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몇 걸음도 채 떼지않고 비틀거리는가 싶더니 금세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그런 너를 멍하니 응시하며 천천히 너를 향해 걸어갔다.
너가 정말 자연이야?
내가 아는 그 부자연 맞는거야?
내 생각이 많으면 많아질 수록 승철의 걸음도 빨라졌다. 그렇게 나는 너에게 뛰어가 너를 흔들었다.
"야!! 부자연!! 정신 차려봐!! 부자연!!"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는 너를 들춰없고 그대로 차에 실어 가까운 병원으로 이동했다.
응급실에 가만히 누워있는 너를 바라봤다.
이렇게 보고있으니 다 똑같은데....
눈, 코, 입.... 모든게 그대로인데 왜 못 알아봤을까....
그 동안 너는 어디서 뭘 어떻게 하고 지냈나. 정말 물어볼게 태산이었다. 그렇지만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너에게서 또 도망쳤다.
아침이 밝아도 너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온통 너로 가득하는 말이 올바를 것 같다.
-♪♬♩♬
[최승철, 내 생일파티 꼭 와라. 너가 없으면 재미 없다고!! - 조슈아]
지금 내 머리 속은 정리하지 않으면 곧 터질 것 같았다. 그래. 그냥 가서 다 털어버리고. 다 너에 대한 생각은 잊고 정리하자라는 심산으로 클럽으로 향했다.
발렛파킹을 맡기고 올라간 클럽은 심장을 울리는 묵직한 베이스 소리와 어수선한 사람들 소리가 가득했다.
"어! 최승철! 안올 줄 알았는데 왔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온게 불만이면 가고."
"어우~ 무슨 소리야!! 온 김에 나 생일축하 노래나 불러줘!"
"......나 그럴 기분 아니야."
"에이~ 내 생일이니까 한 번만."
".....알았어"
사실 전혀 노래를 부르고 싶지 않았다. 목소리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르게 난 피아노 앞으로 다가갔고 사람들의 시선은 나에게 쏠렸다.
잠시 숨을 가다듬고 피아노 위에서 손가락을 굴리기 시작했다.
-♪♬♩♪♬♩♬♬♪♬♩♬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 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하지만 봄 여름과 가을 겨울 언제나 맑고 깨끗해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축하합니다
생일 축하....
".....뭐야? 왜 하다 말아?"
"어떤 여자가 생각나서 잊혀질까 왔는데.... 더 생각난다.."
나는 이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야!! 이럴거면 내 생일파티에는 왜 왔어!!"
등 뒤에서 조슈아의 외침과 클럽의 음악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내 머리 속은 온전히 네 생각 뿐이었다.
[징계 대상자 : 1-8 최승철 징계사유 : 폭력 및 폭행 징계내용 : 유기정학(10일)]
'야, 쟤 맞지? 2학년 복학생?'
'왜 때렸데?'
'그 있잖아, OO그룹 임원단 아들 때렸잖아.'
'야, 건드려도 한참 잘못 건드렸다...'
"정학이라뇨?? 승철이가 정학이라니요!!!"
"아 어머니!! 이렇게 막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교장선생님!!!"
"..이 분은 누구신가?"
"아, 이번에 징계받은 최승철학생 어머니입니다."
승철의 어머니는 정학이라는 말에 어느 여학생의 손을 붙잡고 막무가내로 교장실로 찾아갔다.
"아니 우리 승철이가 뭘 잘못했는데요!! 이..이... 어리고 약한 여학생한테 깡패같은 놈들이 추근대니까 그러지 말라고, 그러면 안된다고 몇 대 쥐어패고... 또 몇 대 얻어 맞고 그런건데... 상을 주셔도 모자랄 판에... 정학이라뇨!!"
"저 어머니..."
"학생, 학생이 증인이니까 선생님들 앞에서 싹 다 말씀드려. 우리 승철이가 너 구해주려다가 얼마나 똥바가지를 썼는지!!! 다 말씀드려!!"
"....."
"왜 말을 안해...?"
"....."
"어머니... 이 여학생의 증언으로는 그 남학생들이 추근댄 적도 없고, 같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을 뿐인데 최승철 학생이 일방적으로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말도 안돼.... 너....너.... 정말 그렇게 말씀 드렸니...? 왜... 왜 거짓말을 해???"
"......."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시키든? 돈없고 빽없는 과부 아들한테 누명 씌우면 돈많고 빽있는 애들한테서 떡고물 떨어진다고?? 부모님이 그렇게 시키든...?"
-짝
승철의 어머니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여학생의 뺨을 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여학생을 잡고 흔들며 울분에 소리쳤다.
"어떻게 그래!!! 이 나쁜년!! 우리 아들 어떡하라고!!!! 이 나쁜년!!!"
"어머니!!! 학생한테 뭐하는 짓입니까!!!!"
이윽고 이성을 되찾은 그녀는 교장선생님께 무릎을 꿇고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정학처분... 도로 물러주세요 교장선생님... 우리 승철이 앞으로 성공할 아이인데... 이런식으로 빨간 줄 그어버리면....... 제가 책임지고 조심시킬테니까....흑..... 앞으로 주먹의 'ㅈ'자도 안나오게 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제발..... 물러주세요 교장선생님.....제발...흡.... 제발요...."
교장실은 여학생의 곡소리와 어머니의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야 최승철 그 자식 정학당했다면서."
"아 그니까 지 주제도 모르고 까물어가지고..."
어느 남학생 무리가 히히덕거리며 승철을 깍아내리고 있던 중 승철이 그 무리 앞으로 다다갔다. 그리고 냉소와 함께 말을 걸었다.
"야, 뭐 좀 물어봐도 되냐."
"너 아직도 모르겠냐?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불가촉천민들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되는 고귀한 분들이지."
"그니까. 아, 나같이 뭣도 아닌 놈이 이 나라의 대~~단한 고~~~귀한 도련님들이 하시는 일을 방해했는데. 시시하게 정학으로 끝날 일이 아니지 않냐?"
"...?"
"그래가지고....음..... 내가 그냥... 이 중에 딱 한 놈만 박살내고 아예 그냥 퇴학을 당해볼까 생각중인데."
"....."
"지원자 손들어 봐."
승철은 결국 경찰서에 끌려와 조사를 받게됐다. 형사는 승철을 아니꼽다는 시선으로 쳐다보며 파일뭉텅이로 승철의 머리를 내려치며 비꼬는 투로 말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똑바로 안 앉아? 이 자식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형사는 연신 승철의 머리를 내려치며 말했다. 승철은 그런 형사의 행동에 눈 깜짝하지 않고 그대로 맞고 있었다.
"제가 정신 차리면 빽있는 대기업 간부 아들래미들 법대로 처벌해준답니까?
"너 이게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컸다고 불쌍해서 봐줬ㄷ...."
"왜 불쌍하게 봐요. 당신이 뭔데 날 불쌍하게 봐."
"하....이거 안놔?? 이 새끼가...."
"하모!! 그 손모가지 안 냅두나??"
승철의 삼촌이 형사를 보며 소리치며 달려왔다.
"이 양반아!! 아를 이래 때려뿌면 쓰나? 우리 승처이가 동네 북이가?? 동네 북도 이래 치면 찣아져뿐다!! 아 부모가 야를 얼매나 귀하게 키았는데!!!"
"아 예~ 저도 최승철 학생 부모님 보고싶네요~"
"야 아부지가 뉜지 아나?? 대한민국서 최고로 잘나가는 사람이다!!"
"아~ 그럼 아버지 여기로 모시고 오세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승철의 삼촌은 점점 언성이 높아졌다.
"아~ 그래요~ 야 아부지도 지 아들내미가 요라고 있으면 나랏일 제쳐두고 후딱 달려올낍니더. 예!!!!"
"그만 좀 해!!!!"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던 승철은 그만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죽은 사람이 여길 어떻게 와....."
승철의 삼촌은 승철을 데리고 경찰서를 빠져나와 근처 국밥집으로 향했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 따끈한 국밥이 나왔고 승철의 삼촌은 손수 밥을 말아 승철에게 내밀었다.
"마이 묵으라. 밥도 못묵었을낀데."
".....왜 그런 거짓말해."
"...뭐... 그짓말이 아일수도 있고...."
그는 소주잔에 소주를 따르며 중얼거렸다.
[최근 쌍문동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용의자를 검거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피의자의 지문 감식결과....]
"만약에..... 저... 테레비에 나오는 검사양반이 니 아부지면 우짤끼가?"
"......죽여버릴거야... 나랑 엄마 버리고... 잘 먹고 잘 살고... TV에도 나오니까."
"야, 죽인다니!! 니 아부지는 니 있는 것도 모를 걸? 느그 엄마가 니 벤거 숨키고 도망가뿌러서 암것도 몰라!!"
".........삼촌 그게 무슨 소리야?"
"하이고..... 아니.... 말이 그랄 수도 있다는 기제... 만약이라 켔자나..."
승철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야!! 니 어데가노?"
"엄마한테 직접 물어보러."
"야!!! 니한테 저 양반 얘기한거 니 어메한테 말하면 우리 집 3대가 멸할끼야!! 앉아라!!!"
삼촌은 승철을 다급하게 붙잡았고 마른세수를 한 뒤 이야기를 시작했다.
"느그 아부지는 법대 댕기는거 숨키고 단란주점에서 웨이타로 일했고, 니 엄마는 단란주점 주방에서 과일깎으며 돈벌이를 하고 있었다. 근디 그 둘이 고서 눈이 딱- 맞아 뿐거여. 고라고 니를 벤거제. 근디 어느 날 니 아부지 형님이라는 사람이 찾아와가꼬 한다는 말이 저 양반이 우리나라서 최고로 유명한 법대 댕기고, 나중에 판검사가 될 사람인디 고작 주방에서 과일이나 깎던, 중졸인 너같은 여자가 넘볼 사람 아니라꼬 알아서 떨어지라 켔다. 느그 엄마가 보기에는 드세고 억세보야도 속은 억수로 여리고 순해 빠진사람인기라. 눈치도 빠르고, 주제 파악도 기똥차게 잘해가꼬 니 아부지한테 니 벤거 숨키고 무작정 도망왔다 아이가. 없는 살림에 니 어떻게라도 성공시킬라는거- 다 저 양반 때문이다. 아부지 없이도 요래 잘 키와가지고- 니 아들 성공시켰다고. 고래가지고 느그 아부지 한 번 만날라꼬. 그래서 저래 필사적이기라."
승철은 집오는 내내 삼촌의 말을 곱씹었다.
검사- 아버지-
엄마에게 어렸을 적 돌아가셨다고 들었던 아버지의 존재가 사실은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였다는 사실. 그 사실이 승철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집 앞에 다다르자 집 문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승철의 엄마가 보였다.
"엄마! 안 들어가고 뭐해?"
"....왜 꺼내줬데. 그냥 감옥이나 가지."
"나쁜 놈들이 하도 많아서, 나같은건 쨉도 안된다고. 사고 한 번 더 치고 오래."
"뭐?"
"에이- 들어가자. 나 배고파."
"경찰서에서 콩밥이나 먹지 왜 나왔어!!! 주먹질로 돈 벌어먹고 살지 왜!!!"
"엄마, 콩밥은 교도소야. 경찰서가 아니라. 아이고~ 우리 여사님 무식해서 어쩌나~ 빨리 들어가자."
승철은 서글서글 웃으며 어머니의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우며 집으로 들어가자고 재촉했다.
승철의 엄마는 그런 그를 흘겨보고는 홱 하고 돌아서서는 집으로 들어갔다. 승철은 그런 그녀를 보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여유입니다!!! 이제 달리고 달려서 3화네요.. 갈길이 멀었답니다!!
제 필력이 부족해서... 미흡한 부분들이 없지 않아 있네요ㅠㅠ
그래도!!!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굽신)
[암호닉]
몬, 릴리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