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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인스티즈 글잡담 F - 세븐틴에서 필명 'Derek.J'에 의해 집필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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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작성일 2016년 8월 16일 오전 12시 41분
최종 수정일 2016년 8월 16일 오후 10시 24분
공식 배포일 미정(무단전재금지)
#0. 컨셉작 마음 하나, 마음 둘
너를 만난 것도 어연 12년째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너를 처음 만나고, 같은 학교를 6년 간 같이 다녔다.
그러다 애석하게도 나는 부모님의 이직때문에 너와 멀어져야 했다.
나 가는 길에 너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고, 그 웃음 하나 마음에 꼭 쥔 채로 널 떠나가야했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던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너를 잊고 살다싶이 했다.
사람이란 건 무서워서, 있을 땐 심하게 앓던 내가
결국 너없이도 3년이란 시간을 쉽게도 보내더라.
내 마음 속 한 구석에 넌, 보자기로 싸인 고운 함처럼
내게 있었다.
보자기를 열기 전엔 기억도 못할 그 함.
그런데 그런 너가 내 앞에 나타났다.
유난히 바람불던 3월 2일 입학식 날에.
그 웃음은 여전하더라. 깨끗하던 그 미소.
마치 심장이 멎는 것만 같았다.
함을 열어 순수했던 어릴 적 내 사랑을 마주하니
마치 죄를 진 것만 같았다.
이렇게 고귀한 존재를 어떻게 잊었을까 싶더라.
다른 사람과 한참을 이야기하고 웃던 너는,
나와 눈이 마주쳐버렸다.
미소 한번 지어주고 싶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네 얼굴을 보니 너도 날 알아본 듯 싶더라.
그 때부터였을 것이다,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한 것이.
너를 의식하느라 정신 없이 흘러간 입학식이 끝나고,
결국 너와 나는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조금은 성숙해진 얼굴과 몸, 조금은 작게 느껴졌던 그 몸이 지금은 보기 좋게 자라있다.
그렇지만, 그 순수한 눈빛만은 잃지 않았더라.
"너, 최승철 맞지?"
".....맞아. 오랜만이야."
"진짜 오랜만이다. 너 그 때 초등학교 졸업하고 이사갔잖아."
"....응.그랬지"
"....여전히 그대로네, 너는."
"너도 마찬가지인데."
"내가? 사람들이 어릴 때보다 많이 변했다고 하던데."
"...아냐. 그대로야."
"하하, 그렇다면 고마워. 그런데 넌 몇반이야?"
"3반 배정받았어."
"오, 진짜? 나도 3반인데. 잘 됐다. 앞으로 같이 학교 다니겠네."
"그렇겠네."
널 처음 마주했던 그 땐, 난 너무나 당황해 너에게 다정한 말, 흔하디 흔한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는 그 말 한마디조차 못헀다.
오히려 차가운 짧은 대답만을 너에게 주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 뛰는 이 심장소리가 말을 통해 전해질까 무서웠다.
너는 내 맘 모르는데, 나조차도 잊어버렸던 마음인데.
이 맘 쉽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혹시 알아버린다면 너가 도망칠까 무서웠다.
"민규야! 가자!"
멀리서 누군가 김민규를 부른다. 아마 그의 가족일 것이다.
"앗, 부모님이 부르시네. 승철아, 내일 만나서 더 얘기하자."
"...그래, 어서 가."
"그럼 내일 보자!"
"그럼 내일 보자!"
이 말만을 남긴 채 그 하루에서 너는 사라졌다.
아니 여운을 남겼다. 고요한 물 위에 던져진 조약돌마냥,
여운을 일으키고 떠나버렸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아야하는데,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아까의 너를 계속 곱씹어보아서,
자꾸 스스로 조약돌을 던져서
파도가 멈추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