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흔살 아저씨랑 연애한다
w.1억
비가 계속 내리고있고, 준혁은 밖에서 대화하면 더 불편하겠다 싶었는지 도현에게 조심스레 가게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들어가서 얘기하죠."
"아, 그래도 될까요?"
도현은 앉아서 가게를 천천히 둘러보고있고, 준혁은 따뜻한 커피를 도현의 앞에 놓아준다.
"감사합니다."
"할 얘기란 게 뭐죠?"
"아.. 다름이 아니라.."
"……."
"라임이요. 아무 잘못도 없다고 말씀드리고싶었어요."
"……."
"사장님.. 아, 사장님이라도 불러도 되죠?"
그러라는 듯 어색하게 고갤 끄덕이는 준혁에 도현은 흐음...하고 한참 고민하는 듯 하다 입을 열었다.
"제가 이렇게 말하면.. 사장님 기분이 더 안 좋아질 것도 알고요.. 찾아온 것도 좋은 행동이 아닌 건 알고있는데요."
"……."
"그때 제가 갔을 땐 이미 라임이가 취해있었구요. 저는 라임이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 라임이도 그랬구요. 그러다가 제가 온지 얼마 안 돼서 자러간다고 하고 방으로 들어갔고.. 같이 온 남자애가 라임이한테 몹쓸 짓을 한 거예요."
"……."
"제가 사장님 입장이었어도 이해 간 가고 기분 나빴을 거예요. 근데.. 라임이도 라임이대로 엄청 억울하고 속상할 것 같아요."
"……."
"죄송해요."
"죄송할 게 있나요."
"……."
"둘 다.. 아무것도 몰랐다는데 내가 화낼 이유 없죠."
"꼭 얘기하고싶었어요. 친구로서 라임이가 억울한 건 풀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거든요."
"……."
"그리고.. 오늘부로 라임이랑 엮이는 일 없도록 할게요."
도현은 저 말을 끝으로 커피만 바라보았다. 찾아와서 할말을 다 하긴했지만.. 말문이 막히는 게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어 말도 못하고있으면 준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이렇게 찾아와서 말하기 힘들었을 텐데.. 고마워요."
"……."
"라임이랑 멀어지지 마요."
"…네?"
"저는 라임이가 좋아하는 친구가 저 때문에 멀어지는 건 싫어요. 라임이의 인간관계는 라임이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비록 준혁이 웃으며 말하지는 않았지만 도현은 자신을 믿는다는 듯 말하는 준혁에 멋쩍게 웃으며 대답한다.
"너무 멋있으신데요."
"……"
"저였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예요...제가 엄청 작아진 느낌이네요.."
"……."
"저 여기 온 거 엄청 잘한 것 같아요."
여전히 준혁은 큰 반응도, 대답도 없지만.. 도현은 괜히 뿌듯해보인다.
- 나 솔직히 네 남자친구 진짜 마음에 안 들었거든.
"……."
- 나이 많은 사람이랑 연애하는 게 이해도 안 갔고. 근데 한 번에 이해가 가더라고.
"……."
갑작스레 이도현에게 전화가 왔고, 받자마자 하는 소리가 내 남친이 마음에 안 들었단다.
그리고 이도현은 뜬금없이 이상한 소리들을 늘어놨다.
-좋은 사람 같더라고 나였으면 여자친구 남사친 보는 순간 가라고 무시나 할 텐데. 가게 안에서 대화하자고, 커피까지 줄 거라고 생각이나 했겠어?
"아저씨 찾아갔어?"
-걱정 마. 사고치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러지 말지."
- 예쁘게 연애해.
"……."
- 너 연애하는 거 옆에서 몇 번이나 봤지만 이번엔 나도 응원하게 되네.
"…어이없어."
결국 나랑 이도현은 서로 빵터졌다. 내가 억울한 것 같아서 얘기해준 건 너무 고마웠지만..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 근데 이제 가까이서 응원 못해주겠다.
"…어?"
- 결혼할 때나 불러줘.
나 없이 둘이 만나서 대화를 했다는 게.. 더 깊은 얘기를 듣고싶었지만 그러지않았다.
이도현은 못된 사람이 아니니까 아저씨와 잘 대화했다고 생각하는데.
전화를 끊은 도현은 괜히 한숨을 내쉬었고, 옆에 있던 친구가 크게 웃으며 말하길.
"너 라임이 아직도 좋아하냐?"
"언제적 얘기를 하냐?"
"왜~ 이번 기회에 고백 한 번 해보지."
"…돌았냐?"
"왜? 남친 있다고 고백 하지 말라는 법 있냐?"
"…안 돼."
"왜!!!!"
"애인이."
"……."
"너무 좋은 사람이야."
"…어.."
"……."
"그래?"
"라임이랑 계속 친구로 지내라는데 막상 대답을 못하겠더라. 나 등신같이 감탄이나 하고왔어."
또라이네 또라이..하고 친구가 한숨을 쉬면 도현이 웃어보인다.
아저씨는 여전히 연락이 없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밖은 쉴새없이 번쩍이며 천둥이 쳤고, 바람 소리는 사람을 겁나게했다.
이모와 여행을 간 엄마 덕에 나는 혼자 집에 있어야했다.
덩그라니 혼자 거실에 앉아서 tv나 보던 나는 천둥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도 아저씨가 떠올랐다.
왜 겁이 나니까 아저씨가 떠오르고 보고싶은지 모르겠다. 또 쓸데없이 하염없이 혼자 울고있는데 전화가 왔다.
아저씨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아저씨의 연락.
"…여보세요."
- 라임아.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무서워서 전화하고싶었는데."
- 그러게 너무 많이 오네.
"…그러니까요. 바람도 엄청 불어요.."
- 잠깐 볼까?
"……."
- 집 앞으로 갈게.
"네."
이상했다. 아저씨를 생각하고 있을 때 보고싶다고 생각이 들 때 연락이 오는 게 신기했다.
근데 아저씨가 날 찾는다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고 왜 이렇게 슬플까.
괜히 오늘이 아저씨와의 마지막 만남이 될 것만 같아서 불안하고 무서웠다.
대문을 열고 나오면 저 멀리 아저씨의 차가 보였고, 그 앞에는 아저씨가 우산을 쓴 채로 뒤돌아 서있었다.
우산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빗소리에 아저씨를 작게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아저씨!"
크게 부르자 그제서야 아저씨가 뒤돌아 나를 보았다. 걱정이 됐다. 아저씨가 아무 표정도 없이 나를 볼까봐.
"……."
분명히 아저씨는 웃으며 날 보는데 난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아마도 안심해서 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는데.. 비까지 오니까 더 무서웠는데 아저씨 웃는 얼굴을 보니 울음이 터졌다.
아저씨를 보자마자 마구 울고있으니 아저씨의 표정도 굳혀지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왜 울어 라임아.."
"아저씨가 저 오늘 찰 줄 알았어요. 오늘 아저씨랑 마지막인 줄 알고 너무 걱정했단 말이에요."
"…아니야 그런 거.."
"아저씨랑 대화 좀 더 하고싶은데 아저씨는 다 보기싫어하는 것 같고.. 카톡도 답장 안 해주고.. 내가 찾아가면 정떨어지기라도 할까봐."
"…아니야."
"……."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어.. 미안해."
난 그냥 서러워서 계속 울기만했을 뿐인데 처음으로 아저씨의 눈물을 봐버렸다.
근데 이게 참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으로 느껴보는 상황과 감정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만큼 슬프고 아무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내가 너무 못되게 굴었지. 나 진짜 후회 많이했어.. 너무 미안해."
이상했다. 이렇게 간단할 문제였을까. 아저씨를 보자마자 긴장이 풀리고 이제 됐다- 라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오늘은 참 이상했다. 아저씨와 서로 끌어안고 비를 맞으면서 울 거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아저씨는 오늘도 참 착하다. 미안하다고 할 이유조차 없는 사람인데. 아저씨는 몇 번이고 내게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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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짧아쬬ㅠ........뀨웅........주눅...쓰......
아마도 담화가 막화가 될 것 같아요ㅠㅠ더 이어가기엔 너무 길게 이어질 것 같아서!!!!
준혁아찌 끝나면 어떤 글 쓸지!!! 고민이나 해보겠음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