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코]캠퍼스
W.지호야약먹자
"그래서, 그거 말해주려고 오늘 불렀어.
너 잊으려고 연락도 끊고 공부만 죽어라 해는데도 자려고 눕기만 하면 네 얼굴이 머릿 속에서 안 떠나더라.
웃긴건 네 얼굴이 생각나면 공부가 안돼는게 아니라 더 잘돼. 너랑 같은 학교가서 진짜 네 얼굴보려는 생각에 잠도 다 깼었어. 웃기지?
그렇게 수능을보고 너한테 바로 전화하고 싶은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어. 그 때 전화해서 보면 흥분을 주체 못 해서 몹쓸 짓이라도 할 것 같았거든.
그렇게 참고 참아서 더 이상은 솟아날 마음도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담담하게 너한테 말하고 네 결정에 따르려고 했어.
더 이상 이렇게 지내는 건 날 친구로 보는 너한테도, 그리고 그 마음을 숨겨야하는 나한테도 곤혹이니까 그래, 그래서 그럴려고 했는데...
담담하게는 무슨, 떨려 죽겠다."
불안함이 가득한 눈으로 어색하게 날 보는 박경의 손을 잡았다.
지호야...나지막하게 불리는 내 이름에 눈을 마주하며 웃어줬다.
"와, 박경 우리 진짜 병신같다. 우리 진짜, 서로 마음도 모르고 멀리 떨어져서 삽질만 한 거잖아. 내가 진짜 이런 거 말하면, 우리 친구도 뭣도 안되고
돌아서서 남남으로 지낼 것 같아서 얼마나 안드킬려고 마음 졸였는데, 고등학생 때도 그런 소문으로 우리 어색해질까봐 겁나서 먼저 멀어진건데.
이런거였으면...."
나처럼 서로 좋아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 했었는지, 박경의 눈이 더 커졌다.
아까부터 계속 떨어오던 박경의 발의 떨림도 멈췄다.
"그,그러니까 우지호...너 지금,"
"그러니까 병신아. 나도 니 좋아한다고"
허, 그러니까! 와....놀래서 감탄사만 연발하는 와중에도 확인하고 싶은지
연신 맞닿아진 내 손을 주물럭거린다.
그 동안은 생각해 본적도 없는 상황인데, 손을 잡더라도 매일 잡자마자 놔버렸는데.
그런 뻘짓을 서로 마음 아파하면서 2년, 아니 몇년을 이러고 살았냐.
허탈하면서도 박경과 아무런 어색함 없이 손을 잡고 있는게 좋아서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진짜...우지호 생각도 못했어"
그러니까.
"진짜 좋다. 처음이야 이렇게 손 잡고 있는 거."
나도 좋아
혼잣말 처럼 중얼거리는 박경의 말에 하나하나 다 대답해줬다.
아직도 못 믿겠다는 듯 손목도 만져보고 이젠 일어서서 옆자리에 앉는다.
"그렇게 못 믿겠어?"
"어. 신기해. 그럼 이제 우지호, 더 이상 친구아닌 거지?"
그래. 친구 아니야.
별 생각없이 옆자리의 박경을 흘낏 봤는데
너무 가까이 있어서 놀랐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 같다.
온도가 너무 높나, 얼굴도 달아오르는 것 같다.
잡혀있는 손과는 반대쪽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지호야, 너 손 진짜 이쁘다"
"어,어? 손?"
징그럽게 남자한테 무슨 이뻐야 이뻐는...태클을 걸어야하는데 손을 꽉 잡고 이젠 얼굴을 보는 박경의 얼굴이 진지해서 입만 벙긋댔다.
어, 우지호 손 진짜 이뻐. 이제 보니까 얼굴도 이쁘네.
뭐, 뭐야 박경....점점 다가오는 박경 얼굴에 살짝 얼굴을 뒤로 뺐다.
이젠 안피해도 되잖아. 하면 이제는 뒷복을 잡는다. 어, 너무 가까운데...
"어...아! 경,경아. 우리 밥..밥 아직 안 먹었잖아..하하. 이거 먹고 다른 건 천천히...응?"
더 이상은 안되겠다 싶어서 겨우 얼굴을 뺐다.
키는 쪼꼬만 게 마오리족이랑 놀아서 그런지 힘이 장난아니네.
엉덩이를 뒤로 빼며 본 박경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쨍-하고 유리잔이 부딫히는 소리가 났다. 어느새 우리가 있는 방의 문이 열려서 종업원 아주머니가 우릴 보고있었다.
사라지지 않을 것 같던 웃음이 얼굴에서 사라졌다.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마주친 눈에서는 경멸의 눈초리가 보였다.
고등학생때의 생각이 다시 났다. 손이 점점 떨리는 것 같다.
박경도 당황했는지 아주머니를 보다가 다시 날 본다. 입을 꾹 다물더니 손을 잡아보인다.
그걸 본 아주머니의 표정은 더 안좋아졌다. 잔뜩 구겨진 얼굴로 입가심 용 한과가 담긴 접시를 탁. 하고 내려놓고는 그대로 방을 나간다.
아직도 손이 떨렸다. 이제 이 음식점을 어떻게 오지. 소문이 나는 건 아닐까.
경이한테 피해가 가면 어쩌지. 불안했다.
잡힌 손으로 덜덜 떨리는 내 손을 눈치챘는지 더 꽉 쥔다.
괜찮아. 다 괜찮아 지호야. 아무 걱정하지마.
날 토닥이는 듯한 목소리에 안심이 되었지만 다시 한 번 현실을 절감했다.
우린, 아직 축복받는 사랑은 되지 못하는 구나.
"됐어. 이제 다은된 분위기 그만 유지하고 이거나 계속 먹자. 한과도 맛있겠고 반찬도 마저 다 먹고. 이거 먹어봐 아-"
머리를 툭툭 쓸어주면서 계란말이를 입에 가져다 대어준다.
자기도 상처받은 게 많았을텐더 박경은 항상 나만 챙긴다. 못이기는 척 웃으며 입을 벌리니 쏙 들어오는 게 맛있다.
하나 더 짚으려는 손을 쳤다. 너나 먹어. 내가 먹을게. 보니까 계속 나만 쳐다보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한과도 맛있네"
그러게
"밥도 맛있던데"
응응
"다시 올 수 있을까?"
우물우물 잘도 먹는 박경이 고개를 들었다.
"뭘 그렇게 또 먼저 걱정해 바보야.
또 혼자서 삽질하는 거지. 삽질은 우리 둘이 몇년동안 한 걸로 충분해 우지호. 이제 더 걱정하지말고
그냥 다른 사람 눈치보지 말고, 우리 둘이 좋은 것만 생각해"
안 어울리게멋있는 척은...입을 삐쭉였지만 멋있는 건 멋있는 건지 또 심장이 쿵쾅댄다.
괜히 들키지 않으려 헛기침을 하면서 옷을 챙겼다.
"다 먹었으니까 나가자 일어나"
눈치챌 리가 없는데도 계속 실실대는 박경이 괜히 얄미워 일어난 박경의 배를 퍽 쳤다
으억-야! 진짜 아픈지 내 등을 아프지않게 두어번 친다. 나가면 보일 아주머니 생각에 들었던 긴장감이 풀렸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아무말 없이 등을 토닥여준다.
좋아하는 사람 이전에 박경은 진짜 좋은 놈이기도 하다.
카운터로 가는데에 그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계산을 하고 나갈때에도, 일부러 피하는 걸 수도 있겠지만 다행이였다.
음식점을 나오자마자 다시 손을 잡아온다. 내가 빼내려 꾸물거리자 다시 꽉 잡아온다
"뭐하러갈까? 영화보러 갈까? 아니면 집에가서 디브이디 볼래?"
"야아..."
"씁. 그냥 와. 다 처음보고 모르는 사람들일 텐데 무슨 상관이야. 이렇게 안하면 어디서 사귄다고 티낼래?
사람 많을때 한번 스릴있게 잡아보는 건데."
박경 고집은 나도 못꺾는다. 딥디나 빌려봐 집에 가자.
더 이상 돌아디니기엔 좀 춥다.
"집? 가서 뭐할까? 양치질하고 아까 하던 거?"
뭐래. 하고 손을 확 놓고는 먼저 바르게 걸어갔다.
고등학생 때와는 달리 어디가! 그렇게 빨리가고 싶어? 응? 하며 뒤를 쫒아온다.
곧 이어 나를 따라잡고 손을 잡는 박경이 좋았다.
앞으로는 박경 말대로 우리 둘이 좋은 것만 생각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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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집에가서 어떻게 됐냐구?
글쎄. 내가 알려줄 거라곤 지금 내 허리가 좀 아프다는 것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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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늦었.......어제 올릴라고 했는데 어제는 늑대소년보고 엉엉 울어서 쓸 기력이......거기다가 헌혈도.... 핑계겠죠....사실 소재가 없었어요...그냥 상에서 끝내는 건데.....ㅁ7ㅁ8 오늘 건 좀 짧고 분위기도 좀 바뀜...ㅠㅠㅠ죄송해요 기다리셨던 분들 있...으시죠? 아무튼 암호닉 해주신 울님 멜로디님 크롬님 사랑해요♡ 크롬님은 수능보셨을텐데 수고하셨어요!!>♡< 신알신해주시고 제 글 읽어주신 분들 사랑해요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