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별 씨, 되십니까?”
집으로 들어가려는 골목, 나와 다른 이, 단 둘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물음이 들려왔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꽤 풍채가 좋은 자가 내 앞으로 다가섰다. 아버지 혹은 ‘그 분’과 관련된 자겠구나.
“최근, 차학연 씨를 만나셨더군요.”
“…….”
“3년 전, 차학연 씨와 그 동생의 면회를 주선하신 것도 윤별 씨더군요.”
“문제 있습니까?”
그는 호탕하게 웃더니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감췄다.
“학연은 제 대학 동기이고, 그의 동생은 3년 전에 이미 죽었습니다.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
“아닙니다. 단지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떤 걸 말입니까.”
추운 겨울바람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막아 희미했으나 분명히 들렸다.
“누군가 윤별 씨를 지켜보고 있음을요.”
촉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그는 내 아버지, 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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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h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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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는 기분이다. 쓸 데 없는 생각도 많이 든다. 뇌는 과부하에 걸린 건지 자꾸 머릴 쪼아온다.
디톡스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약의 독성이 빠져나간다면 더 이상 아프지 않지 않을까. 자꾸 생각이 늘어갔고 자주 감상에 젖었다. 가끔은 상상도 했다.
그 상상의 절반은 아마 그와 관련되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치료를 하러 오지 않았다. 잔디를 깎다 손가락이 잘릴 뻔한 그의 추종자는 내가 묻지 않았음에도 연신 입을 열었다. 그는 억울하게 독방에 갇혔다고 했다. 그가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교도관들에게 미움을 샀고 그 교도관 중 하나가 그의 꼬투리를 잡아 그를 독방에 가뒀다고 했다. 자신도 그곳에 갇혀봤기 때문에 견디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는 견딜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는 약을 먹지 않은 지 이제 주週에서 달로 넘어가고 있었다. 교도관에게 주치의로서 그의 안부를 물었는데, 다행히 그를 미워하지 않는 교도관이었는지 내게 상세히 말해주었다. 그는 지금 잘 먹고 잘 자고 있지만 햇볕을 잘 쬐지 못하는 곳인 데다 사람들을 발길이 적어(배식하러 가는 교도관을 제외하곤 사람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곳에 오래 머무를수록 사람이 반쯤 미쳐가게 될 것이라 말했다. 그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 말하며 내게 그를 포기하라 말했다. 그를 살릴 생각이걸랑 포기하라고. 그는 금방 그곳을 나오지 못할 거라고.
집에 돌아와 집무실에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였다면 어땠을까. 내가 과연 그라면 어떻게 했을까.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 하나를 주워 벽에 글을 쓰지 않았을까. 말하는 것, 듣는 것을 좋아하던 그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그 외의 방법을 찾지 않을까. 그의 새로운 대화 상대를 그는 찾지 않을까.
문득 그가 그를 모두 견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외로움도, 괴로움도, 아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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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의 초반부까지가 글과 어울립니다.
편집의 방법을 몰라 그냥 업로드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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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쟈니] 님, [요니]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