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a - Broken Biscuit
* 셤실
ep 3. 징크스를 만들자, 사람들은 떠나간다.
나는 행복한 잠으로부터 깨어나기 위해서 고개를 크게 휘젓고, 기지개를 쭉 폈다. 간밤에 김원식, 그가 나에게 선물해주고 간 신비로운 꽃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찾았다-."
창문으로부터 비쳐들어오는 햇살이 푸른 꽃에 들어와 푸른 꽃의 모습은 더욱 눈이 부셨다. 그 꽃을 볼 때마다 그가 생각났다.
아마 이 꽃을 준 것은 자신이 생각나게 하려고 한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생각할 수록 복잡해지는 그 마음은 고이 접고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무리 날이 밝아도 눈이 다 녹을 수는 없는 법. 눈이 조금이라도 녹으면 그것은 곧바로 얼음이 되어 여러사람들의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했다.
달리면서 느끼는 차가운 바람은 좋지만 넘어져서 피부에 닿는 불쾌함이 녹아있는 차가운 감촉은 느끼고 싶지 않았다.
길을 걸어가는 동안 새로 지어지는 상점하나를 보았다. 그것은 흔히 보이는 화장품가게나 커피샵이 아닌, 초콜릿가게인것 같았다.
그 전에는 어떤 가게였는지 신경을 안써서 지나쳐 갔는데 조금은 관심이 생긴 것 같았다.
상점을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 놀란 기색을 감출 수는 없었다.
나는 살며시 그를 올려다보았다. 뒤를 돌아보니 익숙한 그가 미소지으며 서있었다.
그는 새로운 가게가 생겨서 놀란건지 모르겠지만 얇고 마스카라를 눈꼬리에다가 칠해 올려세운 눈을 매우 크게 뜨고 있었다.
그를 더 자세히 쳐다보았다. 그는 새로 생긴 가게의 간판을 읽고 있었다. "Entre la mort et la douceur....."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조만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너 저기 초콜릿가게 절대로 들어가면 안돼." 그는 부모가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를 약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김원식씨. 그거 알아요?" 우선 그의 흥미를 끌었다.
"뭐?" 그가 호기심을 갖는다.
"만약에 당신이 좋아하는 파란 목도리를 누군가가 뺏어서 저쪽에 걸어두고 '원식아, 저거 절대로 건들면 안된다' 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실 거에요?"
예시를 든다.
"반말은 하지마, 별빛. 당연히 '네'라고 말한 후 얼른 가져가야지."
걸려들었다.
"나도 똑같아요.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게 사람 심리잖아요. 나 저기 가고 싶어요."
"안돼."
"싫어요. 나 저기 갈거에요." 나는 그가 내 앞을 가로막고 있지만 그를 밀쳐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밀려나지 않았다.
"나는 네가 걱정되서 하는 말이야. 근데 네가 그런 행동을 함으로써 피해를 보는 사람은 너야. 내가 아니고. 난 언제든지 네 곁을 떠날 수 있는 존재야.
별빛아. 아직도 어린아이처럼 굴거야?" 그가 핵심을 찔러버렸다. 그대로 찔렸다.
"...알았어요. " 나는 기가 꺾인 듯 고개를 푹 숙이고 그를 쳐다보지 않은 채로 제 갈길을 걸어갔다. 그는 내가 무엇을 하던 말던 상관없이 계속 나를 쫓아왔다.
내가 초콜릿 가게에 들어갈 거라고 아직도 생각하고 있나보다. 나는 그동안과 그가 나를 믿지 못한 다는 것에 대해서 화가 밀려와 그만 그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아 안갈꺼라니까요. 당신은 참 이상해요. 정말 짜증나요. 그런 행동만 하니까 제가 당신에게 잘 다가갈 수 없는거에요. 아마 모든 사람이 그럴 걸요?
당신 곁에 있고 싶지 않아요. 비켜줄래요?"
나는 꺾인 고개를 들고 그의 눈을 정면으로 쳐다봤다. 그의 표정은 매우 어두워졌다. 그의 눈에서는 미세한 떨림이 일어나고 있었다.
"난, 난 널 생각해서 말한 건데. 별빛. 너 참 나쁜아이구나."
"그럼 착한 아이겠어요? 허구한 날 내가 어디 나가려고만 하면 별의별 쓸데없는 충고나 하면서 시간만 잡아먹고. 내가 무슨 아기도 아니고.
맨날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말이다 하면서. 정말 지긋지긋해요. 당신이 어른이여서 그런건가요?
아니, 어른이라면 다 그런건가요? 그리고 도대체 어른이라는 건 무엇인가요? 애초에 어른이 의미가 있었던건가요? 겁쟁이. 다시는 보고싶지 않아요."
"...그래. 알았어. 미안하다. 초콜릿상점에 들어가도 상관없어. 네가 피해보는게 싫었는데. 굳이 그렇다면야.
잘가 별빛아. 네 눈앞에 보이지 않도록 할게. 그렇지만 쪽지 하나정도는 받아 줄 수 있겠지..?."
나는 그에게 받은 쪽지를 무슨 깡인지는 모르겠지만 내팽겨쳤다.
그의 붉은 눈이 식으면서 차가워졌다. 그는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구름안으로 파고 들어가서 사라졌다. 그는 그 다음부터 내 눈앞에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로 사라진건가?
진짜로?
진짜?
진..... 아니다. 내 눈에서는 지칭할 수 없는 액체가 떨어져내렸다. 이런 결말은 싫은데.
나는 눈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을 꾹 눌러 삼킨다음 아까 내팽겨친 쪽지를 다시 주워들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사실 그가 내 앞에 나타날 때, 나는 그가 구세주라고 생각했다. 답답하고 지루했던 가정과 학교생활에 지친 나를 위로해주기 위해 나타난 날개없는 수호천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내가 무의미한 행동에 의해 그에게 깊은 상처를 준 순간, 그는 숨겨두었던 날개를 달고 나를 떠나버렸다.
난 그가 보기 싫다는게 아니였다. 순간적인 나의 어리석은 돌발행동이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매번 이런 일이 일어나곤 했다.
항상 난 이렇게 혼자서 징크스를 만들고 살아가는 거고, 떠난 자들은 나로부터 깊게 두들겨 패인 상처를 지울 수 없는거겠지.
왜 난 항상 이 모양이지?
나는 집에 돌아와서 두꺼운 외투와 답답했던 파란 목도리를 풀고 곱게 개어서 의자에 두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나에게 준 쪽지를 펼쳤다.
'Bleu etoile brille.' 무슨 뜻이지. 나는 이따가 찾아보기로 하고 그 쪽지를 책상서랍에 넣어두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노트북을 켰고 평소와 같이 인터넷 속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시간은 훅 지나가버렸다. 방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언제쯤이면 나는 이 복잡한 미로같은 마음속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창문에 놓아둔 푸른 꽃에 물을 주고 착잡한 심정으로 잠이 들었다.
그때 역시 꿈을 꾸지 않았지만 그는 내가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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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너무 감사합니다.^^. 고맙고, 또 저 역시 더 발전하는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