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희 - 여우비(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OST)
내 사랑 바보 07 |
by.팊 “ 쑨양~ ” “ 휴… ” “ 이 쉐키가 버릇없게. ” 따악! 하는 소리와 함게 눈 앞에 별이 보였던거 같다. 굽혀진 고개를 들며 뒷통수를 쓸어내렸고 입술을 앙 다문채 확! 이라고 하는 태환형이 보였다. 누가 대체 이 형에게 이런 술주정을 주었는가…. 맞은 뒷통수가 아려와서 계속 문질러댔고, 입술을 삐죽거리며 있었더니 이내 또 금새 푸흐흐 하고 웃어왔다. “ 아팠어? ” “ 아니요. ” “ 그럼 한대 더. ” 정말 빠악! 하고 머리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던거 같다. 왜 이러는거지? 나 오늘 뭐 잘못했나? 놀란 눈을 하고 형을 바라보았더니 형은 그게 또 웃기다며 배를 잡고 웃었다. 다른 테이블 사람들은 싸움이라도 난줄 알고 바라보다가 웃는 태환형을 보며 고개를 돌렸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눈물이 나올거같은데 맞았다고 울기에는 정말 자존심이 상해서 이를 부득부득 갈며 참았다. “ 아파? ” “ 또 때리면 나 가요. ” “ 어딜? ” “ 집에요. ” “ 나는? ” “ 여기서 더 마시던가요. ” “ 너만 가? ” “ 그럴건데요. ” “ 가지마. ” 굳게 마음 먹은채 고개를 홱 돌렸고, 태환형은 잠시 가만있다가 내 옷깃을 쭉쭉 당겼다. 애써 무시하고 있다가 히잉- 하는 소리에 뭐지? 하고 고개를 돌렸더니 울상을 짓고있는 태환형이 보였다. 역시나 그 모습도 당황스러워 그만 헤괴한 표정을 지어버렸다. “ 나 두고 가지마. ” “ 태, 태환‥ ” “ 잘못했어. ‘ “ 아니, 그 우, 울지마요. ” “ 나두고 가지마. ” “ 아, 안갈게요. ” “ 진짜? ” 고개를 열번은 넘게 끄덕였더니 형은 옷깃을 놓으며 웃었고, 술잔을 들고 쭈욱 들이켜 잔을 비워냈다. 잔을 탕 내려놓으며 캬- 하는 소리와 함께 손등으로 입가를 훔쳐냈고, 멀뚱히 보고만 있었더니 역시나 똑같이 멀뚱히 바라봤다. “ 술 이제 그만 마셔요. ” “ 왜? ” “ 술 안마신 태환형이 좋아요. ” “ ‥알았어. ” “ 형 원래 술 안좋아하잖아요.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 “ 니가 마시니까. ” 한숨을 푹 쉬며, 턱을 괴고있는 태환형의 머리를 두어번 쓸어주었다. 그 손길에 형은 눈을 내려감은채 입꼬리를 올려웃어보였고, 그 모습이 불그스름하게 물든 양뺨과 잘어울렸다. 태환은 그 이후 착하게도 더이상 술을 마시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얼음물을 주었더니 잔뜩 취했던 정신도 조금은 돌아온거 같았다. 시간은 점점 깊어만갔고, 이제 그만 집에가자며 형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 형, 집에 갈 수 있어요? ” “ 아니. ” “ 예? 그럼 어떡해요. ” “ 몰라. ” “ 에? ” “ 어쩌지? ” 술집에서 나와 형은 휘청거리다가 결국 가로등에 등을 기대고 섰고, 나는 뺨을 긁적이며 그런 형을 물끄럼히 보고 있었다. 형은 작게 웃더니 팔을 벌렸다. 고개를 기우렸더니 벌린 팔을 두어번 흔들었고, 한걸음 다가섰다. 그대로 팔을 굽혀 나를 꾹 눌러 가두더니 어깨쯤에 얼굴을 묻었다. “ 형? ” “ 얼굴 보고싶은데 왜 어깨밖에 안보이냐 너~ ” 뺨을 긁적이며 살짝 무릎을 굽혔다. 그제야 눈높이가 같아졌고, 멀뚱히 내 얼굴을 보던 형은 귀여워- 라고하며 내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춰왔다. 눈을 감은채 가만히 뽀뽀세례를 받다가 다리가 아파 다시 일어섰고, 태환형은 내심 아쉬워하며 고개를 다시 어깨에 묻어 한숨을 푸욱 쉬었다. “ 쑨양. ” “ 응. ” “ 너네 집 가자. ” “ 우리집이요? ” “ 내 집은 니가 자기에 좁으니까. ” “ 에? ” “ 아~ 추워, 빨리. ” “ 아, 예예. ” 꽤나 추운 밤 기온에 손을 내밀었더니 태환형이 손을 꼭 맞잡아왔다. 걷는게 비틀비틀 힘겨워 보이기에 택시탈까요? 라고 물었더니 아니, 걸을래. 라고 조곤조곤히 대답해왔다. 자취하고 있는 집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지만 성인남자가 걷기에 아주 힘든 거리는 아니였다. 우린 둘다 맞잡은 손에만 힘을 준채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자박자박 거리는 신발 소리만 경쾌하게 들려왔다. “ 에취! ” 한참 앞만 보며 걷다가 문득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입가를 손으로 가린채 어깨를 살짝 바르르 떠는 모습이 보였다. 추위에 약한데 감기에 걸리면 어쩌지? 나는 아픈 사람 간병을 해본적이 없는데‥. 지금이라도 택시를 잡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업고갈까? 어쩌지? 하면서 짧은 시간에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 추워요? ” “ 조금. ” “ 나 봐봐요. ” “ 왜? ” 우리는 나란히 서서 걷다가 멈춘채 서로 마주봤다. 맞잡았던 손을 놓고 형의 후드를 잡아 머리위로 씌워주고 끈을 쭈욱 당겨 리본을 메어주었다. 묵묵히 내려다보던 형은 알콜향을 풍기며 푸흐흐 웃었다. “ 뭐야, 이게. ” “ 감기 걸려요. ” “ 그래도 그렇지 왠 리본이야. ” “ 잠깐만 이러고 가요. ” “ 분홍색 옷에 리본까지, 나 이상해보이잖아. ” “ 예뻐요. ” “ ‥안 예쁘다니까. ” “ 내 눈에는 예뻐요. ” “ … ” 리본을 다시 다듬어주고 시선을 올렸더니 조금 촉촉해 보이는 형의 시선이 눈에 띄었다. 눈을 두어번 깜빡깜빡이다가 뺨을 살짝 감싸쥐었더니 촉촉히 젖은 눈망울이 사르르 감겼다. 허리를 살짝 숙이며 입술을 포개었다. 어차피 한밤중의 대교 위는 사람도 없었을 뿐더러, 차도 다니지않아 우리를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고, 입안 가득 느껴지는 달뜬 알콜향이 내게도 넘어와 왠지 모르게 취하는 기분이였다. 휑하니 부는 바람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혀 끝에서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은 나를 충분히 흥분시켰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타액이 흥건히 고일때쯤 츄웁 하는 소리를 내며 입술이 떨어졌다. 술때문인지 아니면 추위때문인지 형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다. “ 이번에는 애국가 안불러도 되겠죠. ” “ ‥어차피 모르면서. ”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한적한 다리 위에서 소리내어 웃었다. 방금 전의 스킨쉽으로 몸이 조금 따뜻해진 태환형은 걸음에 속도를 올렸고, 덩달아 빨리 걸었더니 이내 태환형이 옷깃을 쭈욱 잡아당기며 너는 다리도 길면서 따라서 빨리 걸으면 어쩌냐고 투덜거렸다. 술에 취한 탓에 늠름하던 형은 없고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표정이 다채로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보였다. 삐죽내민채 오물거리는 입술이 너무 귀여워서 또 달려들었더니 이번엔 거절의 쓴맛을 봐야했다. 아쉬워서 풀이 죽은 표정을 지었더니 태환은 아주 작게 나만 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 “ 집에 가서‥ ” 그 말의 뜻을 곱씹느라 잠시 멍하게 보고 있었더니 형이 시선을 피하며 안절부절 거렸다. 10초간 정지해있다가, 아! 하고는 다시 손을 꼭 맞고 보폭을 넓혀 성큼성큼 걸었다. 천천히가자고 하는 목소리가 들렸던거 같은데 이내 조용해지기에 그대로 경보하는거 마냥 걸었다. 내가 사는 곳은 학교 근처에 있는 원룸이였다. 계단을 한칸한칸 올라갈수록 왠지 심장이 쿵쿵 뛰어왔고, 힐끗거리며 본 태환형은 내 시선을 피해 바닥만 보고 있었다. 그날따라 열쇠가 잡히지않아 괜히 주머니만 여러번 찔러댔었던거 같다. “ 둘러봐도 돼? ” “ 아, 응. ” 들어서자말자 형은 신발을 벗고 차가워진 손을 비비며 볼것없는 원룸을 쭈욱 훑었다. 내가 지내던 원룸은 원룸 중에서도 꽤 큰 원룸이였다. 큰 침대를 놓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집안은 따로 방이없는 거실에 모든게 있는 형태였다. 집의 가운데 침대가 있고, 작은 벽걸이형 TV와 조그만한 부엌, 그리고 2인용 식탁. 책걸상은 침대 근처에 위치해있었다. 그 외에는 화장실이 끝이였다. “ 생각보다 깔끔하네‥ ” “ 뭐가 없는거겠죠. ” “ 있을건 다 있는거 같은데? ” “ 그래요? ” “ 아닌가? ” “ 모르겠어요. ” “ 그런게 어딨어. ” “ 음료수 줄까요? ” “ 응. ” 냉장고를 열어 오렌지주스를 꺼내어 잔에 따르고 푸른색의 침대에 걸터앉은 태환형에게 건내주었다. 형은 고마워. 라고 하며 받아들고 주스를 홀짝이다가 내려놓고 후드끈을 잡아당겨 후드를 벗었다. 형광등 아래서 보니 형의 뺨이 더 빨갛게 물든거 같았다.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싶어서 옷장을 열어 뒤적이다가 편한 티셔츠와 바지를 꺼내었다. 문득 고개를 돌렸더니 태환과 시선이 마주쳤다. “ 형도 갈아입을래요? ” “ 옷? ” “ 그렇게 입으면 불편하잖아요. ” “ 아‥ 그럴까? ” 옷장을 한참 더 뒤적여서 형에게 맞을 만한 옷을 찾았다. 어차피 덩치는 비슷한 남자였기에 오래걸리지않았다. 옷을 슥 내밀었더니 형은 잠시 시선을 굴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냥 입어도 되는데‥ “ 형? 뭐해요? ” “ 잠깐만. ” 화장실에 들어간 형이 오랫동안 나오지않아서 혹시나 술기운에 안에서 잠들었나 싶어 문을 두드렸더니 다행히 대답이 들려왔다. 조금더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온 형은 세수를 한건지 얼굴이 뽀송뽀송해있었다. 씻었어요? 라고 했더니 찝찝해서. 라고 대답해왔다. “ 깔끔하네요. 보통 취하면 다들 그냥 기절하던데‥ ” “ 으음. ” 고개를 끄덕인 태환은 다시 비틀비틀 걸어서 침대가로 다가갔고, 걸터앉았다가 뒤로 몸을 기우리며 쭈욱 뻗었다. 물끄럼히 숨을 쉴때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가슴팍을 보고 있었다. “ 침대 정말 크다. ” “ 키가 크잖아요. ” “ 자자, 쑨양. ” “ 네? ” “ 안잘거야? ” 형은 몸을 일으켜 똑바로 누우며 고개를 돌려 아직 서있는 나를 보다가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팡팡쳤다. 으음, 하고 고민하는소리에 태환형은 입꼬리를 올려 픽 웃었다. “ 손만 잡고 잘게. ” “ … ” 그건 내가 해야할말인데다가, 내가 손만 못잡고 잘거같아서 이러는건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걸 참았다. 다시 물끄럼히 보다가 옆자리로가 앉아만 있었더니 태환형은 팔을 괴고 술에 취해 몽롱한 눈으로 빤히 바라봤다. “ 또 그렇게 밤새고 있다가 아침되면 기절하려고? ” “ 그, 그건 그날 너무 피곤해서… ” “ 이리와. ” 힐끗 고개를 돌려보니 형은 이불을 벌리며 웃고있었다. 그냥 한공간에 둘만 있다는 사실도 심장 떨려 죽겠는데 형 정말 너무 하네요. 끙끙 앓다가 팔 아프다고 슬슬 짜증을 낼듯한 목소리에 알았다고 대답하며 옆자리에 누웠다. 태환은 이불을 덮어주며 팔을 내 상체에 걸치고서 어깨에 코를 뭍었다. “ 저기 형. ” “ 응. ” “ ‥아니에요. ” “ 응. ” 왠지 잠이들듯 잠기는 형의 목소리에 잠시동안 눈을 감고서 있다가 고른 숨소리에 슬쩍 손을 빼고 일어나 불을 껐다. 손가락을 꼼질대며 뒤척이기에 다시 옆자리로가 눕고서 똑같은 자세로 해주었더니, 얌전해졌다. 딱히 이러려고 큰 침대를 산건 아니지만, 왠지 잘 샀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눈을 뜨고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불이 꺼진 천장은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않았다. “ 쑨양‥ ” “ 에? 어, 안잤어요? ” 깜짝 놀래서 목소리가 뒤집어졌고, 형은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크흠, 하고 목을 가다듬자 형은 내 몸위에 올린 팔에 힘을 주어 꼬옥 끌어안았고, 태환의 숨소리가 더 가까이에서 들렸다. “ 착하네, 우리 쑨양. ” “ 뭐가요? ” “ 막 달려들줄 알고, 걱정했는데. ” “ ‥뭘 달려들어요. ” “ 아니면 내가 별로 매력이 없나‥ ” “ 에? ” 다시 되물었을때, 형은 잠이 들었다. 술을 많이 마시기는 했나보다. 가만히 시선을 내려서 보다가 다시 천장을 바라봤다. 태환의 숨결이 귓가에 간질거려서 소름이 돋을거만 같았다. 형은 내가 술이 강한거에 감사해야해요. 라고 작게 중얼이고 잠도 안오는 눈을 애써 내려감았다. 그 후 약 세시간 정도 나혼자서 형이 몸을 더 휘감아올때마다 안절부절 거렸던거 같다. 창밖으로 새파랗게 뜨는 아침해를 보며 한숨을 푸욱 쉬었다. “ 으응, 눈 부셔‥ ” “ 형, 그만 일어나요. ” “ 왜‥ ” “ 얼른 일어나봐요. ” “ 싫어‥ ” “ 빨리 일어나봐요. ” “ 아‥ ” 미간을 찌푸리며 반쯤 눈을 뜬 태환과 시선이 마주쳤고, 잠시 눈을 깜빡거리던 태환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물끄럼히 나는 바라만 보고 있었고, 태환형은 잠시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다가 머리를 꾹 움켜쥐었다. “ 아, 머리야‥ ” “ 형, 잘잤죠? ” “ 그, 그건 그런데 너 왜‥ ” “ 난 못 잤거든요. ” “ 어? ” “ 못잤다구요. ” “ 그, 근데 왜‥ ” “ 음, 전에도 말했잖아요. 나는 술에 취한 ‘상태’를 안좋아한다고. ” “ ‥응? ” 상쾌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 오랜만에 큰 침대에서 편하게 잠을 잤더니 정말 푹잤다. 눈을 뜨기 싫을 정도로 단잠을 자다가 문득 침대가 너무 넓게 느껴져 눈을 스르륵 떴다. 옆자리에 있어야할 태환형이 없었다. 눈을 번쩍 뜨고 몸을 확 일으켰더니 갑작스레 눈 앞이 핑하고 돌았다. 어어, 하는 소리와 함께 쿠당탕 소리를 내고 바닥에 넘어졌던거 같다. 잠시후 문을 열고 들어온 부모님과 그 뒤에 서있던 태환형이 보였다. “ {쑨양!} ” “ 쑨양! ” 세사람이 달려와 나를 일으켜세웠고, 나는 괜찮다며 손사레를 쳤다. 이마를 재어보는 부모님과 조금 떨어져서 발만 동동 구르는 태환까지 모두 난리가 났었다. 다시 괜찮다고 어머니의 손길을 밀어내고 고개를 돌려 태환을 바라봤다. 손에 빵이 들려있는걸 보니, 나보다 먼저 일어나 거실에 있었던 모양이였다. “ {괜찮은거니? 병원에 가보자.} ” “ {아니에요. 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그래요.} ” “ {‥너무 그렇게 저 아이 걱정은 말거라. 집안에는 우리도 있잖니.} ” “ {죄송해요. 요즘 너무 신경이 곤두서있어서‥} ” “ {집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긴장을 풀거라, 쑨양. 그러다가 니가 병나.} ” “ {‥예.} ” “ 쑨양‥ ” 우리의 대화를 듣지 못하는 태환형은 여전히 초조한 얼굴로 어느새 눈가를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다가 괜찮다며 웃어보이고 이리오라며 손짓을 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형은 내 곁으로 다가왔고, 머리를 가볍게 쓸어주어 달랬다. “ 빵 먹고 있었어요? ” “ 응‥ TV, TV보고 있었어. ” “ 중국말밖에 안나올텐데‥ ” “ 그래도‥ ” “ 잘했어요. ” 어깨를 토닥여주었더니 형은 어찌할바를 몰라서 계속 안절부절 거리다가 빵을 불쑥 내밀었다. 움찔였다가 먹지않아도 된다고 다시 밀어주었더니 태환형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 잘먹어야 안아파‥ ” “ 안아파요. ” 아침에 한바탕소동이 있었던 후, 점심까지는 조용했다. 점심까지 맛있게 먹고서 집안이 갑갑할까봐 산책을 하기위해 태환형의 손을 잡고 나왔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중간쯤 걸었을까 갑자기 태환형의 표정이 좋지를 않았다. “ 형, 왜그래요? ” “ 화장실‥ ” “ 화장실이요? ” “ 화장실. ” “ 저기 앞에 있어요. 조금만 참‥ ” 시선을 불안하게 굴리는 태환의 얼굴을 보다가 깜짝 놀랬다. 언제부터였는지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있었고, 코에서 갑작스레 코피가 쏟아졌다. 약을 가지고 나오지않았다. 당황해서 손으로 코피를 막았고, 잠시후 형은 두통을 호소했다. 이대로는 안될거같아 형을 등에 업고서 내달렸다. “ 아파, 쑨양. ” “ 코, 코 잘 막고 있어요. 조금만 참아. ” “ 쑨양, 쑨양 나 배도 아파. ” “ 조금만, 조금만! ” 살면서 그렇게 열심히 뛰어본적이 없었던거 같다. 정말 숨이 턱까지 차오를만큼 달렸고, 집에 도착해 황급히 문을 열고서 들어섰더니 놀란 부모님이 펄쩍 뛰셨다. 따뜻한 물을 부탁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잠깐 내려달라는 형의 말에 내려주었고, 형은 그자리에서 먹은것을 다 토했다. 숨이 차올라 콜록거리는 날 대신해서 아버지가 등을 두드려주었고, 태환은 토를 하면서도 미안하다며 울었다. “ 형, 말하지마요. 말하면 잘못 넘어가. ” “ 미안해, 내가‥ ” 태환의 얼굴은 식은땀과 코피, 그리고 토사물로 난장판이였다. 덩달아 나까지 두통이 올라왔다. 모두 토해낸 태환형은 기운이 빠져 그대로 휘청거렸고, 아버지가 받쳐주어 방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서랍에 정리해두었던 약통들 사이에서 약을 찾는데 너무 놀랜탓에 손이 달달 떨려왔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던 아버지가 다가와 어깨를 꾹 잡아주었다. “ {쑨양, 니가 그렇게 당황하면 저 아이가 더 놀랠거야.} ” “ {그치만!} ” “ {진정해,쑨양.} " 눈을 꾹 감았다 뜨며 쉼호습을 길게 내쉬었다. 그제야 떨리던 손이 조금은 진정되었고, 약을 꺼내서 손에 쥐고서 따뜻한 물이 담긴 물겁을 들고 형에게 다가갔다. 통증에 끙끙거리며 여전히 코피를 흘리던 태환형은 눈물을 가득머금은채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 형, 약 먹어요. ” “ 쑨양. ” “ 약 먹어요, 형. ” “ 미안해. ” “ 뭐가 미안해요. 얼른 약먹어요! ” “ 미안해, 미안해. ”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서 보다가 입을 벌리게해 입안에 약을 넣어주고, 물을 조심스레 먹여주었다. 형은 겨우 약을 넘기고서 점점 정신을 잃어가는건지 눈에 풀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 미안하다며 중얼였고, 옷깃으로 코를 꾸욱 막아주었다. “ 내가 힘들게해서 미안해. ‥미안해. 잘해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 “ 형? ” 그대로 형은 잠이 들었다. 코피도 이내 멎었고, 나는 잠시 형을 붙잡은채 멍하게 있었다. 아주 잠깐, 아주 잠깐동안 풀려가던 눈에서 태환형을 느낄 수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넋을 놓고 있던 나를보던 부모님은 태환형을 잡은 손을 풀어주어 침대에 고르게 눕히곤,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 {쑨양, 너도 좀 씻어야겠다.} ” “ {아버지.} ” “ {여기는 우리가 알아서 치울테니까‥} ” “ {사라진 기억이 돌아올수도 있을까요?} ” “ {무슨 소리냐, 쑨양} ” “ {‥차라리 모두 잊어버리면 내가 이렇게 힘들진않을텐데.} ”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펴며 돌아섰다. 왠지 또 눈물이 나올거 같아서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등을 기댄채 그대로 쓰러져앉았다. 지독하다. 차라리 나도 잊고, 형도 잊으면 모든게 편해질거 같았다. 왠지 내 꼴이 너무 형편없어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고개를 숙인채 소리내어 웃었고, 이내 눈물이 터져나와 무릎을 꽉 끌어안았다. “ 그렇게 사과하면 미워할수도 없잖아. ” 거실에 앉아서 몇시간동안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외투를 걸쳤다. 시선을 굴려 침대에 누운채 곤히 자고 있는 형을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입가에 짧게 입을 맞추고 방에서 나왔다. “ {어디가니?} ” “ {바람 좀 쐬고 올게요.} ” “ {멀리가진 말거라. 깨어나면 불안해하니까.} ” “ {금방 올거에요.} ” 집을 나와 하염없이 걸었다. 항저우는 비교적 조용한 동네라 거리도 깨끗하고 걷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멍하니 길을 걷는데 폰이 울렸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이름이 띄워져있었다. “ {예.} ” [ “ {중국에 왔다며?} ”] “ {응.} ” [ “ {얼굴이나 보자!} ” ] “ {어딘데? 아, 거기알아. 그래. 알았어.} ” 전화가 끊어진 후 가만히 액정이 꺼진 화면만 바라보다가 주머니에 밀어넣고 외투를 더 끌어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차가운 바람이 뺨을 때릴때마다 정신이 아득해왔다. 어차피 금방 들어갈거니까. 라고 생각하고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야, 쑨양! 너 중국에 들어왔으면 먼저 전화를 해야지!} ” “ {미안, 바빴어.} ” “ {얼굴이 말이 아니다 너? 한국가서 애인이랑 잘 산다더니 뭐야?} ” “ {다이어트했어.} ” “ {웃기고 있네, 무슨 다이어트야.} ” “ {지난 번에 왔을때 돼지라고 놀리길래.} ” “ {아아, 그땐 좀 많이 찌긴했어 너.} ”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말자 친구들은 술잔을 내밀었고, 잠시 고민하다가 잔을 손안에 그러잡고서 한숨을 푹 쉬었다. 친구들은 눈치를 보며, 무슨 걱정이 있냐고 물었고, 고개를 내저으며 술잔을 한번에 비웠다. 오랜만에 느끼는 중국 고량주에 목이 타들어갈거같아 미간을 찌푸렸다. “ {한국술 처럼 그렇게 마셨다가는 너 죽어, 임마.} ” 벌써 한국인이 다 됐다며 비웃는 친구들 사이에서 그저 웃었다. 친구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회사가 어쩌구 저쩌구, 상사가 어쩌구 저쩌구, 자신의 후임이 완전 이쁜 미녀인데 그 여자와 섹스를 했니 마니,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 {근데 쑨양.} ” “ {아?} ” “ {너 저번에 왔을때는 입 좀 다물라고 할정도로 애인자랑 하더니 왜 이번엔 조용해?} ” “ {내가 그랬나.} ” “ {그 사이에 차이기라도 했어?} ” 친구들은 키득거리며 웃었고, 그 말에 나 역시 술잔을 기우리며 허허 하고 웃었다. 한잔 두잔, 한병 두병, 그렇게 술병은 쌓여만 갔고, 약한 한국술에 익숙해져있던 탓에 금방 취기가 올라왔다. 친구들은 많이 약해졌다며 그만 마시라고 했지만 고집을 부리며 계속해서 술잔을 잡고 있었다. “ {너 정말 왜이래? 무슨 일있어?} ” “ {내가 뭘.} ” “ {어린애 입맛이라 술은 맛없다고 억지로 퍼먹여야 마시던 애가.} ” “ {늙었나보지.} ” “ {무슨 일 있는거지?} ” “ {없어. 예쁜 애인이랑 잘 살고있어.} ” “ {뭐야?} ” “ {니네는 꿈도 못 꿀 예쁜 애인이랑 잘 지낸다고. 중국에도 같이 왔어.} ” “ {뭐야, 그럼 좀 보여주지 그래?} ” “ {싫은데?} ” “ {뭐, 새끼야?} ” “ {나 혼자 아껴볼꺼야.} ” “ {와, 치사한 놈.} ” “ {나 혼자서 조심스럽게 보고싶으면 꺼내보고 아껴보고 그래야되는 사람이라서.} ” “ {아, 야 시끄러. 어우, 닭살봐. 됐고, 우리 이제 그만가자. 쑨양 너도 취했다. 가자.} ” 친구들은 저마다 그래- 라고하며 집에 갈 채비를 했고, 아쉬움에 빈 술잔을 만지작 거리다가 역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을 제일 많이 마신터라 내가 계산할게 라고 했더니 친구들은 됐다며, 오랜만에 중국에 왔으니 자신들이 사겠다고 계산을 끝냈다. 집에 혼자 갈 수 있겠냐고 걱정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비틀거리는 다리를 다잡으며 집으로 향했다. “ {다녀왔습니다.} ”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집안이 어두컴컴했다. 아아, 다들 자는건가? 하고 벽시계를 보니 새벽이였다. 현관문에 기대서 멍하게 있다가 신발을 벗고서 거실쇼파로가 쭈욱 누웠다. 후으- 하고 한숨만 터져나왔다.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 쑨양? ” “ {‥안잤네.} ” “ 쑨양- ” 몸을 일으켜 앉았더니 어둠속에 서있는 태환형이 보였다. 옷깃을 꼭 잡아쥔채 서있던 태환형에게 다가가섰더니 형은 팔을 벌려 내 허리를 꼬옥 안았다. 그리고 킁킁거리더니 고개를 들어 미간을 찌푸린채 나를 빤히 바라봤다. “ 쑨양, 술 냄새. ” “ 응, 술냄새. ” “ 많이 먹었어? ” “ 응. ” “ 그런거 안좋아. ” “ 응, 안좋죠. ” “ 쑨양, 방에가서 자. ” “ 이렇게 안고있으면 걸을 수가 없어. ” “ 아, 응. ” 막 팔을 풀려는 태환형의 손목을 잡아 다시 허리에 걸쳐주자 몸이 당겨진 형은 쑨양? 이라고 하며 고개를 들었고, 허리를 조금 굽혀 입을 맞추었다. 눈을 감아서 보이지않았지만 눈을 동그랗게 뜬채 당황하고 있을 모습이 그려졌다. 입술을 잠깐 땠다가 다시 맞추며 아랫입술을 입안에 물고 쪽쪽대다가 놓으며 혀로 톡하고 튕겼다. 그리고 다시 입술을 겹치며 입안으로 혀를 밀어넣어 고른 치열을 천천히 훑었다. “ 으응‥ 으‥ ” 거절을 할지도, 소리를 머금을지도, 그렇다고 키스에 응해올지도 모르는 태환형은 그저 어깨만 움찔거리며 터져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내뱉었다. 농도 진한 키스에 어둠이 짙게 깔린 집안에 야한 소리가 퍼졌다. 숨이 막힌지 가슴팍을 툭툭 쳐오는 손길에 혀를 놓아주며 입술을 떼었고, 형은 촉촉히 젖은 눈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 쑨양, 이거 이상해‥ ” “ 뭐가요. ” “ 쑨양 멜롱했어. ” “ 음. ” 물끄럼히 형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뒤로 밀어 방안으로 허리를 안은자세 그대로 들어왔다. 문을 닫고서 잠깐동안 형은 내 허리를 안고, 나는 그런 형을 안고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쑨양? 하고 먼저 입을 연 태환형을 안아들어서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 쑨양? 잘거야? ” “ 자야죠. ” “ 쑨양, 그럼 옷 벗고‥ 쑨양? ” 누운 태환형의 위로 올라탔더니 형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기우렸다. 고개를 숙여 목덜미에 입술을 뭍고서 쪽쪽 거리며 짧게 입을 맞추었더니 간지럽다며 푸흐흐 웃어왔다. 그러다가 이를 세워 꾸욱 깨물었고, 아프다고 발버둥을 쳐서 놓아주며 깊게 한번 빨아당겼다 놓았다. 새하얀 피부는 어둠속에서도 붉은반점을 선명하게 띄었다. 쑨양? 하고 다시 불러오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얇은 티셔츠를 도르륵 말려 올렸더니 태환은 몸을 비틀었다. 다시 똑바로 눕히고서 배꼽주변에 얼굴을 뭍고 입술로 훑었고, 태환은 터져나오는 신음을 눌러낼 방법을 모르는건지 그대로 숨소리와 소리를 내뱉었다. “ 쑤, 쑨양? 뭐해? 싫어‥ ” 한참 걷어올려진 복부를 쪽쪽대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고, 겁에 질린듯한 태환의 얼굴이 보였다. 순간 내가 뭘하려던거지? 하는 생각과 함께 술때문인지 두통이 몰려왔다. 미간을 찌푸리며 형의 몸에서 내려왔고, 침대에 걸터앉아 이마를 붙잡았다. “ 쑨양? 쑨양. 아파? 나때문에 그래? ” 머리를 꽝꽝 때리는 두통에 말도 못하고 있었다. 뒤에서 안절부절 거리던 태환형은 내 몸을 끌어당겨 침대에 눕히고 머리를 천천히 쓸어주었다. “ 내 손은 약손이니까, 이렇게 하면 안아플거야. ” 태환형의 확신에 찬 얼굴이 왠지 웃음이 나와서 작게 웃었더니. 그거봐 안아프지? 라며 신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정말 거짓말 같게도 조금씩 두통이 줄어들었고, 나는 그렇게 형의 손길을 받으며 술에 취한 상태로 깊은 잠에 빠졌다. 잠결에 잘자, 쑨양. 이라고 속삭이는 목소리와 이마에서 부드러운 입술 느낌이 났었던거 같았다. 잘자, 잘자요. 잘자요, 태환. |
팊.
안녕하세요 *u_U* 재밌게 보셨나요~
요즘들어서 자꾸 다른 글들이 많이 생각나서 조바심이 나네요!
근데 그래도 내바보가 쓰기에는 가장 편한거 같아요ㅋㅋㅋ
내바보 쓰면서 조각글을 꽤 쓸거 같은데... 전부다 연재하진 않구요~
이게 장편으로 예상중이라.. 언제 끝날지는ㅋㅋ 천천히 후속글 생각해야죠!
설레네요! 보통 제가 쓴글들 이쯤이면 완결을 준비중이였는데...!!!
내바보는 이제 시작인 느낌 ㅇ<-< .......... 현재에서도 살짝 불맠불맠하게 해보았는데
태환이한테 죄짓는 느낌이라 그냥 조용히 접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불마크는 도저히 제가 범접하기 힘든 영역이네요.. 제 글을 꽤 보신 분이라면 키스신도 버거워하죠 전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여러분들의 응원에 힘을 얻습니다 ㅠㅜ 스릉흡느드!!!!!!!!
암호닉은 제 사랑이죠S2 *10화까지만 암호닉을 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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