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핀잔
: 멋대로 피어난 마음들
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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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자마자 보인 건, 지민이의 얼굴이었다. 나는 옅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지민이는 그런 나를 말리며, 누워 있으라고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너 진짜."
"..."
"됐다. 화내서 뭐해."
"..."
"김박사님이 몸이 놀라서 그런거라고, 좀 쉬면 괜찮아 진다고 하셨어."
"...너가 구해준거야?"
머리가 지끈거렸다. 아이는 물을 따르며 나를 채근하다가, 내 물음에 순간 멈칫했다. 너가 구해준거야?
그러자 아이는 내게 물잔을 건네며, 답했다.
"...어."
"진짜로?"
"그럼 누가 구해줘."
"...그런가."
"물이나 마셔. 목 좀 축이ㄱ"
"나 거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지민이가 내 시선을 피하며 답했다.
"너가 집에 안 들어오니까."
"..."
"찾다가 봤어."
나는 지민이의 답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민이가 나를 도와준거구나. 그런데 왜 나는 그 순간에 몰랐지. 지민이를 태어나서 계속 봐왔는데. 분명, 냄새만으로도 아이를 알아차릴 수 있는데. 나는.
*
그 날은 지민이에 대한 생각으로 쉽게 잠들지 못했다. 아마도 그 순간 지민이를 알아보지 못한 이유는, 내가 너무 놀란 상태여서. 그래서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침대 옆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를 바라봤다. 지민이가 나를 간병해주던 자리를.
나를 사내들 속에서 구해주고.
제 등으로 쓰러진 나를 데리고,
그렇게 왔겠지.
지민이가.
잠자리를 뒤척였다. 머릿속에서 그 날 밤 나를 구해준 남자가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지민이고.
그래서 지민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배게에 얼굴을 묻었다.
"...나 박지민 좋아하게 된 거 아니야?"
아마 그 날을 기점으로, 나의 첫사랑이 시작됐던 것 같다
**
[박지민, 그의 이야기]
"그 아이는 여전하고?"
"네."
"그래. 알았다."
"...나가 보겠습니다."
교복을 채 갈아 입지도 못하고 불려온 회장님 서재였다. 나는 나가보겠다는 말을 끝으로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동시에 회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민아.' 나는 다시금 회장님을 바라보며 답했다. 네.
"그 아이와 각별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
"..."
"각별해 보이는, 그런."
"..."
"거짓 사이가 되어야 한다."
"...네."
*
지민과 탄소가 열일곱이 되던 해. 두드림은 고아원 후원을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랑 고아원'과 '두드림 고등학교'는 결연관계를 맺어, 학생들이 직접 봉사를 가게 만들었다. 두드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지민과 탄소는 그 때부터, 자연스레 고아원에 발길을 들이게 됐다.
대부분의 아이들의 목적이 '봉사'였다면, 지민의 목적은 '감시'였다. 그 곳에 있는 정호석이라는 아이가 제 부모의 죽음을 궁금해하지 않게, 감시하는 것이었다. 거짓 친구라도 되어서, 그의 속마음을 다 알아야 했다.
지금까지 제 부모의 죽음에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던 그가, 어느 날 회사 측을 향해 연락을 취해왔다. 제 부모의 수술 내역을 보고 싶다며. 어떤 수술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것인지 궁금하다며. 이미 십 년 가까이 지난 일이었다. 그 아이가 갑자기 이럴 리가 없다는 게 회장님의 주장이었다. 나는 그 아이의 속내를 알아내야 했다. 아이들이 이불 빨래와 화장실 청소로 바쁠 때, 저 자신은 정호석의 뒤를 따르느라 바빴다.
그는 어릴 적 부모를 잃은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티 없이 밝았다. 거짓된 웃음들이 아니였다. 공부도 곧잘 해냈고, 꽤 영석했다.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놀기도 잘 놀았고, 제 딴에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며 봉사도 다녔다.
지민은 그런 호석에게 저도 모르는 사이, 열등감 혹은 질투를 느끼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아이가, 하다못해 가족조차 없는 아이가. 저보다 행복해 보였다. 고작 고아원에 사는 주제의 아이가.
*
지민은 그런 호석을 지켜보며, 거짓 웃음으로 접근했다. 호석은 조금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아니. 제 주변의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그런 아이였다. 호석은.
지민이 어느정도 그와 친해졌다고 생각했을 무렵, 호석은 제 이야기를 지민에게 털어놓았다.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돈을 모으고 있다며. 귀까지 붉혀가며 제 독서실 천장의 서랍을 열어 보여주었다.
사실 내가 어렸을 때, 모금을 받는 프로그램에 나왔었대. 근데 그때 엄청난 돈이 모였다는거야. 대박이지?
그때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아준 돈으로 우리 부모님은 수술까지 받았어. 뭐, 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기회를 준 거잖아. 그 사람들이.
그래서 나도 돈 모으는거야.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나도 돕고 싶어서.
지민은 처음 듣는 듯,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중간중간 안쓰럽다는 듯 리액션도 넣어서. 호석은 그럴때마다, 머쓱하게 웃으며 '불쌍하게 안 봐도 되는데!'하고 말했다. 지민은 호석의 말을 듣는 내내 속으로 생각했다.
'병신새끼.'
이윽고 호석은 서랍을 닫으며, 말했다.
의사가 되고 싶어.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거든.
아. 나 최근에 우리 엄마아빠 무슨 수술 받다가 죽었는지 물어봤다?
그래도 나도 요즘 의학서적 꽤 읽어서,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아.
지민은 그런 호석을 마주하며, 차마 뱉지 못할 말을 삼켰다.
'수술을 받은 적이 없는데. 뭘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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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겨울소녀입니다.
이번 화로도 아이들의 관계가 잘 잡히지 않는다 하신다면, 다음 화에 정리해서 함께 올게요 :)
날씨가 여전히 심술이에요. 다들 몸관리 잘하세요!
다정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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