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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8. 월요일.
얼마전 우리 수학학원에 새로운 학생이 왔다.
도경수라는 아인데, 생긴건 순둥순둥한 강아지같았다.
박찬열친구라기에 활발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낯을 가리는건지 조용했다.
박찬열은 자기친구가와서 기분이 좋은지 평소보다 4개나 더많은 이빨을 내비추며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옆에있던 백희가 시끄러웠는지 박찬열에게 조용하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박찬열은 아랑곳하지않고 도경수를 붙잡고 이야기를 했고, 참다못해 화가난 백희가 박찬열의 머리를 한대 치고난 후에서야 교실은 잠잠해졌다. 백희 짱b.
수업이 시작되고 선생님은 처음온 경수에게 이리로 나와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셨고, 경수는 칠판앞으로 나가 차분히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여자들의 로망이 수학문제 푸는 남자라는 말이 있듯이 나도 그 모습에 반해 열심히 문제를 풀어나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보고있었는데 옆에서 백희가 내턱을치며 침떨어지
겠다고 했다.
경수의 뒷통수는 경수를 닮아 참 동글동글하다.
그날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르겠다. 수업내내 경수의 뒷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백희는 나에게 경수를 좋아하냐며, 자기가 번호를 알아주겠다며 놀려댔고 나는 자꾸그러면 박찬열한테 다 일러버릴꺼라는 협박을 하고나서야 백희의 입
을 막을수있었다.
그러하다 백희는 박찬열을 좋아하고 있다.
좋아하면서 괜히 틱틱대느랴 맨날 싸우기만 하는 둘을 보고있자면 하루에도 열두번은 박찬열에게 말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나저나 앞으로 학원가는날이 너무 설렐것같다.
2013. 11. 21. 목요일.
박찬열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볼까… 아니다 그랬다가는 저 시끄러운 박찬열이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처음부터 하나하나 스스로 다가가야 했다.
학원에 가기 전, 나는 평소보다 조금일찍 집을 나서 슈퍼에들렀다.
경수에게 뭔가를 선물해주고싶은데 경수가 뭘 좋아하는지를 몰라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왠지 경수랑 어울릴것 같은 딸기우유와 내가 먹을 막대사탕을 하나 사서 학원으로 향했다.
일찍온 보람이 있는지 학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경수의 자리위에 딸기우유를 올려놓고 다시 학원밖으로 나와 백희를 기다렸다.
학원근처에 서서 아까 산 사탕을 까먹으며 백희를 기다리고있는데 저 멀리서 날 알아본 백희는 왜 먼저갔냐며 뛰어왔다.
나는 그런 백희에게 내가 오늘 한 일을 읊었고 백희는 대~박 네가 이런면도 있었냐며 자기가 더 호들갑이었다.
교실에 들어서자 이번엔 박찬열이 난리였다. 박찬열은 우리를 보자마자 달려와 도경수 고백받았다며 혹시 누군지 아냐며 물어왔다.
최대한 차분히, 모르겠다며 잡아뗐는데 이럴때만 눈치가 빠른 박찬열은 혹시 너아니냐며 나를 의심해왔다.
" 혹시 ㅇㅇㅇ 너 아니야? "
" ㄴ…내가 뭐, 나 아니야. "
" 설레게 왜 말을 더듬냐? 진짜 너 아니야? 경수왔을때 네자리에만 가방있었다던데? "
" 어? ㄱ…그게……. "
내가 말을 계속 더듬자 답답했는지 백희가 오늘 자기가 늦게와서 먼저도착한 내가 자기를 마중나왔다며 대신 둘러대 주었다.
" 그래? 뭐 아님말고. "
박찬열은 생각보다 쉽게 물러났고 도경수에게 달려가 확인이 끝났으니 이제 먹자며 경수를 졸랐다.
박찬열 너 먹으라고 준게 아닌데, 순간 화가나 박찬열에게 먹지말라고 소리를 지를뻔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 생각해 가만히 있었다.
나는 수업시간 내내 경수의 반응이 궁금해서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경수의 시선은 칠판만을 향해 있었다. 경수가 딸기우유를 싫어하나..? 괜히 풀이죽어 평소에 쉽게 풀리던 문제조차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이후로도 박찬열은 한참동안이나 딸기우유사건으로 떠들어댔다. 그런데 정작 경수는 그 일에 대해서 아무말도 꺼내지 않았다.
누가준건지 안 궁금한건가? 이러다 그냥 묻혀버릴것만 같아서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우유 내가 준거야' 라고 말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나는 아직 경수와 대화조차도 해본적이 없고, 또 이렇게 공개된 곳이라면 경수의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박찬열이 난리를 칠게 뻔하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노트위에다가 의미없는 낙서만 해대고있었다.
그런 낙서가 작품이 되어갈때쯤 옆에 있던 백희가 도경수에게 언제 말할거냐고 물어왔다.
" 도경수한테 언제 말할꺼야? "
" 모르겠어.. 말은 해야겠는데 언제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
" 음.. 박찬… "
" 열은 절대 안돼. 절대로! "
" ㄱ…그래. 그럼 쪽지라도 남겨보는게 어때? "
" 쪽지? "
" 응. 그냥 짧게 친해지고 싶다라던가, 아 번호도 적어봐. 혹시 알어? 도경수가 먼저 연락해줄지. "
" 근데.. 너무 유치하지않을까? "
" 에이, 용기있는자가 미남을 얻는다! 사랑앞에서 유치하고 말고가 어딨어. 시작이 어렵지 해보면 괜찮을거야. "
" 그럴까? 고마워 백희야. 내가 잘되면 너랑 박찬열! 내가 팍팍 도와줄게. "
" 어? 어.. 아니 난……. "
백희의 얼굴이 고구마처럼 새빨개졌다.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많은 백희다.
나는 백희의 말에 자신감을 얻어 경수에게 전해줄 쪽지를 쓰기 시작했다.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경수와 박찬열이 밖으로 나간사이, 나는 재빨리 경수의 자리로가 경수 책 표지속에 포스트잇을 붙여놓고 자리로 돌아왔다.
너무 순식간에 저지른 일이라 포스트잇이 제대로 붙어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떨어지진 않겠지?
다시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는 수업 중간중간 경수의 눈치를 살피며 뒤를 돌아봤다.
평소엔 수업시간만 되면 집중하느랴 칠판만 바라보던 경수여서 나는 마음편하게 경수를 바라볼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내가 뒤를 돌때마다 눈이 마주치는 경수에 내가 놀라 먼저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 이후로도 계속 눈이 마주치는 경수때문에 '혹시 벌써 본건가?' 라는 생각이들어 괜히 부끄러워져서 남은시간동안은 강제로 수업에 집중할수밖에없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머릿속엔 온통 경수생각뿐이었지만.
오늘따라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왜이렇게 두근댔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누워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경수가 내 쪽지를 봤을까? 문득 경수와 눈이 마주친상황이 떠올라 나는 다시 부끄러움을 느끼고있던 찰나, 카톡음이 울렸다.
[도경수 연락왔어?]
아.. 백희다.. 기다리던 경수의 연락이 아니라 그런지 김이빠져 휴대폰을 베개밑으로 묻어버렸다.
그때 또 한번의 카톡음이 울렸고 나는 역시 백희이겠거니 하고 휴대폰을 켰다.
켰는데, 경수다.
헐 대박. 경수가 연락이왔다!
[ 안녕. 딸기우유 고마워. 잘마셨어.]
나는 1이 사라지기가 무섭게 경수에게 답을 보냈다.
그런데 문득 경수가 내가 누군지 알고 연락을 하는건지 궁금했다. 내가 경수랑 직접 대화를 나눈적이 있는것도 아닌데 경수가 우리반의 많은 여자애들중 나를 기억할까?
그래서 나는 다시 경수에게 카톡을 보냈다.
경수가 나를 알고있다는 사실에 기뻐 얼른 백희에게 알려주려고 했는데
경수의 연달아온 카톡에 나는 어찌할바를 몰랐다. 헐..? 경수도 알고있었어..
집에 오는길에 백희에게 요새들어 경수랑 자주 눈이 마주친다며 자랑을 했는데 백희는 날 본게 아닐수도있지않냐고 이야기를했었다.
그런데 아니다! 나혼자 김칫국 마신게 아니였다. 경수도 날 본거였어!! 으아ㅠㅠ 경수야 나 너무 떨려 어떡하지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