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창문으로 내리쬐는 햇살이 눈부시다.
어느덧 봄이 찾아와 산뜻한 바람이 살랑거리며 내 머리칼을 쓸어넘긴다.
내 볼에 스치는 따뜻한 온기. 혹시 이게 너일까.
매일아침마다 맞는 부드러운
산들바람에 괜한 기대를 걸어보는나.
바람이 되고싶어했던 너.
늘 내옆에 있고싶다던... 너.
산들바람처럼 부드러운 너...
"하.... 민석아. 오늘이 우리만난지 5년째다?"
"오늘이 너 떠나고 나서 처음맞는 기일이야."
"듣고 있지?"
난 민석이가 떠난후 늘 이렇게 살고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창문부터열고
늘 그렇듯, 민석이에게 말하듯 말을 중얼거린다.
"어쩌냐. 나때문에 너 죽어서.."
"너지금 나한테 벌주는거지? 너없이 살아보라고, 니 죽음에대한 댓가라고..?"
"그니까왜!! 거기서 왜 니가 나타난거야.. 대체 왜.. "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그날의 기억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늘 고통스러울것을 알지만. 이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정말 내가 죽인거같은 죄책감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멍청아... 하.. 아니다.. 내가 늘 이래봤자뭐해. 니가 없는데."
"내옆에 니가 없는데..."
"니가.. 니가.. "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고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흑....흡....김민석.. 민석아..."
언제나 늘 그렇듯이. 이럴때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의 볼을 어루만진다.
"민석아.. 민석아 너야? 너지금 내옆으로 온거지?..."
"흑.....끅....끅...."
"나 안울꺼야 니앞에서 안울어 니가 뭐예쁘다고 니가.. 니가!.... "
울지 안으려 애써봤지만 애속한 눈물은 계속 흘렀다.
내눈물을 훔쳐준 바람이 너인것만 같아서.
정말 니가 내옆에 있는것만 같아서...
정말... 바람이 된것만 같아서.
평생 함께할 수 있을꺼 같아서.
"보고싶다 김민석. 민석아, 넌 지금 듣고 있지?"
하루하루마다 더 초췌해져가는 내모습을 넌 지금 보고있을까.
이렇게 초라하게 살고있는 모습을 넌 지금 보고있을까.
"하.. 괜히 매일 이런모습만 보이네.. 멋지게 있고 싶었는데.."
'아니. 넌 늘 멋져'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그렇고 앞으로도.'
'난 늘 널보고있고, 듣고있어. 너의 행동 하나하나 모두를.'
'그러니까 나 없다고 울지마. 이제 그만울어 너도 이제 나 잊고 나줘야지..'
"하.. 김민석. 지금부터 잘들어"
"나지금 믿기지가 않아. 니가 내옆에 없다는게. 니가... 죽었다는게"
몇년을 함께해온 너인데.
아침에 늦장부리고 있으면 나에게 와 살며시 입맞추던 너인데.
누워있으면 내옆으로 파고들어와 팔베게해달라는 너인데.
밥먹고 있으면 먹여달라며 애교부렸던 너인데.
아직도 너와의 시간이 생생한데.
왜 널 볼수 없을까.
보고싶다. 민석아.
"나 너한테 하고싶은 말이 정말 많다?"
"근데 그중에서도 꼭 하고싶은 말이있어."
"보고싶어."
'넌 매일 말하잖아. 니가 꼭 하고싶은말.내가 외울정도로 나한테 외쳤던말. 내가 죽는 순간까지도 외쳤던말.'
'나도.. 너한테 꼭 하고 싶은 말.'
"보고싶어."
"내가."
"내가."
"김민석을.."
"김민석을.."
"미치도록."
"미치도록."
"사랑...해.."
더이상 루한이의 초췌해진 모습을 바라볼수 없어 몸을 웅크리고 흐느꼈다.
"사랑...해.."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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