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떠났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렇게 너는 조용히 떠났다.
끼익-
너의 집에 들어왔다.
모든것이 그대로인데
네가 없다.
생각해보면
아무말도 없이 떠난건 아니었다.
가끔씩 너는 나에게
지금 생활은 힘들다고
떠나고 싶다고 말했었다.
나는 그럴때마다
'다음에 같이가자.' 라는 말로 대답했었다.
너는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너 혼자만 떠났다.
조용하다.
항상 '준형아!'라고 불러주던 네가 없어서인지
너의 집은 너무 조용하다.
너는 항상 그랬다.
항상 내 이름을 밝게 불러주었다.
너는 언제나 웃으며 행동했다.
항상 웃으며 나에게 사랑한다 속삭여주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떠날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살며시 너의 방에 들어섰다.
너의 방을 한번 둘러본다.
나는 너의 집에 오면 거실보다 너의 방에 더 오래 머물렀다.
그냥 너의 방이 좋았다.
너의 생활이 담겨있어서 그랬던걸까.
나도 모른다.
그냥 너의 방이 좋았다.
너의 책상위에 못보던 봉투가 놓여있다.
너의 편지다.
혼자가서 미안하다고
너는 나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드디어 실감나기 시작했다.
너는 이곳을 떠났다.
너는 나를 떠났다.
그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울었다.
정말로 사랑했는데
너는 나를 떠나버렸다.
네가 떠난지 정확히 일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널 원망도 많이했다.
잊으려고 노력도 해봤다.
하지만 계속 네가 생각났다.
그래서 오늘 난 너에게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