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죽여 드릴까요? 02 _킬링포인트
"씨발 좆같네"
"징징대지 마 민윤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죠? 결국 같이 작전 나왔거든요. 오늘 작전은 저번에 민윤기가 말했던 '스케일이 큰 의뢰' 에 전혀 걸맞지 않게 간단해요. 그냥 끼 잘떠는 박지민이 하우스에서 타깃을 물어오면 도중에 쏙 빠지고 전정국 투입. 간단한 실랑이 벌일때 민윤기는 주변 건물 4층에서 스코프 (*망원경) 로 타깃 주위의 조심할 사람들 알려주다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타깃 머리에 조준하고 내가 타깃이 방심할 때쯤 찌르면 끝.
"니가 저 새끼 죽이기 좋게 나보고 길 터주란 말이잖아."
"정확하겐 박지민이 먼저 해주고 그다음에 니가 하는 거지."
원래 작전은 수행할 사람들을 모아서 보스가 한자리에서 말해주지만, 그날 지금 되도 않는 짜증을 부리고 있는 저 자식이 술에 잔뜩 취하셔서 숙소에 돌아와서는 갖은 술주정 다부려서 오늘에서야 설명해주니까 저렇게 노발대발이네요. 거기다가 내가 이 작전에서 빠지지 않았다는 게 더 빡치셔서 그렇겠죠.
-"윤기는 고집 그만 피우고 다들 위치로."
"......아 씨발."
"이미 8천은 입금됐고 물린 순 없어."
"뭐?"
"니 존심 챙겨주자고 우리 모양새가 빠질 순 없잖아."
" '우리' 가 아니라 '참새새끼' 겠지."
-"그만 하랬어 윤기야."
저 자식은 왜 항상 저렇게 꼬이게 행동하는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네요.
* * *
"리아, 요새는 말 듣지 말래도 잘 듣네?"
"손해 보는 건 결국 나니까요."
"남준이는 또 너한테 끼 떨던데."
"걔가 끼 떤거지 내가 떤 게 아니에요. 다 들어서 알 텐데?"
이 사실은 민윤기 빼고는 모를 텐데, 사실은 난 항상 몸에 도청장치를 지니고 다녀요. 물론 내 의지는 아니죠. 도청장치를 누구 좋으라고 순전히 내 의지로 지니고 다니겠어요? 보스의지지. 하루 24시간 내내 난 보스의 감시 아래 살고 있어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민윤기 빼고는 다 무전기를 가지고 다니나 보다. 할 거예요. 무전기는 다른 팀원들도 다 몸에 지니고 다니니까.
"그래서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서 부른 거야. 리아."
"이리와."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오히려 보스는 내게 다가왔어요. 그리곤 나에게 입 맞췄죠. 조심스럽게. 물론 내 턱 끝에 자신의 양손을 두름으로써 자상스러운 것도 놓치지 않았어요. 내 턱 끝에 있던 손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난 보스가 뭘 하든 반항하지 못한 채 가만히 있어요. 그냥... 난 보스의 오르골이라고 하면 될까요? 보스가 가지고 놀고 싶을 때 상자를 열면 난 보스가 듣기 좋아할 만한 노랫소리를 내며 보스에게 내 몸을 맡겨요.
"항상 머릿속에 새겨 넣어. 널 구해준게 누군지."
"당연히 잊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만 말하고 집중해요."
"착하다."
나도 이런 짓거리하고 싶지 않지만 어쩌겠어요. 난 약점을 잡힌 '을' 일 뿐인걸요? 이렇게 해서라도 절대 평범하지 않지만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다면, 나는 이래도 좋아요. 내 몸을 버릴지라도.
"그러고 보면 내가 참 이름을 잘 지었어, 그치?"
아, 이 얘기는 한적 없는 것 같은데. 내 이름도 보스가 지어줬어요.
"널 데려와서 이름 정한게 엊그제 같은데"
밤에 일하는.
"벌써 칼 다룰 줄도 알고"
무언가 하나가 모자란,
"넌 얼굴도 그렇고 하는 짓이 참 예뻐."
아름다운 여자.
"나의 아멜리아."
Amelia.
* * *
"오늘 지민이 덕에 다 말아먹었다며?"
"아 시끄러워 나 때문 아니거든! 누가 그래?"
"스나이퍼가."
"뭐? 진짜 어이없다. 넌 또 그걸 믿어 태형아? 나때문은 무슨, 자기 때문에 다 말아먹었구만!"
맞아요. 오늘 작전은 완전히 말아먹었어요.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화내는 박지민 말고 태평하게 평온한 표정으로 쇼파에 앉아 고양이를 쓰다듬는 민윤기 때문에.
"너 때문 맞지. 타깃을 물어오랬더니 지가 물려갈 뻔했으면서."
"계속 설명해줘도 모르겠어? 연기라고. 그렇게 살살 굴려줘야 넘어온다니까? 아니 애초에 거기서 왜 총을 쏴?!"
"남자 둘이서 그런 짓 하는 거 꼴보기 싫어서."
"뭐? 하, 어이가 없네 진짜."
쓸데없이 민윤기가 찡찡댔어도 첫 시작은 순조로웠어요. 박지민이 하우스 안으로 입장하면 박지민 셔츠 단추에 달려있는 초소형 카메라로 보이는 타깃의 표정이나 주위를 보스가 살피며 지시를 내렸죠. 처음엔 박지민이 연이어 돈을 잃기 시작하더니 봐줬다는 듯, 이내 페이스를 되찾고 타깃의 돈을 따기 시작했어요. 말 그대로 머리 아픈 심리전 이였고 연기였죠. 이런 말 박지민은 저급한 단어라며 싫어하지만 쟨 타고난 도박꾼이거든요.
-"이제 지민이 맘대로 가지고 놀아. 니 페이스에 말린 것 같네 타깃이."
보스가 저 말을 내뱉을 때까지 기다렸다는 듯이 박지민은 바로 제 목을 단단히 조이고 있던 단추를 풀고 끼를 떨었죠. 나와 전정국은 무전기로 들리는 말소리만 들어서 타깃의 표정을 읽을 순 없었지만 보스는 카메라로, 민윤기는 총의 스코프로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어요.
"우리 오빠 나한테 다 줘버리면 어떡해? 내가 도망가면 어쩌려구."
"오빠? 너 나한테 끼 떠는거야? 도망가도 난 다 찾아."
"오빠가 맘에 드니까 떠는 거지. 오빠도 나 맘에 드는것 같은데. 우리 이제 그만하고 나갈ㄲ,"
탕-
"씨발, 더러워서 못보겠네."
박지민이 살살 구슬리다가 이제야 제대로 작전이 시작되는 것 같아서 전정국도 투입하려 준비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민윤기가 총을 쏘는 바람에 -다행히 창문만 깼어요.- 작전은 무슨. 타깃은 도망가고 박지민은 그 와중에 자기가 딴 돈 챙겨서 하우스 장한테 입막음으로 얹어주고.. 다행히 우리 쪽 손실은 없었지만 아까운 시간만 버렸죠. 가뜩이나 깊숙한 밤에 모여서 시작한 작전이라서 다 피곤에 찌들어서는 예민의 끝을 달리고 있었는데 폭발 직전이었고.
"그러게 애초에 내가 너 빠지랬잖아."
아니, 난 폭발했어요. 쇼파에 태평히 앉아있는 폼도 그렇고 날 내리깔아 보는 눈도 그렇고 거기다가 거슬리는 저 말투. 가만히 있는 날 왜 또 걸고넘어지냐고요. 어쩐지 숙소까지 조용히 온다 했다. 일부러 말 돌리려고 저러는 거예요.
"작전에 쟤 없으면 제대로 해 난 항상. 오늘은 미안. 손이 미끄러졌어."
"언젠 또 남자 둘이 그러고 있는 거 꼴보기 싫었다며?"
"아, 내가 그랬나? 미안 미안. 그냥 쟤 빼고 싶다고 말하려 했는데 말이 엇나갔나 보네."
횡설수설하는 게 박지민도 어이없었나 본 지 자기방으로 들어가 버리고 작전에서부터 쭉 조용하던 전정 국도 박지민 따라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리네요. 그래서 결론이 뭐냐구요? 쟤랑 나랑은 다신 작전에서 붙은 적이 없어요. 그냥 일방적으로 내가 피했죠. 민윤기 말 따라 꼴보기 싫어서.
* * *
얼마 전 작전 도중 민윤기의 어이없는 난동이 있고 난 후 몇일 뒤 다시 시작된 그때의 그 작전은 내가 빠지고 진행됐어요. 박지민은 민윤기랑 붙기 싫다고 또 찡찡댔지만 민윤기가 돈 몇푼 물려주니까 조용해지곤 열심히 끼 떨어 댔대요. 역시 박지민은 돈에 죽고 돈에 살죠. 여튼 잘 마무리되고 이번 타깃은 좀 젊고 건강해서 김태형이 또 큰 값에 팔아와서 그날은 회식도 했었어요. 회식 때 만큼은 민윤기가 조용해서 나도 맛있게 먹었구요.
"뭐해?"
그리고 지금은 오랜만에 정호석방에 들어와서 쉬고 있어요. 정호석방에는 큰 창문이 있는데 빛을 싫어해서 항상 암막 커튼을 해놔요. 그 암막 커튼을 걷자 들어오는 노을 빛이 나른한 게 푹신한 침대에 누워있으니까 금방 잠이 쏟아질 것 같아요. 졸리다.
"약."
"그런거 하지 말랬잖아."
"니가 알려준 거잖아."
"....."
"소중해 난. 너와의 추억이."
정호석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해맑게 웃다가도 가끔씩 진지한 얼굴로 알 수 없는 말을 뱉어대면 생각 없이 웃는 게 김태형과 똑같다가도 생각이 너무 많아 보이는 게 어쩌면 속내는 김남준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맞다, 그리고 정호석도 나한테 반말해요. 근데 이건 내가 허락해준 거. 김태형이 반말하는 건 얄미운데 정호석이 하는 반말은 어딘가 섹시해서.
"약에 취하면 나도 날 제어 못하니까 오늘은 그만 니 방으로 가."
"괜찮아. 니가 그 정도로 약한 애는 아니니까."
"난 말했어. 나도 날 제어 못한다고."
잠에 취해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진 모르겠지만 알다가도 모를 행동을 하는 정호석이 솔직히 난 팀원들 중 가장 맘에 들어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반말이 섹시하기도 하고.
"오늘 내 몸 가벼워."
"...뭐?"
"보스도 없고"
"....."
내가 저번에 말했죠? 민윤기 빼고는 내가 도청장치 지니고 다니는 거 모른다고. 사실 거짓말. 정호석도 알아요.
"도청장치도 없다ㄱ,"
그리고 뒷일은 상상에 맡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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