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픽션으로 실제 역사 사실과 무관합니다
석민은 여주를 이끌고 대숲 한 켠에 있는 정자에 앉았다.
숲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정자는 대나무 이는 소리와 함께 한 폭의 수묵화와도 같았다.
"진사님, 이 무슨 짓입니까!!"
"오늘 밤은 달이 참 예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너와 같이 보고싶더구나."
"어찌하여 저인겝니까!! 아무리 그래도 진사님과 저는 단 하루 밖에 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참으로 이상하단말이지."
"예?"
"내가 기방에 들어서서 너를 처음 본 그 순간."
"........"
"사람이 첫 눈에 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겠더구나."
여주는 석민의 말에 얼굴이 금새 붉어졌다.
석민은 그런 그녀를 보고 피식- 웃어보였다.
"꽤나 귀여운 구석이 있구나. 내가 말만 건네면 얼굴이 붉어지는구나."
"아.... 아닙니다..."
"구중(口中, 입술)과 눈이 서로 다른 언행을 하고 있구나."
"......"
석민은 그런 여주를 지긋이 응시했다.
"내가 너를 본 건 하루이지만.... 어째서 네가 내 눈에 계속 밟히는지 모르겠다."
"내 그 이유가 궁금해서 이리 너를 부른게야."
"여인네에게 첫눈에 사로잡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
여주는 그런 석민의 말을 아무소리 없이 듣고 있었다.
"너는 내게 할 말이 없느냐?"
"...없습니다."
"그저 내게 말 한마디라도 건네기 힘들단 말이냐."
석민은 안타깝다는 듯 여주를 쳐다봤다.
"진사님이 계속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어찌 답하겠습니까."
"역시 너도 내 눈빛에 이끌리는구나. 조선 여인내들이 내 눈빛 하나면 껌뻑 죽거든."
석민은 개구지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주는 그런 석민의 모습이 썩 귀여워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웃는구나."
"진사님 농도 참 지나치십니다."
"어허, 정말이라니까. 조선팔도에서 나만한 인물도 드물 것이다."
미루는 그런 도겸의 말에 긴장이 어느정도 풀렸는지 조심스레 말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진사님은 어찌하여 외출금지를 당하신겝니까."
"명륜당(明倫堂)에서 박사(博士)님의 수업 중 네 모습이 자꾸 아른거리는 것이, 도통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서 말이다."
"또, 또 농입니다."
"내 너 때문에 수업에서 내쫓기고 성균관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게 금지당했거늘 이리 말하니 영~ 섭하구나."
"하지만 이미 약조를 어기고 성균관 밖에 나와계시지 않습니다."
"에이. 미루 너는 도통 내 말을 듣지를 않는구나."
"진사님이 저에게 말도 되지않는 농을 치시는게지요."
"그럴리가. 내 눈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
석민은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그녀를 쳐다봤다.
여주는 그런 그를 응시한 지 얼마되지 않아 시선을 피했다.
"사람의 눈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였다. 그런데 이리 내 시선을 피할 거면서 어찌하여 내게 농이라 말하느냐."
"소....송구합니다."
"송구할 필요까지야..... 괜히 내가 미안해지는구나."
"그...근데 이 정자는 무엇입니까? 한양에 오래 거처하고 이 대나무 숲을 여러번 다녔지만 이런 정자는 처음입니다."
석민은 갑자기 말을 돌리는 그녀의 모습에 실소를 터트리고 대답을 하였다.
"이 곳은 원래 신당(神堂)이 있던 곳이다. 그래서 더욱 외진 곳에 있는게야."
"아..... 그래서 이 터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았더로군요."
"그래서 기가 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 곳에 있으면 기를 뺏긴다는 소문도 있지. 하지만 난 그런 소문따위 잘 믿지 않거든."
"제가 진사님을 처음 뵈었을 때도 기가 예사롭지 않은 분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나를 첫 눈에 보고 나의 기운을 점쳐본 것이냐?"
"아니.... 그게 아니오라 사람을 처음 보았을 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기운이 있습니다."
"오, 그럼 내 기운은 어떻느냐?"
"병자년(丙子年)의 기운으로 쥐의 형상이 보이나 예사롭지 않고, 그 기운이 남달라 큰 그릇을 품을 분으로 보였습니다."
석민은 그런 그녀의 말에 아이처럼 기뻐했다.
"오호라, 그럼 좋은게로구나!!"
"허나 그릇이 크기에 쥐가 담아내기 버거울 수 있습니다. 진사님께서 그 부분을 다뤄주셔야 합니다."
석민은 기뻐하던 표정을 감추고 이내 어린아이처럼 구순(口脣, 입술)을 비죽거렸다.
"그럼 제가 도겸님의 소원을 이루어드리겠습니다."
"오, 정녕 들어줄 수 있단 말인가?"
"진사님이 되고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난, 조선에서 제일가는 종2품(從二品, 현대의 차관보 중장 직급) 홍문관 대제학이 될걸세."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대나무숲에 큰 바람이 일고, 정자에 앉아있는 것은 어린 소녀와 소년이 아닌
성숙해진 여인네와 종2품 관리직 의복을 갖춰입은 선비가 앉아있었다.
석민은 바뀐 자신의 의복을 이리 저리 살펴보고는 이내 여주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여주는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는 제 능력입니다. 상대가 되고자 하는 것, 보고자 하는 것을 허상(虛狀)으로 보여주는 능력."
"네가 더 나이를 먹어도 이리도 곱구나."
"...걸러 듣도록 하겠습니다."
"대제학의 말을 잘도 거르는구나."
"......저도 진사님이 이 의복을 입은 것을..... 꼭 보고싶습니다."
대나무 이는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고 그 숲 한가운데에 있는 정자에서는 넉넉한 소음만이 그들을 감쌌다.
푸른 달빛은 그 두 남녀를 영롱하게 비추었고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한 쌍이었다.
"이봐, 제성. 도겸을 못 보신게요?"
"이 진사야 오늘 근신처분을 받고 반궁(半宮)에 있지 않소?"
"그것이... 지금 도겸이 없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장의."
"혹시나 해서 도겸의 침소에 가봤거늘, 그의 그림자 조차 비치지 않았습니다."
"이 큰일아닙니까. 시기가 어느 때인데...!!"
갑자기 사라진 석민으로 인해 성균관은 발칵 뒤짚혀졌다.
"도겸이 없어졌다니요.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일입니까."
같은 방에 머무는 순영은 승철의 말에 자신의 방으로 곧장 달려갔다.
"이 진사!! 오늘 이 진사께 여쭙고 싶은게 있어서말입니다!"
순영이 문을 우악스럽게 열었지만 방 안은 쥐새끼의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도정... 이것 큰일입니다."
정한은 발걸음을 여기 저기 옮기는 것이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였다.
"우선, 은사님들 모르게 움직여야합니다. 저희끼리 도겸을 찾아보고, 통금시간 전에 들어오도록 합시다. 절대적으로 우리끼리만 알아야합니다."
승철은 유생 몇몇을 모아두고 굳게 이야기했다.
"그럼 저와 호시는 연화기방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제성이 저쪽으로 간다면 저와 천영은 궁궐 방향으로 향하겠습니다."
"그럼 의홍과 화윤께서는 한강이 흐르는 방향으로 따라가보시고 저와 원산, 그리고 우지는 반궁을 찾아보겠습니다."
승철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유생들은 다급히 성균관을 나섰다.
"어찌하여 이 진사 하나 덕분에 유생이 여럿 움직입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도겸은 체통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지훈은 멋쩍게 웃으며 승철에게 답을 했다.
"서장의님. 그럼 저희는 조용히 반궁을 찾아다니면 되겠습니까?"
"다른 상유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고, 우리끼리 서책방이나 다른 방을 찾아보는게 올바른 방법일 것 같습니다. 원산께서는 오른쪽으로 가시지요."
성균관은, 그렇게 석민의 행방을 찾기위해 유생들의 바쁜 발걸음이 오갔다.
휘어지게 밝은 달 아래에서 담소를 나누기를 몇 시간.
여주는 점점 흐르는 시간에 불안함을 느끼고 석민에게 말을 걸었다.
"진사님, 시간이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혹 기방에서 저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주는 자신의 본분을 되찾고 자리에서 일어나 신을 신으려고했다.
그 때, 석민은 여주의 수수(手首,손목)을 다급하게 낚았다.
"어어!!"
너무 다급하게 잡아서인지 여주는 중심을 잃었고
석민은 그런 그녀를 잡고 그대로 쓰러졌다.
넘어지고보니 여주가 석민의 품에 안긴 형체가 되었다.
"지....진사님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래서 그만..."
여주는 얼굴을 붉게 밝힌 채로 석민의 품을 빠져나오려 바등거렸다.
석민은 그런 그녀를 뚫어지게 응시하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일어서지 못하게 두 팔로 그녀를 끌어안았다.
여주는 그런 그를 뿌리치려 했지만 아무리 무공을 배운 여인내라도 덩치좋은 사내의 힘에는 버텨낼 수 없었다.
석민은 그런 그녀를 더욱 꼭 안았다.
"지금이 좋구나. 그냥 이대로만 있자."
"하지만 도겸님!!"
"그냥... 그저 이 대나무 소리를 같이 듣고싶구나."
여주도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 석민에게 자신을 맡겼다.
석민의 따스한 품에서 눈을 감고 그의 말처럼 대나무 숲의 노래를 가만히 듣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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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열입곱번째예요 ^▽^
벌써 3화까지 왔네요 후...후...... 오늘은 생각보다 분량이 적은 것 같아요ㅠㅠ
그대신 다음화는 분량 완전 빵빵하게 돌아올게유!!!
달려!! 달려!!! 이제 곧 개학시즌이고 저도 독자분들도 다들 바빠지겠죠??
아마 그만큼 업로드가 늦어질지도 몰라요ㅠㅠㅠ
그래도 열심히 쓸테니까 많이많이 보려와주세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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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 내일 겸둥 이다 자몽몽몽
우리 암호닉 여러분... 많이 사랑하구 아! 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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