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본 그는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
“어, 별빛 씨다…….”
그의 눈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그를 본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별빛 씨는 저 안 보고 싶었어요? 저는 별빛 씨 보고 싶었는데…….”
“혈압 체크 중입니다. 말씀하지 마세,”
그는 갑자기 내 팔을 붙잡아 날 끌어당겼다.
“2721!”
그를 지켜보던 교도관이 급하게 다가와 그의 죄수번호를 외치며 그를 밀쳤다. 나는 손을 들어 교도관을 제지했다.
“환자입니다.”
내 말에 교도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뒤로 물러섰다.
“여기,”
“…….”
“도움이 될 겁니다.”
혈압 체크를 완료하고 그의 팔에 링거를 꽂은 나는 그에게 다시 약통을 건넸다.
그가 갑자기 날 끌어당겼을 때, 그는 내게 속삭였었다.
‘도와주세요,’ 라고.
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i일차
학연에게 약통을 건넨 지 딱 3일 되던 날, 나는 다시 그를 찾아갔다. 그는 내게 꽤 두꺼운 서류봉투를 건넸다. 그게 검사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시답잖은 근황을 얘기하고 요즘 유행하는 말들을 했다. 그러다 갑자기 붓펜을 꺼내들었다. 그는 여전히 입을 멈추지 않으며 붓펜으로 포스트잇에 ‘도청’이라고 적었다. 아아, 그는 도청당하고 있었다. 그 또한 감시당하고 있었다. 전에 내게 누군가 찾아오던 것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영어 단어를 적어 내게 건넸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농담에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자 그는 다시 포스트잇에 적었다.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알 수 없는 영어 단어를 적은 뒤, 설명을 또 다시 적었다. ‘소량을 섭취해도 매일 먹게 되면’, ‘누구든 100일 안엔 죽을 거야.’ 그는 결국 제 조카인 ‘그분’의 손에 죽는 운명이던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학연의 앞에 내 약통을 꺼내 보여줬다. 이것도 부탁한다는 내 말에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내 약통을 집어 들고 3일 뒤에 찾아오라는 말을 했다.
소량을 섭취해도 매일 먹는다면 누구든 100일 안에 죽는다는, 그 약을 그에게 건넸다. 도와달라는 그에게 나는 그 약을 건넸다. 몇 주 만에 다시 보게 된 그에게 나는 죽음으로 이끄는 것을 도왔다. 그의 절망적인 표정은 내 처방을 무너뜨리지 못했지만 내 안의 무언가를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아, 지금 이것은 무엇인가. 눈물이 아닌가. 어릴 적 머리를 다친 이후로 단 한 번도 울어본 적이 없는 내게서 흐르는 것이 정녕 눈물인가. 그게 아니라면 일지에 떨어지는 이 물방울들은 다 무엇이지.
대체 무엇이기에 나는 이렇게 감상적이게 되었는가.
두통은 사라졌으나 흉부 정 가운데를 콕콕 찌르는 통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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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쟈니] 님, [요니] 님, [이월]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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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수정했습니다. 이 사진이 더 글과 잘 맞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