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라! 어서 들이지 않고 뭐하는게냐!"
황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알현실의 문이 열리고, 훤칠한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폐하, 오랜만에 뵈옵니다."
"허허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도대체 너는 항상 어디있는게냐? 얼굴 한번 보기 힘들구나."
"너무 상심하지 마시옵소서. 소인도 오고싶었사오나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그래, 내 이해하마."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허허 항상 이런 식이었는데 왜 그러느냐. 공주는 만났느냐?"
"복도에서 보긴 했사옵니다."
"보았다고? 설마 어딜 가기라도 했단 말이냐?"
"어딜 가는 것 같긴 하였사온데.."
"이런! 공주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려서야 원.. 차라리 널 후계자로 지명하는 것이 나을 것도 같구나."
"아니옵니다. 며칠 후, 후계자 임명식이 거행되오니 더 힘드실 것이옵니다.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래 먼길 오느라 수고 많았다. 푹 쉬거라."
"예. 소인은 이만.."
세훈은 왕의 알현실을 나와 준비되어져 있는 마차를 타고 어딘가로 향했다.
-
날이 밝고 어두워지기를 반복하여 공주의 후계자 임명식 하루 전까지 다가왔다.
평소 때와 달리 유난히 어두워진 하늘 아래 왕궁에서는 어느 때와 같이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디.
"공주님 제발요.. 내일이 임명식이신데 오늘도 이러시면 저 진짜 혼나요!"
"아아.. 나 오늘 너무 피곤해..."
"공주님!! 정말 끝까지 이러실 거예요?"
"알았어, 알았다고! 방금 씻으려던 참이였으니까 조용히 해."
"어머나 이게 꿈이야 생시야 공주님이 스스로 씻는다는 말도 다하시고.."
"뭐야. 나 씻지마?"
"아뇨 잠시만 기다리세요 옷 좀 가져올게요!"
유모가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자 먼저 씻으려고 수도꼭지를 돌릴려 할 때 누군가 급하게 들어왔다.
"아이 깜짝이야!!!"
"죄송..죄송해요. 공주님 빨리 도망치셔야 해요!"
다름 아닌 유모였는데, 급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뭔말이야? 나? 나보고 도망치라고?"
"이러고 계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이 주머니에 담으세요 빨리요!!"
"엥? 그렇게 큰 건 왜.."
"공주님. 자세한 건 나중에. 네?"
"알았어. 아빠가 속성 공부라도 하고 오라는 지시를 내린거야? 아닌데.. 어제 시험도 다.."
"공주님!!!!!"
"알았어, 알았다고."
"제가 옷이랑 중요한 장신구는 다 챙겼어요. 더 챙길 거 없으세요?"
"벌써?? 가... 잠깐만! 사진첩은 갖고가야지 그리고 핑퐁도."
"네 그럼 다 된거죠?"
"응 근데 유모...."
"네?"
"뭐해?"
"비....밀...... 통로.......를.. 찾...는........중...........이...예요.. 휴우 됐다."
유모가 발꿈치를 들어 힘겹게 책장 위를 더듬거리더니 뭔가를 누르는 소리가 났다.
쾅쾅쾅-
"공주님. 공주님 안에 계십니까?"
"ㄴ...읍!"
대답하려는 찰나 유모가 그녀의 입을 막았고 유모는 고개를 저었다.
"공주님, 빨리요! 여기로 들어가세요."
유모는 속삭이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고 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공주님 거기 계시는 거 다 압니다. 어서 나오세요."
공주가 책장 사이에 생긴 공간 속으로 들어가고 유모도 들어가자 방문을 두들기는 소리는 문고리를 내리찍는 소리로 변해있었다.
문고리가 뜯겨나가 방문이 열리는 찰나, 책장 사이가 닫혔다.
"공주님, 절 따라오세요."
"뭐야 유모 어떻게 되고 있는거야?"
"공주님 저만 믿고 일단 와주세요.. 저 믿죠?"
왕실을 지켜야 할 군사들이 이 시간에 공주의 방을 두들긴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였으나
유모의 다급한 목소리와 절박한 눈빛에 무언의 일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급하게 들어오느라 미처 주위를 둘러볼 시간이 없었던 공주는 나선형의 계단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유모.. 여긴 어디야?"
"폐하가 비밀리에 만드신 탈출구예요. 저랑 폐하밖에 모르는."
유모를 따라 계단을 내려가니 비행기가 보였다. 아니 비행기라고 하기에는...
"뭐야 유모 우리 진짜 어디가? 그리고 이건..."
"네. 우주선이예요. 일단 어서 타세요."
아무것도 묻지말아달라는 유모의 눈빛에 일단 우주선에 탄 공주는 내부를 보고 다시 한번 놀라워했다.
"와.. 이런 우주선이.. 있었구나.. 근데 난 왜 여지껏 한번도.."
"안타봤냐고요? 아마 폐하도 타보신 적 없을 걸요. 이건 스페리컬 왕가 위기탈출용 우주선이거든요."
이 말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유모는 마치 계속 해왔던 일인 것처럼 능숙하게 우주선의 시동을 키고 계기판을 만졌다.
"아.. 그렇구나.......응??? 위기탈출????"
"네. 자세한건 나중에. 꽉 잡으세요 출발합니다!"
"어..어?!?!??!!?!?"
활주로 맨 끝에 닫혀있었던 돌벽은 우주선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자 저절로 열렸고, 우주선은 그대로 날아가 스페리컬 왕궁 하늘을 날아올랐다.
공주가 하늘에서 올려다보는 스페리컬 왕궁과 그 배경을 보며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꺄악!"
"공주님 괜찮으세요? 레이저를 피하다가 그만.."
"아니 난 괜찮.. 뭐??"
"공주님 한동안은 뭘 좀 붙잡고 계세요. 은하계를 빠져나가기 까지는 안전하지 않을거예요."
공주는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스페리컬 왕가의 문장이 찍힌 전투기들이 공주가 탄 우주선을 향해 레이저와 총알을 쏘아대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야.."
이 와중에도 우주선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많이 움직여서 내부도 들썩이고 있었다.
공주는 가끔씩 확 쏠려서 식은 땀 난 적도 있지만 직접 운전하고 있는 유모에 비하면 덜할터였다.
게다가 불과 몇십분전에 왕궁에서 편안하게 쉬고있었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왕궁을 빠져나온 것부터 시작해서
공격을 받고 있는 현재까지 상황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진지하게 온 힘을 다해 운전하고 있는 유모에게 말을 할 수가 없어 가만히, 이 상황이 어서 빨리 지나가기를, 눈을 감고 소원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몰라도 유모와 내가 무사하기를.. 부모님께 아무일도 없기를...
"공주님! 공주님!!"
유모가 공주를 몇번 불러도 깨워나지 않자 유모는 다급해졌다.
"공주..공주님? 공주님!!! 공주..!!"
"어 유모.. 왜불러?"
"공주님 때문에 못살아 정말! 뭔 일이라도 생기신 줄 알았잖아요!"
"아.. 그냥.. 눈을 감고 있었는데 잠이 들었나봐.."
"다행히 원형 은하계는 빠져나왔어요. 와 얼마나 무섭게 총알을 날리는지 원.."
"근데 유모. 우리 왜 빠져나온거야? 왜 공격한거야? 부모님은? 무사하셔? 그리고 또.."
"공주님. 공주님! 진정하세요.."
감정이 북받쳐 울먹이는 공주를 달래는 유모와 뭔가가 불안한 공주였기에 슬퍼했다.
"공주님..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해요. 아셨죠?"
공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반란..
왕궁에서 반란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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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보니 너무 급전개...ㅠㅜ 첫작품인만큼 충고도 달게 받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