, 이런 건 아니에요. 그냥 나오는 작품은 열심히 챙겨보는 딱 그런 팬심, 그런 거요. 무엇보다도 그분 잘생겼잖아요."
말을 하며 비어버린 잔을 흔들자 민윤기 씨는 기가 찬다는 반응과 함께 내 잔을 채워주었다. 그가 채워준 잔을 다시 한 번 꼴깍 다 비우곤 잔을 내려놓았다. 술이 제법 들어가서 그런지 눈이 점점 풀리는게 느껴졌고, 맞은 편의 민윤기 씨를 바라보자 헤시시 웃음이 나왔다. 머리가 무거운 느낌에 한 쪽 손바닥에 턱을 괴고 고개를 그쪽으로 까닥이며 민윤기 씨를 바라보고 말했다.
"민윤기 씨도,"
"뭐."
"보면 되게 잘생겼는데, 본인은 그거 알아요?"
내 말에 민윤기 씨가 어이 없단듯 피식 웃으며 제 잔을 다 비웠다. 그리곤 나와 똑같은 쪽에 턱을 괴고 내게 얼굴을 가까이 훅 가져왔다.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거리.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살짝 참았다.
"모를 리가."
놀란 내 반응이 재밌나보다, 이 사람은. 민윤기 씨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단 표정으로 나를 놀리듯 계속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을 요리조리 피하다가, 문득 든 생각에 민윤기 씨에게 물었다.
"아, 민윤기 씨."
"응."
"혹시 그 사진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무슨 사진."
"그, 저 예전에 전봇대…."
내 물음에 민윤기 씨가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내게서 멀어졌다. 그리곤 앉은 의자에 등을 기대 느슨하게 앉은 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언제 지워줄 거에요?"
"글쎄다."
"글쎄다, 라뇨!"
발끈하는 내 행동에 민윤기 씨가 피식 웃으며 물었다.
"요즘도 가끔 봐. 우울할 때 보면 기분 푸는데 직빵이라."
"씨이…."
"뭐 때문에 그렇게 울었어."
"네?"
"뭐 때문에 그렇게 술을 마시고, 전봇대를 붙잡고 욕을 그렇게나 했냐고."
갑작스레 물어오는 민윤기 씨의 질문에 음, 하고 잠깐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때문이더라."
"……."
"나쁜 놈 때문이죠. 나랑 사귀다가 바람 폈던 나쁜 놈."
"바람?"
"네. 것도 제 친구랑요. 그래서 저는 친구도 잃고, 남자 친구도 잃고, 뭐."
"……."
"데뷔 전부터 사귀고 있었던 앤데, 데뷔 후에 바람 핀 걸 알았어요. 그래서 그날 술 된통 마셨고, 그렇게 민윤기 씨한테 사진 찍힌 거구요."
씁쓸한 표정으로 말을 마치자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민윤기 씨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그런 놈을 만나냐."
"그러게요."
"남자 보는 눈이 영."
"씨이…."
무심한 그의 말에 입술을 삐죽, 투덜대다가 물었다.
"그러는 민윤기 씨는 연애 안 했어요? 데뷔한 이후로?"
"안 했어."
"……."
"연애할 틈이 없었어. 바쁘게 살았으니까. 대쉬는 몇 번 받았는데 다 별로라 만나고 싶은 사람도 전혀 없었고."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렇구나, 라는 의미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민윤기 씨도 데뷔 이후로 거의 안 쉬고 작품을 했다고 들은 적이 있긴 했다. 말을 마친 민윤기 씨는 물을 꺼내려는 듯 몸을 일으켜 내 뒤의 냉장고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는 다시 내 잔을 들어 담긴 술을 한 모금 꼴깍이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뭐가."
"그런 놈이랑 첫키스 했으면 억울할 뻔 했는데 안 해서요."
내 말에 민윤기 씨가 내 뒤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랑 첫키스 한 게 다행이야?"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몸을 뒤로 돌려 냉장고 앞에 서있는 민윤기 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 그건 키스가 아니잖아요."
"뭐?"
"뽀뽀죠, 그건."
"어쭈. 쬐깐한 게 뽀뽀랑 키스의 차이도 알아?"
"아, 저 안 쬐깐하다니까요."
발끈하는 내 말에 민윤기 씨는 못 들은 척 물 한 모금 꼴깍이며 피실 웃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입술을 삐죽이고 말했다.
"아무튼 저는 아직 첫키스 못해봤어요. 나중에 첫키스 하게 되면 로맨틱한 상황에서 할 거에요. 나름 첫키스 로망이 있다구요."
"로망?"
"고백 받는 상황 같은 거 있잖아요. 딱 그런 상황에서, 로맨틱하게 첫키스 딱 하구…."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 우리 메리."
그런 그의 말에 치, 하며 손에 든 잔 속의 술을 다시 쭉 들이키려는데, 갑작스럽게 내 잔을 뺏어가는 민윤기 씨에 의해 제지당했다. 내 잔을 뺏어간 민윤기 씨는 내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너 그만 마셔."
"아, 왜요오."
"이게 마실 때마다 원샷이지. 지금도 눈 풀렸어. 그만 마셔라."
"아, 더 마실 거에요."
투덜대며 잔을 뺏기 위해 손을 쭉 뻗는데, 내게서 잔을 더 높게 들어버리는 민윤기 씨 덕분에 잔에 손이 닿을 리가 없다. 앉은 몸을 일으켜 잔을 뺏기 위해 손을 뻗자 민윤기 씨는 더더욱 잔을 높게 들어 내가 잔에 닿지 않도록 할 뿐이다. 계속 그렇게 잔을 뺏으려는 나와 잔을 주지 않으려는 민윤기 씨와의 실랑이가 이어지고, 씨이, 하는 소리와 함께 점프라도 해서 잔을 잡으려던 내가 콩, 콩, 잔을 잡기 위해 뛰었다.
조금 전 감았던 머리에서는 샴푸 향기가 풍겨왔고, 민윤기 씨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그 틈을 타서 민윤기 씨에게서 잔을 뺏는 것에 성공한 나는 헤헤, 하고 웃으며 그대로 잔 속의 술을 꼴깍였다. 이내 정신을 차린 민윤기 씨가 날 내려다보았고 나는 그런 민윤기 씨를 올려다보며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지금 우리 좀 드라마 속 상황 같다, 그쵸."
"……."
"로맨틱, 코메디, 로코, 뭐 그런 거 있잖아요."
피실 피실 웃으며 말하는데, 나를 지그시 바라보던 민윤기 씨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갑작스럽게 내 양 어깨 아래로 손을 넣어 나를 들어 올렸다. 내 바로 뒤의 식탁에 나를 가뿐히 내려놓은 민윤기 씨 덕분에 나는 식탁 위에 앉아 민윤기 씨와 눈을 맞추게 되었고, 당황한 내가 "어…." 하는 소리를 내자 민윤기 씨는 아무렇지 않게 내 양 옆으로 손을 딱 짚으며 말했다.
"이런 거?"
얼마 전 본 영화에서 처럼 서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그. 마치 연기 연습처럼 장남기 담아 물어오는 민윤기 씨의 목소리에 그를 바라보다가 피실 피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이런 거요."
"……."
"그리고 이런 장면에서 주로 여자 주인공들은,"
"……."
"이렇게?"
말을 마침과 동시에 민윤기 씨의 목에 양팔을 두르자 민윤기 씨가 잠깐 흠칫 했다가, 기가 찬다는 듯 날 바라보았다. 팔을 두르고 보니 너무나도 가까운 민윤기 씨의 얼굴에 다시금 가슴이 떨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그래도 그의 눈을 피하고 싶지 않아서 계속해서 눈을 맞추고 있으니 민윤기 씨가 웃으며 물었다.
"그 다음은?"
"음, 그 다음은…."
"……."
"아마도 키스?"
내 입으로 말하고 보니 부끄러워서 푸스스 웃음을 흘리자 민윤기 씨는 여전히 다정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민윤기 씨가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아, 하고 말을 뱉은 내가 이어서 말했다.
"그거, 그 장면 좋던데."
"무슨 장면."
"얼마 전에 저 촬영장 갔을 때 민윤기 씨랑 채유진 씨랑 찍은 거요."
"호텔에서?"
"네, 그거요."
말을 마친 내가 "뭐였더라…." 하며 잠깐 중얼거리고 생각하는데, 민윤기 씨의 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지금 너한테 키스할 거야."
"아, 맞아, 그런 거 였어요."
"안 피하면,"
"……."
"우리 사귀는 거야."
맞아, 저거. 맞다는 의미로 베시시 눈이 휘어지게 웃는데 갑작스럽게 시야가 가려지며 내 입술에 생소한 무언가가 닿아왔다. 민윤기 씨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았고, 그런 민윤기 씨의 행동에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가만히 닿았다가, 잠깐 다시 떨어졌다가, 다시 다정하게 입을 맞춰오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스르륵 감았다.
내게 닿아온 민윤기 씨가 너무나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나를 휘저었다. 그런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숨이 조금씩 차올 때 즈음, 닿았다 떨어지는 민윤기 씨와 슬그머니 눈을 뜬 내가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민윤기 씨의 목에 감고 있던 팔을 느슨하게 풀어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민윤기 씨에게 "…뭐, 뭐에요." 하고 묻자 민윤기 씨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난 분명히 말했어."
"……."
"지금 키스할 거라고."
"……."
"네 첫키스 로망, 이 정도면 괜찮아?"
다정한 목소리로, 반은 장난기 담긴 목소리로 물어오는 그의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민윤기 씨."
"왜."
"저… 좋아해요?"
내 물음에 민윤기 씨가 옅게 웃으며 답했다.
"…글쎄다."
"……."
"아무래도 그런 거 같은데."
그런 그의 대답에 잠깐 머뭇거리다가,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럼 그 다음에 한 말은…."
"뭐,"
"……."
"우리 사귀는 거다, 그거?"
그의 물음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말했다.
"넌 어떤데."
지그시 날 바라보며 나긋하게 물어오는 그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없이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가슴이 너무나도 빨리 쿵쾅거리는 게, 누가 내 심장을 귀에다 떼다 놓았다거나, 내 옆에 마치 시한 폭탄이 있는 것만 같이 쿵쿵 큰 소리가 울려왔다.
잠깐 망설이던 나는 대답 대신 느슨하게 풀었던 팔을 다시 감으며 그대로 민윤기 씨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하다가 가볍게 닿아오는 내 행동에 민윤기 씨는 놀란 듯 잠깐 멈칫했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그 커다란 손으로 내 한 쪽 볼을 감쌌다. 그리곤 내게 더 깊게 입을 맞춰왔다.
안녕하세요! 커플링이애오
빨리 온다고 약속 했는데 그렇게 빨리는 못 왔다 그쵸..
그래도 사랑하는 제 마음은 알아주시와요..♡
오늘 윤기랑 메리랑 키스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전 이런 닿을 듯 말듯 사귈 듯 말듯한 이때가 가장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좋아하는 윤기 망상 풀기..
추천 좋다고 했더니 추천이 8개라 폭풍 감동 받았잖아요 저!
댓글도 추천도 언제나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덕분에 힘이 난다구요 저는!
이 예쁜 독자님들을 어쩌면 좋나~♥~♥~♥
암호닉 신청은 이 글에서 해주세요!
혹시나 암호닉 빠트렸으면 정말 죄송해요 둥글게 둥글게 꼭꼭 말씀해 주셔요!
♡민윤기의 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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