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운에게 차학연은 타인에게 친해지기 쉬운 사람이었다. 다른이가 커피 믹스를 타주면, 학연은 프렌차이즈 커피집에 가서 그가 제일 좋아하는 비싼 커피를 사준다. 후배가 당번을 바뀌 달라고 하면 바꾸는 게 아니라 거의 당하는 수준으로 매일 당번을 한다. 그러면서 후배가 해주는 건, 달랑 뚱바 하나다. 그것 하나에도 감격한다. 거의 작은 것 하나에 쉽게 감동하고 작은 것의 몇배 이상으로 마음을 열어준다. 참 쉬운 아이다. 택운은 학연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 레오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바보 같고 한심하기도 했고, 모든 타인을 경계해야 되는 자신과 다르게,경계 따위 찾아 볼 수 없는 그가, 모든 세상이 불만인 자신과 다르게 너무 세상이 행복해 보이는 그가 싫었다. 그래서 약간 비꼬는 식으로 물어봤다. 억울하지도 않냐고, 너는 왜 너의 생일도 기억 못하는 아이들에게 꼬박꼬박 생일을 챙겨 주냐고. 그러니까 세사 너를 만만하고 시간 많은 애로 보고 너를 그러는 거 아니냐고, 그런 식으로라도 친해지고 싶냐고. 그때 학연은 그렇게 말했다. "남들에게 기대를 아예 안하면 돼. 너는 타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쉽게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불만이 가득한 얼굴인 거야. 그냥 포기해. 그냥 기대를 안하고 사는 게 휠신좋아. 그냥 포기하고 당하고 당하는 게 일상이 되면, 배신 당해도 그려려니, 이용을 당해도 그려려니 할 수 있게 되. 그렇게 살대가 호의를 받으면 엄청 기뻐지니까 원래 느껴야 되는 감정을 배로 느낄 수도 있지. 원래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선물이 휠신 기쁘잖아. 그럼 기쁨도 배가 되고 좋찮아." 그때 레오는 느꼈다. 이 아이는 어쩌면 나보다 더 차가운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기본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현저하게 낮은 아이. 그래서 남들에 비해 훨신 많은 기쁨을 느끼고, 적은 슬픔을 느끼는 거라고. 슬픔은 그에게 일상이니까 슬픔을 느끼지 않는다. 그 아이에게 이용을 당하는 건 일상이니까, 이용을 당한다고 해도 아프지 않다.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배신을 한다고 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평소와 같은 삶을 이어 나간다. 니가 나에게 이럴줄 몰랐어. 라는 말도, 미움도, 슬픔도, 그 타인에 대한 기대 또는 정이라는 것이 있었을때 이야기. 학연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에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때 부터 였나? 택운은 학연이 궁금해 졌다. 그 뒤 학연의 밝음을 그대로 받아 들일 수는 없게 되었다. "..." 그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상처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안은 달랐다. 그 밝은 웃음속에 숨겨진 속내는 세상 누구보다 차가웠다. 세상 누구도 확실하게 믿지 않았다. 기대지 않는 기대하지 않는 어찌보면 완벽한 생활. 슬픔을 느낄 일도 없었다. 타인에 대해 슬픔을 느낀 다는 것은 그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 그리고 그 사랑이라는 것은 타인에게 자꾸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는 것. 에초에 기대하지 않는 학연에게는 사랑도, 나아가 사랑에 대한 슬픔도 느낄 일이 없었다. 남들보다 배 이상으로 기쁠 수 있다. 돈을 값는 다던지, 더치페이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학연에는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었다. 에초 학연은 그들이 돈을 값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안했으니까. 그들이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할것이라는 기대가 없기에 예상치 못한 그들의 행동에 학연은 엄청난 감동을 느꼈다. 그렇게 살다보니 주변에선 학연을 착한 아이라고 불렀다. 학연은 부인했다. 아니, 나 착한편은 아니야.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학연은 연애는 잘했다. 여친에게 거는 기대는 없었고, 자신이 주는 선물에 대한 보답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다 날아온 작은 보답에 학연은 뛸듯이 좋아했고, 그것을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없었다. 그래서 학연은 나름 연애는 잘하는 편이었다. 심지어 연애가 나쁘게 끝나는 경우도 없었다. 여자가 먼저 바람을 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학연의 입장에서는 나쁘게 끝나는 경우가 아니었다. 하지만 학연에게 결혼은 좋은 것이 아니었다. 기대지 않는 학연에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공간은 온전히 혼자가 되는 공간이었다. 세상에서 완벽하게 혼자가 될때 학연은 행복을 느꼈다. 결혼은, 그런 개인의 공간을 침해하는 아주 좋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학연은 어찌보면 먼저 바람을 피고 떠나주는 여자들이 고마웠다. "그런데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너에게 하고 있는 지 모르겠다." 학연은 그렇게 이야기하다, 옆에서 묵묵히 듣고 있는 택운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는 내 공간에 허락도 없이 친입한 수많은 일반인들 중에 하나라고 학연은 그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이제것 자신을 치료하겠다고 내 마음에 허락도 없이 친입하고 나에게 화를 내거나 비웃고는 가버린 사람이야 많았으니까. 그 역시 그사람들 중 하나겠거니 생각했다. 그렇게 나름 서로를 완벽하게 통찰한 택운과 학연은 연습생 때부터 나름 잘 맞는 친구였다. 서로에게 관심이 있는 듯 없으며, 특별히 기대를 하지 않는 편안관계. 사실 데뷔를 했을때 그들은 서로 이기에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년이 흘렀고, 택운은 언제 부터 였는지 모르겠지만 학연을 관찰하지 않게 되었다. 언제 부터였을까? 그런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게 된것이... 학연이 먼저 변한 것일까 택운이 먼저 변한 것일까? 택운은 차학연에 대한 힌트가 날아온 그날, 그 답을 확실히 찾기 위해 자신의 소속사에 휴가를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