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낭자!"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책상 위에 펜을 내려놓고 거실로 나갔습니다.
"이거 봐요, 낭자."
"뭘요?"
"여기 이 이상하게 생긴게 움직입니다!"
회전하는 선풍기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는 김태형. 그리고 그런 김태형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
그는 회전하는 선풍기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풍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풍기가 제 앞을 지나 바람을 휙 불자 "호오." 하는 소리를 냅니다.
"살아있는 것도 아닌 것이 움직이는 것도 요상한데, 시원한 바람까지 풍깁니다."
그리곤 그 동그란 눈으로 나를 다시 바라봅니다.
"신기하지 않습니까!"
"…하."
"이건 필시 요물이 틀림 없습니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고요. 제 눈에 요물은 회전하는 선풍기 머리가 아니라 당신인데.
02
"낭자! 낭자!"
"왜요!"
집중을 좀 하려고만 하면 이렇게 불러대네.
이번엔 나가지 않고 안에 앉아서 왜 부르냐고 소리쳐 물으니 곧바로 큰소리로 답을 해옵니다.
"어서 나와보십시오, 밖에…!"
덕분에 한숨 또 푹 쉬고 나왔더니 이번엔 베란다 창문에 딱 붙어서 밖을 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옆으로 걸어가자 나를 발견한 그가 얼른 창밖을 가리킵니다.
"저기 보십시오, 저기 이상… 얼라리요?"
"…뭐가요. 뭐가 이상한데요."
"…아니…. 그…."
어디 한 번 말해 보시지요.
험상궂은 내 표정에 쫄아버린 꽃도령은 우물쭈물 말합니다.
"아니… 방금까지 저기, 말도 아닌 것이,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보아서…."
"……."
"…백마 같은 것이, 그, 빠른, 아주…."
"……."
"부아앙… 소리를 내, 냈는데…."
그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듯 흔들립니다.
제 머리에선 화산이 터지고 있고요.
오늘 무슨 날인가요? 자연재해가 이렇게 많이 터지고.
03
그를 가만히 앉혀놓고 화를 꾹꾹 누르며 말했습니다.
"저 내일 시험 있어요."
"……."
"시험 알죠? 그쪽 시대 사람들이 보는, 그래, 그 과거 시험 같은 그런 거요. 과거 시험이랑은 다른 거지만 어쨌든 그거만큼 중요한 시험이에요."
"……."
항상 뭐라고 말을 하던 그가 웬일로 입을 꾹 다물곤 내 말을 듣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정말 무슨 일이 있을 때만 날 불러요."
"……."
"밖에 지나다니는 거 구경하다가 신기하다고 나 부르지 말구. 알았어요?"
내 말에 뭐라고 말을 하려던 그가 입을 꾹 다물곤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입꼬리도 축.
눈꼬리도 축.
표정만 봐도 시무룩.
04
한 권의 공부를 끝내고 책을 덮었습니다.
아까 혼낸 덕분인지 그 이후로는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걱정 반, 궁금함 반을 담아 거실 밖으로 나오자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거실 안으로 들여놓은 빨래 건조대 옆에 서있던 그가 무언가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립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무엇인가."
"…저기…."
내 부름에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본 그의 손에는
나의
핑크색
레이스
속옷 세트가
각각 하나씩 들려져 있…습…니…다?
"아, 낭자. 이것 좀 보세요."
"……."
"이게 무엇입니까? 생김새를 보아하니 의복은 아닌 것 같은데, 또 어찌 보면 의복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한게…."
"지, 지금…."
"낭자 것입니까? 이 시대의 낭자들은 이런 걸 입고 다닙니까?"
내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지는 지도 모르고 그는 '참 별세다.'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합니다.
"이게, 그… 낭자가 말하던 그, 패션이란 겁니까?"
"아뇨!!! 패션 아니고요!!!!"
얼른 그의 손에서 내 속옷 세트를 낚아채곤 소리쳤습니다.
"이런 걸 왜 손대요!!!!!!"
"…그, 그게 무엇이라고 그리 화를 냅니까."
그런 그를 향해 버럭 소리를 치며 내 방으로 도망갔습니다.
"알 거 없잖아요!!!!!!"
05
저녁 시간이 다가옵니다.
배는 고픈데, 밖에 나가면 그 사람을 봐야 하는데, 이미 화는 왕창 냈고.
어떻게 하지 망설이다가 결국 문을 열고 나갑니다.
"…?"
문 바로 옆 벽에 쪼그려 앉은 그가 보입니다.
"낭자."
날 발견한 그가 슬그머니 몸을 일으켜 내 앞에 섭니다.
"할 일은 다 마치셨습니까?"
"네… 뭐."
미안한 마음에 괜히 땅만 보고 대답하는데 그가 내 눈 앞에서 손을 흔듭니다.
"고개 좀 들어봐요, 낭자."
"……."
"아까 그 일 때문에 화나셨습니까?"
"아니, 뭐…."
우물쭈물 하다가 겨우 말을 합니다.
"…아까 화내서 죄송해요. 너무 당황해서 그랬어요."
내 말에 그가 다정하게 웃습니다.
"미안할 게 뭐가 있습니까. 내가 무언가 낭자에게 실례를 범한 것일 텐데."
"……."
"오히러 제가 미안합니다. 이 곳도, 여기 있는 모든 것도 아직은 잘 적응이 되지 않아서 낭자에게 폐만 끼치네요."
…민폐 까지야.
괜히 민망해진 내가 우물쭈물 말을 휙 내뱉곤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오세요. 저녁 해드릴게요."
내 말에 그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날 따라옵니다.
"오늘은 무엇을 해주실 겁니까."
"글쎄요, 있는 거 보고…?"
"어제랑 같은 겁니까?"
"왜요. 어제 카레 별로였어요?"
"……."
"…왜 대답 안 해요?"
"……."
참나.
안 해줄까 보다.
안녕하세요~ 커플링이애오 *ㅎㅅㅎ*
국보커플 08화 안 들고와서 죄송합니다..
죄송한 마음에 꽃도령 태형이만 던져두고 갈게요..
흔히 생각하는 여주가 타임슬립으로 조선에 떨어지는 걸 거꾸로 해서 태형이가 2016에 떨어진 꽃도령으로 해봤어요 ㅎㅅㅎ
아휴.. 도령.. 우리 태형이 성균관 다니고 막 그런다고 생각하면
(말을 잇지 못한다)
사실 성균관 버전 태형이로 글도 써보고 싶은 것.. 하지만 아직 제 손에는 국보커플이 남겨져 있다는 것..!
아무쪼록 다들 좋은 밤!
태태 맘들도 좋은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