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서 잘랐으
이제 대본 외울 차례지?
조별로 대본을 외우고 리허설은 수행평가 전날 하기로 했는데
이런 연기 하는 건 애들이 창피하다고 뒤로 빼잖아
근데 우리 기가 선생님이 엄청 무서웠음...
지금은 완전 귀여우신데 배울 땐 일부러 더 혼내시고 그래서 무서웠음ㅜㅜㅜㅜㅠ
하여튼 대본을 외우는데 헤어녀가 외우라는 대본은 안 외우고
손에 쥔 채로 한숨 한 번 쉬고 말 한 마디 하고를 반복함
아, 대사 너무 길다
대사 너무 어려운데
나만 너무 많다
아 연기 창피해서 하기 싫은데 그냥 배우 하지 말까
이런 말을 내 옆에서 하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뭐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뻔한데 내가 그냥 못들은 척했음
헤어녀 대사가 다른 애들에 비해 많긴 했는데
우리 수행평가 준비 기간이 4주였고
내가 1주일 안에 대본을 써서 준 건데 설마 3주 동안 못 외울 분량도 아니었음
애초에 3~5분으로 맞추라는 연극이었으니까
그러다 리허설 당일이 됐는데 우리 차례가 되니까 헤어녀가
탄산아, 나 대사가 너무 길어서 잘 못 할 수도 있어... 얘들아 미안해...
굳이 처음에 내 이름을 콕 찝어서 부르길래 당황한 탄산은 김이 빠졌음
칭이ㅣㅇ이이이이이이잉ㅇㅇ이ㅣ
헤어녀는 당연히 리허설 하는데 계속 실수를 함
대사를 거의 안 외웠는데 어떻게 실수를 안 하겠어;
근데 리허설 끝나고 나한테 와서
탄산아, 나 대사 좀 짧게 바꿔주면 안 돼? 아니면 다른 역할로 넣어줘
????????
다른 건 둘째치고 당장 내일이 수행평간데 무슨 소리 하나 싶었지
헤어녀야, 너 꿈이 배우라서 분량 많은 거 하고 싶다며
아니, 그러기는 했는데, 이건 너무 나만 많잖아. 이러면 나 진짜 하기 싫어
무슨 탑배우 나오신 줄 알았음
그 헤어녀 특유의 표정이 있는데 미안한듯 거만함
보는 사람 엄청 화나게 만드는 표정ㅋㅋㅋㅋㅋㅋㅋ
네가 배우 하고 싶어서 하겠다고 했고 대본 수정할 거 있냐고 내가 물어봐서 다른 애들이 요청할 때 넌 아무 말도 안 하고 넘겼잖아. 그동안 대본 외우지도 않고 뭐했어.
이랬더니 헤어녀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작게
짜증나... 이러고 중얼거리는 거임
뭐라고?
아니야 ㅎㅎ; 대본 외워올게. 근데 좀 섭섭하다
다시 되물었더니 섭섭하다면서 외워오겠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음 날 기가 수행?
외워오기는 무슨 연기 제대로 못 하고 대사 계속 틀려서
같은 조 애들이 눈치로 알려주고
자꾸 대본에 없는 말 지어내는 거 애드립으로 막음
그리고 수행평가 점수는 C였나 ㅋㅋㅋㅋ
그 뒤로 번호 순으로 하는 건 다 얘랑 떨어지게 나뉘라고 엄청 빌고 그랬었음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굿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