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가 창조주야?"
뭐냐, 이 꼬맹이는 또.
구름성
6
=+====
"재현아 빨리 와!"
"여주야, 천천히!! 뛰지 말고!"
"빨리 오라니까- 어, 어!!!"
"여주야!!!"
"......... 헤에."
"... 거봐, 뛰지 말랬지 내가."
우리 창조주는 덜렁이다. 불안해서는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이 곳이 꿈이니 망정이지, 그녀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이렇게 넘어졌다간 분명 무릎에 흉터가 남았을거다. 이 곳에서 창조주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내가 눈을 뜨던 그 날, 그녀는 일곱 살 밖에 되지 않았다. 얘가 창조주라고? 이 곳의? 말도 안돼! 하며 애써 현실을 부정했건만 역시 창조주라 그런가, 매 시간, 하루하루 달라지는 그녀를 보곤 그제서야 수긍했다. 그럼 뭐해, 아직 하는 행동이 아가인데.
"그래도 여기선 뭘하던 흔적이 안남아 좋네."
"흔적이 마냥 나쁜게 아닐걸."
"왜?"
"그 때에, 뭐가 있었다- 하는 신호잖아."
"아팠던 기억인데도?"
"물론이지. 다음엔 안넘어져야지! 하고 조심할 수 있잖아."
"그런가....."
이 곳에서의 그녀는 벌써 열여덟이다. 훗날 너가 마주할 너의 열여덟살. 아직 아가 때의 모습이 남아있는, 풋풋하고도 사랑스러운. 너는 알까, 지금의 너가 얼마나 예쁜지.
"여주야 나중에도 여기 올거야?"
"응? 여기?"
"응. 기억에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당연하지! 언제든 올거야. 그리고 나 기억할 수 있어! 이 곳, 전부. 민형이도, 도영이도, 너도 모두 다."
이 곳의 모두를 다 기억할 수 있다는 너의 말에 나는 풉 하고 웃어버렸다. 말도 안돼, 그럴 리가 없잖아.
"진짠데? 나 기억력 좋아!"
"그래그래, 알았어."
아무리 상처를 남겨도,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꼭 와줘야 해, 알겠지?"
이 곳에선 흉터도 남지 않는단 걸 알면서, 뭘 기억해 너가.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그냥 잊어, 모두를. 난 기억할테니까, 너의 그 예뻤던 열여덟을. 아- 조금은 아쉬우려나. 열아홉의 너, 스무살의 너, 그 다음의 너, 너. 그 모습을 보지 못한단게 조금은 슬프려나.
"꼭 기억할거야, 그리고 다시 올거야 여기."
아무렴 상관없다. 괜찮아, 너가 좋다면야 나는.
네가 그 말을 하는 동안 내가 달려가 네 옆에 있어줄게.
떨리는 네 어깨를 꽉 안아주고 떨리는 네 손을 잡아줄게.
그리고 네 이마와 관자 놀이에 송송 밴 네 땀을 내 입술로 닦아줄게.
네가 날 믿는다고 말해주면 내가 대신 말할 수도 있어.
『높고 푸른 사다리 中, 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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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서 쉬어요."
"아, 아니 여기.."
"괜찮아요,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그 예뻤던 꽃나무들을 보고 돌아온 곳은 아까 내가 눈을 떴던 황자의 방이었다. 여기서 쉬라는 그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되려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답하는 그다. 무슨 일 있으면 부르라며 곧 그가 뒷모습을 보였다. 근데 왜일까. 그냥, 벌써 보내기가 싫다. 혼자 있기가 싫어.
"아까 나더러 친구는 뭐냐고 물었잖아요,"
짧은 순간, 그를 잠시라도 붙잡아 놓기 위해 아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하기로 했다. 특히나 그가 예민했던 그 단어, 친구. 지금의 난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난 알고 있을거다. 어린 시절의 내가 그 해답을 알고 있을거다. 또 궁금해지네, 과거의 꿈이.
"그니까.. 그 친구라는게-"
내 말에 그가 멈춰 날 돌아보았고, 그 눈빛에 난 또 한츰 움츠러들고 있다. 멈춰세우긴 했다만, 보내지 않기는 했다만. 뭐라, 뭐라 말해야하는거지?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굳이 슬픈 일에 대해 주저리 떨지 않아도 같이 울어주는, 그냥, 그냥."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 이 아닐까 싶어요."
에라 모르겠다. 질러 버렸어. 아까 그 꽃나무 이후로 난 이미 그를 완전히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니 불러세웠고, 이런 주저리나 늘어놓고 있는거지. 내 대답이 끝났음에도 아무 말이 없는 그에 괜한 창피함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아 볼따구 뜨거워진다. 그대로 두 볼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이자, 내 머리 위로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 어떤 제스쳐도 없이, 그저 내 머리 위에 손을 올린 그는 나지막히 내게 말했다.
"그래, 맞아요. 그게 친구겠지."
"근데 걔는, 그러질 않았어. 다 알면서, 그러질 않았어."
그 말을 하는 황자는 왠지 모르게 슬픈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알 것만 같았다. 그는 지금, 굉장히 슬프고 처참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목소리에서 느껴져, 손 끝에서 느껴져 그대로 마음에 전해졌다.
"잘자요, 악몽 꾸지 말고."
- 쾅. 그대로 그는 방을 나갔다. 그의 구두소리가 점차 멀어지고 난 내 두 볼을 감싸고 있던 두 손을 떨어뜨렸다. 꿈 속에서 맞는 첫 밤, 달빛은 너무나 환해 그의 방 안으로 쏟아져내린다. 뭐지, 이 허무함은. 알 수 없는 허무함은 뭐지.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고 마는데, 황자의 방 안으로 콩인지 돌인지 모를 자그마한 게 던져 들어왔다.
투, 툭-
"........?"
투, 툭-. 툭-.
"....... 뭐, 뭐야."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것도 잠시, 들어오는 돌멩이들에 가까이 다가가는데,
"아야!!! 아 씨..."
그대로 들어온 돌에 머리를 맞아버렸다. 아씨, 하며 그대로 창문 밖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떤 놈이야, 신성한 내 꿈에서 이딴거 던지는 빌어먹을 자식-
"어? 우아."
"........?"
잡히면 죽일 기세로 찾다, 때마침 또 던지려는 사람과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그의 뒤에서 빛나고 있는 달빛 때문에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다리가.. 다리가 겁나 얇네. 괜히 내 다리를 숨기게 되는, 아 이게 아니지. 저, 저 자식!!!
"야!!! 너 뭐야, 뭐하는 놈인-"
"누나가 창조주야?"
"뭐?"
"맞네! 안녕!"
"방금 누나가 만든 러러야!"
"뭐, 뭔 러?'
"천러!"
뭐냐, 이 꼬맹이는 또.
=====+
Heart, 요정, 천러
"이거 먹어봐, 누나. 아, 해."
"아니아니, 잠깐 러러.. 야?"
"응?"
아 어떡해. 완전 아가잖아, 얘. 잠시 머리가 띵해진다. 자신을 천러, 러러라고 소개하는 요 꼬맹이는 내 방에 들어와선 곧바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한참 먹을 나이라 그런가, 몇 살인지 잘은 모르겠다만 나도 모르게 그 아이가 시키는대로 황궁 시녀들에게 이것저것 먹을 것을 부탁하고 있었다. 얼마 뒤 음식들이 도착하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러러는 자리에서 꼼짝않고 음식들을 흡입하고 있었다. 아고고, 잘먹네.
그나저나 이 아이의 말에 의하면, 아까 황자를 만났을 때 자기가 뿅하고 여기 나왔다는건데. 아니 난 얘를 만든 적도 없을 뿐더러-
"어때? 맛있지!!"
"어어, 그래 그래. 맛있.. 네!"
만들었다해도 이런 아기를...
"근데 러러야."
"응?"
"어떻게 뿅! 하고 나왔어?"
"누나가 사랑에 빠져서!"
"푸우웁-"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사과주스를 마시다 그대로 내뱉어버렸다. 사랑? 사랑에 빠져서? 러러는 내 반응에 아무렇지도 않은지 계속 냠냠 야무지게도 케이크를 먹었다. 어쩜 아무렇지도 않니, 넌.
"내가 언제?"
"여기 황자 좋아서 막, 막. 하트 뿅뿅."
"...... 아, 아니. 러러야?"
"응?"
하. 졌다, 졌어. 저 순수한 눈빛에 내가 지고 말았다. 아냐, 먹어. 라고 말하자마자 응! 하며 다시 열심히 먹는 모습에 그저 헛웃음이 났다. 감정인가, 감정으로 만들어지는걸까 이 곳은. 먹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러러가 먹던 행동을 멈추고 문 쪽을 바라봤다. 왜 그래? 하고 물으니, 쉿. 하며 내 입술에 자기 검지를 가져다 댄다.
"누가 와."
"와? 누가."
"슬퍼, 너무 슬퍼."
"... 응?"
응? 하며 러러를 보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 쪽을 바라보자 아까 보았던 그 사람이 서있었다. 러러가 슬퍼, 너무 슬프다고 말한 그 사람이.
"....... 안녕, 창조주."
그리고 그가 날 부름과 동시에 러러는 다시 조용히 내게 속삭였다.
"불쌍해."
불쌍하다고, 그가.
"꼬마 손님이네, 또 만들었네 우리 창조주."
"먹구름이야. 누나."
그는 이 방에 더 들어오지 않았다. 계속 그 문에 서서 러러와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다시 입을 떼자, 러러도 같이 입을 뗐다. 그는 못들을, 나는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먹구름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러러에게 시선을 옮기자, 문에 기대 서있던 그가 이 쪽으로 걸어왔다. 러러는, 그의 행동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이어진 말은, 충격적이었다.
"죽을거야, 누나 위해서."
"누나, 죽어. 그는."
그가 내 앞으로 다가 온 순간, 내 앞에 있던 러러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죽을거라는, 지금 내 방에 들어온 그가 죽을거라는 그 말만 남기고선. 러러는 뭐였을까, 생각할 틈도 없이 그는 침대에 앉아있는 나를 그대로 뒤로 넘어뜨렸다. 그는, 곧 죽을거라는 그는 그렇게 내 위로 쓰러져 작게 속삭였다.
"보고싶었는데, 너무 보고싶었는데."
".........."
"이번에는 꼭, 꼭 내 곁에 둘거야."
새벽이었다. 현실에서도 '새벽 감성'이란건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다. 그 감성으론 낮일 땐 상상도 못할 일들도 다 가능해진다. 왠지 지금 그 또한 그런 비슷한 감정에 취해있는 것 같았다. 술에 취하던, 이 새벽에 취하던. 확실한건 그는 지금 취해있었다. 내 어깨에 묻은 얼굴을 살짝 떼자, 드디어 그의 얼굴과 내 얼굴이 서로 마주하게 되었다. 풀린 눈을 한 그는, 살짝 잠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름, 내 이름."
"말해줘, 여주야."
그의 이름, 그래. 너의 이름.
"김도영."
"도영아."
내 말과 함께 그는 다시 내 품에 안겼고, 나는 말없이 그의 등을 토닥여줄 뿐이었다. 내가 만든 이 곳에서 보낸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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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년만이죠! ㅋㅋㅋㅋㅋㅋㅋ (웃픔) 드림이들 보고 천러를 보자마자 아, 천러다. 했습니다. 사실 인준이로 할까? 하다가 더 아가같은 러러로...!ㅋㅋㅋ 7화에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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