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예쁘잖아.
6.
지민이가 먼저 윤기를 좋아하게 되겠지. 여린 마음에 꽃물이 번지듯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면. 촬영을 할 때도 윤기 앞에서 긴장이 되서 윤기가 자세 잡아줬으면. 뒤에서 감싸안듯 자세 교정해주는 윤기에 지민이 한껏 긴장해서 몸에 힘들어가고, 윤기 고개 갸웃거리면서
-아가,
-네?!
-긴장했어? 몸이 굳었네.
-아... 좀.
-긴장할게 뭐 있어. 그냥 평소처럼 해.
하고 지민이 머리 쓰다듬으며 웃는 윤기... 지민이는 내적 발 동동. 윤기 다시 돌아가서 열심히 사진 찍는데 지민이가 계속 긴장해서 표정도 자세도 어색하고 평소같지 않으니까
-아가,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아, 아닌데.. 아픈 건 아니구 그냥...
-그래?
윤기 카메라 옆에 협탁에 올려놓고 웃으면서 지민이한테 웃으면서 다가오겠지... 지민이가 의자에 앉아있어서 살짝 시야가 낮으니까 윤기가 무릎 접고 앉아서 지민이랑 눈 맞추고
-그럼 왜 이렇게 긴장을 했을까?
하고 능글맞게 웃으면서 지민이 뒷목 살살 주물러 줬으면.. 뜨거운 뒷목에 여과없이 닿는 윤기의 차가운 손. 가는 지민이의 목 위를 움직이는 윤기의 크고 남자다운 손.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고 뱃속이 간질거리는 느낌에 지민이가 넋이 나가서 멍하니 윤기를 보고
-아저씨....
그럼 윤기는 또 웃으면서,
-오늘은 집 가서 쉬어. 다음주에 보자.
하고 지민이 코 검지손가락으로 툭 치고 일어나서 장비 정리. 지민이 시선은 멍하니 윤기 동선대로 따르고. 지민이 옷 갈아입고 나와서 집 걸어가는 중에도 멍하니 넋빼고 걷는네 걷다가 진짜 뜬끔포로 서서 발 팍팍 구르고 머리 쥐어뜯고 하다가 사람들이 자기 이상하게 쳐다보는거 느끼고 슬금슬금 전속력으로 뛰겠지ㅋㅋㅋㅋㅋㅋ속으로 으아 나 진짜 아저씨 좋아하나봐.....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7.
그런 지민이가 신경쓰이는 건 윤기도 매한가지. 단지 귀찮음 하나 때문에 달려드는 에이전시와 인터뷰도 거절하는 건데 그 쪼그만 고딩 하나가 뭐 그리 신경이 쓰여서 토요일마다 신경써서 옷입고, 딱 질색인 사람많은 곳 가서 애 옷 사주고 하겠냐고. 지민이 사진들 하나씩 돌려보다 자기도 모르는 새애 입 찢어지게 웃고있는 윤기. 그제서야 지민이를 보는 자기 시선이 모델 보는 사진작가 그 이상이라는 걸 알겠지. 사진을 넘기다가 지민이가 잠시 쉬는 동안 몰래 찍다 들킨 무방비한 사진에서 멈추고, 저 작고 통통한 입술로 오물오물 아저씨! 하는 거 생각하는 윤기.
-...미쳤네.
진짜 미쳤네, 민윤기. 혼자 의자 등받이에 몸 파묻고 헛헛하게 웃는 윤기.. 그러나 자각과 동시에 불어나는 마음은 멈춘다고 멈춰지지 않고.
8.
그 즈음 지민이가 윤기한테 전문적으로 사진 배우기 시작하겠지. 지민이가 쉬는 타임에 윤기 카메라 만지작 거리는데 윤기가 웃으면서
-한 번 배워볼래?
-네?
-사진.
하겠지. 지민이는 그렇게 얼결에 윤기한테 사진을 배우고. 그 핑계로 토요일은 지민이 촬영, 그리고 일요일은 지민이 사진수업한다고 주말 전체를 서로에게 헌납.. 윤기가 작고 아기자기한 카메라 하나 들고와서 지민이한테 하나 주겠지.
-니 꺼.
-...에?
-너 닮았어.
하고 웃으면서 오늘은 이만 가. 이제 내일도 보니까. 하고... 지민이 터덜터덜 집 가서 윤기가 준 카메라 기종이나 검색했으면. 작아서 얼마 안가는 줄 알았는데 뒤에 붙은 공 갯수 세어보다가 기겁해서 놀란 눈으로 책상 위에 카메라 쳐다보는 지민이.
-너...어마어마한 놈이였구나..?
이거 발음 너...어마어마한 노미여꾸나..? 이렇게... 저 카메라를 들고 윤기한테 수업들을 생각을 하니 도저히 편하게 잠들 수가 없는 지민이.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같을 웃음도 짓다가 이불도 한번 뻥뻥 찼다가 윤기가 이젠 습관처럼 자기 머리 쓰다듬는 거 생각하고 얼굴 새빨게지고.. 다음날 괜히 샴푸 펌프질 한번 더해서 머리 꼼꼼히 감구. 엄마 나 다녀와요! 노란 컨버스 신은 지민이 발이 팔랑팔랑 가볍다.
9.
-아저씨!
발랄하게 윤기 부르는 지민이. 윤기 픽 웃으면서 지민이한테 가고 머리 헤집듯이 쓰담쓰담... 또 지민이는 헤 웃고. 윤기 옆에 찰싹 붙어 앉아서 아저씨 그럼 오늘은 저두 사진 찍는 거에요?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캬ㅠ 자기도 모르게 아저씨만 찾는 지민이를 꿀떨어지게 쳐다보는 윤기... 그러다 눈마주쳐서 지민이 얼굴 새빨게지고..
본격적으로 사진 수업을 시작하는데 미치겠는 지민이. 자기는 사진에 대해서 지식이 정말 1도 없어서 무슨 카메라 효과가 이렇게 많은지도 모르겠고, 뒤에서 백허그 하듯이 아예 자기를 품에 가두고 손을 겹쳐서 셔터를 같이 누르는 윤기 손도 신경쓰이고.. 무엇보다도 자기 어깨에 걸치듯 바짝 붙은 윤기의 얼굴과, 집중한 탓에 여과 없이 지민이의 귀 속으로 들어오는 윤기의 뜨거운 숨과, 낮은 목소리. 지민이 혼자 죽을 맛. 윤기 따라서 정신없이 셔터 누르고 나니 벌써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가 있고. 사진 확인해 보자는 말에 지민이가 번개라도 맞은 양 서둘러 윤기 품에서 빠져나가는데 그게 또 너무 귀여워서 장난한번 쳐보려는 윤기. 쇼파에 앉아서 지민이를 부르는데 지민이가 윤기 옆에 앉으려니까 윤기는
-뭐해?
-....넹?
-여기 앉아야지.
하고 자기 무릎 탁탁 치는 윤기.... 지민이 멍때리고 있다가 얼굴에 불이라도 맞은 듯 벌게지고, 윤기는 속으로 땅을 치면서 웃고. 건들면 얼굴에서 바로 드러나는 게 너무 귀엽지, 윤기는.
-느에에에???
-왜, 싫어? 싫구나... 지민이는 아저씨가 싫구나....
-아니, 그건 아닌데요!
-아저씨가 나이가 많아서......
하고 괜히 삐진척 입술도 비죽 내밀어보고. 손사래까지 파닥파닥 치면서 온 몸으로 부정을 표하는 지민이가 기분 좋기도 하고. 이제 그만 놀려야지 하고 편하게 앉는데 지민이가 훌쩍 다가와서 하는 말.
-저.., 그럼 실례..., 하게씀다.....
하고 자기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앉는 지민이. 윤기도 얘가 설마 진짜로 자기 무릎 위에 앉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해서 당황하고, 또 자세가... 지금 자기 둘의 자세를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너무 섹슈얼한 자세기도 하고. 어느새 윤기가 더 굳었는데 지민이가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조그맣게 말하는데,
-아저씨.., 저 혹시 무거운거 아니죠...?
하는데 이게 움직이면서 아예 바짝 붙어버려서 이제 굳다못해 얼어버린 윤기. 윤기는 윤기대로 어..,어. 하고 침 꿀꺽 삼키면서 사진 확인하려는데 둘이 같이 봐야하니까 자연스럽게 지민이 허리에 팔 둘러서 밀착하고. 흡, 하고 숨 들이쉬는 지민이와, 다시 한번 더 침 삼키는 윤기, 둘 사이에 무겁지만 뜨거운 정적, 사진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데 지민이가 또 이 자세에 적응이 되었는지 엉덩이를 윤기쪽으로 더 쭉 붙이고 허리를 굽혀 사진을 바짝 보려는데, 그 순간부터 넘어가지 않는 사진. 의아한 지민이가 윤기를 한 번 다시 부르고.
-....아저씨?
-...........
-아저,
-...아가.
-네?
-오늘은 이만 가는 게 좋겠다.
조심스럽게 자기 허리를 뒤에서 미는 손길에 지민이가 일어나게 되었는데 물음표를 가득 품고 윤기를 돌아보자 반쯤 넋이 나간 윤기 표정. 그리고 혼잣말처럼 낮게 읊조리는 음성.
-너 지금 위험해.
9-1
그렇게 반쯤 떠밀려 집에서 나오게 된 지민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가 번뜩 드는 생각은,
-....아.
나 진짜 무거웠나봐!!!!!!뿌엥ㅠㅠㅠㅜㅠㅠ
9-2
한 편 아랫배가 당길 정도로 아파 일어나지도 못하는 윤기. 그 자리 그대로 앉아서 열을 식히는데 지금 자기 상황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계속 터지는거야. 새파랗게 어린애를 상대로 이런...., 그러다 반대쪽 벽에 인화해 걸어둔 지민이 사진이 보이고. 저것도 지민이가 저음 보고서는 창피하다고, 얼른 떼라며 안절부절 못했던 사진인데.
윙크하듯 한 쪽 눈을 감고, 붉은 입술을 쭉 내민. 친구들이 여자 아이돌들이 이런 표정을 하면 섹시하다고 하던데, 자기도 한 섹시 하지 않냐던 얼굴.
식히기도 커녕 자꾸 더 오르는 열, 어찌 할 바를 몰라 눈을 감고 거칠게 머리를 마구 뒤섞는 윤기.
*********독방에서 썼던 슙민 썰 정리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