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선배? 참 묘한 단어이다. 아니, 어쩌면 저 아이가 나에게 그런 말을 써서 묘한 단어가 된것이 아닐까? 나보다 훨씬 형으로 보이는, 아니 20대중반으로 추정되어 보이는 외모로 나에게 선배라니. 뭔가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어쩌면 더 관심이 갔던것일수도있다. 난 그 후배에게 잘지내자며 악수를 하고는 지나쳤다, 구준회. 구준회라. 난 속으로 그 이름만을 중얼거리며 기억속에 새겨두었다. 처음으로 관심이 가는 후배니까.
아, 누가 겨울 아니랄까봐 추워미치겠네. 집이 부유한 편이 아니라 항상 교복 마이로만 버티던 나이지만 이번만큼은 추워서 못 참겠다. 손에 입김을 불며 조금이나마 따뜻함을 느끼려고 하는데 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에 뭐지?하며 뒤를 보았을땐 어제 보았던 구준회가 자신의 후드집업을 걸쳐주었다, 나에게. 물론 그렇다고 준회도 마이만 입고있는건 아니지만. 난 얼떨떨한 기분에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고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자 구준회는 그 긴 다리로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내 앞을 가로질러 그 긴 두 팔로 내 앞을 막아섰고, 천천히 자신의 얼굴과 내 얼굴을 가까이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 추운신거같아서 제가 후드집업까지 드렸는데 그렇게 가는거에요? 그냥?"
"그래서 고맙다고 했잖아"
준회는 에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내 손을 꽉 잡고는 내 손등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자 이제 갈까요?라며 미소를 짓는다. 왠지모를 느낌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우리 둘은 아무 말 없이 학교로 향하였다, 그러나 똑같이 맞춰걷는 발걸음과 다르게 우리 둘의 표정은 너무나도 달랐다. 준회의 표정이 해맑다면 나의 표정은 의문이 가득했다. 왜 애가 나에게 후드집업을 빌려주고, 손등에 그런 짓을 했을까? 그러나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를 좋아하나? 그 생각을 하니 순간 발걸음이 멈추었고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진 준회가 왜그러냐며 나에게 물음을 던지자 난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너 나 좋아해?라는 질문을 던지자 준회는 내 손을 놓으며 박장대소를 한다. 그러자 난 내 생각이 틀렸다는걸 감지해 얼굴을 급히 가리며 더욱 빠른 걸음으로 학교를 향했다. 아, 어떻게. 내가 왜 그런거지? 날 좋아할리가 없잖아, 남자가. 아 어떻게. 내가 미쳤구나.
*
"춥다, 안 춥냐 너는?"
"그러니까 왜 나오자고해서 지랄이야"
나는 나에게 욕을 퍼붓는 김동혁이 귀여워 머리를 쓰담아주며 욕은 나쁜거야라고 다그치자 김동혁은 날 째려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긴다. 난 그런 동혁이를 보다 급히 뒤따라갔다. 그러자 동혁이는 따라오지말라며 소리쳤고 나는 그런 동혁이를 붙잡으며 너 혼자가면 외롭잖아라고 말해주자 동혁이는 벙찐 표정으로 날 보다 널 내가 어떻게 이기냐라며 다시 속도를 낮춰서는 함께 걸었갔다. 삼년전, 내가 선배라고 형을 불렀을때 형의 표정도 동혁이처럼 벙찐 표정이였었다. 하긴, 자기보다 훨씬 큰 녀석이 선배님이라고 인사하는데 나라도 놀라겠다. 허나 난 그런 형의 모습에 더욱 끌렸던것일수도있다. 귀여웠거든, 그때 형의 표정. 그렇게 인사를 하고 서로 얼굴만 알고 지낸지 얼마안되서 아주 추운 겨울, 다들 각양각색의 패딩들을 입고 무슨 파워레인저처럼 입고 다니는것이 유행이던 겨울이였다. 나 또한 그 중 한 무리였고, 모두가 그런 패션에 동의를 하며 하나 둘 모두 껴입을때 유일하게 한 명, 교복마이만을 믿으며 꿋꿋하게 등교하는 학생이 있었다. 난 그 소문을 듣고 미친놈일세하며 혀를 찼지만 그 주인공이 진환이 형이 알고 난 후, 곧바로 형에게 달려가 내 후드집업을 벗어서 덮어주었다. 그러자 따뜻함이 느껴졌는지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는 형.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 말까지 더듬으며 고맙다는 말을 하고서는 빠르게 학교로 향한다. 아니, 이 형이?
"선배님 추운신거같아서 제가 후드집업까지 드렸는데 그렇게 그냥 가시는 거에요? 그냥?"
"그래서 고맙다고 했잖아"
난 그런 형이 귀여워 에이란 말을 하며 형의 손을 꽉 잡아 형의 손등에 입맞춤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었다. 형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 뒤를 따랐고 나의 표정은 해맑음의 결정체였달까? 열일곱살의 나이답게 해맑게 웃었었다. 그러나 형은 나와 다르게 의문만이 가득찬 얼굴이였다. 난 그런 형을 무시하며 손을 앞뒤로 크게 흔들며 학교로 향하는데 갑자기 멈추는 형의 발걸음에 나 또한 멈추었고, 형의 입에서는 너 나 좋아해?란 황당한 말이 나왔다. 난 그런 형이 귀여워 한바탕 웃음을 뱉어내고 창피함을 느낀것인지 빠르게 달려가는 형을 보며 형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응, 형이 좋아"
그러나 이미 형은 날 떠난지 오래다, 그때 조금만 더 빨리 말했다면 형과 이렇게 빨리 이별할꺼라고 생각했을까? 진환이형. 보고싶어.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이랑 웃으며 보내는꼴 보기가 싫어. 난 이렇게 형만 그리워하고 있는데 어느새 나같은건 잊어버린지 오래인게 싫어. 그정도로 내가 형을 좋아했을까? 도대체 날 기억하기는 하는거야? 그런 생각을 하다 내 옆에서 멍하니 서있는 동혁이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살짝 몸을 기대었다. 그러자 동혁이는 무거워, 개자식아라며 욕을 뱉었고 나는 그런 동혁이에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원망만 커지겠지?라고 말을 하자 동혁이는 또다시 욕을 하던 입을 다물며 내 머리를 쓰담아주었다. 그 작은 키로 대체 뭘 하겠다고. 예전에도 진환이형이 내가 힘들때마다 자신의 어깨에 기대라며 하고서는 머리를 쓰담아주었는데. 귀엽게 까치발까지 들고서는. 지금이 딱 그꼴같아. 참 많이 닮은거같다, 김동혁 김진환. 어쩌면 그래서 지금 내가 동혁이와 함께 있는것일까?
*
"참 좆같은 인생이야, 그치?"
동혁이는 나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 손을 꼭 잡고는 놓을 생각을 안한다. 난 그런 동혁이를 보며 괜찮아라고 다독이고는 한발짝 한발짝 다가갔다. 형에게로. 진환이형. 내가 이름을 불렀을때 형은 멈칫하더니 어쩔줄몰라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난 형을 보며 뭔지 모를 감정이 올라와 결국 형을 덥썩 안고말았다. 뒤에서는 동혁이가 나를 향해 욕을 하고 있었지만 나에게 그런거따위 들리지않았다. 난 형을 꽉 끌어안으며 보고싶었다며 중얼거리기만을 했다. 그러자 형은 가만히 있다가 나를 안아주며 다독여주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어느새 시간은 많이 지난듯해보였고 형은 내 품에서 나와서는 한마디 말을 남겼다.
"잘 컸네, 구준회"
그 말을 뱉고서는 옆에서 계속 우릴 보던 남자의 손을 꽉 잡으며 다음에 올 땐 그렇게 어린애처럼 칭얼대지말고와야돼?라며 미소를 짓고 나를 뒤로 한채 걸어갔다. 내가 좋아하던 미소가 이제는 미웠다, 싫고. 난 그 자리에서 크게 김진환이라며 소리를 지른 후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절할수가 없을만큼 미치도록 화가 났었다. 아직도 그저 어린애구나, 나는 형에게. 그냥 어린애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