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虎熊傳

호웅전 ; 밤에 피는 꽃

02



 

 

 

 

 

 

 

 

-

"일양국은 당장도 내전으로 나라가 어지럽다 하지 않았소. 내 그리 들었거늘. 또다시 전비를 갖추고 있단 말이오?"

 

 


일양국의 태세에 관한 전보를 받은 월음의 왕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한 나라의 왕이 바뀐 현시점에서 또다시 전쟁이라니. 그자들의 속을 도통 알 수가 없는 것이지.
잦은 침략을 일삼던 일국이 근 몇 해 전부터 공격을 끊고 잠잠하니 이에 다른 속셈이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그 태세를 살펴보았다. 한데 전해오는 말이라니, 일양국을 군림하던 그 포학한 왕이 자리를 빼앗기고 새로운 성씨가 자리에 올랐다 한다. 해서 나라가 혼란스러워 이제 전쟁은 그만두려나 했더니 그새를 참지 못 하고 군사들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소리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대체 이 부질없고 어리석은 전쟁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한단 말입니까. 내 언제까지 그 자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는 것이야."

 

 


일양 최고 귀족이요, 몇 해째 월음의 성문을 부수고 나라를 야금야금 삼키던 박가 장남이라 하니 그 위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선왕이었던 전문국의 목을 베어내고 저를 황제라 이르며 두 나라를 하나로 합칠 계획이라지. 말이 좋아 하나로 합친다지, 멀쩡히 바른 왕이 군림하고 있는 이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킨다는 것이 아닌가. 그 악랄한 속내는 일찍이 알아채고 있었지. 진작 전문국을 꾀어내 월국을 쳐야 한다는 것도 다 그 박장군의 속셈이었다는 것을 뻔히 알고는 있었다. 일전에도 음국을 양국의 신하의 나라로 여기며 무시를 하더니. 그러니 왕좌가 다른 이에게 넘어갔다는 것이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니었다.

 

 


"내 일양국의 그 대단한 황제에게 머리라도 조아려야 합니까. 그 자에게 이 나라를 바치면, 그러면 이 전쟁을 그만 둘까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내 답답해서 그럽니다, 답답해서. 무고한 백성들이 죽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 자가 지금 하는 짓은 일양에도, 월음에도 득이 없다는 것을 신들도 아시잖습니까."

 

 


어찌나 속이 상하면 한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란 자에게서 그런 말이 나온단 말인가. 그저 넋 놓고 자리에 앉아 돌아가는 상황에 머리만 쥐고 있는 자신의 꼴이 한심하고 답답하겠지. 잦은 전쟁에 날이 갈수록 백성들의 곡소리는 늘어가고 국가 재정 또한 바닥으로 떨어지니 이를 어찌해야 좋을까.

 

 


"나라 꼴이 이러하니, 세자를 볼 낯도 없습니다. 내 죽기 전 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할 텐데...."




하늘의 별마저 그 빛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으니 더욱 큰일이었다.

 

 

 

 

 

 

 

 

 

-

"쯧쯔. 저리 왕이 약하니 나라마저 썩어가는 것이지. 하는 말을 보아하니, 크게 당하기 전에 먼저 양국에게 숙이고 들어가자 하겠어. 아니 그런가?"

"설마 그러기까지 하겠습니까. 만약 그렇다 해도 중신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아니지.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오. 현 양국 황제가 어떤 자인지 아시잖소. 지금까지 맛보기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어쩌겠소."

"세자를 위해서도 그리하진 않으시겠지요."

"내 두고 볼 것이야. 더는 아니 되지."

 

 


대전을 나서며 혀를 차던 김두형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 호시탐탐 제 아들 태형을 왕의 자리에 앉힐 기회만 노리고 있던 그는 혹 그도 전에 나라를 먼저 빼앗겨 버릴까 노심초사하는 것이었다. 이미 일양에게 국경 몇 부분이 먹혀들어갔으니 이러다 나라 전체를 먹히는 것은 일도 아니겠구나, 싶었다. 한데도 저리 약한 소리만 늘어놓으며 다시 되찾을 생각도, 되려 먼저 칠 생각도 하질 않으니.
애초에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자였다. 왕이나 세자나. 그 자리는 우리 태형이를 위한 자리이거늘.

 

 


"그러고 보니 올해 아드님이 세상의 해를 본지 몇 해째가 되었지요?"

"열다섯 해요. 이젠 정말 그때가 얼마 남지 않았지. 한데...,"

 

 


세자가 열여덟이니 그 연배 차가 얼마 나지 않음에도 태형은 세자와 썩 달랐다. 서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세자와 달리 태형은 말 타는 것을 즐기거나 검을 쥐고 무술을 연마하기에 바빴다. 게다가 항상 어딜 돌아다니는지 가만히 붙어있는 꼴을 보지 못 하였다. 시노인 홍이와 붙어 다니며 저잣거리를 활보하질 않나 틈만 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모습을 감추질 않나. 어딜 갔다 왔느냐 호통을 쳐도 그 입을 꾹 다물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당최 무슨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곧 대감의 뜻을 알아주겠지요. 너무 걱정하진,"


"무슨 뜻 말입니까."

 

 


어째 꼭 이런 전개로 흐른다지. 마침 장서각으로 향하는 세자와 마주칠 줄이야.
세자 또한 장님도 귀머거리도 아니니 어느 정도 보고 들은 것들이 있었다. 제 아비가 왕의 자리에 앉은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자들이 있다지. 그중 김두형을 지지하고 떠받드는 세력이 가장 세고 단단하며 이미 그에게 뭐라도 얻어먹을까- 줄을 선 자들이 꽤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아들을 왕이나 세자의 자리에 대신 앉히고 싶어 한다는데. 정작 그 아들은 그런 뜻이 전혀 없기에 늘 대감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묻어나는 것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별것 아니 옵니다, 세자 저하."

"그러시겠지요. 저 같은 어린 것이 무얼 알겠습니까."

 

 


제 아비의 목을 언제 칠지 모르는 작자가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저리 제 앞에선 웃는 모양을 해도 등 뒤엔 칼을 숨기고 있으리라. 세자 석진은 멀리서 김두형의 이름만 들려와도 날을 잔뜩 세웠다.

 

 


"한데 대감의 아드님은 언제쯤 그 얼굴을 볼 수 있답니까. 근래 들어 통 보질 못 했으니. 아니, 벌써 몇 해나 지난 것 같은데."

"... 언제 한번 자리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그건 어렵겠지요."

 

 


살살 웃으며 뱉는 석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잔가시들이 박혀있었다. 막 당도한 석진이 느닷없는 그 아들에 대한 주제를 꺼내놓는 것은 금방 나눈 대화를 염두에 두는 것이 분명했다. 김두형 역시 그걸 모를 리 없었으니 언짢은 속에 눈썹이 희미하게 씰룩거렸다.

 

 


"아주 자-알 성장했다고 들었습니다. 성격이 어찌나 쾌활한지 이리저리 그 어린 나이에 유람도 많이 다녔다구요. 또한 대감과 달리 나랏일보다는 무술 쪽에 관심이 더 많다던데. 말을 잘 타고, 활도 잘 쏜다지요."

"...."

"하니 대신 사냥이나 가는 게 낫겠습니다. 대감 생각은 어떠신지요?"

"그리 일러두겠습니다."

"꼭 그래주시겠습니까. 그럼 전 이만 길이 바빠서."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똑똑히 말을 꺼내놓은 후 끝까지 빳빳하게 버티고 있던 고개 한번 숙이지 않고 곧 석진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를 김두형은 따끔하게 눈으로 따르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한 마디도 허투루 뱉은 말이 없었다. 사냥이란 그 단어도 아무 이유 없이 꺼내놓진 않았겠지.

 

 


"왕보다 더욱 조심해야 할 테지. 암. 어리다고 쉽게 봐선 안될 자다."

 

 

 

 

 

 

 

 

 

-

"보았느냐, 김두형 그 자의 얼굴을. 내가 한방 먹였느니라."

"아이고, 그리도 좋으십니까-."

"좋다, 너무 좋아. 아바마마를 뒤에서 그리 씹는 것을 내 한두 번 본 것이 아니야.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겠어."

"괜히 대감의 심기를 건드셔서 좋을 것이 없다고 누누이 말씀을 드려도, 거참."

"그만. 먹는데 그 기분 나쁜 이름은 그만 꺼내자."

 

 


김두형과 마주하면 꼭 날을 세워 따박따박 대드는 것이 좋지 않음이라 호석이 늘 말해도 석진은 귓등으로 들었다. 하며 그러고 난 후면 저렇게 신이 나 이것저것 단 것들을 입에 가득 채우며 흥을 더 띄우곤 하니 호석은 그때마다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저도 좀 시원하기는 했습니다."

 

 


그럼에도 곧 석진을 따라 웃는 호석이었다. 임금의 은덕으로 어린 시절부터 석진과는 벗을 넘어 친형제와도 같이 자라 함께 들을 것 다 듣고 볼 것 다 보았으니 호석 역시 김두형이 아니꼬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만약 김두형이 반란을 일으키면 그의 적이 된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의 아들이란 자는 늘 자신을 곱지 않게 보는데 영 기분이 찜찜했다. 말 한번 해본 적도 없으면서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첫 대면부터 그런 눈빛을 쏘냔 말이다.
그러니 김두형의 그런 표정이란, 호석의 입장에서도 속된 말로 쌤통이었지.

 

 


"한데, 귀휴를 청했다고."

"예? 아, 예. 한 사흘 정도...."

"사흘? 사흘이라니! 이곳 궐이 집인 녀석이 대체 어딜 다녀오려고 사흘이나 청한단 말이냐? 내 이제껏 아무 말없이 허락해주었지만 사흘은 좀 심하지 않아?"

 

 


별안간 호석은 귀휴를 청했었다. 몇 달에 한 번씩은 귀휴를 청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엔 사흘이라는데 석진은 입이 떡- 벌어졌다. 그나마 귀휴를 청할 수 있었던 것도 왕과 세자에게 예쁨을 받고 있으니 가능했던 것인데 무려 사흘씩이나 청하다니 욕심이 넘치지 않냐고.
사실 그것도 석진이 허락하면 가능한 일이었지만 당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이미 열해 가까이 전 그 일로 제 부모가 죽임을 당하고 본가 역시 불에 타 사라져버렸으니 갈 곳이 따로 없는 호석을 석진은 잘 알고 있었다. 괘씸하게도 호석의 가문이 몰락하자 외친들까지도 등을 돌렸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데.

 

 


"세자 저하, 진정을 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일양은 또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지, 안으로는 김두형이 저리 내 속을 뒤집어놓는데 너라도 내 곁에 있어야 할 거 아니야!"

"아니, 저하... 그래서 더 큰일이 생기기 전에 얼른 다녀오려고,"

"설마, 또 그곳에 가려는 것이야?"

"...."

"묻지도 않은 말을 곧잘 떠드는 니가 한마디도 해주지 않은 그곳 말이다. 내 말이 맞지?"

 

 


어쩜 이리도 숨기지 못 하는지. 딱 들켜버렸으니 호석은 얼른 석진의 눈을 피했다. 호석이 가려던 곳. 공주가 세자조차 모르게 머무르고 있는 별궁 말이다. 벌써 그곳을 들르지 못 한지도 한 주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나라님이 바뀌질 않나 여러모로 일국의 낌새가 이상하니 괜히 호석마저도 부르는 곳이 많아져 잠깐 들러 얼굴이나 확인할 틈조차 생기지 않았다. 혹 석진의 눈에 띌까 싶어 거처를 별궁에서 다른 곳으로 옮긴지도 꽤 되었다. 전이라면 업무를 다 마치고 난 후 바로 별궁으로 발길을 옮겼겠지만 이젠 그마저도 못 하게 되었으니 가끔 볼 수 있는 공주가 보고플 만도 했다. 그러니 잠시 주춤하는 이때 며칠 별궁에서 머무르며 공주와 함께 있을 생각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또 며칠을 들르지 못 할 것 같아서.

물론 세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죽은 줄로만 알아던 제 누이가 멀쩡히 살아 궁 안에 숨 쉬고 있다는 것도, 몇 년째 호석이 그 곁을 지키며 석진 대신 오라비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도. 이 모든 것이 왕의 명이었으니. 석진의 말처럼 그 입이 참도 방정맞은 호석이었지만 그 사실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누설하지 않을 것이다, 맹세했다. 혹 공주가 위험해질지도 모르니까. 가장 친한 벗이자 그녀의 친 오라비인 석진에게도 숨겨야만 공주를 지킬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럴 수 있었다. 그만큼 공주는 호석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으니까.
석진 역시 궁금함에 밤잠을 설친 적도 가끔 있었지만 호석에게 사람을 붙여 알아볼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다. 그에게 실례가 되는 일이며 사생활이라 생각했으니. 호석을 존중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를 믿고 있다는 것도 맞았다. 언젠간 제게 말해주리라.

 

 


"하니 허락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체 그곳에 무얼 숨겨두었기에. 누가 보면 각시라도 숨겨놓은 줄 알겠다."

"가, 가, 각시라니! 말도 안 됩니다!"

"저것 보아라. 저리 놀라니 더 수상하잖아. 진짜 그런 거야?"

 

 


각시란 단어에 호석은 순식간에 불꽃을 뿌린 듯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각시라니. 감히 각시라니. 한 번도 공주를 그런 쪽으로 생각해본 적 없었다. 그저 소중한 사람, 지켜주고 싶은 사람. 그게 다였다. 연정을 품거나, 그런 마음을 바라는 것은 넘치는 욕심이라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비슷한 감정조차 느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늘 보고 싶은 사람. 항상 옆에 두었으면 하는 사람.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 사람. 행복했으면 하는 사람. 가엽고 안쓰러운 사람. 제게 공주는 애정의 대상이 아닌 연민의 대상일 거라고. 그게 맞다고, 그렇게 믿고 있었다.

 

 


"...."

"뭐야. 나 그런 표정 처음 봐. 진짜 나 몰래 혼인이라도 한 거야?"

 

 


다시 묘하게 굳어버린 호석의 표정이 문득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석진도 느꼈다. 한 번도 보지 못 했던 표정이잖아. 곧잘 느끼는 바가 얼굴에 드러나곤 했는데, 지금의 표정이란. 어떤 감정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내릴 수가 없는 그런 표정.
실은 호석 자신조차 알지 못 했거든. 지금 어떤 감정인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잔잔히 흐르던 호수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퉁- 던져 넣은 기분이랄까.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건드려선 안 되는 것을 건드린 것은 아닐까. 그저 그렇게 잔잔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 아닙니다. 그래서 가도 됩니까, 안 됩니까?"

"안 보내주면 곧 죽을 상인데 어떻게 안 보내. 갔다 와."

"성은이 망극합니다, 세자 저하."

"좀 진심으로 말해라."

"승은이- 망극하옵니다 세자 즈하-."

"됐다, 됐어."




끝내 그 물결은 어떻게 될까, 어디로 흐를까.

 

 

 

 

 

 

 

 

 

-

또 다른 몇 해가 순탄치 못 하게 흘러갔다. 일양국의 백성들은 밭을 갈다 전장에 끌려나가야 했고 월음국의 백성들은 양국 군사들이 마을을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피를 흘리며 죽어났다. 이 모든 것이 일양국의 황제라는 자가 벌인 땅따먹기 놀음 때문이었으니 백성들은 그를 난군, 폭군이라 칭하면서도 한번 대항을 하지도 못 하고 그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힘없는 월음국의 왕을 더욱 비난했다. 폭군을 막아줄 자는 음국의 왕뿐이오, 제발 두 나라 백성들을 굽어살피소서 목소리가 높아져도 왕은 혹여 더한 피해가 생길까 맞서지도 못 하고 수비대만 보충할 뿐이었으니 결국 두 나라는 파국에 치닫고 있었다.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한데 근간 일양 백성들 사이에 돌고 있는 소문이 하나 있었으니, 그 소문이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글쎄 전장에 웬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난다던데?"

"호랑이? 산 중의 짐승 그 호랑이?"

"그래, 호랑이! 아- 그 어찌나 웅장하고 어마무시한지 화살도 감히 가죽을 못 뚫는다더라고."

"에이, 이 사람이! 속일 걸 속여야지, 나 원 참. 호랑이 가죽이 무슨 철갑도 아니고!"

"봤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여! 태자님이 이끄는 기마대 선두에 서서 호각소리가 울리면 월음국 군사들 목을 모조히 뜯어버린다네. 아, 내가 똑똑히 들었어!"

"그럼 태자님의 금수 병기라는 말인가?"

"그렇다니까!"

 

 


전장에 호랑이라니 가히 이상하지 않은가. 게다가 화살도 뚫지 못 하는 질긴 철 가죽이라는데.
태자대에서 전막을 알리는 호각을 불면 말보다도 먼저 주홍빛 털을 가진 호랑이 한 마리가 그 속에서 튀어나와 전장을 휩쓸고 다닌단다. 날카로운 칼날도 화살도 감히 그 가죽을 뚫어 호랑이의 몸에 상처를 낼 수 없었으니 그 위용이 하도 대단해 음국의 군사들이 벌벌 떨며 무기도 내던지고 줄행랑을 칠 판이라지. 해서 이제껏 양국과 음국이 전쟁을 했다 하면 꼭 양국이 승리의 깃발을 들었던 것이라는데 사람들은 꾸며낸 이야기라며 코웃음을 쳤으나 그저 소문만은 아닌 듯했다.
그게 벌써 몇 해째라고 했지. 아, 박가 장남이 황제의 관을 제 머리에 씌우던 때부터였다지. 그 호랑이가 전장에 나타나기 시작한 때가.

 

 

 

 

 

 

 

 

 

-

"알아보셨어요?"

"태자님, 저 지금 막 당도하였습니다. 숨 좀 고르고. 게다가 두 주일 만인데 안부 정도는 물어봐 주시지요."

 

 


태자가 머무르던 막사에 막 발을 들인 남준에게 태자는 쉴 틈조차 주질 않고 냅다 성과를 물었다. 밤낮을 죽어라 달려왔더니, 눈길도 안 주시고 너무하시네.
하도 꼼꼼한 성격인지라 차마 병참부대에게 살림을 맡기지 못 하고 대신 물자를 계산하고 있던 태자가 남준의 말에 겨우 고개를 들어 힐끗 보았다. 걸상에 몸을 놓아 이제야 숨을 고르는 남준에게 뭐라 한 마디 더 뱉으려다 꿀꺽 삼켜냈다. 하여간 스승님은 체력이 약해서 탈이라니까. 말을 타고 오셨을 텐데 꼭 두발로 뛰어오신 것처럼 힘들어하시니.

 

 


"두 주일 동안 내내 굶고 다니셨나. 많이 야위셨네. 음식을 좀 들라 할까요?"

"되었습니다. 군사 식량을 축낼 자격도 없지요."

"그래도 뭐 좀 드시지. 그리 말씀하시면 제가 못된 제자가 되질 않아요."

 

 


태자의 말에 남준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도 별 소득이 없었던 것이지. 애초에 태자는 남준의 평소답지 못 한 조용한 등장에 그러려니 했었다. 뭔가 알아낸 것이 있었더라면 요란법석하게 막사를 쳐들어와 이말 저말 늘어놓았겠지. 아니, 당장 가자며 손목을 끌어냈을 수도 있고. 하니 이번에도 틀린 것이다.

 

 


"아무리 뒤져보아도 털 한 가닥 찾을 수가 없습니다. 예. 무얼 먹을 시간도 귀해 끼니를 거르면서까지 죽어라 뒤져보았는데도 아무런 소문도 들려오지 않더랍니다."

"...."

 

 


여전히 진도가 나가지 않는 남준의 보고에 태자는 움직이던 손을 멈추더니 입술을 꾹 누르다 이내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속은 애써 눌러 숨겨 놓은 채 작은 미소와 함께 남준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럼 이제 좀 쉬세요. 어쩔 수 없잖아요. 스승님도 하실 만큼 하셨어요."

"태자님."

 

 


자신을 보며 인상을 조금 찌푸리는 남준을 향해 태자는 더욱 싱긋 웃어 보였다.
벌써 몇 해째였다. 남준이 전쟁 중 잠깐의 틈이라도 생기면 곧장 월음으로 빠져 험한 산이며 작은 마을 하나하나까지도 파고 다녔던 것이 벌써 몇 해가 지났단 말이다. 한 해의 반을 넘기는 세월을 전장에서 먹고 자는데 그 시간을 쪼개 정탐꾼 노릇을 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늘 소득이 없었으니 태자보다도 먼저 지칠 만 한데 그러질 않았다. 아주 사소한 소문이라도 들려오면 좋을 것을, 하며 멈추지 않았다.
해서 태자는 항상 남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면 더 놓지 못 할까 봐, 얼마가 더 걸리든 꽉 잡고 있을까 봐.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에도 저리 차게 굴었던 것 또한 이제 그만 되었다는 태자의 표현이었다.

 

 


"월음은 그리 큰 나라가 아니에요. 지금은 일양국보다 훨씬 그 영토가 줄어들었구요. 한데 그리 뒤져보아도 찾질 못 한다면... 우리가 틀린 것이지요."

"...."

"저는 괜찮습니다. 스승님은 충분히 저를 위해 애를 써주셨어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제 저도 그만 놓으렵니다. 스승님도 그리해주세요."

"태자님!"

"제 운명이려니 받아들여야지 어쩌겠어요. 설마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겠어요. 그럼 하늘님이 너무하신 거죠."

"...."

"게다가 그 전설이 사실이라는 근거도 없지 않아요. 찾는다 해도 별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잖아요. 스승님도 우습지 않으세요? 솔직히 말이 되질 않잖아요. 호랑이니 곰이니,"

"제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저도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저 전래동화에 불과했지만, 그건 단순한 전설이 아닙니다 태자님."

"...."

 

 


남준 역시 어렸을 적 친구들과 자주 불렀던 동요나 떠돌던 전설 따위일 뿐이라고 믿었다. 그저 재미를 위해 지어낸 옛날이야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태자가 그를 믿고 조심스럽게 꺼내주었던 그 속 사정이란, 그 모든 것을 사실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아니, 설사 그게 아닐지라도 뭐든 나서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제 앞에 무릎을 꿇으며 살라 달라 빌던 태자를 위해서라면 수고를 하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어찌나 가엾고 애처로운 삶을 살았는지, 아직도 태자의 몸에 뚜렷한 흉터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찢어졌다.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부터 전쟁터를 제 집과 같이 여기는 것도 그러했다. 제 아비인 황제의 부탁 아닌 명령 때문이었겠지. 하는 수없이 끌려 나온 것이었으니 징용이나 뭐가 다를까. 그의 아비를 황제로 만들기 위해서, 일국과 월국의 모든 땅을 그의 손에 쥐여주기 위해서. 태자는 황제에게 아들도, 사람도 아닌 그저 부리기 좋은 짐승에 불과했다.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나와 사람들 앞에 서게 되었지만 태자는 여전히 떳떳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란 너무 오랫동안 타인의 향기를 맡지 못 해서도, 그릇된 방법으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제 아비 때문도 아니었다.
해님이 하늘 높이 떠있는 그때, 전장을 휩쓸고 다니는 한 마리의 호랑이는 태자가 기르는 것도, 그의 명으로 부리는 것도 아닌 그저 태자 그 자신이었다. 속으로 울음을 토하며 월국 군사들의 목을 뜯어 전쟁터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그렇게 훈련받았으니까. 그렇게 길러졌으니까. 이 날을 위해 지금껏 살았던 것이니까.
세상에 나자마자 다른 어떤 이의 발길도 없는 어두컴컴한 세상에 숨어살며 사람일 때도, 호랑이일 때도 그는 편할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검을 쥘 수 있는 아귀힘이 생기자 그 아비는 기다렸다는 듯 온갖 교련을 행했다. 괴로움에 엉엉 울며 매달리는 어린아이에게 자비도 없이 매질, 채찍질이 이어졌다. 몸에 있는 흉터들도 다 그때 생긴 것들이라지. 제 아비를 위해 그는 원치도 않는 나라 제일의 전사가 되어야 했다.

 

 


"아니요. 저는 포기 못 합니다. 제가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스승님...."

"해서 말인데 혹, 궁에 있을까 짐작됩니다."

"궁이요?"

"예. 월국 모든 곳을 샅샅이 찾아보았지만 딱 한 곳, 들어가 보지도 소식을 듣지도 못 한 곳이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태자 또한 황제가 깊숙이 은폐해주고 있었기에 아무도 그가 호랑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
태자가 태어나던 날 그것을 본 모든 자들은 그의 아비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 후로도 태자를 아무도 모르는 깊은 곳에 숨겨두었으니 그 어느 곳으로도 사실이 새어나갈리 없었다. 처음부터 궁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그 아비 또한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고 일양의 선왕을 꾀어내 궁 아주 구석진 곳에 태자의 거처를 마련한 것이었다. 궁궐만큼 소식을 차단하기에 좋은 곳도 없지요. 게다가 그 넓은 땅 중 하필 다 무너져가는 허름한 곳을 파내어 지하창고를 만들고 그 안에 호랑이 한 마리를 가둬두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그리해서 태자는 제 아비가 황제가 되고 자신이 태자로 책봉될 때까지 아무에게도 사실을 들키지 않은 채 자랄 수 있었다.
하니 '그분' 또한 궁궐 깊은 곳, 어느 소리도 새어나가지 않는 곳에 숨겨두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남준의 추측이었다. 혹 왕족이지는 않을까.

 

 


"궁으로 가시려구요?"

"만약 그곳에도 없다면 저도 포기하겠습니다."

"허, 스승님은 목숨이 여럿 된답니까? 괜히 첩자라고 붙잡혀 온갖 고문이라도 당하게 되면 어쩌시려구요! 가뜩이나 월국이 일국 사람들을 어찌나 미워하는지 아시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첩자라니, 너무하십니다. 전 그저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전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보려는 순수하고 맑은 백성일뿐입니다."

 

 


태자가 펄펄 뛰며 남준에게 호령을 내던져도 남준은 아랑곳 않고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 능청스러움이란 되려 태자의 말문을 턱- 막히게 만들었다. 게다가 남준은 언변에 꽤나 능한 사람이었으니 항상 말싸움을 하면 태자가 지곤 했다. 암, 말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는 자였지.

 

 


"그래, 만약 찾는다고 쳐요. 그런 다음에는 어쩌실 생각인데요? 정말 왕족이라면, 그땐 어쩌시려고요! 몰래 납거라도 하실 생각이세요?"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정말 만나게 된다면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어야겠습니다. 제가 얼마나 찾아다녔던 분이신데."

"스승님!"

"저를 그리도 못 믿으셔서 그동안 어떻게 제게 일을 맡기셨는지. 안타깝게도 제 목숨줄은 한 가닥뿐이니 위험한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라고 죽고 싶겠습니까. 제 연식 아직 꽃다운 열여덟입니다."

 

 


아이 참, 스승니-임! 높아지는 태자의 목소리에 남준이 귓바퀴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태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우스갯소리를 늘어놓았지만 남준이 속에 품고 있는 뜻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다시 적절한 때가 오면 더 지체하지 않고 월음의 궁으로 숨어들 생각이었다. 그 후의 일은 그 후의 일 일뿐. 가여운 태자를 위해서도 남준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는 전쟁에 그 고왔던 얼굴이 저리 상하고 갈수록 어둑해지고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그 지옥에서 꺼내주고 싶었다.

 

 
*

 


어느 것이 더 먼저였는지는 그자 자신밖에 모르겠지. 부릴 호랑이를 완벽하게 훈력시키는 것이 먼저였는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먼저였는지. 무엇이 우선이든, 결국 반란을 일으켜 제 나라 임금의 목까지 쳐내고 뻔뻔스럽게 그 자리에 오른 황제는 기다렸다는 듯 잘 훈련된 짐승 한 마리를 전쟁터로 밀어 넣었다. 애초에 야망의 끝은, 일양과 월음 그 두 나라 모두를 손에 쥐는 것이었으니 황제가 된 것은 야망을 이뤄주기 위한 준비단계에 불과했다.
해서 태자가 그 야망을 대신 이뤄주고 있는지도 벌써 몇 해째인데 아직도 교전이 있고 나면 태자는 죄책감에 잠도 쉬이 이루지 못 하며 내내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내가 살겠다고 다른 무고한 이들을 죽게 만들었다며. 이렇게 사는 게 과연 옳은 걸까. 하루하루 다른 이의 목숨을 바치며 내 목숨 줄을 늘려가는 것을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그럴 때마다 곁에서 잡아주었던 것이 남준이었다.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때까지, 꼭 사셔야 합니다.
황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태자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이기도 했다. 태자가 여덟이 되던 해, 넘치는 야망을 주체할 수 없었던 그의 아비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황제가 된 후, 꾸준히 옆에서 나를 보필하며 다루기 쉬우려면 몸만 단련해선 부족하다고. 글이니, 세상 물정이니 아무것도 모르는 태자에게 슬슬 교육이 필요하다 느낀 것이다. 하나 제가 가르치진 못 하겠고 다른 누굴 고용하자니 불안하고. 비슷한 연배임에도 여러 방면에서 박식했던 남준을 그의 선생으로 붙여 함께 공부하고 가르치게 했다. 어린아이였던 남준이었으니 조금의 겁만 주면 그 입을 꼭 다물 것이라 여겼으려나.
어찌 되었든, 제 맡은 바 늘 최선을 다했던 남준은 외롭고 고통스러운 나날뿐이었던 태자에게 스승 그 이상이 되어 주었다. 어느 때는 형님이 되어주었다가, 벗이 되어주었다가, 때론 다정한 아비가 되어주기도 했다. 하니 어찌 그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있었을까. 태자는 남준과 함께 있을 때면 모든 것을 다 잊고 마음껏 편안할 수가 있었다. 그런 남준에게 제 비밀을 모두 털어놓자 생각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 한번 털어놓지도 못 했던 제 비밀을 그에게 털어내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날 데리고 도망쳐 달라고. 이 나락과도 같은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하지만 쉬이 그럴 수가 없었다. 혹 아비의 귀에 들어가 남준에게 해가 될까 봐. 황제라면 충분히 그리 하고도 남았을지 모른다. 사실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바로 그 자리에서 숨통을 끊어놓겠지. 아니 그도 전에 남준이 먼저 까무러치며 줄행랑을 쳐버릴까, 그런 걱정 따위는 전혀 하지 않았다. 태자는 남준을 누구보다도 굳게 믿고 있었으니. 제게 다른 모습이 있다 한들 그리 쉽게 제 곁을 떠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전문국을 몰아내기 위한 역모가 일었던 날, 두려움에 벌벌 떨며 차디찬 바닥에 웅크려 울고 있던 태자를 발견해 곁에 있어주었던 것도 남준이었으니. 그에게 은인과도 같은 자였다.



*

 

 
"태자님."

"예! 또 무슨 말씀을 하시려구요!"

"제게 어떤 심정으로 비밀을 털어놓으셨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혹여 제게 해가 될까 말을 꺼내기 전까지 고심에 또 고심을 하셨던 것도 알고 있습니다."

"...."

"그때도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꼭 이 나락에서 벗어나게 해드리겠다고. 그러니 제 걱정을 하시느라 포기하시려는 것이라면 그러지 마세요."

"...."

"이 길이 틀렸다고 한들, 저는 끝까지 해보렵니다. 지금은 이 수밖에 없질 않습니까. 그분, 제가 꼭 찾아드리겠습니다."

 

 


별안간 차분하게 내리 깔리는 남준의 목소리에 태자는 붉은 제 입술을 꾹 물었다. 어째 곧 눈물이 터질 것처럼 울렁거리며 속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확실한 근거나, 어떤 방법 같은 것은 아무도 알지 못 한다.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는 것이지. 두 나라에선 꽤나 유명한 구담 전설인 호랑이와 곰의 이야기. 분명 저와 같은 모습을 지닌 곰도 또한 이곳 어느 곳에 있으리라, 굳은 신념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정말 재미를 위해 꾸며낸 거짓일지라도 속는 셈, 믿고 싶었다. 곰을 찾으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떻게든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벌써 그 방법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무런 죄도 없는 불쌍한 태자를 위해서라면 꼭 그래야만 했다. 그 수가 아니라면, 다른 수가 진정 없는 것이라면 하늘님이 정말 너무하신 게지.

 

 


"그러니 절 믿고 절대 포기하시면 안 됩니다."

"...." 


"아이고 어깨야, 몸아.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녔는지 온몸이 뻐근한 것이-. 저는 이만 물러가 쉬도록 하겠습니다. 태자님도 그만 명일로 미루시고 얼른 잠자리에 드시지요."

"... 스승님."

"예, 태자 저하."

 

 


금방 굳은 얼굴을 쫙 펴더니 몸을 툭툭 털며 일어선 남준은 태자의 부름에 나긋이 대답했다.

 

 


"늘 제가 감사히 여기고 있는 거, 아시지요?"

"예, 압니다."

"스승님이 제게 가족보다도 소중한 분이시란 것도 아십니까?"

"압니다."

"어쩌면 제 자신보다도 소중한 분이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몸조심하세요, 형님."

"그래, 지민아."

 

 


남준은 싱긋 웃으며 지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인물 다 나왔구나 했더니 아직 윤기랑 정국이 등장이 남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둘은 언제쯤 나올지.... 하하하하....

요즘 컴백 때문에 정신이 없네요ㅠㅠㅠㅠㅠㅠ 어쩜.... 그건 독방가서 앓기로 하고.

그럼 전 이만! 감사합니다!

 

암호닉♡

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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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1
8년 전
독자2
오오오 잘읽엇어요ㅜ적거님 다음화도 가댜할게욘⭐️❤️
8년 전
판타판다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3
새싹입니다! 헉 저는 태자가 정국인 줄 알았어욬ㅋㅋㅋㅋㅋ전문국을 밀어내고 성씨가 바꼈다고 해서 음? 전정국인데 성씨가 바뀌나? 이랬는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역시 이해력이 너무나 딸리능...ㅋㅋㅋㅋㅋㅋㅋ대잼 유잼ㅠㅠㅠㅠㅠㅠ호석이 각시라뇨 하고 놀랄 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티나는 거 아니냐!!!!!!! 숨길 걸 숨겨라!!!!!!! 태형이 아버지가 그런 분이었다면은....ㅡ여주는..........ㅋㅋ ......나중에 석진이가 알면굉장히 허ㅏ나게따...둘이그런사이인거알면.......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 오늘도 잘보고가여❤❤❤
8년 전
판타판다
아니요ㅠㅠㅠㅠ 제가 이야기를 너무 꼬아놔서 충분히 그러실 수도.... 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이해하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매회마다 이렇게 오셔서 댓글 달아주시고ㅠㅠㅠㅠ 항상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 덕분에 힘내서 글을 쓰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8년 전
비회원98.200
정국인줄알았는데...ㅋㅋㅋㅋㅋㅋㅋ지민이였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암호닉받는다면 [자몽해]로 신청해요!
8년 전
판타판다
아이고 자몽해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구나... 거 스토리를 이상하게 짜놓아서....하하ㅠㅠㅠ 암호닉 신청 감사합니다!
8년 전
독자4
으아ㅏㅏㅏ지민이라닛...넘나 잘어울려요...ㅠㅠㅠㅜㅜㅜ계속 읽고잇어요ㅠㅠㅠㅠㅠㅠ너무재밋어요ㅠㅠㅠㅠ
8년 전
독자5
으아아ㅏ 태자가 지민이라니...ㅠㅠㅠ 흉터도 있다니.... 우리태자 ㅠㅠㅠ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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