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조선의 일제 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픽션으로 역사적 인물, 사건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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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코하루라는 인물은 여러분입니다.
「」안에 들어있는 말은 모두 일본말입니다.
BGM 을 들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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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빛의 찰랑이는 와인잔을 위태롭게 들고 있는 태형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일본 간부들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들의 얼굴, 그들의 이름, 그리고 그들의 직책을 알아내는 것이 태형이 오늘 밤 맡은 임무. 저가 알아내는 이 모든 것들이 훗날 조국의 미래에 피가 되고 살이 됨을 아는 태형은 제 눈에 비치는 일본인들을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속을 게워내고 싶은 듯한 메스꺼움에 짙은 눈썹을 움찔거리다가도 자신을 쳐다보는 간부들의 시선에 그는, 자신의 얼굴을 철저히 숨기며 입가에 저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 켄타로상은 어디가 불편한가? " 」
「 " 그럴리가요. 연회는 오래간만인지라 순간 어지러웠습니다. 죄송합니다. "」
「 " 아… 그런가. 근데, 자네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는가? " 」
「 " … 조선과 제국을 잇는 철도 사업을 하셨습니다. " 」
「 " 근데 아버지는… " 」
「 " … 작년에 돌아가셨습니다. " 」
「 " 저런, 근데 자네 아버지의 철도산업이 매우 성공적이었나보군? " 」
「 " 보시다시피…. " 」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모인 연회 안에서는 모두가 먹이를 찾아 어슬렁 거리는 짐승들이었다. 한번 먹이를 물면 보내주지 않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먹이에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거짓으로 자신을 꽁꽁 감추어야 먹히지 않는 이 잔혹한 먹이사슬 안의 태형은 제 옆을 지나다니는 일본 간부들을 한번 슥- 하고 쳐다보고는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태형의 앞에 서서 긴 이야기를 나누던 일본 간부는 태형과의 시간이 좋았던 것인지 꽤 흡족한 표정을 지어보였고, 급기야 지나가던 웨이터를 불러 태형의 빈 와인잔을 한번 더 채우고서야 자리를 떠났다. 반복되는 간부들과의 만남으로 인해 태형이 비워낸 와인의 양은 족히 와인 한병. 점점 시야가 흐릿해지는 느낌에 태형은 손에 들린 와인잔을 테이블 위에 잠시 올려두었고, 금세라도 휘청거려 쓰러질 것만 같은 다리에 힘을 실어 화장실로 몸을 이끌었다.
태형은 백작의 사가 안에 위치한 화장실에 도착함과 동시에 힘을 풀려고 하는 제 다리를 꾹 잡고 빈 칸을 찾아 들어갔다. 변기 위에 앉아 손으로 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인 태형은 곧 제 양장 품 안에 있는 빛바랜 종이 한장과 펜을 꺼냈다. 그러고는 종이를 펼쳐 그 위에 빼곡하게 적힌 수많은 이름과 직책들을 태형의 검은 눈으로 찬찬히 훑어 내려갔다. 이어 태형은 제 손에 들린 펜을 이용해 지금까지 만났던 일본제국의 뱀새끼 같은 간부들의 이름을 종이 위에 한자씩 써 내려갔다.
'' 히라누마 기이치로[平沼騏一郞] '
' 정치가 '
' 이시즈카 에조 [石塚英藏]'
' 조선 내부 고문관 ''
' 이노우에 가오루 [井上馨] '
' 대장대보'
' 하세가와 요시미치 [長谷川好道] '
' 무단파 군인 ''
부들거리는 주먹을 움켜쥐며 마지막에 만났던 간부의 이름까지 적고 나니 미처 돌지 못했던 술기운이 태형의 몸을 타고 스믈스믈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몸이 점점 뜨거워지고 온몸에는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술의 도수가 태형에게는 사뭇 셌던 것인지 금방 술기운에 잠식당한 태형의 몸은 이미 그의 것이 아니었다. 자신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정신을 더욱 세게 붙잡은 태형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 마른세수를 한번 하고 다시 두 다리에 힘을 실어 화장실 칸 밖으로 나왔다. 휘청이는 몸과 정신을 붙잡고 일렁이는 복도를 간신히 걸어나와 마당을 바라본 태형의 눈에 오늘밤의 대미를 장식할 마지막 타게트가 보였다. 마츠히 코하루. 달이 어둠 속으로 영원히 자취를 감추기 전, 그녀와 무조건 가까워져야만 했다. 태형은 마츠히 백작의 하나뿐인 종달새에게로 걸어가는 첫 번째 발걸음을 움직였다.
태형이 그녀에게로 가까이 가면 갈 수록 태형의 눈 안에는 오롯히 그녀의 모든 것만이 담겼다. 그녀의 행동과 말 하나라도 놓칠세라 태형은 술기운에 취해 힘이 들어가지 않는 두 눈꺼풀을 들어올려 바삐 그녀를 눈 안에 담았다. 붉은색에 꽃으로 장식된 매혹적인 기모노. 머리를 높게 들어올려 묶어 보이는 새하얀 목덜미. 제 집안의 모든 손님들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있는 그녀의 입술은 부드럽게 올라가 있었고, 그런 입술과는 상반되게 그녀의 눈은 이미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태형은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 입꼬리 한쪽을 들어올리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 " … 코하루 상, 다시 한번 정식으로 인사 드리겠습니다. " 」
「 " 아, 켄타로 상…! 찾아뵈려 했는데 …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 」
「 " 전혀요. 오히려 코하루 상께서 피곤하시겠습니다. " 」
「 " 그러게요. 밤도, 연회도 무척이나 깁니다…. 아, 그나저나 켄타로 상이 유학을 다녀왔다 아버님께 들었습니다. " 」
「 " 올해까지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다녀온 유학이였죠. " 」
「 " …코하루 상은 일본에 다녀오신 적이 없으십니까? " 」
「 " 일본엔 아버님만 많이 가시는 편이죠. 전 아무래도 여인의 몸이니 같이 데리고 가질 않으시네요…. " 」
「 " 저런…. " 」
「 " 그래도 괜찮습니다. " 」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작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내용들은 전부 흥미로웠다. 그녀는 대화에 굶주린 사람마냥 백작이 즐겨 찾는 곳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태형에게 모조리 말하기 시작했다. 태형은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겉은 정숙한 여인이지만 속은 한없이 여린 아이같은 여인이라. 백작의 하나뿐인 종달새는 그렇게 제 아비를 죽일 수도 있는 단서를들을 의심없이 내 주었다. 그렇게 그녀가 하는 이야기를 모두 마음 속에 새기고 있을 무렵, 그녀의 어머니, 마츠히 부인이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이야기를 저지시켰다. 그녀는 금세 풀이 죽었고 더 이상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어지지 못하였다. 그렇게 그녀의 깊은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조금은 지루한 이야기를 듣고 있을 무렵, 그녀의 등 뒤에서 부터 와인잔을 들고 걸어오던 웨이터 한명이 미처 그녀를 보지 못하고 중심을 잃었다.
태형은 재빠르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 제 품 안에 가두었고, 어깨위로 와인이 쏟아진 태형의 양장은 점점 붉게 물들어 갔다.
「 " … 괜찮으십니까? " 」
「 " 저, 저는 괜찮습니다만. 켄타로 상이 저 대신 …. " 」
「 " … 아, 괜찮습니다. 마침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잘 됐네요. " 」
「 " 제가 옷을 드릴테니 … 갈아 입고 돌아가세요. " 」
월척. 지금 흘러가는 이 상황은 월척이였다. 손님들을 위해 공개된 백작의 사가 내부는 오직 화장실 뿐. 그 외의 공간은 모두 백작의 허가 없이는 들어갈 생각 조차 하여선 안되었다. 그런데 백작의 작은 종달새가 집안으로 날 들이겠다 하였다. 태형의 손을 잡아 끌며 사가 안으로 데려가는 코하루의 손을 태형은 꽉 잡았다. 조만간 이 작은 종달새의 아버지는 제 사가 안에서 그 더러운 생을 마감하겠지. 종달새는 구슬피 울 것이고, 난 그런 종달새의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어야겠지….
코하루와 태형은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사가의 뒷문을 통해 코하루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모든 것이 코하루의 물건들로 뒤덮혀 있었다. 태형은 그녀의 방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어린 그녀에게 애정결핍이라도 있는 것인지, 방 한쪽은 각양각색의 인형들로 가득했다. 창문에는 잠금 장치가 달려있었고, 허락 없이는 창문 조차 열 수 없어보였다. 따뜻한 방안은 왠지 모르게 차가웠고, 태형의 옷을 가져오겠다며 방을 나서는 코하루는 매우 들떠보였다. 자신의 방에 들인 외부인은 태형이 처음이였겠지 …. 태형의 눈에는 이유 모를 연민의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생각했다. 과연 내가 저 작은 종달새의 가슴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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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하루는 태형에게 아버지의 푸른색 유카타를 건네 주었고, 태형의 양장을 건네 받았다.
그리고 코하루는 발견했다. 태형의 양장 안에 있던 종이 한장.
종이를 펼쳐 보니 그 안에는 일본제국의 간부들의 이름으로 빼곡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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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붉은 기운으로 가득 덮인 타이치 공작의 별장에서 나와 근처 산에 몸을 숨긴 윤기와 호석의 몸은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과 넘쳐 흐르는 붉은 피와 마주했던 그들의 입가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윤기는 손에 들린 피 묻은 총을 땅에 떨어트렸고, 호석은 윤기의 옆에 털썩- 하고 주저 앉았다. 윤기도 그런 호석을 따라 차가운 흙바닥 위에 앉았고, 호석은 입에서 미소가 떠나질 않는 윤기에게 어깨동무를 하고는 제 입술을 혀로 한번 쓸었다. 호석이 어깨 동무를 하자마자 윤기의 올라가 있던 입꼬리는 급격하게 내려갔고 그의 입에서는 고통에 절은 신음 소리가 나왔다.
" 윽…. "
" … 뭐여, 민윤기. 다쳤어? "
" 총알에 살짝 스친거니까 호들갑 떨지마. "
" 봐봐 - 흐미…. 피가 철철 흐르는디 그걸 다 참고 있었냐? "
" … 가자. 동이 트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
일본군이 쏘았던 총알 한방이 스쳤던 윤기의 오른쪽 어깨는 검붉은 피가 팔을 타고 손 끝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호석은 아프다는 소리도 입 밖으로 못 내고 신음만 뱉어내는 윤기를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그의 허리를 꽉 잡고 일으켜 세웠다. 움직일 수록 더해가는 고통에 윤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그맣게 욕을 뱉어내었고, 그는 왼쪽 손으로 제 상처를 꾹- 하고 누른채 힘겨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한참동안을 걸어 산기슭을 타고 내려와보니 영원히 올 것 같지 않던 아침의 동은 터오르고 있었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뜨거운 두 청춘은 붉게 떠오르고 있는 석양을 바라보며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 윤기야. 언젠가는 조선에도 동은 트겄제? "
" … 지랄. 실 없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
" 이왕 뜰거면 빨리 떠블면 좋겠는디, 드럽게 안 뜨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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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와 호석이 지민이 기다리고 있을 은신처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3시. 그들이 은신처 안으로 들어가자 어두운 공간 사이 환하게 빛나는 등불 하나만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환한 등불과 함께 그들을 반겨주어야 했던 지민은 없었다. 호석과 윤기가 도착하기 한시간 전, 지민은 입고있던 흰 도포를 벗었다. 흔들리는 등불 사이에 보이는 그의 허리에는 크고 작은 칼자국들이 많이 자리해 있었다. 자신의 허리를 유심히 보던 지민은 벗어놓은 흰 도포를 말끔히 접고 난 후 옆에 있던 검은색 유카타[浴衣]를 들어 입었다. 누가 보아도 일본인의 복색을 갖춘 지민은 은신처의 문을 열고 나가 어디론가 걸어가기 시작했고, 한참을 걸어 그가 다다른 곳은 절정에 다다른 연회가 펼쳐지고 있는 마츠히 백작의 사가였다.
「 " 이름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 」
「 " 사쿠마 켄타로 상의 개인 비서입니다. 급히 전해야 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 」
「 " …죄송합니다만 개인 비서는 밖에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 」
「 " 아, 그렇습니까. 그럼 켄타로님에게 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해주시겠습니까? " 」
지민은 백작의 문지기들에게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고, 그들 중 한명이 알았다고 말하며 굳건히 닫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사라졌었던 문지기와 함께 어떤 여인이 등장하였고, 문지기가 지민을 가리키며 여인에게 귓속말로 무어라 설명하더니 이내 제 고개를 조아렸다. 여인은 지민의 앞에 조심스래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였다.
「 " 전 마츠히 백작님의 딸, 코하루라고 합니다. " 」
「 " 켄타로 상은 입고 계시던 양장이 더렵혀 지는 바람에 저희 사가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계십니다. " 」
「 " 아…. 그렇습니까. " 」
「 " 추우실텐데 안으로 들어오세요. 켄타로 상이 있는 곳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 」
지민은 코하루를 따라 백작의 사가 안으로 들어갔고, 연회가 벌어지고 있는 그 공간은 호화롭기 짝이 없었다. 고작 하룻밤에 미치지 않을 연회에 제 민족들의 고혈을 쏟아부었다는 생각을 한 지민은 분노가 일렁이려는 것을 간신히 막은채 저를 사가 안으로 안내하는 코하루를 따라갔다. 지민은 제 앞에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쓸었다. 종종거리면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마치 아직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한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미친새끼, 역적의 딸이다. 속으로 욕을 읊은 지민은 제 머리칼을 손으로 한번 훑고 벌써 뒤를 돌아 자신을 쳐다보는 코하루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사가 안으로 들어가자 지민의 눈에는 푸른색의 유카타를 입고 서 있는 태형을 발견했고, 태형은 그런 지민을 보고 짐짓 놀란 얼굴을 지어 보였다.
「 " … 여기 계셨군요 켄타로님. 이만 사가로 돌아가보셔야 할 일이 생겨 데리러 왔습니다. " 」
「 " 아… 지민 군.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코하루 상. " 」
「 " 여기, 켄타로 상의 양장입니다. 얼룩을 지워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
「 " 괜찮습니다. 」
검붉은 와인이 묻어 있는 양장을 태형에게 건넨 코하루는 제 얼굴을 붉히며 세탁을 못한 점에 대해 용서를 구했고, 태형은 양장을 건네받으며 그녀에게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만 가보겠다는 태형의 배웅을 다가겠다는 코하루에게 새벽 바람은 추우니 나오지 말라 당부를 한 태형은 코하루의 작은 손을 마주 잡으며 악수를 했다. 코하루의 손에 작별의 입맞춤을 한 태형은 뒤를 돌아 몇 걸음을 걷더니 다시 뒤를 돌아 코하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노란 전등빛 아래 코하루의 눈은 피곤함이 뚝뚝 묻어나왔고, 그녀는 태형에게 제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 " 아, 근데 코하루 상의 조선이름은 무엇입니까? " 」
「 " 그 이름은 왜 … " 」
「 " 아 , 예민한 질문이었습니까 … 그저 단순한 호기심일 뿐이니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
「 " 그럼 ,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
갑작스레 제 조선이름이 무엇이냐 물어오는 태형의 질문에 코하루는 미소를 짓던 눈을 급작스레 크게 떠 보이며 사뭇 경계 어린 눈초리로 태형과 지민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하지만 태형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단순한 호기심이라 둘러대자 코하루는 금세 경계 어린 눈초리를 지우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태형은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조심스레 두번 다독이고는 뒤를 돌아 지민과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태형의 뒷모습을 보며 짐짓 고민하던 표정을 짓던 코하루는 멀어져가는 태형의 뒤통수에 대고 속삭였다. 물론 태형은 그 속삭임을 듣지 못하였지만.
「 " … 성이름입니다. " 」
「 "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켄타로 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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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터오른 후에야 끝난 광란의 밤을 정리한지 이틀 후, 검은색의 마차 두 대가 마츠히 백작의 사가 앞에 멈춰섰다. 이윽고 마차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검은색 중절모를 멋드러지게 쓴 노인과 스무살 남짓 되어보이는 앳된 청년이 함께 내렸다. 마츠히 백작의 사가 앞을 지키고 있던 문지기들은 일제히 그들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고, 오롯히 그들만을 위해 제 주인의 집 문을 활짝 열어보였다. 노인과 청년의 표정은 차가웠으며, 백작의 화원에 펴 있던 꽃들조차 그들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이는 것만 같았다. 그들이 도착했다는 것을 들은 마츠히 백작은 문을 열고 뛰어 나와 그들을 향해 머리를 숙였고, 노인은 백작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으며 청년은 아무런 표정을 지어보이지 않은채 백작에게 목례를 하였다.
「 "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나카자와 상! " 」
「 " 음, 아닐세. 다만 뱃길이 조금 험했었지. " 」
「 " 허허, 그래도 가문 간의 혼사를 위해 마련한 자리이니 짧은 시간이나마 편하게 계시도록 준비해놨습니다. " 」
「 " 그래, 고맙네. 아, 이쪽은 내 아들. 인사드려라 마츠히 백작님이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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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카자와 히카루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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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물 등장
매주 1 -2 회 연재 → 자유 연재
1945년 : 경성의 코하루들 |
Ctrl + F 갸악님 / 늘봄님 / 뒷방마님님 / 므앙고님 / 민우럭우럭님 / 민이님 / 새싹님 / 있잖아요..?님 / 전아장님 / 침구님 / 침치미님 / 탄둥이님 / 햄버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