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선생님 박찬열 짝사랑 한 썰
04
w.인절미빙수
저녁을 먹고 나니 장기자랑 시간이 찾아왔어. 나는 정말 선천적인 몸치야. 그래도 그나마 어렸을 때는 다들 곧 잘 따라하고 유연하잖아. 그런데 나는 어렸을 때 다녔던 방송댄스 학원에서 쟤는 춤을 너무 못추는 것 같다 소리를 들었었어. 지금도 춤추는 건 별로 좋아하진 않아. 이런 내가 수학여행 장기자랑에서 춤을 췄다니깐. 내 인생에서 가장 쪽팔리는 일 TOP10안에 들어가.
그 당시 인기있던 걸그룹 춤을 따라했는데 같이 하는 애들 중에 나처럼 춤을 잘 못추는 애들도 있었어. 그래서 나름 안도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걔네가 점점 잘하는거야. 나는 계속 못해가지고 미치겠는데. 우리집에 전신거울이 있었는데 방문 닫아두고 혼자 연습을 열심히 하는데도 춤은 절대로 네버 안늘었었어. 연습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오빠가 방문 열고 들어와서 동공지진이 오기도 했었지.
제비뽑기로 장기자랑 순서를 정했는데 초중반쯤이면 애들이 잊어버릴 수 있잖아. 그런데 마지막 피날레 무대인거야. 마지막만은 진짜 피하고 싶었는데! 사실 내가 안무를 덜 외웠었거든. 내가 센터에서 춤추는 파트도 있는데 완전 멘붕이였지. 무대에서 내가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도 안나. 망했다는 건 확실했지만. 그후로 나는 우리반 춤신춤왕으로 불렸어. 학생들 무대가 끝나고 레크에이션 강사들이 담임쌤들도 무대 위로 불러냈는데 쌤이 그새 체육복으로 갈아입은거야. 그 요새 유행하는 아디다스 저지.
"와 선생님 맞으세요? 연예인이 아니라? 몇 반 담임이신가요?"
"4반 담임입니다."
"꺄!!!!"
진짜 체대훈남st. 우리반쌤이 좀 덩치가 작았는데 그 옆에 서 있으니깐 와 대박인거야. 내가 저 옆에 있으면 더 차이날거아냐. 레크레이션 강사가 쌤들한테 노래 한 번만 불러달라고 했어. 여자쌤들은 그때 가장 유행하던 노래를 살짝 불렀고 어떤 쌤은 혼자서 트로트를 불렀어. 우리 담임이랑 쌤 둘만 남았는데 둘 다 엄청 당황한 표정이였어. 솔직히 우리 담임은 발랄?한 편이라서 저런 거 잘하는데 쌤은 무뚝뚝하고 애들 앞에서 뭐 보여주는거 별로 안좋아했어. 수업 때도 무서운 얘기나 첫사랑 얘기 해달라면 절대 안해주고 수업만 진행했으니까.
"야 대미친. 박찬열 목소리 진짜 좋아."
"와 지렸다."
둘이서 발라드를 짧게 부르는데 목소리가 진짜 와... 그런 느낌 있잖아. 자기 전에 들으면 딱 좋은 따뜻한 느낌. 여자애들 전부 넋을 놓은 채로 들었어. 그 와중에 내 친구는 우리 담임 대박이라고 난리났고. 쌤도 살짝 민망했는지 귀 끝이 붉어졌는데 그런 거 마저 귀엽더라. 내가 그걸 영상 찍어놨어야 했는데.
레크레이션 시간이 끝나고 우리반은 무용 전공하는 애들 덕에 1등을 했어. 1등반에게는 과자랑 컵라면 박스를 줘서 새벽동안 그걸 나눠 먹었어. 꼭 수련회나 수학여행 오면 쌤들이 일찍 자라고 하잖아. 갑자기 쌤들이 방문 두드리면서 안자냐고 하면 전부 자는 척 하고. 우리가 밤새기로 작정해서 전부 다 깨있었어. 진실게임이나 공공칠빵 같은 게임도 하고. 제일 중요한 건 그때 우리방이 맥주를 마셨어. 우리 학년 전부 다 마셨을걸? 수학여행 가기전 가장 큰 이슈가 술을 어떻게 숨겨가는가! 였거든. 사실 그 때 애들 술을 다 처음 먹어본 거고 자기 주량이 얼마인지 모르잖아? 우리 가족이 대체로 쎈 편이길래 나는 나도 당연히 쎈 줄 알고 그냥 주는대로 다 마셨는데 내가 조금만 먹고 해롱해롱해졌어. 그렇게 밤이 깊어가는데 내가 갑자기 탄산음료가 너무 먹고싶었어. 우리방에는 이미 음료수가 다 떨어져버려서 나는 1층에 있는 자판기에 콜라를 뽑으러 나갔지. 솔직히 이거 완전 도박이잖아. 가다가 쌤들한테 걸리면.. 엎드려 뻗쳐. 그리고 나는 반 쯤 취한 상태야.
나는 정말 살금살금 계단을 내려가 1층까지 도착해서 콜라를 뽑고 다시 방으로 갈려는데 누가 날 부르는거야. 그때가 새벽 2시? 3시? 쯤이였는데 생각해봐 불은 다 꺼져있고 자판기 불빛만 깜빡깜빡 거리고 있고 밖에 바람은 슝슝 불고 있고 으스스한 분위기잖아? 나는 너무 놀래서 목소리 들리는 쪽으로 소리지르며 콜라를 던졌거든? 내가 그때 제정신이 아니였나봐. 미쳤다고 콜라를 던져. 내 주사가 아마 손에 잡고 있는 물건 던지기인가 싶었지.
"아..."
그 사람이 콜라를 맞았나봐. 내가 뒤늦게 정신차리고 거의 울상인 표정으로 가서 사과하러 갔지. 술냄새 날 텐데 난 그냥 인생 끝난건가. 이번 생 안녕...★ 이라는 생각으로 가는데 와 그냥 쌤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쌤인거야. 콜라 그냥 안 마시고 참으면 되지 그걸 왜 새벽에 뽑으러 갔을까.
"쌤?..."
"아니 너는 왜 이걸 던져..."
"귀신인 줄 알았어요ㅠㅠㅠㅠㅠㅠ"
"분명 12시 전까지는 자라고 했는데."
"..."
"방 몇호야?"
"310호요..."
"너네 방 애들 전부 나..."
"쌤 잘못했어요ㅠㅠㅠ 봐주세요ㅠㅠㅠㅠ 콜라가 너무 먹고싶어서ㅠㅠㅠㅠ"
"알겠으니깐. 빨리 올라가서 자.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콜라ㅠㅠㅠㅠ 콜라 너 때문에ㅠㅠㅠㅠ"
"에리야?"
"콜라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솔직히 저 이후로 나는 기억이 안나거든? 나중에 쌤한테 들은건데 내가 자꾸 콜라를 붙잡고 울었대. 내가 아예 취해버린거야. 내가 그렇게 많이 마신건 아니라 술냄새는 안났다던데 볼이 발그레해져 있고 애는 자꾸 이상한 행동하니깐 내가 취했다는 걸 직감으로 알았대. 쌤이 너무 당황해서 나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나를 엎고 우리방으로 갔다는데 내가 가면서 잠들어버렸대. 진짜 내가 미쳤지. 애들 전부 새벽에 광란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에 쌤들어와서 전부 동공지진 일어났다고 하더라. 방에는 맥주캔이 몇개 있지 아직 전부 안자고 있지 나는 쌤 등에 엎혀있지.
의외로 쌤이 우리를 혼내지는 알았어. 쌤들은 우리가 술 들고올 걸 알고 있었대. 매년 그랬으니깐 .그리고 쌤들도 쌤들 방에서 전부 술파티를 즐기고 계셨다 하더라고. 쌤도 잠깐 바람 쐬러 1층에 내려 왔던거고. 너네도 그냥 마실거면 방에서 조용히 마셔... 나처럼 밖에 나와서 대쪽팔림 겪지말고...
-
거의 한 달 만이네요ㅠㅠㅠㅠㅠ 제가 그 동안 쓰차...ㅎ도 먹고 좀 아파가지고ㅠㅠㅠㅠ
늦어서 미안해요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