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아니, 선배."
뭐하는 새끼냐, 너? 대답없이 쳐다보는데 표지훈이 웃음을 살짝 거두고 우물쭈물하면서 입을 연다.
"선배, 그냥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저기... 향수 뭐쓰세요?"
아... 향수. 살면서 지겹게 들어온 말이다. 향수 뭐 써? 향수 뭐 쓰니? 향수 어디꺼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향수를 안쓴다. 그리고 저 말이 미치도록 지겹다. 처음 이 말을 들은게 중학교 때였나. 짝이었던 여자애가 어머, 너 냄새 좋다, 이러는데 소름이 끼쳤다. 아니 왜 변태같이 냄새를 맡고 그래? 근데 문제는 그 여자애가 아니라 나였다. 주변 사람들이 내 냄새를 맡는게 아니고 내가 냄새를 풍기고 다닌거였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다. 저절로 나는데 어쩌라고. 나는 내 냄새를 잘 모른다. 주변인들에 의하면 달콤한 우유냄새가 난다고 했다. 내 냄새가 좋다고 난리지만 난 싫다. 남자다운 남자에게 우유냄새라니! 나같이 시크하고 무뚝뚝한 남자가 밀크보이같은 우유냄새라니!! 한 번은 향수 얘기가 지긋지긋해서 화를 낸 적이 있다. 시발!! 안 써!!!! 향수 안쓴다고 미친년아!!!! 혼자 흥분해서 소리질렀더니 향수 뭐쓰냐고 물어봤던 여자애는 울면서 가버렸고 정신차려보니 난 개지랄 성격파탄자가 돼있었다. 박경처럼 오랜 친구는 내가 향수얘기에 예민한 걸 알지만 그 여자애는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무작정 화를 낸 내 잘못이 맞다. 그 후로 냄새얘기하면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노력은 하지만 잘 안되는게 문제다. 지금도 표정이 굳어지는게 그 증거.
"나 향수 안 써."
"정말요? 거짓말."
"...진짜 안 써."
굵은 목소리로 안어울리게 에에이~~하던 표지훈이 내 표정을 보고는 잠잠해진다. 슬슬 눈치를 보는게 귀여워 보인다. 여자애들한테 진짜 인기 많겠다.
"그럼 샴푸는요..?"
"빨랫비누."
"아..."
녀석은 당황했는지 말이 없었다. 고개를 혼자 갸웃거리더니 벌떡 일어나서 내 목을 잡는다. 어, 뭐야, 순식간에 내 목덜미에 코를 묻고 킁킁거리는 표지훈때문에 놀라면서 몸을 뒤로 뻈다. 징그럽게, 뭐하는거야.
"야, 야. 안떨어져?"
"이렇게 향이 강하게 나는데? 이게 아무것도 안한 냄새에요? 진짜?"
"그래, 좀... 나와라, 좀!"
어깨를 세게 밀었더니 이제서야 몸을 떼는 표지훈이다. 찡그린 내 표정을 보면서 뭐가 재밌는지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아직도 목에 표지훈 살결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목을 손으로 쓸었다. 또 근처에서 여자 애들 수근거리는게 들린다. 야, 쟤네 봤어? 쟤네 뭐한거야? 나도 모르니까 좀 닥쳐 이년들아...
"선배, 선배는 그 냄새 싫어하시나 봐요."
표지훈은 여전히 웃음을 거두지 않고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번에도 몸을 뒤로 빼면 괜히 쫄은것처럼 보일 것 같아 가만히 있었더니 뭐때문인지 이번엔 눈까지 웃으면서 나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근데 그거 알아요? 그 향..."
진짜 좋아. 가져가고 싶어요.
뭐? 뭐라고? 너무 작게 말해서 뒷 말이 잘 안들렸다. 뭐하고싶다고? 되물으려는 찰나 녀석의 얼굴이 멀어졌다.
"선배! 다음 시간에 또 올게요!! 아, 그리고 빨랫비누 쓰지마요! 머리 뻣뻣하잖아요!!"
좀 작게 말해라... 우렁차게 저 말을 내뱉으며 손까지 흔들고 나간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졌다. 아까 그 여자애들 또 쳐다보고 있겠지. 옆에서 자고있던 박경이 표지훈 목소리 때문에 깼는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야, 뭐야. 누구 왔다 갔냐?"
"어."
"누구?"
"표지훈."
누구라고? 되묻는 박경의 말을 무시하고 생각에 잠겼다. 저 새끼, 또 온다고 했었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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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잘 못 쓸것 같아 한 편 더 올려요 이따가 시간되면 더 올릴게영.. 근데 기다리진 마세요 못 쓸 수도 있어요 ㅎㅎ 똥망똥글이져? 진지한 분위기로 쓰고싶은데 너무 진지해도 지루해지고.. 적절하기가 어렵네요 이 글이 얼마나 똥이 될지 산으로갈지 저도 모릅네다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