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Friday14
잠시 깬 태환을 다시 재우고 커다랗게 트인 창밖을 쳐다보았다. 얇은 레이스 커튼 너머로 아직 어두운 하늘이 보였다.
컴컴한 하늘은 별빛조차 품지 않고 오롯 어둡기만 하다. 길잡이를 잃고 출구를 찾아 헤매는 나와 같아서 씁쓸했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에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겨우 잠이 들었다.
"으음..."
새벽 늦게 겨우 잠든터라 아직 졸음이 쏟아졌다. 더 자고 싶었지만 몸을 흔드는 통에 잘 수 없었고 감은 눈을 떴다.
누군가의 흐릿한 윤곽이 보였다. 더 자세히 보려고 눈을 몇번 깜빡거린 후 집중해서 바라보았다.
태환이었다. 눈을 완전히 뜨고 쳐다보자 동그랗게 뜬 눈을 반달로 접으며 웃는다.
"일어났어요?"
"..아..."
"어서 일어나요. 너무 잘자서 깨우기 싫은데 출근해야하니까 깨웠어요."
태환의 말에 시간을 확인하니 7시되기 5분 전이었다. 지각하지 않고 출근하려면 지금 일어나서 준비해야했다.
몸을 일으키려다가 가만히 누운 채로 눈을 다시 감았다. 그리고 몹시 졸린 말투로 중얼거렸다.
"더 자고 싶은데..."
"어? 쑨양. 일어나요."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어깨를 흔드는 태환을 팔을 벌려 안았다. 팔힘에 의해 태환은 가슴 위로 쓰러졌고 순간 뻥져서 있다가 가슴팍을 밀치며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 태환을 꼭 끌어안아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대고 속삭였다.
"Good morning, Tae-hwan.(좋은 아침이에요. 태환.)"
"...! 쑨..."
그리고 그의 부드러운 입술에 입맞추며 감았던 눈을 떴다. 뺨을 부풀리고 입술을 뾰족하게 세운 태환이 보였다.
장난치지 말라고 다그친 후에 나의 입술에 감질나게 쪽쪽 키스를 하더니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집어넣고 능숙하게 프렌치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마른 입안을 타액으로 촉촉히 적시며 섬세하게 입천장를 핥고 혀를 빨아들인다.
그 자극에 아침 연례행사로 부푼 분신이 흥분하기 시작할 때쯤 농도 깊은 키스가 끝이 났다. 자극을 주다가 멈춰서 아쉬웠다.
아쉬운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는지 태환은 목표달성했다는 듯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종종 걸음으로 방문을 열고 나간다.
"나도 장난이에요. 장난~ 그 뒤는 쑨양이 알아서 해요~"
"헉..."
"아침 먹게 어서 씻고 나와요~"
문틈으로 여우같이 눈웃음치고는 문을 완전히 닫은 후 나가버린 태환을 멍하게 쳐다보다가 침대에서 어기적어기적 일어났다.
아침부터 자위하라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뭔지.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방에서 나와 욕실로 들어갔다.
세수하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은 빗으로 정리한 후 거실로 나와 부엌으로 걸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거의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수저와 밥만 놓으면 끝이었다.
익숙하게 공기에 밥을 담고 수저통에서 짝을 맞춰 숟가락과 젓가락을 가지런히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의자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
"형!"
"닥쳐."
"형!!"
"꺼져."
"형~~"
"어디서 개가 짖나..."
"잘생기고 멋진 킹카님~"
"왠 날파리가 앵앵대지.."
"혀어어어엉~"
다음날부터 며칠동안 민성형 뒤를 쫓아다니며 귀찮게 했다. 태환과 사귈 때부터 마뜩잖아 했던 사람인지라 나의 계획에 쉽게 동참하려고 하지 않아서 허락할 때까지 달라붙었다. 틈틈이 시간날 때마다 그렇게 뒤를 쫓아다니자 회사 직원들이나 비서들까지 궁금해서 물어볼 정도였다.
그때마다 아무것도 아니라며 대답을 피했지만 2미터나 되는 덩치 큰 남자가 170cm 겨우 넘는 작은 남자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무척 희귀한 광경이었기 때문에 호기심 어린 시선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사람들 시선에도 굴복하지 않고 꿋꿋하게 민성형을 따라다녔고 처음에는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곧 고지가 보이겠구나 희망을 가졌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업무 처리를 하는 것이 영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쯤에서 져주면 좋을텐데 만만치가 않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전혀 끄떡하지 않는 형을 보면서 내가 먼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그래서 마지막 히든 카드를 꺼내들고 형 앞에 섰다.
마침 오늘은 연일 야근으로 힘들게 했던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어 사장의 역량으로 모두 일찍 퇴근하였다. 비서실장까지 퇴근하여 회사에는 사장인 민성형과 팀장인 나 둘만 남았다.
그렇게 되기를 고대했던 나는 즉시 퇴근 준비를 마치고 사장실로 처들어갔다.
"형~ 퇴근안해요?"
"할거야."
"그럼 잠시만 시간내줘요."
"시간 없어."
"지금 잠깐만~ 10분만~"
"너한테 낼 시간 없어. 휴우...쑨...형 좀 그만 귀찮게 해라."
"......"
"이제 그만할 때 안됐어? 지금 이러는 거 박태환씨때문이잖아."
"맞아..."
"그런데 왜 나까지 끌어들이려고 해? 좋으면 너 혼자 하라고. 엄한 사람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하지만......형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이벤트보다 그게 중요해."
"뭐? 너네 닭살 돋는 사랑놀음에 외로운 솔로인 내가 왜 끼어드냐."
"우린 혼약같은 건 할 수 없으니까...프로포즈할 때 옆에서..."
"미친...얘가 미쳐도 제대로 미쳤네. 쑨양아. 너 자꾸 형 마음 이용할래? 이상하게 역전되었어. 중국인은 한번 신뢰주면 간이든 쓸개든 내어줄만큼 믿는다는데 넌 형을 이용해먹기 바쁘냐~"
"그게...아니라..."
"멍청아. 바보야. 쪼다. 말미잘....개새끼."
"욕하지마요..."
"더할거다. 미친놈아. 후우......정말...정말 그만하면 안되냐? 형이 부탁할게. 내가 말했잖아. 너만 다친다고. 너만 아프다고."
"괜찮아요. 괜찮다고 말했잖아요."
"괜찮기는...전혀 안괜찮아. 저번처럼 울상 안짓는다고 그 마음 가려지니? 형이 널 몰라? 제발 그만하라고."
"마음 정했어요. 생각하면 할수록 그만할수가 없어요."
그만 둘 수 없다. 그리고 정했다.
앞으로 다가올 슬픔의 무게에 짓눌려 숨막혀 죽을듯이 아파할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여 그 감정에 솔직하게 답하고 싶었다.
그 결심은 몇번이나 무너지고 다시 쌓아올렸고 이제 지진이 일어나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졌다.
복잡하게 생각해서 가슴 앓느니 단순하게 생각해서 그 사랑만 보고 싶었다.
어제의 태환이 좋았고 오늘의 태환은 더 좋았으며 내일의 태환은 더 사랑스러울 것이다.
그렇게 부풀어가는 감정은 컨트롤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감정에 뒤따라 행동하려 한다.
"쑤....! 야! 미쳤어?"
"...형. 들어줘요."
나의 마지막 히든카드. 바로 무릎꿇고 사정하기였다.
그만큼 절실하다고 표현하고 싶은 반증이기도 했다. 자존심과 수치심따위 사라진지 오래였다.
원래 사랑을 하면 구차해지는 법이었다. 그런게 사랑이었다.
사람을 미치도록 사랑하게 되면 모든 걸 버리고서라도 가지고 싶은 게 사랑이다. 그렇게 태환을 사랑했고 그와의 사랑을 또 다른 이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부모님보다 더 신뢰하는 사람에게, 형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일어나. 뭐하는 짓이야! 네가...네가 이런다고 내가 들어줄 것 같니?"
벌써부터 동요하기 시작했다.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나는 말투에 먼저 안도감이 들었다.
심호흡을 하고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눈을 꼭 감고 침을 꿀꺽 삼켰다.
목울대가 울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형. 내가 형 좋아하는 거 알지?"
말이 없었다. 고요한 사무실 안에서 또 한번 침을 삼키는 소리만 났다.
형이 대답할 때까지 입을 꾹 다물고 기다렸다. 차가운 바닥에 맞닿은 무릎이 아려왔고 다리에는 서서히 둔통이 찾아왔다.
모든 감각이 마비되는 기분을 느낄 때쯤 형은 입을 열었다.
"알아. 새끼야. 개새끼. 미친 새끼."
거친 욕설을 퍼붓는다. 겸허하게 그 쓴소리를 받아들였다.
"왜 나까지 끌어들이니. 네 사랑놀음은 너희 둘만 속삭이면 되지. 왜 그래..정말."
"...형."
"미친놈. 미친 자식. 너 이것도 네 계획에 들어 있었냐? 건물 이벤트같은 거야...돈만 주면 요즘 가능한데 굳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나때문이지? 네가 박태환씨한테 청혼을 하든지 말든지 내 알바 아닌데...청혼 이벤트 계획을 나한테 꺼낸 이유가 이런 이유지?"
"......"
"무서운 새끼. 바보야...그렇게 좋냐? 박태환씨가 그렇게 좋아?"
"...응."
"미치도록 사랑해서...죽는 것따위 생각도 하기 싫을 만큼 사랑에 빠져서 자신도 돌보지 않고 그 사람한테 올인하는 인생이 좋으니? 부정할 생각하지 마. 눈에 보이니까. 니 말대로 나 똑똑하거든? 네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눈에 보여. 박태환씨 죽으면...그 뒤에 어떡할거냐고...분명 미치도록 슬플텐데...왜 그 지옥구덩이에 일부러 기어들어가려는 저의가 뭐야. 그 길을 혼자만 가지. 왜 싫은 사람까지 끌어당겨?"
"그냥 봐주기만 해요. 그거면 돼..."
"웃기고 있네."
조소하는 형을 미안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점차 풀어지는 형의 마음이 보였다.
애걸복걸하는 나를 못본 체 하지 못하는 착한 형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정말 미안해요. 다음에 꼭 갚을게요.
"일어나. 다리 안아프냐?"
"윽!...아파...씁..."
"미친놈. 지랄을 한다...지랄을 해...그깟 사랑이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니...왜 그렇게 살아..."
"형도...사랑을 해봐요."
"해봤거든? 누굴 모태솔로로 아나."
"사랑...나도 해봤어요. 그런데 이런 적 처음이에요. 이런 사랑 처음..."
"그게...불같은 사랑이라고 하던가? 유행가에 흔히 나오는 타오르는 사랑...근데 그거 금방 식잖아. 차가운 물 한방 끼얹으면 금세 사그라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랑..."
"물을 백번 끼얹어도 사라지지 않아요. 성냥개비를 태워 일으킨 작은 불꽃이 아니니까."
"미친...어휴...내가 전생에 큰 잘못이라도 저질렀나보다. 무슨 대역죄를 지었길래 현생이 더럽게 엮이냐..."
"...형...미안해요."
"미안하면 미안할 짓을 하지마! 알았어? 이번만이야...이번만이라고...더이상 엮이기 싫다. 난 박태환씨 엄청 밉다...널 이렇게 만든 그 사람 죽도록 싫다."
"정말...미안..."
"말하지 마. 등신아...바보 멍청이...대책 안서는 놈. 미친놈은 약도 못쓴다더니...딱 널 두고 말하는 건가 보다. 옛 선조의 말들은 허투로 들을게 없어. 다 옳아!"
"......고마워요. 형."
"꺼져. 너때문에 홧병으로 돌아가시겠으니까 꺼지라고. 너때문에 박태환씨보다 내가 먼저 저승길 가겠다. 정말!"
구겨진 얼굴 그래도 버럭 한소리를 고함친 후에 몸을 돌려 나를 외면했다.
그대로 말조차 꺼내지 않았고 뒤돌아 선 채 얼굴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 형에게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나왔다.
"하아..."
한숨 한번 내쉬고 손에 쥔 가방을 들고 회사를 나왔다.
짙은 석양빛이 자동차의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들어왔다.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뒷편에서 클랙션을 빵빵 거린 후에야 운전을 다시 시작했다.
사랑 하나에 주변에 온갖 민폐를 끼치는 자신이 몹시 웃기고 바보같았지만 사랑한 후로 이미 바보가 된 나에게는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어서 태환이 보고 싶다. 집에서 기다릴 그가 보고 싶고 오늘도 통증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끙끙 앓았을지 걱정되었다.
어느 누구의 비난에도 끄떡하지 않는 강철심장이 태환에게만은 여렸다. 그래서 악질이었고 나쁜 놈이었다.
집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눌렀고 부산스런 기척 뒤에 달칵하고 현관문이 열리며 그 사이로 태환이 보였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태환은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어서 와요. 쑨양."
"다녀 왔어요."
변함없는 다정한 어투로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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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세번째로 7일동안으로 찾아뵙습니다.
내일은 두개의귀걸이로 찾아뵐게요.
아련하다고 전편에서 언급했는데...어떠한지요?
아련한 부분도 있습니다만...그냥 쑨양은 사랑에 미친놈이다.
로맨티스트가 민폐란 민폐는 다 끼치네...아는 형이 불쌍해. 이정도로 축약 가능합니다.
그리고 청혼할 때...태환은 몰랐지만 아는 형이 근처에 있었답니다. 큽..불쌍...
쑨양은 청혼할 때 공증인(?)으로 옆에 있길 바랐죠. 별걸 다 바라는 쑨양임돠...
괜히 출현해서 온갖 수발을 다 드네요...쑨양 셔틀인가...=ㅅ= 쑨양은 태환 셔틀이더니...
전편에는 다행히 독자님들 반응이 좋았는데...이번편은 어떠할지...ㅠㅠ
또 폭주하면서 쓴터라 제가 잘 쓰고 있는지....어떤지 모르겠네요;;;
이글이 장편이잖아요...그래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인지 이제 헷갈립니다.
또다시 갯수를 세어봤답니다...7일동안이 이번편까지 49편째이네요.
남은 이야기를 생각하면 최소 60편은 찍겠습니다=_=;;; 헉;;;;
암호닉 |
린연 / 팬더 / 슈밍 / 마린페어리 / 흰구름 / 광대승천 / 허니레인 / 포스트잇 / 여름향기 / 아와레 / 보석바 / 순대 / 쌀떡이 / 태꼬미 / 렌 / 땅콩이 / 쿠엔크로 / 쥬노 / 아스 / 텔라 / 루키 / 잼 / 샤긋 / 빌보드 / 비둘기 / 사과담요 / 박쑨양 / 응가 / 초코퍼지 / 소어 / 회사원 / 촹렐루야 / 피클로 / SY / 우구리 / 태쁘니 / 무슈 / 태쁘닝 / 플레인 /찰떡아이스 / 그냥(부랄) / 빠삐코 / 레인 / 토야 / 하양 / 쑨양자기 / 양갱 / 소띠 / 연두 / 뺑 /아마란스 / 에트리 / 태환찡 / 김쥰슈 / 또윤 / 에이삐씨 / 오름오름 / 주엘 / 눕는독자ㅇ<-< / 햄돌이 / po쑨환wer / ㅌ/ 고구미 / 코난 / 딸기빼빼로 / 박태쁘 / 유스포프후작 / 달룽 / 탱귤탱귤 / 복숭아녹차 / 별빛 / 꾸워엉 / 차느 / 고무 |
★ 오타 지적 환영!
★ 오늘 쑨양 웨이보에 쑨환분자라면 입이 벌어질 일이 생겼습니다.
쑨양이...누가 올린 쑨환영상(태쁘와 쑤냥 영상을 편집해놓은 동영상)을 리트윗하고 감상평까지 남겼거든요.
구글의 힘으로 번역해보니...힘이되고 흥분된다는 둥...영상 좋다고..=_=
이번 기점으로 정말 쑨양에게 묻고 싶어요. 너...정말 네 진심이 뭐야...ㅠㅠ 예전에 에스원과 엮인 합성은 즉시 고나리하더니...태쁘와 엮이면 왜???
누나에게 열심히 쑨환행쇼! 외치라고 달콤한 당근주는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