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은 원이 벌을 받는 사흘간, 제 3궁에 머물렀다. 원이 벌을 받는 것과 똑같이 방에 틀어박혀 최소한의 음식만 먹으며 활동했다. 원은 자신 때문에 그럴 필요없다고 했지만 운은 원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먼저 백기를 든것은 원이었다.
"근데 형님, 그거 어떻게 한거예요?"
"뭐?"
그들은 궁안에 갇혀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냈다. 그러다보니 대화할 기회가 많아 진것은 당연지사. 생각보다 그 둘은 맞는 점이 많았고, 예상외로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그때 연이형님이랑 싸울때 쓴거 있잖아요. 이제 까지 전혀 본적 없는 무술인데..."
특히, 원은 무술에 관심이 많았다. 단순히 궁안에서 배우는 호신술, 전통 무예 정도가 아니라 지잡패에서 사용되는 막싸움이나, 검술, 궁술. 대부분의 것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 그가 이제것 한번도 본적없는 기술을 운이 쓰고 있으니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할터.
"산꼴 산적들에게 배운거야. 체술이라 부르더라."
"그렇군요... 에? 산적?"
그런 그의 질문에 운은 시큰둥 하게 대답했지만,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원은 순간 놀라 되물었다. 운은 가볍게 어깨를 으슥이며 대답했다.
"그때, 내가 10살에 온 집이 불에 탔을때, 산속으로 도망쳤을때 만난거야. 사실 말이야 산적이지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어. 지금은 다 청산 하고 우리 본가에 와서 일하고 있지."
"예? 본가라면..."
연과 운이 10살때, 환이 5살쯤이고 원과 홍이 3살을 갓넘겨 아무것도 모를 무렵, 연이 운의 외가를 몰살 했다고, 말로만 전해지는 이야기. 운은 많은 시간이 지나 무뎌진듯, 담담하게 말했다.
"응. 내 모든 외가 가족들이 죽고 아무도 없는 그곳에. 나에겐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야. 내가 돌아가고 싶은 이유지."
"..."
운에게 가족은 황자들이 아니다. 자신이 이런 상처를 가지고 있어도 전과 다름없이 받아주는 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 겉보기에는 하인들로 보이지만, 운에게 그들은 아버지 이자, 어머니 이자, 동생이자, 가족이었다. 원은 운을 빤히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연이 형님은 형님을 싫어하는 걸까요? 아니면 한해에 태어나 신경이 쓰이는 걸까요?"
그리고, 조금 무서운 도발을 해보았다.
"전 아무것도 몰라요. 왜 연이 형님이 형님을 불렀는지, 운이형님과 연이형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이형님이 운이형님에게 무엇때문에 신경을 쓰는 건지, 아무것도 몰라요. 처음에는 그냥 같은 해에 태어나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두분을 보는 순간, 제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죠. 하지만 연이형님이 운이형님을 신경 쓰는 건 분명해요."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운의 목소리에 순간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원은 순간 숨이 살작 막혔다. 하지만, 그는 그 둘이 조금더 편해지길 원했다.
"저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건 하나는 알아요.연이형님은 그러고도 남을 분이라는 거, 하지만, 동시에 단순한 흥미나 가싯거리이기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그 녀석 편을 들어줄 거면, 난 가야겠다."
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상과 다르게 운은 제법 침착했다. 연에게만 화를 주체 못하는 것이지, 상처를 입은 동생을 때릴만큼은 문외한은 아니다. 운은 자신의 짐을 챙기면서 원에게 말했다.
"나도 하나는 확실해. 난 그녀석은 좋게 이어 질 수 없는 운명이라는 거. 한해에 태어났든, 혈육이든. 그냥 우리는 좋은 관계일 수 없는 거야."
"풉. 우리 형제 중에 안그런 운명도 있던 가요?"
운의 말에, 원은 진심으로 비웃은 거 같았다. 그에 운의 인상이 살작 찡그려졌다.
"사실 그렇잖아요. 왕권이라는 게, 손에 잡자 마자 왕위에 관심을 가지는 모든 형제들을 죽여야 하는 자리라는 거. 사실 이렇게 15살이 넘은 우리가 이렇게 멀쩡히 황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말이 안되는데, 이렇게 친하게 살아갈 수 있는 건 더더욱 기적이겠죠. 연이 형님은, 지금 우리 모두를 살려두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연이형님은 저희를 위해 목숨을 내놓았어요. 별이 누님에게 저희를 살리는 조건으로 절대 충성을 맹세했죠. 정말 말도 안되는 형님이예요. "
연은 막강한 외가를 가지고 있지 않다. 뒷배경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연은 항상 당당했다. 겁이 없었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는 현제 다른 황제들의 외가와 모두 손을 잡고 있는 상태이다. 스스로, 강자에 올라 모두를 지키고 있다. 그런 그가, 그런 일을 버릴 거라 생각할 수 없었다.
"형님이 왜 우리를 가만히 두는 주 알아요? 자신있으니까요. 우리와 싸워서 왕권을 뺏기지 않을 자신이요. 최고의 위험 요소인 우리에게도 어떠한 짓도 하지 않는 사람이예요. 그런 사람이, 단순한 복수로 그런 짓을 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
"조금만 더 생각해줘요. 연이형님에 대해."
운은 검을 허리춤에 차고 말했다.
"모르지. 그의 유일한 구멍이 나와의 과거 일지. 나와 너희들은 다른 존재니까."
"..."
17년간 닫혀 있던 문이 그렇게 쉽게 열릴리 없었다.
***
연이 원에게 벌을 내리고 그거 떠나갔을때, 원과 운이 모두 그 자리에서 사라졌을때, 그제야 홍은 환에게 걸어왔다. 그는 환을 풀어주며 한탄하듯 말했다.
"잘한다."
"..."
"적어도 같이 갔으면 말렸어야지. 먼저 달려 들면 어떻해?"
사실 그자리에서 운을 향한 수근거림에 먼저 화를 낸것은 환이었다. 환이 운을 향해 수근 거리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그에 화가난 백성들이 환에게 다가와 시비를 걸었고, 그것을 원이 중재 하다가 이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이것을 연이 모를리 없다. 아마, 연은 그 모든 것을 알고 환이 뛰어들지 못하게 묶어두고 원에게 벌을 준거겠지. 홍은 작게 중얼거렸다.
"아마, 연이형님이 형에게 준 벌은 죄책감이겠지."
"..."
"뭐해? 안일어나?"
환은 고개를 숙인체 일어나지 않았다. 그에 홍은 작게 인상을 쓰고 단호하게 말했다.
"설마 나 한테 부축해 달라 하는 건 아니지?"
"..."
홍의 말에 환은 힘없이 일어났다. 환이 일어나는 것을 본 홍은 먼저 몸을 돌려 제 2궁으로 향했다.
"4 궁에 말해 놨어. 밤이 늦었고, 무투장에서 거기까지 걸어가기 힘들듯 하니 2궁에서 자고 간다고."
"...부축"
"됐어."
환이 부축해줄까? 하고 말할려 했지만 홍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환과 홍은 동복,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났다. 하지만 환은 원이나 혁보다 홍을 대하는 것이 더 어려울 때가 많았다. 같이 있으면 그렇게 문제가 없지만, 이렇게 단 둘이 있을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고욕이었다. 불과 4~5년 전까지 만 해도 나름 친했던 그들의 관계가 이렇게 된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했다. 환이 연에게 혼이나 개과 천선한 것을 홍이 적응을 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홍과 환이 멀어진 것은.
"그래도..."
"나 혼자 걸을 수 있다고! 내가 이거 하나 못하는 병신으로 보여?!"
선왕이 별과 연의 목숨을 노리는 과정에서, 인질로 휘말렸던 홍이 다리를 다치면서 부터 였다. 홍은 나라에 최고 의원을 들였음에도, 홍은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환은 홍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 평소와 똑같이 대하면 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자꾸 무의식적으로 챙겨줄려 했고 그것이 홍은 화가났다.
"구해주지도 못한 주제에..."
그날, 아버지가 자식들을 죽이려 했다는 황실의 비극이 일어났던 그날은 모두에게 씻겨지지 않을 상처를 주었다. 대부분의 것들은 안을 깊숙히 파고들었지만, 홍에게는 눈에 보이는 주홍글씨를 남겼다. 홍은 이제 자신의 왼쪽 다리가 아플때마다,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자신을 인질로 잡은 아버지. 그와 대치하고 있는 형제들, 자신의 무릎에 칼을 집어 넣고,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자신을 질질끌고 다니는 아버지의 측근들.
"...미안."
환에게도, 그날은 씻을 수 없는 죄의 날이다. 홍이 인질로 잡혔을때, 왕의 측근들은 황자들에게 제안을 했다. 우리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게 황자들 중 한명의 팔을 스스로 자르라고. 그러면 홍을 돌려 주겠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였지만 그들은 황자들을 설득했다. 황자의 팔이 잘린것은 엄청난 일이니 다들 황자에게 몰려 올것이고 우리는 그 틈사이에 도망가면 된다고, 영 안되면 홍의 팔이라고 잘라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말도 안되는 협박. 모두 움직일 수 없었던 그때, 팔을 걷어 붙인 것은 연이었다.
'내 팔만 자르면 풀어주는 거냐?'
'형님!'
그때 그 틈을 노려 몰래 숨어든 별이 홍의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활을 쏴 즉사 시키지 않았다면, 연은 틀림없이 그 자리에서 자신의 팔을 내줬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름돋는 상황을, 황자 모두는 목격했다. 환 역시 두눈으로 보았다.
"미안해 하지마. 그럼 내가 더 개새끼가 된거 같잖아."
홍은 환이 어쩔 수 없던 상황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홍은 고통 속에서 피어오르는 이기심을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연만큼 대단한 감정조절을 할 수 없었다. 왜 자신을 구해주지 못했는지, 선듯 아무도 나서지 않았는지, 본인은 죽어가는데 그 앞에서 왜 다들 겁에 질려만 있었는지 이기적은 원망이 자꾸 피어오른다. 그러다 문득 그런 자신의 투정에 미안해 하는 환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추악한 가를 깨닫고, 좌절해 버린다. 그렇게 그들의 사이는 멀어진 것이다.
"힘들어. 차라리 그때 죽어 버릴껄..."
홍은 가끔 연이, 모든 이들이 가슴 아플 말을 잘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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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의 사정도 조금씩 들어납니다.
그런데 비회원분들은 제가 다음편이 나온줄 어떻게 알고 들어올까요?
암호명? 언제든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