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엑스 2
2012 . 11 . 02 * Friday * 꽃망울
BGM 만추 ost :: 동행
▼▼
“으음….”
뻐근한 눈을 힘겹게 떳을땐 눈에 보이는 건 평소에 보던 감옥같은 모습이 아닌 깔끔한 유럽풍의 방 안이었다. 자철은 평소의 불쾌한 장소가 아닌 깔끔한 곳의
어쩌면 올리브향의 부드러운 향이 나는 이 푹신한 침대에 영원히 자고싶다고 느꼈다. 이내 다시 감기려는 눈을 억지로 띄어 침대에서 스르륵 일어났다.
“여긴… 어디지?”
잠긴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렸을때 자신이 이 낯선곳에, 그 악마의 미소의 남자에게 팔려왔다는 걸 기억해냈다.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아직까지 쑤시는 허리의 고통과
입안에 아직도 비릿한 피맛이 남에도 불구하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방의 문이 스륵 열리더니 깔끔한 정장을 입은 한 남자가 들어왔다. 그와함께 잔뜩
경계심을 세운 자철이 물었다.
“누구세요?”
“넌, 여기에 오늘부로 팔려왔다. 한마디로 노예다.”
“…노예.”
“참으로 신기한 일이군. 주인님 께서 이런 낮은 놈을 그렇게 비싼 값을 주고 데리고 오다니…쯧.”
“…낮은 놈이라뇨.”
“우리 주인님은 그 피엑스에서 데려오시지 않는다. 아주 높은 클레스의 피엑스에서 데려오시지.”
“….”
“내 이름은, 박주영. 노예의 총 관리자. 주인님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다.
넌 다행인줄 알아라. 보통 그런 낮은 클레스에서 데려오는 놈들은 다 주인님의 노리개가 되지만, 넌 특별하게
청소, 잡일 등을 맞게 될것이다. 물론 주인님이 명령하시면 뭐든 해야한다.”
넌 노예니까. 그 말이 자철의 머리를 차갑게 내리쳤다. 결론은 당신도 피엑스에서 나왔으면서, 하는 말이 목구멍에서 당장이라도 튀어나올것 같았지만
이내 목 안으로 삼켰다. 그, 아니 박주영의 눈빛이 너무나 날카로웠기 때문이다. 사실 청소나 잡일이라니, 조금이나마 숨통이 쉬어지는것 같았다.
피엑스에 있으면서 너무 많은 얘기들을 들어서일까? 인간 이하, 걸레…. 노리개. 청소나 잡일이면 거의 양반수준이니 너무나 다행스러웠다. 자철이 다시한번
찌릿하게 오는 목과 허리의 통증을 느끼며 침대에 털석 앉았다. 박주영은 굴곡없는 목소리로, 인조된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께서 특별히 너를 신경써서
많이 아플테니 오늘은 쉬라고 하셨다. 내 전달은 이게 끝이다.” 그리고 이내 자철이 있는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박주영의 발자국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 정말 어떻게 된거지.”
자철은 고갤 절래절래 저으며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려 노력했으나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기분전환을 위해 창문쪽으로 향했다. 연한 살구색의 실크 커튼이 살짝 열린
창문의 바람을 타고 살랑히 흔들렸다. 밖을 보았을땐 감탄을 금치 않을수 없었다. 너무나 큰, 어쩌면 궁전, 성 같아 보이는 이곳에 엄청나게 큰 잔디밭과 수없이 돌아다니는
노예들, 그리고 수많은 창문이 자철의 입을 다물수 없게 했다. 1억이라는 금액을 들었을때 부터 알았어야하는데…. 그러고 보니 자신이 정신을 잃기 전 뭐라 말했던것이
생각이 났다. 뭐였더라? 다시한번 그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이 머리에선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이 큰 성같은 곳이 궁금해 문을 살짝 열고 두리번거렸다.
길게 늘여진 레드카펫과 끝이없는 복도, 수없이 많은 문들이 또 한번 자철을 놀라게했다. 한손은 찌릿하고 뻐근한 허리를 받치고 긴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더러운 옷이 깔끔한 흰 셔츠와 검은색 스키니진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누가 갈아입힌거지? 그 생각도 하기 전 복도의 끝에 다달았다.
“우와…. 말도 안돼.”
자철이 눈을 크게 뜨고 위아래로 훑어본 시선안에는 금으로 도배되어있는 큰 문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암만봐도 주인이라는 작자가 있을것만 같은 분위기에
자철은 위압감을 느꼈다. 이내 그 앞에서 왔다갔다 손톱만 물어뜯다가 무언갈 결심한듯 그 문앞에서 노크를 두드렸다. 긍정의 소리 이전에 조급한 마음에 그 문을 열었다.
그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건 커다란 검은색 의자에 앉아 투명한 창문 쪽으로 앉아있어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 주인이라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저기요….”
“…누가 함부로 들어오랬나?”
“아…그,그건….”
낮고 마치 화난듯한 목소리에 자철은 움찔했다. 항상 조급하거나 긴장하면 튀어나오는 습관인 손톱물어뜯기를 하며 몸을 덜덜떨었다. 피엑스 안의 죄수같은 생활 때문일까
자신의 앞에 서있는 거대한 존재의 그 때문일까. 성용은 이내 큭, 하고 낮게 웃었다.
“재미있군. 그래 말해봐.”
성용이 의자를 돌려 자철을 마주했을땐 성용은 자철의 눈과 응시했다. 그 눈빛과 마주하는 순간 자철이 식은땀을 흘리며 손을 덜덜떨었다. 그 눈빛속에 알수없는 무언가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덜덜떠는 몸과 손을 주채하지 못하며 자신이 무어라 말하는지도 모르는채 내뱉었다.
“저,저,저…를… 왜 그렇게 비싼값을 주고… 여기에….”
“아. 그것 때문에 온건가?”
자철이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 소리가 성용의 귀에 들릴만큼. 그만큼 긴장하고 떨고있다는걸 성용도 눈치채고 있었다. 더욱 재미있어지는걸? 성용이 작게 중얼거렸다.
“너가 좋아서. 그래. 너가 꼴려서.”
“….”
“큭, 그 표정 참 재밌는데?”
자철이 복잡한 표정에 성용은 버릇인듯 낮게 큭 하고 웃었다. 그럴수록 자철의 표정은 굳어갔고 그와 상반되게 성용은 뒤틀린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내 이름은, 기성용이다. 주인님 이라고 불러. 이렇게 가까이 선 노예는 박주영 말고 처음인데?”
“…네.”
자철은 이내 꼬리를 내리는듯 성용으로 부터 뒤로돌아 문앞에 섯다. 그때 자철은 무언가가 생각난듯 문앞에 멈춰서 말했다.
“저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
그 말에 성용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앉아 빙글 한바퀴 돌았다. 그의 행동에 자철은 더욱 눌림을 느꼇고 이내 그 의미모를 압력이 가득한 방안에서 나왔다.
자신에게 놓여있는 무거운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으나 할수없다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
오랜만에 목욕탕에가서 그런지 지금 너무 나른하네요 ~.~꽃망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