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일이 다가왔다. 나와 그의 처형일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했다. 아버지는 기자들 앞에서 우셨다고 했다. 딸자식을 잘못 키워 조국에 폐를 끼쳤다며 대국민 사죄를 하셨다고 들었다. 교도관의 복장을 한 군인은 그를 알리며 내 앞에서 혀를 찼다. 그러게 아버지 반만 닮았더라면 목숨은 부지하고 살았을 텐데.
그 자는 나를 끌고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가뒀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조명 하나가 켜졌다. 눈을 가린 그가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자 발에 차이는 것이 있었다. 주사기와 액체가 든 약병이었다.
그것을 주워 그에게 다가갔다. 밧줄로 묶인 그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다.
아아,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다.
나는 주사기에 액체를 주입해 그의 팔에 꽂고 액체를 넣었다.
“별빛 씨……?”
“네, 접니다.”
“별빛 씨예요?”
나는 그의 안대를 벗겼다. 나를 본 그가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의 손목을 휘감은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총을 잡고 있는 그의 손 위로 내 손을 덮었다.
“별빛 씨, 뭐하는 거예요?”
나는 총구를 내 이마에 댔다.
“별빛 씨?”
“우린 어차피 죽습니다.”
“위험해요, 뭐하는 거예요. 이거 놔요.”
그의 손에는 힘이 없었다. 나는 총을 장전했다.
“나는 당신을 죽였고, 당신은 저를 죽여야만 합니다.”
“무슨 소리예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대체.”
“모르는 거 아니잖아요. 제가 방금 죽였어요, 이재환 씨.”
“…….”
“그러니까, 죽어서 봅시다.”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리는 피와 뇌수가 섞여 흘렀다. 남자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차게 식고 있는 여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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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사형집행인의 일지
t일차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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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게 된다면 당장 은신처로 향하세요. 그 바닥에 있던 사람이니 은신처 하나쯤은 있겠죠. 그리고 한강역 근처 차학연 연구소 옆에 제본소가 있을 겁니다. 그곳은 제본 외의 일을 하지 않아요. 즉 감시를 피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내가 정리한 서류나 일지를 책으로 만들어 모든 집에 보급하세요. 카드 비밀번호는 2721. 돈은 넉넉하지만 직접 뽑는 병신 같은 짓을 하진 않으시겠죠.
진실을 알리는 것이 네가 할 일입니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또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판단은 대중에게 맡기세요. 성공과 실패는 보급하게 되느냐 마느냐 이지, 대중이 행동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일을 하느냐 마느냐 또한 네 판단입니다. 나와 그는 혈연에 가려져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으니 3자에게 맡기는, 무책임한 짓을 한 겁니다. 그러니 욕해도 좋습니다. 어차피 나와 그는 죽어있을 테니까요.
판도라의 상자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그것을 여는 것도 닫은 채로 지내는 것도 당신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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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입니다.
그동안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머지 않아 저는 떠납니다.
안녕히 계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길에 꽃이 가득하길, 기도하겠습니다.