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losing Day
W. 여우
"네, 그럼 이번 주 1위가 인피니트의 신곡으로 선정되었는데요! 인피니트, 축하드립니다!"
MC의 말이 끝나자마자 인피니트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맨 앞에 서서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그들은 밝은 환호성에도 행복한 표정이 아니었다. 여느 때 같았다면 가장 먼저 무대 위로 뛰어올라 팬들에게 환호를 보냈을 동우도 오늘만큼은 그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성규는 이에 반해 생글거리며 최대한 팬석을 향해 웃으려고 노력했다. 이내 마이크가 넘어왔지만, 아무도 그 마이크를 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리더로서 마이크를 건네 받은 성규가 밝게 말을 이어나갔다. 무언가 말을 꺼내기 위해 뜸을 들이는 것 처럼, 성규는 입술을 곱씹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쁜 목소리가 덧입혀진 스튜디오는 차분한 성규의 음성으로 곳곳을 채워나갔다. 곧 눈물을 흘릴 듯 눈가에 그렁그렁한 액체를 품고 있으면서도, 성규의 표정은 아주 밝았다. 그저, 1위를 했다는 그 사실에만 생각을 두려는 듯, 생글대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성규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했고, 그를 따라 나머지 여섯명도 허리를 굽혔다. 허리를 굽힌 이들 중에서는 차마 그 상태로 주저앉아 일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참을 숙이고 있던 성규가 허리를 일으키고, 성규의 눈에서는 자꾸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성규는 끝까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우선 이렇게 컴백하자마자 1위를 안겨주신 저희 팬 분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아, 정말로……. 이렇게, 저희가 이 자리까지 올라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다 감사드려요. 저희 일곱 멤버의 부모님……, 가족들. 이때 까지 옆에서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구요……. 또, 우리 인스피릿……, 우리가 여기까지 올라온 것……, 하……이고, 정말. 여러분들 …… 여러분들 덕분이었습니다. 아……하아……, 진짜 우리가 진짜 인스피릿…… 우리 인스피릿 너무너무 사랑하는데……, 진짜 어떻게 ……하, 흡……흐윽……하……으으……."
성규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입에서 미소는 사라져버린 지 오래였다. 천천히 그들을 지켜보던 이들도 단순한 1위의 기쁨을 논하려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채가고 있었다. 이미 주저앉아 고개를 들지못하던 동우를 따라 성규도 주저앉아버렸다. 두 팔을 감싼 채 고개를 파묻어버린 성규가 펑펑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현은 이미 무대뒤로 빠져서 펑펑 울고 있었다. 성종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고개를 들지 못했고, 성열은 번지는 화장을 채 가리지 못한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춰버렸다. 팬들은 한참이나 울지마-를 연창하다 조용히 입을 다물었고, 타 가수와 타 팬들은 무슨일인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성규는 갑작스레 일어나 눈물을 훔치는 가 싶더니 무대 뒤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차마 이런 서러운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이리라……. 호원은 이미 등을 돌려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명수 또한 뒤돌아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음악 프로그램이 마칠 시간이 다 되도록, 앵콜송하나 틀지 못한 채, 그들은 계속 울고 말았다. MC들은 급하게 앵콜송을 틀어주며 다음을 기약했다. 카메라의 전원이 꺼지자, 타 가수들이 천천히 무대를 빠져나왔고, 무대위에는 각각 다른 모습으로 우는 그들만이 남아버렸다. 숨어서- 서서, 그리고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는 그들을 대표해, 성규가 다시 무대 앞쪽으로 걸어나왔다. 마이크를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리는데도, 그는 마이크를 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얘들아, 얘들아……!"
누군가를 애타게 찾는 듯한 반응에 팬들은 그저 소리만 질러댈 뿐이었다. 성규의 부름에 일곱명이 하나가 된 듯 서서히 모이기 시작했고, 퉁퉁부은 눈을 하고-, 빨갛게 질린 동공을 하고. 하나하나 성규의 주위로 서 버렸다. 모두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이, 마치 학창시절 선생님께 혼날 각오를 하고 그 차례를 기다리는 아이들 같았다. 팬들은 서서히 소리내어 울기 시작했다. 하나 둘 번져나간 눈물들은 투명한 물 위를 적신 잉크마냥 물들어갔다. 성규는 크게 숨을 들이쉬는가 싶더니,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손으로 부볐다. 가라앉지 않는 숨덩어리가 답답했다. 성규는 다시 한 번 가슴을 탕탕 쳤다. 텁텁- 막히는 숨이 괴로워보였다. 얼마나 세게 그 가슴을 쳐대던지, 보던 사람마저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같이 무대에 서 있는 6명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말리지 않았다. 아니, 말릴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옳은 것일지도 몰랐다. 우현은 그의 마이크를 들어 자신에게로 옮겨갔다. 그리고 차례로 그 순서를 기다리는 듯 고개를 들어올렸다.
"……네, 안녕하세요……. 흐으-, 인……피니트의 남우현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인피니트, 이호원 입니다……. 사랑합니다."
"……이……성열……이에요, 아시죠, 다들……, 사랑하는 거……. 하하- 정말 …… 울면 안 되는데…… 아, 정말 왜 이러냐……, 아 진짜…… 흐으……."
"오늘은 엘이 아니고……, 큼큼- 김명수입니다. 하……, 음…… 그냥 사랑합니다. 정말로……."
"……동우에요, 동우……. 흐으으…… 읍- 나 진짜 안…… 말하면 안……돼요? 흡, 아아- 제발……, 나 그만 흑, 흐읍……하…… 나 그만 말할래……으으……."
천천히 한 명, 한 명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도중 동우가 무대위를 방방 뛰었다. 싫다며 소리를 지르고, 마이크를 내던지려까지 했다. 동우는 더 이상 이야기 할 수 없다며 오열했고, 결국 그 자리에 털썩 앉아 발버둥쳤다. 하지만 그 아무도 동우를 제지하지 않았다. 무대아래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감독도 당황한 듯 조취를 취하려다 포기한지 오래였다. 동우는 한참을 소리지르다, 무릎을 끌어안았다. 성종은 동우의 그런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의 곁으로 다가와 떨어진 마이크를 들어올렸다. 주저앉았다 천천히 일어나는 모습이 차갑고, 굳어있었다. 다들 막내라며 둥글게 대하던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이미 성종은 다 큰 어른이 되어있었다. 성종은 한참을 말 없이 서 있다 천천히 울고 있는 여섯남자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성종은 입을 열었다.
"어젯밤부터…… 빌었어요……. 정말로……. 오늘이 오지 않기를, 해가 뜨지 않기를……, 시간을 되돌릴 수 있기를 ……. 큼- 후……하……. 그리고 오늘은 이 노래가 끝나지 않기를……, 그렇게 빌었는데……. 정말…… 기다려주지 않더라구요……. 정말 사랑했고, 기뻤고,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은 리더인 성규형한테 맡기겠습니다."
성종은 성규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채 무대 밑으로 뛰어내려갔다. 더 이상 무대에 서 있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서 있을 수 없어서일까. 성규는 성종이 뛰어내려간 무대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그렇게 입을 앙 다물었다. 꼭 깨문 입술은 피가 날 듯, 터질 것만 같았다. 성규는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아아-……. 혼자 말해보기도 하고, 몇 번이나 음성을 다듬던 그가 생긋 웃으며 마이크를 가져다대었다. 이미 좌석은 조용히 가라앉은지 오래였고, 모두들 숨죽인 채 그의 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서히 노래가 끝에 달하고, 빠른 박자를 치던 노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결국 끝을 내고 말았다. 눈에 가득찬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원망스런 눈초리의 음성이 끝난 노래를 생각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진짜……. 아, 진짜 어떡하냐……. 하으……, 성종이 말처럼, 정말 오늘이 오지 않기를, 그저 이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라고……, 그냥 그랬어요……. 정말, 인피니트로 있으면서 행복했고, 기뻤고, 즐거웠고……. 다시는 잊지 못할, 잊어서는 안 되는…… 그런, 그런 시간들……이 되었는데…… 하하……. 정말 한 순간이 되어버렸네요……. 사실, 3년 전 부터…… 차근차근 계획해 오던 일이었습니다……. 음……, 하……아, 또 눈물 나려 그러네요……, 정말 …… 정말 사랑합니다. 으……흡, 이제…… 이제 저희 일곱명은 …… 하나가 아니라…… 각자가 되어서…… 연예계를 떠나려 합니다……, 흡, 정말 ……정말 영원히……, 그렇게 끝이 되려합니다……네, 인스피릿 사랑합니다……. 정말……. 오늘은…… 오늘은 우리의 Closing day 입니다……, 먼 …… 훗날, 다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안녕……안녕, 그대들……."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아무래도 연재속도를 맞추기 위해 10화를 들고 오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조각글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사실 이 글은 6월에 써두었던 글인데 많이 손보았습니다. 하하, 어휴 한 30분 걸렸나요..ㅋㅋㅋㅋ 미치는 줄 알았네요, 오늘 제 손이 똥이에요.
하하, 아잌 어쨌든 이번 글은 커플링 없이, 인피니트의 마지막을 그린 제 망상이구요, 하하- 재밌게 읽어주셨다면 다행일 것 같습니다.
그대들 정말 저도 많이 사랑하고요, 김여다는 벌써 10화네요. 20화가 마지막입니다, 어떤 독자분께서 물어보시더라구요.
하하, 그럼 저는 오늘 손이 똥이므로, 이만 물러갈게요, 죄송해요, 다들 하하- 그럼 그대들, 안녕이요!
저는 내일 물놀이가 있어서, 그럼 이만 뿅하구요, 그대들 날씨가 요즘 춥더라구요! 하하
내일 10화 가지고 오면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목, 금을 제외한 월화수, 토일은 연재시간이 7시~7시 30분입니다. 기억해주세요. 그럼 뿅
그리고 재밌게 읽었으면 댓글을 달아줄 수 있는 센스!
댓글을 달아주는 그대가 진정한 독자 중의 독자라는 거! 여우는 댓글을 먹고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