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타님, 리로님 감사합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10
W. 여우
호원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호원이 약간의 의문을 가진 어투로 묻자 굳센 현관문 뒤로 여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저, 동우님인데요?. 호원은 아, 그렇구나- 라며 자연스레 문을 열려다가 화들짝놀라 크게 소리지르고 말았다. 저……저, 동우님- 잠깐만 기다리세요!. 곧이어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말쑥한 차림의 호원이 동우를 반겼다. 흰티에 가디건, 청바지-. 집에서 입을 만한 옷차림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는 걸까. 동우는 그런 호원이 귀엽다는 듯 싱긋 웃어주었다. 또한 호원은 그런 동우의 미소에 홀딱 넘어가 질질 아밀라아제를 발사했다. 동우는 멍하니 풀린 눈을 하고서 자신을 바라보는 호원때문에 입가에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어려서, 그런가……, 어쩜 저렇게 귀엽지……. 동우는 호원이 듣지 못할 혼잣말을 속으로 삼키고 호원의 옷차림을 다시 한 번 쓰윽 훑어보았다.
"잘 어울리네요, 호원학생-."
호원은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의 행색을 살펴보았다. 아, 판단 미스……. 호원의 양쪽 눈가에서 세종대왕님께서 내려주신 훈민정음의 모음 'ㅠ'가 줄줄 흘러내렸다. 언제까지 세워두려구요-?. 동우는 생글거리며 말을 이었고, 호원은 당황한듯 들어오라며 크게 제스처를 취했다. 동우는 도무지 웃음이 멈추지를 않아 결국 현관에 주저앉아버리고 말았다. 호원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나, 생각하다가 그저 허허-하고 함께 웃어버렸다. 동우는 웃다 지쳐 눈물이 고였는지,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고, 신발을 벗어 거실로 들어왔다. 사실, 거실이랄 것도 없는 조촐한 원룸이었다. 동우는 자신의 대학시절이 떠올랐다. 자신도 홀로 원룸에서 지내면서 정말 죽어라 공부했다지…….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지금의 이런 시절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배고팠고, 공부하고 싶었는데……. 동우는 괜히 자신 때문에 호원도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우는 고개를 들어올려 호원을 바라보았다. 아……아, 부끄러워……. 호원은 동우의 눈빛에 몸을 틀었다. 동우의 사랑스러운 눈빛 하나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려 미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우는 그런 호원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커……커피 좀 끓여올게요."
호원의 말에 동우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작은 싱크대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이내 따닥거리며 가스레인지의 불꽃이 이는 소리가 들렸다. 동우는 살짝 싱크대를 바라보았다가 넓다란 호원의 등을 바라보았다. 어우……, 안아보고 싶은 저 등짝……, 큭큭-. 동우가 숨죽여 웃었다. 어린애 상대로 나쁜 짓 하는 건가……. 동우의 고개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7살 차이면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때 엄마 젖꼭지나 빨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풉-. 동우가 살짝 웃음을 터뜨렸다가 놀란 눈치로 입을 꽁꽁 싸맸다. 괜히 호원이 무슨 상상을 했나며 묻거든, 대답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동우는 가만히 방 한복판에 서 있다 보라색시트로 가득 찬 침대에 톡톡 걸터앉았다. 동우는 침대에 앉아 동동 발을 구르다, 방 구석 한 편에 놓여진 밥상하나에 시선을 두었다. 이미, 밥상은 두툼한 A4용지와 노트북 때문에 포화상태가 찾아왔는지, 위로- 위로 쌓여져있었다. 동우는 대체 무슨 종이길래 저렇게 많이도 쌓아뒀을까 싶어서 호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 호원학생……, 저- 미안한데 저 종이들은 뭐에요?"
"아-, 저거 이번 졸업과제에요. 하하- 으……, 분량이 좀 많죠? 대충 정리해놓은거라서, 웬만하면 손대지 말아주세요……."
호원의 나긋거리는 목소리가 듣기 좋았다. 동우는 호원의 목소리에 취해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알겠다는 대답만 던져놓았다. 아- 딴 생각하는 버릇 좀 고쳐야하는데……. 동우는 방금전에 한 대답도 잊고서 서서히 그 밥상으로 다가갔다. 이것 저것 정리해 놓은 것을 보니, 자신의 졸업과제가 생각났다. 크흐……, 나도 엄청 고생했었지……. 동우는 안쓰러운 마음에 한 번 쓱- 둘러보려다 하얀 종이위에 적힌 큼지막한 종이에 사로잡혀 버렸다. '광고홍보세미나'. 동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거 광고홍보학과 과목인데……. 동우는 두꺼운 책과 책 사이에 살짝 꼬리가 잡힌 종이를 끌어냈다. 사근사근 꺼내면 분명 잘 꺼낼 수 있으리라. 그러나 동우는 왜 몰랐을까. 사람의 손은 두 개 라는 것을. 동우는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려는 듯, 왼손은 주머니속에 쏙 넣어놓고-, 오른손으로만 그 종이를 살푼히 빼내려 애쓰고 있었다. 우당탕탕-. 결국, 남산의 서울N타워를 연상시키던 높은 종이더미들은 그대로 무너지고 말았다. 동우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싱크대로 돌아서 나 홀로 망상을 즐기던 호원의 표정 또한 외로이 떨어진 한 떨기 꽃마냥 가라앉아버렸다. 호원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서서히 고개를 돌렸지만, 안타깝게도 며칠 밤을 새어 정리해두었던 목차별 자료들은 무참히 하늘로 승천해버렸다.
"……미,미안해요 호원학생……."
"……아, 아……아, 그……."
"정말, 정말 미안해요-, 내……내가 전공했던 과목에서 배우는 거거든요, 이게……. 그……그래서, 호원학생이 공부하는 거, 그거 봤더니 똑같이 있어서 ……, 아- 아 그러니까요……."
동우는 자신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지금 호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호원의 표정이 미묘했다. 뭐……뭐지, 화난건가……. 동우는 괜시리 불안해져 오는 표정때문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호원은 그저 호탕하게 웃었다. 일렁거리는 동우의 목소리가 귀여워서였을까, 호원은 그저 계속 웃기만 했다. 딸칵- 거리는 소리에 이어, 가스레인지의 불을 끄는가 싶더니, 삐익-삐익- 소리를 내던 주전자가 입을 다물었다. 호원은 쓰윽 다가오는가 싶더니, 종이를 모아 한 쪽으로 몰아 세워놓았다. 동우는 미안한 마음에 그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있었다. 호원은 대충 종이를 몰아 놓았는지 손을 탁탁 털고는, 이내 다시 싱크대로 가서 커피를 끓여왔다. 작은 종이컵에 담긴 인스턴트 커피였지만,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에서 달큰한 향이 풍겨나왔다.동우는 오히려 화내지 않는 호원이 무서운 듯 두려움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호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동우를 바라봐주었다.
"괜찮아요, 대신 오늘 밤새도록 저 도와주셔야 돼요, 괜찮으시죠?"
호원의 배려깊은 말투에 동우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호원은 이내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동우에게 건네주었다. 으흐- 아까 동우님이 횡설수설하셔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요-. 호원은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는가 싶더니 말을 이었다. 동우는 앗- 하며 멋쩍은 듯 뒤통수를 만지작거렸다. 음음, 미안해요……. 동우는 다시 쏙- 들어가는 말투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호원은 그런 동우의 모습이 보기 싫은 지 깊게 한숨을 쉬고는 유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오늘 저희집은 왜 오신 거에요-?. 호원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동우가 앗차- 하고 머리를 콩 두드렸다. 분명 무슨 말을 하려고, 왔는데 까먹어버렸다. 아, 장동우……, 치매인가봐……. 동우가 머리를 꽁꽁 싸맨 채 한숨을 푹 쉬었다. 호원은 잊어버려도 괜찮다며, 기억이 나면 말해달라고 이야기했다. 동우는 알겠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모습 조차, 너무 귀여운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호원은 사랑에 확실히 빠진 것 같았다.
"……저, 근데 호원학생 광고 쪽 공부해요?"
"네? 아, 네-.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부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아……, 그렇구나. 사실, 내가 이쪽에서 일하거든요……, 전공도 광고홍보학이었구요."
호원이 동우의 말에 박장대소했다. 아, 뭐에요-, 왜……왜 웃어요. 동우는 자신의 말이 그렇게 웃겼었나 하고 한 번 곱씹어보았다. 하지만 도무지 웃을 수 있는 부분은 나오지를 않았다. 도대체 왜 웃는 거에요, 호원학생-. 동우는 계속해서 '호원학생, 호원학생-'을 찾기 시작했다. 호원은 그런 동우의 모습이 더 웃겼는지 깔깔-대며 침대 위로 엎어져버렸다. 동우는 미간을 찡긋거리며 볼에 바람을 탱탱히 불어넣었다. 치- 뭐가 그렇게 웃겨요, 알려줘요!. 호원은 귀여운 짓을 연달아하는 동우때문에 미치겠다는 듯 침대 위를 굴러다니다 조금 진정이 된 듯 동우를 바라보았다. 왜 그럴 것 같아요?-. 동우는 오히려 역으로 질문하는 호원때문에 어이가 없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왔다. 그,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당황하는 동우의 모습에 호원이 더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 진짜. 동우는 한참을 찡찡거렸고, 결국 호원은 제대로 앉아 동우에게 말을 건넸다.
"저, 사실- 고등학교 때 동우님 처음봤어요. TV에서-, 신문에서. 국제공모전에서 1등을 할려면 얼마나 완벽해야할까……. 근데, 자료를 찾으면 찾을 수록 어쩜 사람이 이렇게 완벽할 수 있나 싶은거에요. 그러면서 동우님을 저도 모르게 좋아하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동우님이라고 부르는 거에요. 신이나, 왕을 표현할 때하는 그런 님. 물론- 내 님이면 더 좋구요……."
호원의 마지막 말 한마디에 멍하니 앉아있던 동우의 얼굴이 화륵 달아올랐다. 어……, 어- 뭐라구요? 동우는 익숙치 않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더듬었다. 아, 그……그게. 물론 저 오글거리는 말이 자신의 입에서 튀어나왔다는 것을 믿을 수 없는 호원또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동우는 어버버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익숙치 않은 분위기에 발을 동동 구르며 눈치를 보았다. 아아, 저 집……집에 갈게요- 호원학생. 결국 동우는 자신이 집으로 로그아웃해줘야지만 이 어색한 분위기가 그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고 말았다. 그리고 동우는 실천에 옮기려는 듯, 현관으로 발을 옮겼다. 그 순간, 동우의 등 뒤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어……뭐, 뭐지……. 동우가 몸을 틀어 등 뒤에 시선을 옮기려하자, 더 진한 포옹이 동우를 옥죄였다.
"……저, 호……호원학생."
"……잡, 잡는 거 아니에요. 과……제 도와줄 때까지 집에 안 보내려는 것 뿐이에요."
상남자라면 상남자인 호원의 입에서 나온 달달한 말투였다. 잡는 것이나, 집에 안 보내는 것이나-. 사실 그 말이 그 말인데, 그 뉘앙스가 다르다는 이유로 호원은 최대한 변명하려고 애썼다. 동우는 자신의 등 뒤로 느껴지는 호원의 어린 모습에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래, 뭐-, 하루쯤 외박하지 뭐……. 동우는 더 세게 몸을 돌려 호원을 마주했다. 우상을 껴안았다는 격한 감정과 죄송스러움 때문인지 호원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차렷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동우는 호원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내 친구들은 이렇게 해줘요-, 그럼 기분이 좋아져요. 동우는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호원은 자신보다도 작은 동우가 자신을 올려다보며 그런 말을 뱉자 의아한 듯 살짝 고개를 들어올렸다. 예상대로 환하게 웃고 있는 동우는 눈웃음을 치며 다음말을 이었다.
"……음, 그럼 호원학생 기분 좋아진 것 같은데- 우리 일해요, 내가 엄청 많이 도와줄게요."
* * * * *
동우의 집에 홀로 누워 뒹굴거리던 성규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언제 들어오려는 것인지 시간은 새벽을 향해 넘어가고 있는데……. 성규는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남을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지겨운 지 이 망할 놈들은 알까 모르겠다. 성규는 크게 한숨쉬면서 이리저리 거실을 돌아다녔다. 아오- 왜 안 들어와. 성규는 결국 동우에게 전화를 걸까 고민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쇼파위로 털썩 주저앉았다. 어렴풋이 기억을 떠올리던 성규가 딱-하고 손으로 소리를 내었다. 기억이 난 것 같았다. 성규는 음란마귀가 가득 낀 눈빛으로 한 곳을 응시하다가 실실대며 웃음을 흘렸다. 왠지 알 것 같네, 왜 안 들어오는지…….
"이호원이던가……, 그 새끼인가."
* * * * *
*여우 사담*
허허허허허, 늦었어요, 늦었어- 죄송해요 흡흡, 아잌 이러려던 게 아닌데.
사실 10화가 날아가서 다시 뒤져봐도 없고, 없고 없어서 새로 쓴 게 함정
집에 와서 올리려는 데 없어서 7시부터 지금까지 딱 54분 걸렸어요, 흡흡- 아 눈물날라 그래.
엉엉, 왜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닥치는 거에요, 엉엉- 나 슬퍼요 흡흡, 아잌 그대들 날 내쳐요.
난 약속도 못지키는 나쁜 작가에요, 엉엉- 여우꼬리 다 떼먹게 생겼네요, 엉엉 ㅠㅠ 그대들 나 미워하지 말아요.
나 저녁도 안먹고 지금 일했어요 ㅠㅠ 저 지금 학교 UCC 줄거리 쓰러가야하는데 어떡하지 ㅠㅠ 엉엉.
11호ㅏ는 어떡하지? 근데 난 11화가 더 중요하므로 후딱쓰고 일하러 가야겟다.
잉잉, 지금 저 매우 기뻐여. 방송반 축제영상 노래 녹음 다 됏대요!! ㅋㅋㅋ 전 노래 못불러서 알아서 오늘 놀러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은 나쁜 아나운서의 예입니다. 여러분- 알아서 동료를 도와주는 착한 동아리부원이 됩시다.
깔깔은 무슨, 아잌 그럼 딱 쓴지 1시간만에 글올리네요, 엉엉- 그대들한테 빨리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때문에 급하게 써서
아귀가 안 맞을 수 도 있어요 ㅠㅠ 죄송해요, 그대들 엉엉 ㅠㅠ 저 때리러 오세요 아니요, 감히 ㅠㅠ 저깟것 때문에 오시다니요.
제가 가겠습니다. 곤장이든 주리든 마음껏 하십시오 ㅠㅠㅠ 엉엉, 그럼 저 이제 저녁먹으러 가여 그대들 사랑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