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수야, 지금 내 손바닥에 쓴거 뭐라고 말한거야?"
"맞춰봐"
"모르겠어. 안보이는데 어떻게 맞춰."
"느낌으로 맞춰봐"
"아 그냥 말해줘 ! 모르겠어 !"
"사랑한다고 이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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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않은건 아니였다. 태어날때부터 밝은 세상을 보아왔었다,
어릴때 차사고를 당했고 그 이후로 나는 흑빛의 세상을 살게 되었다.
현실을 인정하기가 너무나도 싫었다.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두려운 것이구나·····
사람들을 마주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오지를 않았고 난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잊혀지고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일이 생긴걸까····· 왜 나는 이렇게 불행한걸까·····
방문앞에서 들리는 엄마의 한숨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더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살지는 말자····· 눈이 안보이는게 어때서? 조금 다를 뿐이잖아. 밖을 한번 나가보자
갑자기 왜 용기가 생긴건지 난 방에서 나와 어디가냐며 묻는 엄마의 소리를 뒤로하고 집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의 대화화는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너무나 그리웠다.
비록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를 통해 마음으로는 그려볼 수 있었다.
곧 이어 들려오는 '시각 장애인인가봐' '아무것도 안보이면서 왜 돌아다닌데' 나를 보며 비웃음치는 소리들.
역시 나에게는 무리였나보다. 세상을 마주한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난 너무 쉽다고 생각했나보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풀려 바닥에 주저 앉아버렸다. 울지않으려고했는데 울음이 터져나왔다.
"저기요. 괜찮아요?"
울음을 참지못해서 눈물을 뚝뚝흘리고 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왜 자꾸 울어요. 슬픈 일 있었어요?"
"·····"
"일단 뚝하세요."
"무슨 상관이예요. 가던 길 가세요"
나도 놀랄 정도로 나의 입에서 삐딱한 소리가 나왔다.
어차피 이사람도 그냥 날 동정하는 사람일 뿐인데 뭐·····
"왜 이렇게 주저앉아있어요? 길을 잃으신 거예요?"
"길 잃으신 거면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
"이보세요 말 좀 해보세요"
내 말은 듣지도 못했다는듯이 계속해서 말을 거는 사람에게 괜시리 짜증이 났다.
"무슨 상관이냐구요!! 그냥 갈 길 가라구요!! 왜 자꾸 사람을 귀찮게해요!!"
"일단 바닥에서 일어나세요. 여자는 찬 데 앉는거 아니랬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일으키는 사람.
내가 일어나서 벽을 짚으려고 손을 휘적이자 그때서야 눈치를 챘는지 물어온다.
"혹시 눈이 안보이는거예요?"
"그런데요"
"아까는 내가 미안헀어요. 지금 어디가실려고 한건데요?"
"그냥 산책이나하려구요.갈 길 가세요."
"같이가요 그럼. 나도 산책하고싶었는데"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불편하지 않았던 사람.
산책을 하면서 혹여나 내가 어디 걸려넘어지지는 않을까 내가 어디 부딪히지는 않을까 걱정하여 대신 나의 눈 역할을 해준 사람.
경수야, 고맙고 사랑해 너가 없었다면 나의 세상은 밝아질 수 없었을 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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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푸린님 캔디님 도갱수님 뀨뀨님 감사드립니다.
그외에 읽어주시는분들도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