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 큰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가만히 생각했다. 키스 사건이 있은 뒤, 김태형에게 사과를 건네면서 나의 의견 또한 전달했었다. 아무리 우리가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고 해도 훅훅 치고 들어오는 것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고, 당황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물론 네가 싫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차차 생각이 변할 것이니 일부러 그렇게 행동하지 말아달라고, 시간을 좀 더 달라고 했다. 내 말을 듣고 있던 그는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는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의견을 존중해주겠다고. 그리고 몇 년을 기다려왔는데 그 조금을 더 못 기다리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뭐해?"
통화를 끝내고 다가온 김태형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 김태형이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으며 되물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어봐도 돼? 나는 젖혔던 고개를 바로 해서, 팔 위에 턱을 올려놓고선 김태형을 향해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냥, 네가 장난스러운 애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싶어서."
"그래?"
"내가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준다고 했잖아."
"그랬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차린 김태형이 씩 웃는다. 그리곤 덧붙인다. 나 멋있어?
튀어나온 것은 웃음이 새어나올 만한 질문이었지만 나는 웃음을 참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쪼금. 나를 따라서 오른팔을 올려놓고 턱을 편하게 괸 김태형이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지 뭐.
"나하고는 처음일 테니까 기다려야지."
...응?
겉으로 듣기에는 문제가 없는 말이었지만 어딘가가 이상하게 들렸다. 기분 탓인가, 했던 나는 잠시동안 김태형이 했었던 말을 되짚어 본 후 뭐가 걸렸는지를 알아챘다. '자신하고는 처음'이라니. 나는 이어 들려오는 그의 말에 소파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바로 했다. 여자가 처음이 아니었다며 기대감이 식었다느니 맥이 빠졌다느니 하는 남자들이 이상해, 난. 여자친구가 전 남자친구와 무슨 일을 했든, 자기하고는 처음인 거잖아?
베리 메리 체리
: 2기 03
흘러나오는 말들은 당연한 말이었지만 심각한 오류가 하나 있었다. 말 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자 김태형이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 왜? ...아니, 잠깐만. 손가락으로 입술을 매만지며 살짝 고민하던 나는 어디서부터 김태형이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궁금해져서 입을 열었다.
"내가 경험이 있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된 건데?"
"너 남자친구와 사귄 적 많았잖아. 뭐, 백일도 안 되어서 차버린 다섯 명은 뒤로 하더라도,"
김태형은 이제는 전 남자친구가 되어버린 민윤기의 이름을 꺼내는 게 그다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텀을 둔 후 말을 이었다. 미스터 민이랑 오래 사귀었고... 이쯤에서 또 말을 쉬어간 김태형은 내 목을 흘끗 바라보더니 말을 끝맺었다. 저번에 너 집 나갔다가 들어와서 나와 잠깐 마주쳐 삼자대면 했을 때, 흔적들 본 것도 있고...
"그래도 난 신경 안 써."
".........."
"표정이 왜 그래?"
"...아니야."
"어?"
"...경험, 없다고."
어쩐지 지는 기분이 들었지만 말할 것은 말해야 했기에 나는 주저하다가 내뱉었다. 내 말에 김태형의 눈동자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가늘어진다. 거짓말 안 해도 되는데, 혹시 모르지만 남자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 그러는 거면 하지 마.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민망해 죽겠는데 김태형은 사실마저도 구라라니 뭐니 치부하려 든다. 나는 조금은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거짓말 아니거든? 그럼 그때 내가 본 건 뭔데. 모기라는 거야?
"끝까지 안 갔어. 나 좀 민망한데 더 말해야 돼?"
"...헐."
의심에 물들어 있던 눈동자가 당혹스러움으로 커진다. 김태형의 머리 위로 두둥실 떠오른 큰 느낌표가 보이는 듯 했다.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었지만 숨겼던 사실을 밝히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나 편해진 내 심정과는 달리 김태형의 표정은 편해질 줄 몰랐다. 나는 손을 들어 그의 앞에 흔들었다. 깜박. 고민하던 눈동자가 곧 초점을 되찾고 나를 응시한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그에게 물었다. 너도 내가 처음이지? 나는 당연히 김태형도 그렇다고 대답할 줄 알았다. 그러나, 김태형은 죄스러운 표정을 짓고선 내 눈을 피했다.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안 좋은 느낌에 나는 재차 물었다. 설마.
"..그게....."
"왜 대답 안 해?"
"미안."
여전히 시선을 피한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말은 뒤통수를 강하게 쳐맞은 느낌을 선사해주었다. 그러다 흘끔, 덧붙인다. 많이는 아냐... 두 번. 그 말에서부터 한 번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린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태형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뭐 이자식아!!!"
열이 뻗친 나는 김태형의 멱살을 꽉 틀어쥔 상태로 소리질렀다.
그래, 생각해보면 22살의 건장한 남자에게 성경험이 있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버린 나는 마냥 평온하지 못했다. 아니, 그렇게 오래전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하면서 다른 여자랑 잤다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는 붙들고 있는 김태형의 멱살을 앞뒤로 짤짤 흔들었다.
"너 나 오래전부터 좋아했다면서 왜 다른 여자랑 잤는데!!!!"
"...변명 안 할게. 미안해."
사실 나도 김태형을 좋아하던 마음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선 고백을 받아들여 다른 남자애와 사귀었던 적이 있지만, 이 건은 김태형에 비하면 양심에 찔리는 건도 안 됐다. 변명 없이 깔끔하게 사과하는 목소리를 들었지만 근원지를 모르는 화가 풀리지 않는다. 괜히 억울해지려는 거다. 나야 김태형이 처음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억울하지 않았다. 그런데 얘가 내가 첫 여자가 아니라고 하니 열이 뻗치는 거였다.
"이 나아쁜 놈,"
씩씩거리고 있는 날 어쩌지도 못하고 입술만 감춰물고 있던 김태형이 슬그머니 말을 토해냈다. ...내 처음이 네가 아니라 화 났어? 미안해. 정말 뭐라고 해도 할 말이 없어. 그래도 억울하면...
"..다른 사람 만나고 올 거야?"
개소리를 한다 아주.
이제는 자기랑 사귀는데 쌤쌤을 먹고 싶으면 다른 남자랑 자고 오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진심으로 내뱉은 건 아니겠지만, 기가 찬 말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는 말에 눈에 뵈는 게 없어졌다. 방금 전까지 김태형의 멱살을 붙든 손을 내려놓은 나는 싸늘한 눈빛을 한 채 내뱉었다. 억울하면 다른 사람 만나고 올 거냐고?
"넌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고 싶니?"
"아니, 나는 네가 내가 처음이 아니니까 화가 난 줄 알고 그렇게 말한 거고, 당연히 진심이 아니지."
"진심이 아니라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잖아 태형아."
"먼저 화낸 건 너잖아. 난 변명할 생각도 없었고, 미안하다고 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데."
쏘아붙이는 내 말투에 김태형의 눈빛도 슬슬 변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관두자. 뭘 관둬? 나는 왜 우리가 싸우는 분위기가 됐는지도 모르겠어. 네 말이 맞아, 나도 왜 이렇게 된지는 모르지만 너와 싸우기 싫으니 그만 하자. 너 어디 가려는데. 너랑 같은 공간에 있으면 생각을 정리하기 힘들 거 같아서 잠시만 밖에 나갔다 올게.
"너 진짜 그럴 거야?"
어느 새 도착한 엘레베이터 안으로 걸음을 옮긴 후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데, 김태형이 문을 잡고서는 날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화가 난 듯 쏘아보는 김태형의 눈빛에, 나 또한 잘못했단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죽일 놈의 자존심. 나는 대답하지 않은 채, 김태형을 밀어내고서는 닫힘 버튼을 눌렀다.
* *
김태형의 말에 성질이 뻗쳐서 충동적으로 나와버렸지만, 갈 데가 없었다. 진짜 생각 좀 하고 나올걸. 예전부터 생각을 하고 행동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벌써 열 번은 넘었지만 매번 이렇게 된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 결국 이렇게 되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고치기엔 글러먹은 것 같다. 그래도 아무리 농담으로 그랬다지만 김태형이 뱉은 말은 해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 들어가는 것보다는 보도를 걷는 쪽을 택했다. 보도를 따라 두 블럭정도 걷고 있는데, 도로변에 정차하고 있던 차 문이 내려가더니 어디선가 들은 적 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유부녀다."
고개를 돌리니 확인하니 제이였다. 유부녀니 뭐니 하는 말은 그저께 기념일 행사에서 그를 떼어놓기 위해 김태형과 부부사이라고 둘러댔던 거짓말을 정말로 믿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를 정정해주고 싶은 생각도, 그의 목소리에 대답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적당히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와 무시한다, 이러더니 어느 새 차 밖으로 나와 내 손목을 잡아채고 가까운 카페 밖 테라스로 끌고 간다.
"이거 놔요."
"안 돼, 왜냐하면 내가 볼 일이 생겼거든."
잡아끄는 손아귀 힘은 세서 나는 딸려갈 수밖에 없었다. 의자 위에 날 앉힌 제이는 내가 항변할 생각도 없이 제 말을 툭툭 뱉어냈다. 솔직히 나는 당신이 라이언이랑 결혼했다는 거, 못 믿겠어요.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그와 짜고 거짓말을 친 건지 어떻게 알아요?
완전히 바보는 아닌지 의심스러운 말투로 내뱉는다. 그리고 내 손을 바라보며 그런다.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반지도 난 처음 들었어요. 좀 테스트를 해봐야겠는데. '테스트'라는 말에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양 손을 얌전히 깍지 낀 그가 곧 말들을 쏟아냈다.
"라이언의 생일은?"
"1995년 12월 30일."
"혈액형은?"
"AB형."
"그의 가족 관계는?"
"3남 중, 막내."
지극히도 기본적인 신상 털기를 가지고 테스트니 뭐니 하니 하품이 다 나왔다. 일일히 대답해주는 것도 귀찮았지만, 내가 대답할 때마다 투지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던 눈동자가 하나씩 꺾이고 있는 걸 보니 재밌어서 다 대답해주고 있었다. 한참을 더 묻던 그는 마지막, 이라고 하며 내게 물었다.
"라이언의 다른 이름은?"
"태형이라고 대답해주길 바라는 거에요? 김태형."
"...어."
당신이 라이언의 다른 이름이 태형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아요?
나야 당연히 알 수밖에 없다. 솔직히 따지고보면 영어 이름보다는 김태형이라는 이름이 내게 더 익숙하긴 하다. 눈빛으로 대답하는 내 모습을 읽은 제이는 그가 한국식 이름 잘 알려주지 않는데 알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부인이 맞나 보네...하고 중얼거렸다. 잘 알려주지 않는 것은 나도 알고 있는 바이기에, 스치고 지나가는 의문점에 입을 열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알았는데요? 그러자 자랑스럽게 대답한다. 뒷조사했죠. 떳떳하지 못한 일을 떡하니 드러내는 그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진 것도 잠시,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렇군요. 실은, 태형이처럼 난 당신의 다른 이름이 「 정국 」이라는 것도 알아요."
제이, 그러니까 정국은 예상치 못한 내 말에 토끼처럼 재차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태형에게서 그 뒤로 몇 가지 정보를 들은 나는 앞의 스토커가 그다지 무섭지 않았다. 핏줄에 나와 같은 한국인의 피가 4분의 1은 흐르고 있는 남자애. 나를 빤히 바라보는 새카만 눈동자에서는 친숙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나를 주시하던 그가 중얼거린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겠네. 그러더니 앞에 척 하고 무언가를 내민다.
"이게 뭐죠?"
"이혼 서류요."
봉투에 담겨있는 종이를 꺼내니 정말로 이혼 서류가 들어 있었다. 세상에 이 애 진짜... 다른 의미로 강력하구나. 나는 손에 든 종이와 정국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실소가 터져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이혼 할 것도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나는 결혼한 적이 없으니까. 나는 종이를 내려놓으며 되받아쳤다.
"내가 왜요?"
"이중 혼인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면서요."
그러니까 빨리 작성하고, 지장 찍어요. 나는 피식 웃으며 앞에 밀어져있던 서류를 그에게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싫어요. 거절의 말을 들은 정국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까처럼 나를 꽉 잡은 채 끌고 가기 시작했다. 끌고 가는 곳은 도로변 쪽이었으므로 나는 그저께 나를 죽이느니 마니 진담 반이 섞인 그의 말이 떠오르면서 나를 저 차들 한복판으로 밀치려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으나, 예상 외로 도달한 곳은 안락한 차 안이었다. 쾅. 날 조수석에 앉힌 정국이 문을 닫았고, 곧 반대편으로 돌아 운전석으로 앉아든다.
"안전벨트 착용하고."
"지금 뭐하는 건데요?"
"배우자의 외도는 이혼 사유가 된대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시동을 건 그는 나를 흘끗 보고 차로로 끼어들 준비를 하는 듯 사이드미러를 확인하고 있다. 내가 차에서 내릴 기미를 보이자 씁, 하고 입술을 훔친 정국이 내 쪽으로 몸을 틀어 못 나가도록 막았다. 입가에 피어오르는 웃음기. 그리고 빠르게 이어붙이는 말은, 저렇다. 그 의민 즉슨,
"지금 나랑 바람을 피자는 거죠."
"...당신 라이언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나랑 바람 피자고."
"........."
저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 좋아하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 그 애인을 꾀어내려 하나? 나는 어떻게 하면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낸 건지 정국이라는 남자가 머리 상태가 매우 의심스러워졌다. 안전벨트 안 매요? 들려오는 말에 나는 무시하고 이 문을 열고 내려야 하나 말아냐 하나 고민하고 있다가, 아까 들었던 말과 날 쏘아보던 김태형의 차가운 눈빛을 떠올리고서는 안전벨트를 맸다. 좋아, 엿이나 먹어 봐라 태형아.
"그래, 어디 한 번 바람 펴 보자고."
내 말에 마음에 든 듯 씩 웃은 정국이 엑셀을 밟았고, 차는 빠르게 도로 안으로 끼어들었다.
* *
아까 그렇게 나가더니 한참이 지나서도 들어오지 않는다. 심지어는 제 연락도 받지 않는다. 태형은 여전히 신호만 갈 뿐, 전화를 받지 않는 여주에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통화 연결을 취소했다.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리며 방 안을 돌아다니는 태형을 보던 남준이 한 마디 했다. 부산스럽게 하지 말고, 좀 앉아. 남일이라고 태연스럽게 말하는 남준에 태형이 노려보다가 소파 위로 털썩 앉았다. 여전히 대답 없는 핸드폰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태형을 뒤로 하고 넥타이를 고쳐 맨 남준이 말을 던진다.
"네가 네 무덤을 판 거야."
"나도 알아. 불난 집에 기름통이나 붓지 말아줄래?"
바로 날선 대답이 돌아온다. 아까 태형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은 남준은 어렴풋이나마 여주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태형이 그녀를 좋아한다면서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한 적이 있었다는 게 화가 났던 거겠지. 태형이 왜 그랬는지를 알고 있는 남준은 태형의 입장도, 여주의 입장도 모두 이해가 가긴 했다. 그러나 여기서 굳이 질책할 상대를 꼽는다면 태형이었다. 그걸 왜 그렇게 상세하게 떠들었느냐 그 말이지. 정말 말 그대로 친절히 무덤을 파서 절 묻어달라 하며 삽을 건네준 꼴이다.
태형은 얼굴을 가린 손 사이로 보이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잘못한 건 알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들어오지 않을 만큼 잘못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기에 아까 휙 나가버린 여주의 뒤를 따라나가지 않은 것도 있긴 했다. 그러나 이 시각이 되도록 연락이 되지 않으면 걱정이 되기 마련이었다. 그저께 창립 기념일에서 만난 정국의 말이 퐁 떠올라서 더더욱 그랬다.
- ...이중 혼인 금지면 배우자가 죽고 나면 재혼하는 경우는 괜찮은 거죠?
미처 그녀에게 알려주지 못한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정국이 한국인의 피가 섞인 쿼터 혼혈이며, 좀 이상해도 러브콜을 많이 받는 천재 조향사라는 거 말고, 살벌한 게 말이다. 정국의 뒤에는 악명 높은 조직, BS(Blues)가 있었다. 겉으로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자선 기부도 하고 돈도 천문학적으로 벌어들이는 딜런(Dylan)의 아들, 제이. 그러나 딜런은 사업가일 뿐만 아니라, BS의 보스이기도 했다. 단순한 갱단으로 치부할 게 아닌, BS는 거대하고 조직적인 면모를 갖춘 카르텔로 변해 꽤 많은 분야와 연관되어 있었다. 주요 활동 분야는 쇼비즈니스 계열이었지만, 이탈리아의 마피아나 중국의 삼합회하고도 서로 주고받고 하며 전세계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가려는 계획을 추진중에 있다 들었다.
그런 살 떨리는 배경을 가지고 있는 정국임을 알았기에, 남들보다 나은 집안 배경을 가지고 있는 태형조차도 스토커짓을 하는 그를 매몰차게 떼어낼 수 없었던 게 맞았다. 진심으로 밀어냈다가는 이 세상과 하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이었기에. 물론 정국이 아직까지 살인은 한 적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주변 인물들은 분명히 사람 한두명은 쉽게 저세상으로 보낸 전적이 있을 뿐더러, 정국이 원한다면 기꺼이 대신 해줄 의향을 보일 것이다.
그저께 들었던 정국의 살벌한 목소리가 겹쳐지자, 그 사이에 여주를 알아내 해치진 않았을까 하는 상상이 날개를 달고 점차 그 크기를 키워갔다. 이런 걱정이 좀 나간 거라는 알고 있지만 안심이 되질 않는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태형은 정말 전화하고 싶지 않았던 상대인 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러나 이번에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받지 않는다. 태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한참을 가던 신호는 이내 메세지를 남기라는 안내음만 들려왔다. 이럴 리가 없는데. 태형이 재차 통화 연결을 했지만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질척하게 저에게 따라붙던 정국이 제 전화를 안 받을리가 없었다. 정국은 자신의 전화라면 파벌 싸움이 벌어졌을 때에도 받을 사람이었다.
"아무튼 들어오면 꼭 사과 건네고. 그리고, 너도 파파라치 조심해."
겉옷을 갖춰입은 남준이 태형에게 덧붙였다. 요즘 하이에나 하나가 뭐라도 줏어먹고 싶은지 진형 주위를 빙빙 돌고 있어. 별 일이 없어서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만. 싸늘한 말투에 태형이 남준을 올려다보았다. 진을 건든다면 제대로 미친 개가 되어 뜯어줄 작정을 한 눈이었다.
"파파라치야 원래 종특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지. 조심이야 하겠다만, 나야 아직까지는 제대로 된 게 없어서 뜯어먹을 것도 없을 걸. 충고는 고맙게 받아들일게. 근데 그 하이에나가 누군데? 진형한테 귀띔해줬어?"
"제시카 화이트. 말은 했는데 오히려 나한테 화를 내더라고."
태형이 아, 하고 안타까운 탄식을 토해냈다. 그 여자 좀 악질인데. 지금껏 톱스타들의 스캔들이나 불륜 건을 팡팡 터친 전적이 있는 여자였다. 단순히 기자 정신에 입각하여 터뜨린 거라면 할 말이 없겠지만, 그를 빌미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이 알고 있는 한 김석진은 그에 걸릴 만한 거리가 없었으며, 파파라치 따위보다 김여주의 행방이 더 중요했기에 태형은 잠시 신경을 끄기로 했다. 이제는 안 되겠다, 나가서 직접 찾아봐야겠다 하고 일어난 태형은 흘러나오는 패션쇼 생방송을 끄려고 했을 때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쟤가 왜 저기 있어?"
경악스러운 목소리에 막 나가려던 남준이 뒤돌아본다. 태형이 쳐다보고 있는 화면 속에서는 런웨이가 펼쳐지고 있는 무대 주변에 앉아있는 초대자들과 관계자들이 있었다. 맨 앞에 앉아 있는 정국, 그리고 그 옆에 앉아 있는, 김여주. 그저께와는 달리 아주 편안한 모습이었다.
네가 왜 저 애랑 같이 있는데? 태형은 목까지 올라온 질문을 간신히 집어삼켰다.
* *
김태형에 대한 욱 하는 마음으로 정국을 따라나섰던 나는 얼떨결에 패션쇼까지 관람하고 있었다. 나는 정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으나, 관계자에게 뭐라고 말한 후 유유히 날 이끄는 뒷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하긴 대단한가 보다. 아까 얼핏 들어보니 에르메스와 전속을 맺는 건 어떠냐고 묻는 말에는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거절하던 대화를 떠올리니 더욱 그랬다. 심지어 앉아있는 자리는 맨 앞줄이기도 했다. 이런 좋은 기회는 잘 오지 않으니 이왕 온 거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참고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사실 패션쇼에 관심있는 건 아니었지만- 쇼가 끝나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독특하긴 했지만 정말 저걸 실제로 입고다닐 순 있을까. 줘도 안 입는다.
"끝났네. 저녁 식사나 하러 갈까요?"
부드럽게 웃으면서 묻는 정국의 물음은 뭐라고 해야 하나... 정말로 데이트 같아서 좀 헷갈렸다. 나는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렇게 멀쩡한 얼굴을 하고서 생각하는 건 왜 저럴까. 어쩌면 잘생겨서 사고방식이 독특한 걸지도 몰랐다. 김태형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걔도 잘생겼지만 어딘가... 좀 독특하니까. 빤히 바라보며 계단을 내려가느라 계단이 하나 더 남아있다는 것도 몰랐다.
"헉,"
하필이면 잡을만한 손잡이도 없다. 이런 젠장? 넘어지지 않기 위해 나는 내 옆에 있던 정국을 필사적으로 잡아챘다. 예상치 못한 나의 손 때문에 잠시 휘청이는 듯 싶더니 딴딴한 허벅지로 무사히 버티고 선다. 의도치 않게 저의 목을 조르고 있는 나를 떼내려 그는 인상을 쓴 채 나를 잡아올렸다. 순간적이지만 내 목과 그의 얼굴이 엇갈려 스쳐지나갔다. 고마워요,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 고개를 돌리는데.
"...냄새."
"..어?"
"무슨 향수?"
내 목덜미 바로 위에 코를 박고서는 킁킁거리며 묻는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얼굴을 목덜미에 박을 듯 눈 바로 앞에서 체향을 맡던 정국이 눈만을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변한 분위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무슨 향수, 뿌렸냐고요. 멍해져가던 정신을 이끌어올린 건 다시금 들려오는 정국의 목소리였다.
"향수 안 뿌렸는데..."
"진짜? 그럴 리가 없는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코를 찡긋거리더니 내뱉는다. 달콤한데 속이 안 좋아질 정도로 달달한 건 아니군. 인위적이지도 않고... 향수고 뭐고 뿌리지도 않았는데 무슨 향이 나나, 해서 나는 내 어깨에 코를 가져다대고 킁킁거렸지만 아무런 향도 안 났다. 고개를 도로 돌렸을 때 정국은 나를 진득하게 흝어보고 있었다.
"되게 만들어보고 싶은 향이다."
"칭찬이죠? 칭찬 고마워요."
"흔한 것처럼 느껴질 순 있는데 전혀 달라. 샴푸 향도 아니고."
세세한 눈으로 날 뜯어보고 있는 그의 눈동자가 조금은 거북해졌다. 이미 시간도 많이 지났고, 김태형에 대한 화도 풀려버린 나는 이쯤에서 그와 헤어지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 입을 열려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빠르게 다가온 손이 나를 잡아 돌려세운다.
"재밌게 잘 봤어?"
입꼬리는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지만 내 어깨를 붙든 김태형의 손에는 힘이 꽉 들어가 있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꼬였다는 기분이 들었다.
* *
내가 말이야, 지금 어이가 없어지려 그래.
너 방금 뭐 했어?
사담 |
초반부라 느리게 굴러갑니다...ㅠ.ㅠ..마치 라잌 거북이.. 저 빨리 사건들 와장창창 터뜨리고 싶은데 그를 이어줄 자잘한 사건들을 찾지 못해버렸어요(?) 못찾으면 그냥 밀고나간다!!!(?????)
서브남주화 비슷하게 되어버린 정국이라 제목에 정국이도 쓸까 말까 고민을 엄청 했는데, 아무래도 정국이와는 썸스런 것은 나올 것 같지 않아 과감하게 뺐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자주 등장할 계획입니다 후후... 모르죠 이상한 삼각관계가 완성될 지 (찡긋)
소장본 표지 작업하느라 밤을 샌 뒤로 영 왼팔이 좋지 않네요ㅠㅠ 정작 쓴 팔은 오른팔인데 왜 왼팔이 아픈지 모르겠어요.. 좀 쉬면 나아지겠거니 했는데ㅜㅜ 흑흑 건강 조심하시구..더위 조심하시구...냄joon...☆우르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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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분들s2 (암호닉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ㅠㅠ) |
<1기 암호닉 분들> #그대에게/~계란말이~/오하요곰방와/♡20♡/틸다/♥MLJS♥/민군주짱짱맨/심슨/옥수수수염차/0070/0207/0221/0309/0328/0419/0515/0526/0528/060909/06130310/ 0724/0902/1001/10041230/1013/1029/11023/1211/1234/2330/414/423/627/66♥♥/6번탄소/818/8개월/980703/990419/abcd/BTS방탄소년단/CGV/chouchou/eeggg/J/nameless/Remiel/Rosebud/ 가온/가위바위보/간장밥/감귤/감자/감자감자펀치/감쟈/갓찌민디바/갓태형/강변호사/강여우/개떡/건감깡/검더리/게살버거/겨란/겨울냄새/계란후라이/계피/고구마/ 고등어민윤기/고래야/고룡/고미/골드빈/곰지/공대생/공정쟁/관계의회복이에요/굥기굥기/굥기는맑음♥/굥기요정/구구콘/구기네/구름/국숲/국정전/군밤양갱/군주의정석/규짐/그뉵쿠키/ 그레/금붕/기디/기화/김밥의미학/김석진센빠이/김태태/김태형하트/깜비/깡바/꼬깔콘/꼬마이모/꼬이/꽁냥꽁냥/꽃길/꽃님/꽃봄/꾸기꾸기/꾸깃꾸깃/꾸꾸/ 꾸꾸기/꾸꾸야/꾸꾹이/꾸민/꾸엥/꾸쮸뿌쮸/꾹꾹이/꾹냥꾸가냥/꾹블리/꾹빵/꾹아가/꾹젼/꾹콩/꿀떡맛탕/꿀띵/꿈빛/꿍꾸/꿍디/뀨기/뀨뀨/ 뀨루뀨뀨루/뀩/뀰/끙챠/낑깡/낑챠/나라빛/나야나/나연/나의 그대/나의별/나인/나침반/난석진이꺼/날봐태태/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남쥰/내마음의전정쿠키/ 내맘에니콩/너랑나/너만볼래/넬오라인/녹차라떼/누가보면/눈부신/눈뷔신태양/뉸뉴냔냐/늘봄/늘품/닉태형/다곰/다다눌/다름/다소니/단미/단호박쓰/달꾸/ 달님/달달한비/달려라방탄/당근/대두/더푸/덤불/덩율곰/데이먼/도비/도손/독자1/돈까스/됼됼/두둠두둠/두둠칫/두뷔두뷔둡/둘리여친/둡부/둥그랗게/둥둥/ 둥이마망/들레/디보이/딘시/딩가/또또/또롱/또이/또치/뚜벅뚜벅/뚱이/뜌/띠뚜/띠리띠리/라블리/라온하제/라이언/라일락/라임슈가/라즈베리에이드/ 레몬/레몬사탕/레인보우샤벳/로봇시계/로제/론/루이비/룬/리블리/리자몽/마리/마망고/마앙개애/마이크로칩쿠키/마지/마틸다/막꾹수/말랑/맙소사/망개는망개야/ 망개떠억/망개똥/망개베리메리체리/망고/망고꾸기/망무망무/매직레인/매직핸드/맨투맨/맴매때찌/머루/메리딸기/메리뮤/멜랑꼴리/명언/명탐정코코/모찌/모찌모찌해/모찌한지민/모찌햄찌/ 몽구스/몽또몽또/몽쉘/몽유/몽자몽/몽총이덜/무네큥/무리/무민/무지개소녀/무지티/물결잉/물망개/뮈뮈/뮹딩/미끄럼틀/미니꾸기/미니미니/미랑아/미름달/ 미미/미스터/미역/미자탈출/민군주♥/민들레설탕/민설탕수육/민윤기 코딱지/민윤기/민윤기군주님/민윤기다리털/민윤기예쁨보스/민윤기천재짱짱맨뿡뿡/민트/민트초코칩/밀짚모자/밀키/밍/밍도/밍뿌/ 밍아/바라기/바비/박력꾹/박여사/박지민/박침침/반딥/밤공기/밤비/밤열한시/밤이죠아/밥한끼해요/방소/배고프다/백허그/베네/베리메리/베리베리/벨베뿌야/ 별콩벌콩/보라도리/보마/보호/복숭아츄/본시걸/부농이/부들부들/불고기/붕붕카/붕어/뷔까번쩍/뷔던/뷔랑이/뷔밀병기/뷔뷔뷕/뷔여워/뷔키/뷩꾹/브이백/ 블락소년단/비글/비글워터/비눗방울/비데/비림/비븨뷔/비비빅/빙봉/빅토리아 시크릿/빙그레/빠밤/빡찌/빨강/빵떡아 좋아해/빵빠레/빵빵/빽쮸/뽀로로/뽀야뽀야/뾰로롱/ 뿌Yo/뿌뽀뿌/뿡뚱/뿡뿡99/뿡뿡이/쀼/쁄/삐리/삐삐까/삥꾸/사과/사랑꾼/사랑둥이/사랑별/사랑사랑사랑/사랑아태태해/사막여우/산들코랄/살구잼/삼월/상큼민트/ 새벽/새벽밤/새벽별/새우/샤군/서영/설레임과자/섬혜/섭징어/성인정국/세레니티/세일러문/세젤예세젤귀/소금/소녀/소심/소진/소청/솔랑이/솔트말고슈가/솔트액/ 솜지/송아리/수마이/순대곱창/순별/순수/순심아버지/순이/숩숩이/숲늘/슈가슛/슈비슈비/슈웩/슈팅버블/슙디/슙슙이/슙큥/스케일은 전국/스티치/시나몬/ 시에/식염수/싸라해/싸운날/썩은촉수/ㅇㅅㅇ/아니두/아띠아띠/아망떼/아몬드/아침에비타민/안돼/알/알바하는 망개/암소/애기동자/애플릭/애플파인/액희/야꾸/ 야호야호/양념치킨먹닭/양슙/어른꾹꾹/에그/에이블/에이치/엑스/엔젤/엔젤안녕/여름달/여름방학/여지/연꽃/연두/연이/연화/열꽃/열오/열원소/ 예찬/예화/오레오/오빠/오타/오호라/온도니/옮/와싯/와장창/왕부채/요괴/요랑이/요정이야사람이야/우니꾸기/우동/우리사랑방탄/우린/우와탄/우유퐁당/ 운전/웁윱/워더/월드콘/윈다/윈터/유뇽뇽/유니/유뜨/유루/유월/유자/유자차/유자청/유쟌/윤기와 산체/윤기의 봄/윤기이진/윤꾹/ 윤맹/윤이나/율예/융기태태쀼/융융/융기융/융융힝/은갈칰/음오아예/응캬응캬/인생꾹팅/일게수니/임세명/임슈가/입틀막/ㅈㅁ/자라/자몽/자몽더쿠/ 자몽맛망개/자몽석류/자몽선키스트/자몽슙/자몽이즈뭔들/자몽주스/자몽쥬스/작가님사랑해요/작은별/재영이/전.정국/전아장/전정국오빠/정감/정개/정국아블라썸/정국이마누라/정근/정글벙글/정꾸요미/ 정콩국/제티/조붱/조삼효/조은나래/존경/종구몽구/종구부인/주름/주지스님/줍줍/지금당장콜라가먹고싶다/지니/지듀/지민새끼손가락/지민채율/지안/지우개/지호/진진/ 짐나왜숨니/짐니뿌뿌융/짐빈/짐짐/징징이/짜근/짜몽이/짝짝/짹짹이/쩡구기윤기/찐망개/찜침/참치미/창가의토토/채영/챙으니/챠이잉/챠챠/처음처럼/ 천상여자/천재민윤기/천하태태평/청보리청/청퍼더/체리/체리맛사탕/체리메리미/체셔리어/첼리/쳌쳌/초딩입맛/초록비/초코마카롱/초코붕/초코생크림/총총총/쵸코두부/춍춍/추억/ 충전기/츄러스츄/칅칅칅/치즈/치즈빙수베리빙수/치카 초코/칙촉/칠태/침쨔/침침럽/침침모찌/침침하다/침탵/카라멜마끼아또/카페라떼도둑/칸쵸/커몬요/커잠정쿠키/코코/코코몽/콜라/ 콧구멍/콩콩/쿄쿄S/쿠맘/쿠요/쿠우쿠우/쿠키/쿠키앤크림/큄/크슷/태굴/태꿍태꿍/태둥이/태랑이/태백/태태(김태형)/태태/태태뀨/태태마망/ 태태사랑태태/태태한 침침이/태형아/탱탱/탵태/텐텐/토깽이/토끼/토마스/토마토는맛있어/퉁퉁이/팅팅탱탱/파란/파티/팔이/팥빵/팬케이크/퍼퐁/펄맛/포마토/ 포키/퐁퐁/푸들푸들/풀네임이즈정국오빠/퓨어/플랑크톤회장/피리부는아이/피카피카/핑몬핑몬핑몬업/하누월/하늘하늘해/하람/하리보/하이얀/하트반지/핫초코/항암제/햄버거/햄찌/햄키♡/ 행기/허니자몽/허블/헐마이니/헤헤태형/현/현이/형아/호두마루/호비/호비요정/호비호비/호빈이/호빗/호석이몰래/호시기호식이해/호어니/홍삼/홍시/ 홍홍/화개장터/환타/황금올리브유/황막꾸기/황토색/후르츠눈꽃빙수/흥흥/흩어지게해/흰색/히동/ * * * @천일/7896/♡이마♡/하트태태하트/0115/0506/0623/1022/1023/1102똑/1158/1220/3x8/8ㅁ8/9852/ 계탈수니/고기/고다/고답이/고대가고싶다/곰씨/굥굥/굿베베/권지용/귀요미/그래영/기태혀/김냥/김석진사랑해요/김자반/김태팡/까까/까꿍이/꽃소녀/꽃오징어/ 꽃진/꾸꾸꾹/꾸루꾸루/꾸잉/꿀돼/낙화유수/녹차잎/니베아피치립밤/닉주디/다도해/다람이덕/다홍빛/단리/단아한사과/달다리/달콤윤기/대박나자/댐므/더럽꾹럽/동상이몽/ 둘셋/따시따시/딸기쨈/딸기탱탱/또비또비/또잉또인/라임/라코/라프/랩런볼/레몽/레이첼/마농/마리스코티/망개한지민/망망이/목소리/몬무이/미늉/민슈팅/ 민윤기기윤민/바나나우유/바닐라라떼야/바다맛사탕/바람에날려/박지민다리털/백/베리믹스에이드/복숭아꽃/봄플/부니야/불타는고구마/붸이붸/뷔켜/비누/뿌까/뿔테/삐삐걸즈/사과즙/새우깡/서유윤/ 세이쓰/섹시태형/소년방탄단/슈퍼침침/슙비둡비/슙슙슈룹슙/스고이김태형/스삼/스페셜캔디/아리랑/안녕진아/얄루얄루/양념치킨/어화둥둥내진이야/여릉잉/오빠미낭낭/오윈/오페라/와와/완뚜꽁/ 요2/요롱코롱/용달샘/우리집엔신라면/우연/우유/원형/위티/윈터/윈트/유레카/유비/유자마카롱/유자에이드/윤기야 나랑 살자/윤민기/윤치명/융깅얌/이월십일일/ 일반여자/일일구1/있잖아요..?/자몽몽몽/저장소666/전막내/정꾸기냥/정꾸마망/정꾸야/젤귕/젤라/즌증구기/지민이랑/진리/짱짱구리/쪼꼬망개/쫑냥/쭈꾸미/쮸뀨/찐빵/ 참기름/책가방/청포도/체리마루/체리블러썸/초코퍼지/취해쏘/침구/쿠마모토쿠마몬/쿠우마몬/쿠키가게/쿡/크왕/탄저균/태누나/태링링/태태요정/태형아김태형/태황제/테형이/ 텐텐/토끼굴그래피티/토끼정/토마토마/피닝/핑가/하얀레몬/허니레몬/화이탱탱/황새/후니/후엥/흥탐/희망빠/
<2기에 받은 암호닉 분들> 인연/어른공룡둘리/딸기빙수/망고슈/방톨이/진라떼/윧/냉채족발/Milky/뒷방마님/눈꽃ss/빛나무/잘 읽었습니다!/딸기/디셈버/딩동/헤융/다송/쌈장/피터팬/민피디 니니/깡통/스타일/777/메기/뷔주얼/한라봉/가나/꿍꿍/#침쁘#/시니/바나나칩/뮬란/err4/꾸기/전정국 극성맘/핫탱/쿠야/태리둥절/으아이/ 고고싱/메첼/즁이/쿠쿠/스프라잍/설탕니/너라는별/돵돵/#아미/탄둥이/푸른하늘♥☆/민트자몽/침침빵/김시준/모찌섹시/뚜시뚜시/뷔야/분홍/문준휘/슈가나라/ 캉탄/청록/피짜/과일장수/제이뷔/이첼/이졔/니나노/스팸/아현이/쿠마몬/모지리/뷔티뷔티/라슈라네/꾸기여미/스노우볼/육개장/현질할꺼에요/복쯍/12300/ 태형문화재/츄파츕스/너라는태형/고여비/이브/티토티토/채린별/나진/헐투헐/막대사탕/생태/화이트초코/순살/군주님/*자도*/안녕엔젤/웃음망개짐니/낙화유수/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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