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w.1억
(사실 저는 글에 넣는 bgm을 들으면서 그 글을 써요.노래 없으면 글을 못 쓰는 사람입니다 :(
그러니까! 노래 같이 들어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규~)
나는 오늘 자살을 했다.
"꺄아악- 여기 사람이 떨어졌어요!!"
"여보세요? 여기 여진한의원 건물에서 어떤 남자가 떨어졌거든요? 얼른 와주세요."
"어떡해..! 죽었나봐!!"
"아니야..! 숨을 쉬고있어..!"
"젊은 친구가.. 어쩌다.. 어떡해.."
1년 전.. 나는 신제연, 너를 잃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위로를 뒤로 한 채, 너에게 가까워지려 다짐한지 이틀만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뛰어내리면 도중에 심장이 멎는다고 들었는데 그건 순 거짓말이었다.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가쁜 숨을 잦게 쉬고있었고, 주변에 나를 경악하며 바라보는 시선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아프고 아팠다. 너를 잃었을 때처럼 나는 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중 태연하게 나와 눈이 마주친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는 날 향해 작게 목소리를 내었다.
"…너는 죽어서도 죽는 게 아니겠구나."
너와 행복했던 때로 돌아가고싶다. 너와 아무렇지도 않게 소소한 대화를 나눴을 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네가 죽었던 그 날.. 그 날 아침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천히 무거웠던 두눈이 감겼다.
"……!!"
헉- 하고 놀라 상체를 일으켜 앉자마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나는 분명히 옥상에서 뛰어내렸는데. 손바닥을 눈앞에 펼쳐보았다. 몸도 멀쩡해.. 여기는 내 방인데.. 저승일리는 없고.
내가.. 꿈이라도 꾼 걸까? 허무함과 아쉬움에 한숨을 내뱉었다. 제연이를 따라 죽겠다고 옥상 난간에 올라섰을 때. 죽을 각오는 늘 했지만, 그 순간 만큼은 죽음이 두려웠었으니까.
죽음이 무섭지않은 사람은 없다. 죽고싶다는 말을 달고 살던 나는 난간에 올라섰을 때. 인생에서 겪어보지 못한 큰 두려움을 느꼈었다. 그 두려움 보다 제연이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나 커서 뛰어내리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게.. 꿈이라고? 말도 안 돼. 안 되는데.. 살아있으면 안 되는데.."
하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너무 생생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고 느껴질 만큼.. 그 상황이 너무 생생했다. 침대에 앉아서 한참을 숨을 고르다가
제연이가 죽고나서 한 번도 키지 않았던 핸드폰을 자연스레 주머니에 챙겨 넣고서,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가 깜빡한 듯 발걸음을 돌려 책상 위에 있는 지갑도 챙겨 집에서 나왔다.
집 앞에 있는 오래된 슈퍼에 들어섰다. '어서오세요~'하고 추운 듯 난로에 손을 대고있는 아주머니에게 작게 고개를 꾸벅이고선 가게를 돌았다.
그러다 찾고있던 게 없자, 아주머니에게 다가가면 아주머니가 뭐 필요한 게 있냐는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번개탄 있어요?"
"번개탄? 있기는 있는데.. 아, 참.. 우리 가게는 젊은 친구들한테 번개탄 안 팔아.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하도 번개탄으로 자살을 해가지고.."
"…아."
"번개탄은 왜?"
"…아니에요."
"아.. 맞다! 학생~ 어제 밤에.."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서 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저기 말고도 번개탄을 파는 곳은 많았다. 번개탄을 사갖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내 시선을 바닥으로만 향했다. 그러면 그때의 네가 떠올랐다.
"……."
너는 너의 방에서 죽은 채 발견이 되었다. 울컥 쏟아져 나오는 피를 막으려 손으로 배를 감싸고 있었는데. 너의 상처는 배 뿐만이 아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는 칼에 수십 번을 찔렸고, 나중에 자수한 스토커의 얼굴은 더 생생하게 떠올랐다.
불안감에 휩쓸린 나는 그렇게 1년을 지내왔다. 경찰서 앞에서 그 새끼를 한참 동안이나 기다리다가 나오자마자 경찰들을 뒤로 한 채 멱살을 잡고 물었다.
'시발..! 왜 그랬어! 걔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
'왜 그렇게 사정 없이 찔러댔냐고!!..얼굴은..얼굴만은.. 건들지 말았어야지.. 시발새끼야.'
'아, 남자친구구나? 책상 위에 사진에서 본 것 같아.'
'…….'
'근데..전화를 안 받은 건 너잖아.'
'…뭐?'
'내가 그 방에 몰래 따라 들어갔을 때, 걔가 너한테 전화걸었어. 남자친구가 올 거라고 확신하면서 전화 걸던데'
'…….'
'나같으면 경찰에 먼저 전화할 텐데. 불쌍하다 걔도.'
'이 좆같은 새끼가..! 그 입 안 다물어!?'
그날 나는 경찰들의 통제에 나는 그 새끼에게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할말이 없었다. 너의 전화를 받지 못한 내 잘못이 제일 컸으니까. 그래서 나는 더 괴로웠고, 죄책감에 살 수가 없었다.
눈을 감으면 너의 마지막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서 자는 것도 무서웠고, 미안했다.
번개탄을 피웠다. 난간에 올라섰을 때보다 훨씬 두렵지않았다.
"……."
또 너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나조차도 몰랐다. 내가 이렇게 눈물이 많았던 사람인지. 이 눈물은 죽음에 대한 눈물이 아니었다. 공허함 속에 크게 자리를 잡은 죄책감과 미안함 때문이었다.
"……."
내가 숨이 끊기기 직전 까지의 고통은 네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
"……."
네가 불쌍하고, 내가 미워서 계속 눈물이 났다. 배를 감싸 안고있던 너의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그게 너무 괴로웠다. 염치없게 내가 살아가면 안 되는 거잖아.
너의 가족들은 모두 다 나에게 괜찮다고 그러는데. 네가 괜찮지않잖아. 너의 아픔을 가족이라고해서 대신 괜찮다고 해주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그렇다면 나는 절대로 괜찮으면 안 되는 거잖아, 얼마나 아팠을까.
시간이 지날 수록 숨도 안 쉬어지고 너무 따끔한 냄새에 인상이 써졌다. 수면제 없이는 할 수 없는 짓인 걸까? 두눈을 질끈 감았다. 나는 살면 안 돼. 이것쯤은 충분히 참을 수 있어.
- Rrrr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전화 벨소리에 처음엔 무시를 했다.
- Rrrr
또 들려오는 전화 소리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또 한 번 끊기고, 또 걸려오고.. 반복되는 전화에 급히 피운 불을 끄고선 숨이 막혀 창문을 열었다.
"……."
- 여보세요?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
- 여보세요? 이재욱!듣고있는 거야? 아니면 자다가 받았냐?
"……."
- 나 전화번호 바꾸고 가는 길이야. 자꾸 이상한 전화가 와서. 이 번호 저장하라고.
정확하게 너의 목소리였다. 1년 전.. 네가 죽는 날 아침.. 네가 했던 말들이 정확하게 또 들려왔다.
- 장난치는 거야? 끊는다.
"신제연."
-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으이구.. 나 가는중이니까. 얼른 배달 좀 시켜주겠니~
"제연아.."
- 왜 자꾸 불러. 잠꼬대 해?
이게 정말 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는 옥상에서 떨어져서 이미 죽었고. 이게 죽고나서의 마지막 꿈이 아닐까?
한 번도 내 꿈에 나온 적 없던 네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주었는데. 하필이면 네가 죽는 날 아침에 나에게 했던 행동을 또 하고있다. 너도.. 그 날에 갇혀있는 거야? 신제연.
"…진짜.. 많이.. 보고싶고..목소리가.. 너무.. 듣고싶었는데.."
- …어?
"내가 정말.. 미안해."
-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나 때문에.. 네가.. 네가.. 그렇게.. 그렇게 됐으니까.."
- …….
"내가..정말 미안해.."
- …….
곧 문 열리는 소리에 고갤 돌려보면..
너는 추운지 코와 귀가 빨개져서는 나를 내려다보고있었다. 왼손에는 내가 좋아하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들고있는 게.
그날과 말도 안 되게 모든 게 정확했다.
너무 놀라 전화를 끊지도못하고 귀에 댄 채로 너를 올려다보는 난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
"뭐가 자꾸 미안하다는 ㄱ... 너 울어!? 뭐야 이건 또? 웬 번개탄..? 켁..!"
"……."
"너 뭐하는 거야 이재욱! 너 죽으려고 그랬어!? 미쳤어 너!? 왜 그러는데!!"
너는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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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사실 3년 전부터 겨울에 너무 쓰고싶었던 거라 앞에를 썼다 지웠다만 반복하다가.......
이어서 더 안 쓰더라도 그냥 내보고싶어서 얼마 전에 짤 만들었던 거랑 같이 쓰고!!내보아유!!!!
사시른 이거 어제 써놓은 건뒈.....................오늘 씻고 딱 눕자마자 이거 생각나서 내러와써유....................
뭔가 이런 글은 겨울에만 쓸 수 있는 그런 느낌이라 겨울에만 쓸까 말까 하다가 보류만 세 번 우루루쾅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