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렇게 일기를 열어본다. 아, 오늘 승철 선배가 갑자기 반에 와서는 엄청 큰 상자를 필자에게 주는 것이다 .
그래서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깐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파란 유도복 소매로 닦으며
"내 꺼가 좋아하는 거지"
"오빠 멋있지 않냐?"
하는 것이었다 그 때 처음으로 승철 선배가 멋져보였다 이제 얼른 오늘 일기 써야지!
02. 2학년 공식 집안일 요정
필자는 말하지만 병신년에 18세다 18세 고 2란 말이다.
고 2면 정신을 차리고 공부하여야 하지만 그 아이는 너무나도 집안일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 아이의 별명이 뭐냐면 2학년 5반 공식 집안일 요정이 되시겠다.
그 아이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공부는 잘 한다!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다 솔직히 말하자면 필자 스타일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냐면 행동이 아줌마스럽다 아이들이 흰 와이셔츠에 뭐를 뭍히고 오면 이게 뭐냐면서 툴툴 대면서 화장실로 가 깨끗이 빨아주고는 한다
아 필자가 어떻게 이 사실을 아냐고?
참고로 이, 필자는 그 아이와 2년 째 같은 반이다.
김민규 필자는 이 아이를 집 요정이라고 명칭하며 항상 도움을 요청한다.
하루는 급식에 김치찌개가 나온 날 흰 셔츠에 국물을 흘리자 다 먹자마자 바로 민규에게 가 도움을 요청했다.
"이 가시나야! 애도 아니고 칠칠 맞게 이게 뭐야?"
"내 체육복 줄테니깐 옷 벗어봐"
옷을 벗는 거는 괜찮다.
안에 반팔 티를 하나 입었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 민규는 나에게 휙 하고 체육복을 던져준 뒤에 내가 벗은 셔츠를 빨러 화장실로 향했다 여기까진 좋았다!
벗뜨... 주의사항은 필자의 키는 160 초반 민규의 키는 180 중반
필자가 민규의 티셔츠를 입자 어깨부터 소매 길이까지 맞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아빠의 옷을 입은 딸같이 어리버리하게 되어있자 소매를 하나하나 접어 올렸다 많이 접었다 싶었는데도 손을 덮고 손가락 끝 부분만 남은 상태였다.
이 때 벌써 다 빨은 건지 민규가 들어오더니 필자를 보고선 환호를 감추지 못하였다.
참고로 집 요정 민규는 소녀스럽게 귀여운 걸 좋아한다.
"어머, 이여주 진짜 귀엽다!"
"지인짜 귀여워 내 딸 할래?"
"이런 딸 낳았으면 좋겠다"
하며 쉴틈 없이 입을 움직여왔다 그러다가 나를 자신의 품에 파묻히게 꽉 안더니 허리를 굽혀 귀에 대고 요상한 말을 이어갔다.
"내 딸 하지말고 내 딸 낳아줄래?"
이런 요상한 말을 하던 민규의 배를 퍽퍽 하고 때리니 민규는 알겠다며 다시는 그런 말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일 이후에도 내가 꼬물꼬물 대고 있으면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귀여워를 만 번 정도 외친다던가 갑자기 애들 없을 때 자기 무릎에 앉혀 둥가둥가를 해주었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김민규가 드디어 돌았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또 하루는, 필자가 선생님의 심부름을 받아 교무실로 높이 쌓여있는 종이를 옮기려고 가는데 가다가 민규를 마주치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중얼거리면서 종이의 반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
그리고선 평소 목소리보다 낮은 듯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왜 항상 얘한테만 이런 거를 시키는지…."
하며 교무실까지 중얼거리면서 갔다.
가면서도 왜 선생님은 하면서 나를 힐끗힐끗 쳐다보다가 끙끙 되지도 않고 힘든 표정도 짓지 않았는데도 종이 몇 장을 뺏어서 자기 종이 위에 얹혀놓기도 했다.
내가 잘 들은 건지는 모르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렇게 귀여우면 나보고 어떡하라고…."
하는 이런 말까지 했었던 걸로 안다.
어떨 때 보면 필자는 이런 김민규가 귀엽기도 하다.
2학년 공식 집안일 요정 답게 뚝딱뚝딱 무언가를 고치는 모습보면 멋있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보기에는 차가워 보이는 남자지만 알고보면 질투심이 많은 남자란 것까지도 알고 있다 이건 필자만 아는 거 같다.
그래서 필자의 민규 첫 인상은 2학년 공식 집안일 요정이었다면 현 인상은 질투심 많은 귀요미 되시겠다.
암호닉 |
착한공 우유먹자 수녕 순짜야 내셉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