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부장님 나의 타격
w.1억
혹시라도 부장님이 먼저 엘레베이터를 타고 가버릴까봐 호다닥 뛰어 닫힌 문을 열고선 나왔다.
으으 금방 올 텐데 문이라도 잡고 기다려주시지.. 완전 차갑다니까.. 지하 2층까지 내려가있는 엘레베이터에 나는 괜히 부장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부장님."
"……."
당연히 대답을 안 할 거라는 건 알고있었다. 그러니까 상처같은 건 받지도않고..
말하는 건 난데 허공을 보고있는 부장님에 혼자 머쓱한 듯 입을 열었다.
"응급실 같이 가주신 거.. 너무 감사해서 그런데 제가 저녁이라도 사드릴까요?"
너무 위아래 없는 느낌이었나?아닌가...? 여전히 내가 말하던 말던 관심 없는 듯 허공을 보던 부장님에 더 말을 해도 될까 싶어서 또 입을 연다.
"음.. 아니면 커피...좋아하세요?"
"……."
"뭐라도 보답해드리고 싶은데..."
문이 열리고 먼저 내려서 성큼 성큼 걸어가는 부장님을 열심히 쫓았다.
쫓았다..?라고 하기엔... 가는데 인사도 해야되니까.
근데 생각해보니까 부장님.. 수염이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거야? 없는 것도 존잘인데 있는 것도 진짜 존잘이네.
"근데 부장님 수염 진짜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여태동안 살면서 이렇게 잘 어울리시는 분 처음 봐요."
"……."
"그리고 진짜 잘생기신 것 같아요."
이 말에 갑자기 부장님이 딱 멈춰섰다. 그러더니 날 한참 바라보더니 콧방귀를 뀌는데...
아무래도 내가 좀 무리한 건가?
"……."
"…왜..왜 그러세요..?^-^;;................?"
"말이 쓸데없이 드럽게 많잖아. 본인은 그걸 못 느껴?"
"…네?"
"그리고."
"……."
"왜 자꾸 그렇게 헤실거려? 웃겨? 재밌나보지?"
"……."
"물어보면 대답을 해."
"…제가 웃상..이라서요.. 기분 나쁘셨다면.."
"나빠."
"……."
"웃지 마. 다음에 또 봤는데 쓸데없이 헤실거리고 있으면 바로 자를 거야."
너무 짜증을 내시고 싫어하는 것 같아서 벙쪄서 듣다가.. 나를 지나쳐서 그냥 가버리는 부장님에 괜히 어이가 없었다.
아니 왜???
"부장님 저 싫어하세요? 말 많은 건 싫으실 수 있는데 웃는 것도 싫으시면 그냥 제가 싫으신 것 같은데."
"그래. 싫어."
"네에!?!? 왜..왜요...!?!?!"
"그쪽은 그쪽이 좋은가봐?"
"네?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나도 같은 이유로 싫어."
"네에..???? 어떤 이유인지도 모르시잖아요.........."
"그만 따라와. 진짜 죽는다."
"네에........??????"
2연타로 나를 보내버렸다... 아니... 왜.. 왜 내가 왜.. 부장님한테 저런 소리를 들어야하는 거..야...?
"저도..그쪽으로 가야되는데.."
따라가는 거 아닌데....어이없어..진짜..
주눅들어서 다 말라 비틀어진 화초마냥 풀이 죽어있다가도 괜히 치- 하고 콧방귀를 뀐다.
내가 보기엔 저렇게 말하고
"안 짜를 것 같아. 츤데레야 츤데레."
"너 오기 전에 인턴은 이틀만에 얄짤없이 바로 짤렸어."
"네에!??!?!?!?!?!?!?!?!??!?!!"
안 짜를 것 같아 취소......
어떻게하면 이틀만에 잘릴 수가 있지????
"그래도 여태까지 왔던 인턴 중에서는 네가 제일 낫다. 얼굴은 별로이긴 한데.. 일머리는 좋으니까."
"언제는 예쁘다면서요?"
"내가 언제."
"어제도 그랬는데."
"어~ 저 예쁘다고 그랬어요~? ^ 3 ^?"〈- 나
"송강 얘 허언증이야. 믿으면 안 돼."〈- 최대리님
내가 후훗- 하고 좋아하니 최대리님은 '저거 저거 어깨 올라갔잖아!'하고 분해하는데.. 그러다 김과장님과 눈이 마주쳤고, 김과장님이 바로 눈을 피했다.
김과장님은.. 며칠째 같이 밥을 먹는데도 사적인 대화를 나눌 수가 없는 것 같아.. 뭔가 아직 어렵다고할까나... 물론! 제일 고마우신 분이기는 한데...
뭔가...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이기도하고.... 무서워서 그런가? 아니야! 이제는 좀 안 무섭기는 한데.. 아니야 무서운 건가...
오늘 하루종일 부장실 안에만 보는데 마주칠 일이 없었다. 점심시간 때 잠깐 나와서 다같이 인사하는 정도..
마주치지않으면 더 좋은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아쉽단 말이야. 뭐 못 보면 어쩔 수 없지..이상하게 자꾸 아쉽네... 아니야! 안 보면 좋지! 혼날 일도 없고..
"이것도 좀 부탁할게. 내일 아침까지야."
"이것도요~"
이렇게 일을 많이 줘서 내가 관둘 거라고 생각하는가!
절대!!!!!!!!!!
"관둘까.."
솔직히 관둘까 생각도 들었다. 바쁜 건 알겠어..그래.. 어려운 건 아니니까 내가 한다고 쳐.
근데...있지.. 일이 너무 많아서 실수를 좀 해버렸달까... 그리고 또.. 내가 해야할 일도 있고.. 머리도 안 돌아가고 그래서 야근을 하는데.
"관두긴 뭘 관둬? 상사들이 이렇게 같이 야근도 같이 해주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같이 야근'도'가.. 아니라.. 대리님도 할 거 있으셔서 야근하시는 거잖아요..."
"감사합니다라고 해!! 감사합니다 하라고!"
과장님도 계시기는한데.. 왜 이렇게 힘이 안 나는 거야.. '감사합니다ㅡㅡ'하고 한숨을 작게 내쉬면 최대리님은 장난하냐며 얼굴을 들이밀었고, 나는 질색팔색하며 몸을 뒤로 뺀다.
"우리 휴게실에서 커피 마시면서 좀 하죠?"
최대리님의 말에 김과장님은 별 대답없이 바로 짐을 챙겨 휴게실로 향했고, 나도 따라 휴게실로 가려고하니..
"넌 왜 와?"
"에?"
"넌 여기서 해. 어디서 인턴이 휴게실에서 일하려고 해?"
"…아,넵."
푸헼헼 하고 가버리는 최대리님이 아쒸..하고 다시 따라가면 김과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어색하게 하하- 웃으면 과장님은 나한테 관심이 없다는 듯 고갤 다시 돌렸다.
휴게실에서 하면 일에 집중이 되겠냐구요... 금세 졸려서 뺨을 착착- 치던 최대리님이 세수 좀 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웠고, 나는 괜히 나오는 하품에 하다가 과장님과 눈이 마주쳐 바로 입을 닫았다.
"많이 남았어?"
"어.. 조금 남았어요! 과장님은요..?"
"나도 조금 남았어."
"…그러시구나 ㅎㅎㅎ.."
"……."
"크흠... 과장님은 안 졸리세요?"
"괜찮은데."
"…아하.."
"졸려?"
"아니요!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해놓고 몇초만에 하품을 하다가 눈이 마주쳤다. 헉- 하며 하품을 하다말고 입을 틀어막으면 김과장님이 웃었다.
"편하게 해. 지금 하품 한다고 뭐라하는 사람 없어."
"핳..그래도 너무 대놓고하면 그러니까...."
"……."
"조..금만 해볼까요...?"
"그래 그럼."
또 웃었다. 괜히 헤헤- 하고 머쓱한 듯 웃으면 눈이 마주쳤고 김과장님이 이번엔 콧방귀를 뀌듯 웃었다.
"야 인턴 인턴 인턴!!!!!!!!!!!!!!!! 가서 커피 좀 사와! 졸려서 안 되겠어!?"
"네에? 여기 커피 있잖아요.."
"이건 믹스커피잖아!!!!!!!!!!!!!!!!!!!!!!!!!!!!!!!!!!!!!!!!!!!!!"
"…알겠어요."
왜 저렇게 소리를 질러?? 이상한 사람이야 진짜... 사람이 졸리니까 난폭해지는 건가...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회사에서 나와 회사 맞은편에 있는 카페에 가서 커피 세잔을 사들고선 들어가려고 했을까...
"어.. 부장.."
부장님이 회사 앞에서 차에 타기 전에 담배를 피우는 듯 했고, 반가워서 방긋 웃었다가도 웃지 말라는 게 떠올라서 어색하게 하하- 웃었다.
그리고 저 멀찍이에는.. 진짜 개꼴보기싫은 사람이 보였다.
"이재야!!!"
전남친이다.................
구질구질한 전남친을 어떻게 여기서 보는지 모르겠네. 하필 또 옆에 부장님도 있으시고..
"너 여기서 뭐해?"
"…회사가 여기라서."
"아, 정말!?... 이렇게 보네.. 나는 네가 내 연락 다 씹어서 평생 못 볼 줄 알았어."
"아, 으응.."
귀찮아 어우.. 진짜.. 다른 여자랑 연락하다가 들켰고, 나는 봐주고 그런 거 없이 바로 헤어지자고 했다.
근데 이 새끼는...
"우리 잠깐만 얘기할까? 바빠..?"
"바빠."
"잠깐이면 되는데.. 5분..! 아니? 2분..."
"나 일하다가 나온 거야. 들어가야해."
"잠깐이면 돼."
내 손목을 잡는 전남친에 나는 인상을 썼다.
"시간 있어도 너랑 얘기 안 해.. 그냥 좀 가. 회사 앞이야."
"이렇게 그냥 보내면 평생 얘기 못할 것 같아서 그래."
"얘기 안 하고싶다니까. 가라. 창피하니까.."
손목을 뿌리치니 그대로 또 잡는 전남친에 또 뿌리치면 너무 세게 잡고있어서 그러지도 못한다. 또 한 번 뿌리치려다가 전남친의 힘이 너무 세서 커피를 다 쏟아버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아팠다. 너무 아파서 '아파'하고 인상을 쓰면 화난 듯한 눈으로 날 똑바로 바라보며 놓지도 않는데..
"소리지른다?"
"……."
"경찰 부를 거야."
이 말에 전남친은 곧 나를 힘껏 밀쳤고, 나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럴 거 까지냐? 연락 꼭 받아. 할 말 있으니까'하며 화난 듯 콧방귀를 뀌며 사라졌고, 나는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커피에 인상을 쓰고있다가도 옆에서 심하게 나는 담배 냄새에 일어나서 부장님을 올려다보았다.
부장님은 방금 상황이 어떤 상황이었는지 다 알면서도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나를 내려다보았다.
"부장님."
"……."
"부장님. 진짜 너무하시네요."
"……."
"눈앞에서 제가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도와주지않으세요?"
"내가 왜 도와줘? 알아서 잘 처리했던데. 그럼 된 거 아니야?"
"허... 이거.. 이거 안 보이세요? 손목 빨개졌어요. 엄청 아프다구요..!"
"신고하면 되겠네."
"…????????"
"굳이 나랑 관계 없는 사람들이랑 엮이는 걸 안 좋아해서. 쓰레기나 치워."
"……."
"사람들 지나다니잖아."
왜 나는 여기 포인트에서 기분이 상한 걸까. 인상이 써졌다.
"부장님 애인 없으시죠. 주변에 친구도 없으시죠??"
"……."
"부장님 그래도 나이 먹을 만큼 먹으신 것 같은데, 남자.. 아니, 어른이면 이런 상황에 나서주셔도 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직장 상사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거잖아요. 생판 모르는 사람도 도와주는 세상에..
제가 그렇게 부장님한테 미움 받을 짓을 했어요?
"……."
"그러니까 혼자이신 거죠. 어느 여자가 부장님 좋다고 옆에 붙어있겠어요. 무서워서 다 도망가겠네요. 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이러시지 않으시겠죠? 제가 싫다고 하셨으니까. 근데 부장님이랑 만나는 사람이 남들한테 부장님이 이러는 걸 보고도 좋아할까요? 제가 부장님 주변 사람이고, 부장님이랑 만나는 사람이라면 옆에서 죽어날 것 같은데요. 숨 막혀서 살겠어요?"
"……."
"그냥 저 자르세요. 부장님이 원하는대로 내일부터 일 안 나오겠습니다. 이유 없이 계속 미움 받으면서 회사 다니기 싫어요."
"부장님 사별하셨거든."
"네????????????????"
"얼마전에 사별하셔서 신경이 좀 날카로워진 것 같기도하고... 아니 원래 무서웠는데 다시 돌아오니까 더 무서워졌어... 그래서 더 건드리면 안 될 것 같다니까.. 완전 사려야지.."
"……."
"근데 결혼할 분 엄청 예쁘셨었는데.. 에휴.. 다시 생각해도 안타깝네... 그래서.. 인턴은 내일부터 출근 안 하는 거야?????"
"…그..렇..게..되는..것..같은데..요..."
"부장님도 너무하셨다. 눈앞에서 전남친이 난리 치는데 보고만 계시고... 고생했다 인턴...이 아니라 이재야.. 우리 이제 끝이야?"
"……."
"가끔 연락 정도는 하자.. 우리 오타쿠의 마음.. 통했잖아.. 그치..? 그치?????????????"
"…하아."
"그래 너의 그 착잡한 마음을 내가 이해해줄게.. 그래서 어디서 내려주면 되는데..."
"……"
"어디서 내려주냐구요!!!!!!!손님!!!!!!!!!!!!!!!!!"
"이안 빌라..요..."
아까 부장님에게 힘껏 소리쳤던 내 목소리가 계속 내 머릿속을 울렸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한 거야.............
"신경 꺼. 어차피 다신 볼 사람도 아님."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이재입니다. 출근 안 하는 게 이렇게 좋을 일인가..싶다가도 어제 했던 얘기들이 떠올라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 잘못이야? 나도 참다가 터진 거야! 일이야 그냥 구하면 되고!!!!!!!!!!!
- 띠롤ㅇㄹㅇ릴띵띵띵잉띵
전화 소리에 팔짱을 낀 채로 tv를 보다가 모르는 번호에 전화를 안 받았다. 모르는 번호 안 받아~ 하며 tv를 보는데..
엄마가 내 등을 때리며 음식물 쓰레기 좀 버리라는데..
"밖에 추운데."
"버려."
"웅."
집에 있을 거라는 얘기는 곧 죽어도 못한다. 도수 높은 안경을 끼고선 머리는 산발에 대충 묶고선 슬리퍼 질질 끌고 빌라에서 나왔을까...
익숙한 냄새가 났다. 아.. 이거 담배 냄새잖아.. 누가 앞에서 담배를 피워?하며 인상을 쓰며 고갤 들면..
"……."
"……!?"
갑자기 등장한 부장님에 화들짝 놀라서 음식물 쓰레기를 든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가 곧 기침을 하며 손을 내렸다.
"부장님..? 왜 여기..."
"왜 출근 안 해."
"…네? 분명히 출근 안 한다고.."
"내가 그러라고 한 적 없을 텐데."
엪소
우식은 으으으으- 밖에 드럽게 춥네~하며 마우스를 딸깍였고, 곧 뒤에서 차가운 온기가 느껴지자 소름돋는다는 듯 뒤를 돌아봤을까..
"부..장님..? 엇..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인턴은."
"…네?"
"……."
"아, 어제.. 관둔다고..."
"인턴 어디 사는지 알아?"
"어.. 넵! 압니다!"
"말해."
"어.. 이안..빌라.."
우식의 말을 듣고선 쌩- 하고 나가버리는 부장에 우식은 뒤돌아 사람들을 확인한다.
아니 하필이면 왜 송주임이랑 김과장님은 없는 거야!!!!!!!!!!!!! 이 무서움을 달래줄 사람이 왜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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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옹
간만에 부장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